" 김 대리님, 혹시 임 팀장님 못 보셨어요? "
" 임 팀장님이요? 잠시 복사실 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 급한 일이면 거기 한 번 가보시는 게 어때요? "
김 대리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복사실로 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홍보팀이 단독으로 진행하던 대형 프로젝트가 시기 때문에 엎어졌단 소식을 어쩌다 듣게 된 뒤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영민이가 그 일을 총괄로 맡게 된 뒤부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또 스트레스를 받아왔는지 알아서 너무 걱정되어서였다. 본인과 팀이 부족해서도, 결과물이 나빠서도 아닌 오직 시기 때문에 노력했던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까 상실감이 클 게 분명했다.
복사실에 도착함과 동시에 고민의 여지도 없이 문을 잡아당겼다.
이젠 내게 너무 익숙한 넓은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 큰 몸을 복사기에 기대서있는 그의 뒷모습은, 누가 봐도 축 쳐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임 팀장님. "
회사니까,
의식적으로 어느새 어색해진 호칭으로 그를 조용히 불렀다. 복사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소리에 내 부름이 묻히기라도 한 것인지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복사실 문을 닫고, 정확히 그의 맞은 편이 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숙여져있던 그의 고개가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조금은 창백해 보이는 영민이의 얼굴에 마음이 쓰려지는 걸 느꼈다.
여전히 복사기에 몸을 기대서 있던 영민이가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알아챈 모양인지 금방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짝 웃을 때 떨리는 눈꺼풀에, 그가 전혀 괜찮지 않음을눈치챘다. 어떻게 그를 위로해야 할지를 몰라 안절부절하며 그를 바라보다가 복사기 위를 짚고 있던 그의 손을 말없이 잡아 쥐었다. 그러자 그의 복잡한 속과는 달리 부드럽게 내 손을 맞잡는 그의 손힘이 느껴졌다.
" ...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
" ... . "
" 오늘은 이상하게 힘드네. "
조금은 지친 표정과 피곤 감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듣는 사람도 힘 빠지는 것 같다며 '힘들다' 표현을 늘 피하던 영민이가 오늘 있었던 일을 돌려 말하듯 힘들다고 표현했을 때, 나는 그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영민이를 바로 끌어안았다. 보는 눈도 많고, 듣는 귀도 많은 회사라 항상 조심해왔던 스킨십이었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견딜 수가 없었다, 유난히 힘들어 보이는 연인의 모습을.
갑작스런 내 행동에 복사기에 몸을 기대고 있던 몸을 잠시 휘청이다 바로 중심을 잡은 그가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할 위로를, 그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것으로 대신 전했다. 그러다가 복사실 너머로, 요란한 소리를 내는 복사기 소리를 뚫고 가까워지는 말소리에 몸이 굳어 급하게 몸을 빼려는데 영민이가 날 안고 있는 팔을 조금 더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 딱 1분만. "
" ... . "
" ... 1분만 더 이러고 있으면 안 될까. "
약간 투정부리는 듯한 그에 결국 항복한 것처럼 몸을 빼느라 주고 있던 힘을 풀었다. 날 안고 있는 팔로 그게 다 느껴졌는지, 영민이가 아주 작게, 그리고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말소리가 복사실 바로 너머에 들리자 영민이가 약속한 1분이 채 끝나기 전에 팔을 풀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한결 나아진 그의 표정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등 뒤로 복사실 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 문을 등진 채로 서 있던 영민이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아진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고마워.
친절한영민씨
: 인연과 연인.
" 영민씨, 진짜 미안한데요 딱 5분만─ "
- " ─ 천천히 나와도 괜찮아요. 대신 나올때 전화해주세요, 차 대기가 애매해서 잠시 다른 곳에 있거든요. "
웃음기 섞인 다정한 그의 말투에 두배는 더 미안해져 다시 사과를 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밤새 오늘 뭘 입을지, 화장은 어떻게 할지 등등을 고민하다가 밤을 꼬박 새버렸더니 해가 뜰때쯤에서야 잠이 든 나는 열한시 반에 일어나고야 말았다. 약속시간은 열두시였는데.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충격에 빠져있기도 잠시, 온 집 안을 뛰어다니며 나갈 준비에 서둘렀다. 첫 데이트에 지각이라니. 마음같아선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게 불가능 한 걸 아니까, 최대한 빨리 나가려고 통화 화면에서 다이얼 화면으로 돌아가있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부산스럽게 가방 안으로 잡다한 것들을 집어 넣었다.
과거 귀찮아서 그냥 꾸겨넣었던 영수증들이 같이 가방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지만 그것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5분만 더 기다려달라고 해놓고 무려 10분을 넘기고 있었기때문에. 악세사리는 집 밖으로 걸어나가면서 하기로 생각을 바꾸고 팔찌와 목걸이를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론 다시 임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올때 전화해달라고 했으니까.
- " 여보세요? "
" 영민씨, 저 이제 나왔어요! "
- " 그래요? 그럼 예전에 제가 내려줬던 곳으로 와요. "
" 네─ ... 그리고, 늦어서 미안해요... . "
- " 전 진짜 괜찮으니까, 괜히 서두르려고 뛰거나 그러지 말아요. 잘못하면 다치니까. "
급한 마음에 뛰다가 임팀장의 말에 곧장 달리던 두 발을 멈췄다. 아무래도 힐을 신어서 뛸 때마다 나던 구두굽 소리가 핸드폰 너머로도 들린 모양이였다. 뛰는 대신 조금 빠르게 걸으며, 서로 곧 보자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끊었다. 골목을 따라 걸어내려오면서 팔찌를 차고, 바로 목걸이를 하면서 걸어가는데 오늘따라 목걸이의 고리연결이 계속 어긋났다. 혼자 끙끙대다가 임팀장의 차가 보이기 시작해 고리를 연결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목걸이를 한 손에 모아쥐었다.
내가 그의 차를 본 것처럼 임팀장도 나를 발견한 모양인지 차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언제나처럼 보던 와이셔츠에 정장식 바지같은 격식차린 옷이 아닌, 조금은 캐주얼한 복장이였다. 안 꾸민 듯 꾸민 그런 스타일로. 신기하게도 저번엔 우리가 남색으로 약속한 사람들처럼 옷을 입었다면, 오늘은 하늘색으로 서로 맞춰입고 있는 상태였다. 연애를 처음하는 사람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사소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지금처럼 하늘색 셔츠를 입은 임팀장과 하늘색 파스텔 톤의 치마를 입은 나의 모습같은.
" ... 많이 기다리셨죠? 늦어서 진짜... 죄송해요. "
" 기다리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괜찮았어요. 여주씨, 더우니까 일단 차에 탈까요? "
" 아─ 네. "
" 그리고 머리 조심. "
15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기다렸을 그에게 너무 미안해서 절로 울상이 지어졌다. 그런 내게 괜찮다며 손사레를 치던 그는 내가 또 사과하며 미안해할까 바로 조수석쪽 차문을 열었다. 저번에 날 우리집에 데려다줬을 때 차에서 내리면서 천장에 머리를 박았던 적이 있어서였는지 이번엔 임팀장이 다정히 주의를 주었다. 주의뿐만 아니라 내가 머리를 숙일때 쉽게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을 손으로 아예 감싸막고 있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그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들도 기억해주고, 또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사람이라는 걸.
" 오늘 되게 덥네요, 그쵸? "
내가 조수석에 타는 걸 확인하고 문까지 닫아준 뒤, 운전석에 탄 그가 웃는 얼굴로 가볍게 물었다. 골목길을 걸어내려오는 그 잠깐동안 벌써 피부가 익은 기분이 드는 오늘의 날씨는, 그의 말대로 더운만큼 화창했다. 후덥지근했던 밖과는 달리 차 안은 에어컨을 미리 틀어놓았었는지 적당히 시원했다. 열기를 식히며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기장의 치마 특성상 앉으면 짧아져서 무릎 위엔 가방을 올렸다.
그의 물음에 그러게요, 라고 대답을 하며 안전벨트를 매자, 그런 나를 따라 안전벨트를 매던 임팀장이 갑자기 뒷자석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가 몸을 다시 앞으로 돌렸을 땐 얇은 겉옷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고, 안전벨트를 다시 고쳐 맨 그가 자연스럽게 내게 그 겉옷을 건냈다.
" 가다가 추울까봐. "
자연스러운 그의 행동과는 달리 임팀장의 억양엔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나왔다. 그게 그가 긴장을 할 때 나오는 일종의 습관인 걸 알아서, 내 가방 대신 임팀장이 건내준 겉옷을 무릎에 덮으며 그의 표정을 힐끔 백미러로 확인했다. 왠지 귀여울 것 같아서. 백미러로 차 뒤를 확인하던 임팀장도 자기가 경상도 억양으로 말한 걸 눈치 챘는지 눈동자만 굴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백미러를 통해 눈이 마주친 우리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 이게, 그, 뭐라고 해야할까요. 조금 긴장이 되네. "
" 왜요? "
" 어─... 떨려서요. "
정말 안 그런 것 같아도 귀여운 면이 있는 임팀장이 머쓱해하는 걸 보니까, 나라고 첫 데이트에 긴장 안되는 건 아니였지만 괜히 짖궂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더 장난스럽게 왜냐고 웃으며 물어보자, 언제 민망해했냐는 듯 마주 웃어주며 떨려서─ 라는 대답을 내놓는 그였다. 사이 좋게 부끄럼 타는 것도 아니고, 이번엔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눈을 굴렸다. 매번 이렇게 훅 들어오니까, 적당한 대응을 못한다.
아예 백미러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 임팀장에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줄곧 손에 쥐고 있던 목걸이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그의 시선이 부끄러워 도망가듯이.
" 해줄까요? "
" 네? "
" 목걸이. "
물론 그의 시선을 피하는 건 단 5초도 안되서 끝이 났다.
내가 고민하느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내게 한쪽 손을 내밀어보였다. 뭐에 홀린 것처럼, 나는 그가 내민 손에 대답 대신 손에 쥐고 있던 목걸이를 올려놓았다. 임팀장이 목걸이의 연결고리 부분을 풀고 있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반대로 틀면서도 운전석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 머리카락, 잠시만 이렇게 할게요. "
등 뒤로 부드러운 그의 말과 동시에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한쪽 어깨로 모아 넘기는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임팀장이 먼저 말하기 전에 내가 해줬어야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만요, 라고 말을 하고 아예 머리카락을 묶듯이 들어올려주자 작게 웃음을 흘리던 그가 말했다. 고마워요.
" 됐어요 이제. "
아침에 내가 연결고리를 끼우지 못해 낑낑대던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정도로, 그가 내 목걸이를 해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단지 내가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뿐. 게다가 그의 손끝이 살짝 스친 뒷목이 괜히, 정말 괜히 화끈거렸다.
***
시간이 유독 빠르게 흐르는 순간들이 있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를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런 순간들.
임팀장과 함께 점심을 먹고,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저녁을 먹은 그 모든 순간들이 내게 그런 순간들이였던 모양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같이 웃고, 얘기를 나누는게 그렇게 간질거리고 즐거울 수가 없어서, 헤어지는 게 왠지 모르게 아쉬워 작은 산책로에 둘러싸여있는 카페에 들어와 마주보고 앉았다.
정말 한결같이 그는 자기 취향의 커피를 시켰고, 나는 주문하는 순간 전에 겪은 이별의 순간이 생각이 나 예전이라면 보지도 않았을 티 메뉴에서 레몬티를 시켰다. 천천히 이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했다. 빨대를 손에 쥔채로 집으로 갔던, 그래서 빨대를 꽂아 마시는 걸 싫어하게 된 그 과정으로부터.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임팀장은 처음 우리가 만난 그 날, 왜 날 도와줬을까.
첫만남부터 오늘까지 모든 일들의 시점이 나였으니 그의 시점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 영민씨. "
커피잔을 들어올리던 그의 손이 멈췄다.
" 우리 처음 만난 날 있잖아요, 그 가구점에서. "
" 아, 그 날. "
" 그때... 당황스럽지 않았어요? "
잠시 대답 대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가 그의 긴 속눈썹이 다 보일정도로 눈을 내리깐 채로 살짝 웃었다.
그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 당황스러웠죠, 당연히. 처음엔 날 부르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
" ... . "
" 그러다가 누가 부르는 건지 확인하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
" ... . "
"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표정인 거예요. 그래서 뭐에 홀린 사람처럼 여주씨한테 갔었던 거 같아요. "
내가 그를 애타게 바라볼때,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었구나.
" 제가 남자친구인 척 했을때도 계속 그 표정이였어요. 진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
" ... 제가 그랬어요? "
" 네. 헤어질땐 결국 우는 모습도 봤고. "
임팀장이 다시 시선을 나와 맞췄다.
처음보고 말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추한 모습을 보였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전 남자친구가 떠나자마자 눈물이 쏟아져서 화장이 다 번졌던 그 모습이. 그래서 몰려오는 민망함에 어색히 웃자 임팀장은 살짝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의 내 모습도 괜찮다는 듯이.
" 그래서 다시 만났을 때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
" ... . "
" 계속 생각났는데, 다시 만나서. "
회사에서 다시 만났을때, 웃으며 우리 인연이지않냐고 물었던 그가 생각이 났다. 그러자 정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의 나는 악연이라고 생각하고 퇴사를 고민 했었는데, 그는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서. 잠시 말을 멈춘 임팀장이 옆 의자에 팔을 걸치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붉어진 귓볼이 눈에 들어왔다. 덤덤히, 나긋나긋하게 말해주어서 몰랐는데 아무래도 진심이 섞인 대답이다보니 임팀장도 민망함 혹은 부끄러움을 타는 것 같았다. 덥네요, 갑자기.
웃으며 덥다고 말하는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창 밖이였다.
그를 따라 고개를 창문쪽으로 돌리자, 작은 조명들과 귀여운 소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짧은 산책로가 눈에 들어왔다.
" ... 같이 걸을래요? "
산책로를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걷지 않겠냐고 물었다. 서로 시켰던 음료는 거의 마시지 않아 일어나기엔 애매했지만, 서로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으려고 들어왔던 지라 서로음료에 신경 쓸 것 같진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팀장은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다음엔 여주씨가 말해주는 거죠? "
" ... 네? 뭐를요? "
" 그냥, 뭐든지. "
나란히 느린 걸음으로 카페 건물을 둘러싼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다음엔 내 얘기를 해주는 거냐고 묻는 임팀장이였다. 그 '얘기'의 범주가 그가 물어볼 질문에 대한 답인지, 아니면 순전히 나에 대한 '모든지' 인지 애매모호하게 느껴져 되물었지만 그는 더 애매한 대답만 남겼다. 장난스럽게 그를 흘겨보며 아직 그의 순서가 끝난 게 아니라고 대꾸하자, 그 역시 나를 장난스럽게 흘겨봤다. 아직 그의 시점으로 알고 싶은 일들이 많은 건 사실이니까.
그러기도 잠시, 서로 침묵 속에 처음 그대로 느린 걸음으로 맞춰 산책로를 따라 걷기만 했다. 그렇게 바짝 붙은 것도 아닌데, 자꾸만 서로 스치는 손등때문에.
닿을락 말락 스치는 그 순간들이, 계속 신경 쓰였다.
" 우리, 생각해보면 신기하지 않아요? "
손등끼리 계속 스치는 와중에 임팀장이 낮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신기하지 않냐고.
" 애인에서 직장동료. 직장동료에서 애인. "
" ... . "
" 그러다 다시 직장동료로 돌아왔는데─... 이젠 정말. "
" ... . "
" 연애하는 사이인 거 잖아요. "
그의 손등이 우리의 걷는 걸음에 맞춰 다시 한 번 내 손등을 스쳤다.
정말 금방이라도 닿을 것처럼.
" 인연과 연인. "
" ... . "
" 글자의 순서만 다른데 느낌이 다르지 않아요? "
" ... . "
" 근데 인연이라고 믿으면 연인이 될 수 있으니까. "
그래서 우리가 신기해요. 인연이면서 연인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계속 스치던 손등이 허전해짐을 느꼈다. 대신, 내 손을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잡아오는 그의 손이 느껴졌다. 내 손을 잡은 그의 손을 바라보다 시선을 올려 그를 쳐다보았다. 조금은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천천히 한쪽 입꼬리를 먼저 끌어올리며 웃었다.
임팀장이 웃을 땐,
언제나 그의 왼쪽 입꼬리가 먼저 올라간다.
" 우리 이제 천천히 연애해요. "
" ... . "
" 그동안 너무 빨랐어. 그쵸? "
천천히 연애하자는 말의 의미.
계속 연인과 직장동료 사이를 오가느라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상황에 따라 다른 호칭과 반말까지 써가던, 지금 돌아보면 정말 인연같은 순간들을. 이제는 서로 천천히 알아가도 늦지 않고, 서로 모르는 게 많다고 해서 서두르거나 조급해할 필요가 없는 사이가 된 지금. 그런 지금이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과 그로 인해 드는 설레고 달달한 감정들이 한데 모아져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게 느껴졌다.
그동안의 우리가 너무 빠르지 않았냐고 묻는 그의 다정한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그랬던 것처럼 내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았다.
따스한 이 손을 잡고, 앞으로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며 연애하는 것.
그 생각만 해도 드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이 손을 잡을 수 있기를.
천천히, 오래.
*
주저리 |
안녕하세요, 드래곤 수프입니다. 후반부를 날려버려서 원래 어제 새벽에 올리려던게 오늘 새벽에 올리게 되었네요..ㅠㅠㅠ 분량조절을 약간 실패한 것 같아서 조오금 당황스럽지만, 이번 화에 담고 싶은 게 있어서 꾹꾹 눌러서라도 다 넣었어요. 하나하나 짚으면 갑자기 부끄러우니까, 자세한 언급은 자체 생략할게요..ㅎㅎㅎ 영민이가 사투리를 쓰는 걸 제가 굉장히 애정해서, 매번 써보려고 시도는 하지만 경상도 독자님들이 보실때 어색하실 것 같아서 최대한 피하고 있어요ㅋㅋㅋ 오용과 남용을 할까 겁이 나더라구요... 혹시 경상도에 거주하시는 독자님들 계시면, 사투리 조금씩 써주시고 가시면 제가 보고 배워서 나중에 한 번 날잡고 영민이 말할때 사투리로 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해도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과 과분한 댓글 남겨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감사해요♥ 영민이 그리고 영민이를 향한 애정으로 이 글과 함께 해주시는 것도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주저리를 여기서 줄이고, 다음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암호닉 |
1. 암호닉은 최신화에서 [] 안에 신청해주세요! 2. 암호닉이 누락되신 분은 댓글에다가 바로 알려주시면 확인하는 대로 수정하겠습니다. 3. 가끔 사랑고백 하시는데, 저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해요. 아티/돌하르방/40745/임금/ 챱챱이/영민아/짭짤이/네오/ 쁘니야/빵민/요를레히/영민뿌우/ 1MILK콩/경찰차/감자도리/밍스/ 15/REAL/꾸루/보호/ 파카야/배챙이/맑음/임알파카/ 1121/으갸갸갹/흥흥/달빛/ 스타일/크리스마스/메이/어어/ 바밤바/포동이/바구진/앒파카영민/ 체리/영민수니/923/0212/ 찰떡/809/1225/영미니겨로내/ 코튼캔디/습기/영부인/토마토요정/ 요롱코롱/비비빅/임영미니/daydream/ 나는 널/0618/임파카/얌얌/ 다솜/임영민1225/체리민/레몬티/ 모과꽃/임빵민/팤/숮어/ 날밤/금붕어/뇽민/새우깡/ 러브블러썸/한여름비/워터파카/슙달/ 토마토/♤ 기쁠희 ♤/쿠마몬/팤파카/ 보노보노☆/620/딮닼/민트향/ 치즈/관영/참치/유닝/ 앒팝카/영민이꺼/990419/미니/ 오월/윰/임절미/너구리/ 김까닥/엄마영민이랑결혼할래/121/밍아 신호등/콜미용국/푸린/뿌에엥 꿍낑꿍꽁/돼지바/0404/우왕 벤쿠버/파카/임팤팤/030901 몽구/꽁뚠/도메이러/루이비/ 토마토(독자140님)/알파카레/앞파카/몽나농 0틈메이러/왜불러/임영고시/뿌Yo/ 뿡치탁치/이과생/마이쮸/헬로/ 친영/영민영/파파/어둠/ 톰보2/대저 임체리/지훈마크/거북이/ 짭짤이토마토/초지일관/정팀장/녤/ 미키/조리pong/남융/핀아/ 유딩/닌닌/5반 25번/동그라미/ 레밍/형사/효이/이과생/자몽망고/ 128/수끼/수시/몽글몽글/핫초코/ 임서방/퍼지네이빌/푸르린/딥영라부/찌요나 팤영미니/#새벽 세시/luv_ym/유자/ DS/가람/방울파카/령민/ 라프리마베라/초롱이/연애학/0226/ 균킹/인연/잉어킹/샘봄/ 찌요나/힐링미/yuns/찬아찬거먹지마/ 넌내희망/1206/김곰/치즈/ 빨주노초파남보라/뭉게구름/콩알뼈/으낭/ 국캥거루/곤듀/밀르/안녕/ 203/군밤/얄루얄루/구르밍/ 첫눈/뚜기/달밤/햄찌/ 뿡뿡이/은처언재/영민봄/우동/ 망고망고/R=VD영민/11023/영미니맘마/ 잰/알파카파카/99/어부/ 팤하야/사랑사랑사랑/킬링/데헷/ 임0미인/아마수빈/괴물/비니/ 장순/자몽레몬청/리치/피치라벤더/ 영원/두부두부둡/용국맘/영부/ 만월애/늘봄/파이리/뿡빵이/ 천령/꾹복칭/슈우/기화/ 딸기모찌롤/감자감자/흑토마토/녜르/ 물파스/MeeU/예희/낭낭/ 경화수월/파카앞길창창/얄류/갓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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