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ROOKIE
"불편해…."
우지호는 미간을 좁혔다. 오랜만에 입은 정장 자켓이 어색했다. 웨딩홀 앞에는 제 차림새와 비슷한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있었다. 우지호도 벽유리에 대고 똑같이 입고리를 올려보았다. 못난 석고인형 같았다. 우지호는 자켓을 가다듬고 계단을 올랐다. 표지훈과 동창이니 면식이 있는 얼굴들도 있었다. 식장으로 들어가려다가 신부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거울을 보며 정돈을 하고 있었다. 하얀색 면사포가 눈이 부셨다. 눈고리를 접으며 예쁘게 웃었다.
"와, 지호씨 왔네요. 멋있어요."
입고리가 예쁘게 올라갔다. 둥근 어깨선, 하얀피부, 여성 특유의 곡선. 아름답다, 우지호는 멍하니 여자를 응시하다가 씁쓸하게 웃었다. 우지호는 하얀색 꽃다발을 내밀었다. 안개꽃과 장미가 옹기종이 예쁘게 포장되어있었다.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꽃다발을 품에 안고는 진심으로 기쁜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요, 지호씨 최고!"
엄지손가락만 착 하고 올려 보여주는 여자에게 우지호도 같이 웃어보였다. 조금 힘 없어 보였다. 우지호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 표지훈 순대같이 좀 이상하게 생긴건 잘못먹어요."
해산물도 못먹어요, 알러지 있어서. 샴푸도 향 독한거 싫어하고…. 우지호는 조곤조곤 표지훈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고 있었다. 우지호는 마치 어린아이를 두고 떠나지 못하는 어미 같았다. 세세한 것 하나하나 이야기 해주고 나서야 성이 찬 듯 숨을 뱉었다. 우지호는 고개를 들었다. 여자를 보며 씩 웃어보였다.
그리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 * *
"신랑 입장 있겠습니다."
박수소리가 유난히 컸다. 동창들은 휘파람을 불었다. 오늘따라 표지훈은 더 멋있었다. 예전에는 마냥 귀엽기만 하던 짧게 자른 머리가 이제는 성숙해진 느낌이다. 조금은 소유욕이 들끓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리고 신부 입장 있겠습니다."
많은 환호와 갈채속에 여자는 입장했다. 하얀색 드레스 자락이 예쁘게 나풀거렸다. 그리고 표지훈의 손을 잡았다. 감히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났다. 곧 주례사를 시작했다, 우지호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이탈했다. 이제는 아주 가버렸구나. 우지호는 목까지 잠긴 단추를 몇개 풀었다. 헛웃음을 지었다. 늦게나마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를 터덜터덜 걸으며 식장을 빠져나왔다. 식장 밖 기둥에 기댔다. 정장 자켓 주머니를 뒤졌다. 이제는 다 녹이 슬어버린 싸구려 반지, 우지호는 양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탄식했다. 그대로 벽에 기대 주저 앉았다.
"아, 씨발..진짜…,"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바닥으로 눈을 꾹꾹 눌렀다. 숨과 함께 울음소리는 터져나왔다. 와중에도 반지를 꽉 잡고 있는 제 자신이 싫었다. 결혼식이 끝난듯 큰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식장안에 울렸다. 이젠 정말 안녕, 내사랑.
당신없이 물 밑으로 가라앉을 차례.
나 사실 아직도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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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편에 비해서 하편이 많이 짧네요 헣..
암호닉은 신청해주시면 언제든지 받고 매일매일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답!
메리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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