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첸]oxygen
05
by.모다
세훈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그때 그 호텔 정문이었다.무슨 일인지 이렇다 할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한채 종대는 호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여긴 왜 온걸까,하는 의구심에 자꾸만 입이 간질거릴 무렵.발걸음을 멈춘 세훈이 종대의 양 어깨를 잡았다.
"지금 크리스가 좀 위험해."
"왜,왜..?"
...니가 없어서.그 말을 끝으로 세훈이 종대의 손을 붙잡았다.그리곤 뛰기 시작했다.전속력으로,최대한 빠르게.갑작스런 질주는 당황할 겨를 조차 주지않았다.그리고 여러 문을 지나고,또 지났을 즈음 세훈이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그제야 종대가 가픈 호흡을 내쉬었다.앞서 종대를 끌던 세훈이 완전히 걸음을 멈추었다.종대가 헉헉이며 제 가슴을 두어번 두드린다.그런 종대를 지켜보던 세훈이 크게 숨을 들이쉬곤 문 손잡이를 돌렸다.앞서 들어간 세훈을 따라 종대도 조심스럽게 문턱을 넘었다.반짝하는 현관 조명이 켜지고 제일 먼저 눈에 든것은 초조하게 손만 물어뜯는 백현의 모습이었다.한참을 안절부절하며 가만있질 못하던 백현은 종대가 들어서자마자 손목을 낚아챘다.종대가 아픈듯 약한 신음을 내었지만 백현의 몸짓은 다급했다.여차 잘 버티나 싶던 크리스가 결국엔 폭주하고 말았다.이번엔 도저히 어떻게 손 쓸수도 없는 지경이었다.크리스의 고통찬 신음이 굳게 닫힌 방문에도 불구하고 생경히 퍼졌다.
백현은 소리가 새어나오는 방의 손잡이를 잡았다.땀이 차 미끄러운 탓에 몇번이고 헛 손질을 해댄다.그런 백현이 하는냥을 지켜보던 종대가 백현의 손을 살짝 밀어내 문고리를 부여잡고선 조심스럽게 돌렸다.백현의 입에서 한숨 비슷한것이 흘렀다.문이 열리고 종대는 한걸음 발을 옮겼다.한걸음,두걸음.세걸음.종대는 더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크리스가 종대를 필사적으로 껴안은 탓이었다.어찌나 세게 안아오는지 그 힘에 밀려 뒤로 넘어 갈 것만 같다.차이나는 키에 허리를 숙인 크리스가 종대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불규칙한 그의 숨이 목 부근에서 부터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놀란 제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댄다.온 몸이 죄여오듯 붙들린 탓에 잘 움직여지진 않았지만 종대는 팔을 들어 크리스의 등을 마주 안기위해 노력했다.겨우 팔을 빼내 들어올리려할 참이었다.크리스가 종대의 목에 묻었던 고개를 들었다.어,저기,종대의 언어는 크리스의 입안으로 퍼져들었다.크리스의 입술이 종대의 입술을 짓이겼다.잡아먹어버릴 듯한 접촉이었다.화들짝 놀란 종대가 그의 양팔을 잡았지만 되려 붙들리고 말았다.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딱 그래보였다.미친듯한 갈증에 물을 찾는 사람처럼 크리스는 종대의 입안을 파고들었다.물컹한 혀가 맞물린 입술을 통과한다.도망만 가는 종대의 입안을 미친듯히 헤집는다.그는 마치 야수와도 같았고 붙들린 종대는 미칠지경이었다.이 기나긴 키스는 끝날기미가 보이질 않았다.문앞에 서있던 세훈의 손이 움찔거리며 저지할 태세를 보였지만 백현이 그의 팔을 잡았다.그리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참아달라는 소리였다.한참을 망설이던 세훈은 결국 주먹을 꽉쥐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숨쉴 틈 조차 없다.종대는 이 숨막히는 키스 속에서 산소가 필요했다.산소계가 바닥났다며 징한 사이렌이 울린다.결국 종대는 꼭 감은 눈을 떠 있는 힘껏 크리스의 목을 껴안았다.그리곤 곧 죽을 사람처럼 들숨과 날숨을 반복했다.한참을 그렇게 크리스의 목을 껴안고 있던 종대는 갑자기 축 늘어지는 무게감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종대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저 앉고말았다.크리스가 정신을 잃은채 종대의 몸에 무너진 탓이었다.종대는 살짝 고개를 돌려 제 어깨위에 얹어진 크리스의 얼굴을 한번보고선 크게 숨을 쉬었다.한바탕 전쟁을 치른 기분이다.그리 생각하며 아직도 크리스의 목을 껴안은 팔에 살짝 힘을 풀었다.그제야 문턱에 서있던 백현과 세훈이 달려온다.
"아오...미치겠네."
머리를 거칠게 헤집은 백현이 크리스의 몸을 일으킨 손에 힘을준채 낑낑거리며 침대로 끌고갔다.그런 백현을 한번 쳐다보다 고개를 돌린 세훈은 식은땀으로 범벅된 종대의 이마를 쓸어주었다.괜찮아?하고 묻는 세훈의 물음에 종대는 약간은 부어 탱탱한 입술을 앙 다물었다.그리곤 생각했다.나 괜찮나?종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곤 얕게 웃어보인다.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겨우 올린 세훈이 종대의 팔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아,종대야 미안해.정말."
"아뇨,괜찮아요"
정말이에요.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인 백현인지라 종대는 손사레를 쳤다.침대에 눕혀진 크리스를 한번 흘겨본 백현이 종대의 손을 마주잡았다.이젠 정말 확실하다.종대가 없으면 제 보스는 끝이라는게 오늘로써 확인사살이 된것임에 분명하다.백현은 짐짓 장화신은 고양이같은 눈망울을 해보였다.
"네가 필요해..."
"야."
"세훈아 제발..."
대충 예상했다는 듯 세훈이 백현의 말을 저지했다.분명히 자기입으로 그랬어,가이드 필요없다고.
"아 오세훈...너도 방금 봤잖냐,우리 보스 진짜 죽어."
"그건,"
"형."
이번엔 종대가 세훈을 저지했다.둘의 시선이 이제 막 입을 뗀 종대에게로 향한다.난 가이드잖아.우물쭈물하듯 내뱉어진 음성에 두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백현은 종대를 얼싸안곤 빙글빙글 돌았다.복덩아!복덩아!그리 말하며 종대의 볼에 연신 뽀뽀를 해댄다.속으로 열을 삭히고 있던 세훈이 그 꼴을 보자마자 백현을 걷어차버렸다.어디서 접촉이야.백현의 입술이 삐죽거린다.
"김종대,진심이야?"
"응...나 괜찮아,형."
"아니,아 미치겠네..."
확신에 가득찬 종대의 표정이 세훈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다.평생 제가 업고 키워갈 종대였는데 이리 허무하게 뺏길 줄이야.꼭 잘키운 딸하나 시집보내는 듯한 기분에 세훈의 머릿속이 울적하니 번개가 쳐댄다.절대 저 괴물같은 놈 옆에 남겨두고 싶진 않다만 엄연히 자신은 파인더였다.센티넬과 가이드를 연결해주는 것이 생의 이유인 자.세훈은 잡았던 종대의 손을 놓았다.
"알았어."
"형?"
"대신 될때마다 꼬박꼬박 집와야해.저 새끼 옆이 아니라 내 옆이 김종대 집이야.알지?"
"알아!"
종대가 빙긋하니 웃었다.결국 세훈도 그 웃음에 따라 웃고 말았다.사랑스러운 아이다.어딜가서든지 없는 사랑도 다끌어모으는 아이가 바로 종대였다.니가 어디에 있던 사랑을 먹고 자라겠지.세훈은 종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옆에 있던 백현이 가만히 쳐다보다 코웃음을 치며 세훈의 허리를 꾹꾹 찔렀다.혹시 네 딸아냐?
무언가 꼼질거리는 느낌에 크리스가 무거운 눈을 떴다.제 품에 안겨있는 물체를 보기위해 살짝 고개를 내리 깔았다.그리곤 깊은 한숨을 쉬었다.여기서 움츠락 대는 이 가이드는 또 무엇이며,꼭 끌어안고 있던 자신은 또 뭐란말인가.골이 아파오기 시작했다.시간은 아직 새벽쯤.커튼 밑으로 들어오는 밤하늘의 색깔이 그러했다.크리스는 몸을 일으켜 침대헤드에 등을 붙였다.조금은 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 꼬마는 잘만 잔다.볼수록 골때리는 상황이었다.결국 폭주해버린 제 자신과 미친듯 아이를 끌어안은 제 팔과 굶주린 사람마냥 맞물렸던 입술의 기억이 생생한 스크린이 되어 크리스의 머릿속에 상영되는 중이었다.두손을 들어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벌어진 손가락 틈 사이로 고른 숨을 내뱉는 아이가 있다.다시 잠들고 싶지만 잘 수가 없다.아마도 이렇게 아침을 맞이해야만 할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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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