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은 침대에서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잔뜩 까치집이 된 머리를 손으로 한 번 헤집었다. 덕분에 머리는 더욱 부스스해졌다. 세훈은 윗옷 안으로 손을 넣
어 배를 벅벅 긁었다. 부엌으로 나가 컵에 물을 따라 마시며 어제 있었던 일은 가만가만 떠올려봤다.'오늘은 일요일, 어제는 토요일. 찬열이를 만나서 술을 마셨고….'
그러다가 세훈은 사고회로가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다. 물을 마시는 것을 멈추고 재빨리 자신의 휴대폰을 찾기 시작했다. 세훈의 손은 조금은 떨리고 있었다. 베개 한 쪽 구석에 있는 휴대폰을 발견하자 세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통화목록을 눌렀다. 그러자 맨 위에 떠 있는 것은 '김준면' 단정한 세 글자였다. 세훈은 10분이나 통화했다는 기록에 더욱 패닉상태가 됐다. 침대에 털썩 앉아 멍하니 통화기록을 바라봤다. 두 눈을 감았다 떠도 글자마저 단정한 그의 이름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훈은 한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침대에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그리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절규했다.
"빌어먹을!"
정말 세훈에게는 빌어먹을 일이었다.
下
"10분? 통화 내용. 기억 나?"
"어. 재수 없게도."
"뭐라고 통화했는데? 준면씨랑?"
"정확히 말하면 김준면이랑 안했어. 변백현이랑 했지."
"아아, 준면씨 친구?"
"어."
세훈은 자신의 친구 종인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하나 하나 다 설명하고 있었다. 종인은 조금은 뚱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런 종인의 태도에 세훈은 조금은 욱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은 체념했다. 다시 술술 통화했던 내용을 종인에게 불기 시작했다. 통화 내용은 이러 했다. 왠일이야? 오세훈. 변백현은 그리 세훈에게 물었다. 세훈은 그런 백현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2분을 소요했다. 백현은 세훈은 얌전히 기다렸다. 세훈은 숨을 크게 내쉬더니 헛기침을 해댔다. 그리곤 어렵게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시 다물었다. 백현이 결국 먼저 다시 물었다. 번호 바뀐 거 어떻게 안 거야? 세훈은 그제야 말을 뗄 수 있었다. 찬열이. 세훈의 낮은 목소리가 울리자 백현은 작게 욕을 내뱉었다. 이번엔 세훈이 백현에게 물었다. 준면이는 잘 지내냐. 백현은 간단하게 응. 이라고 답했으며 옆에서 준면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나 줘. 내가 통화할래. 준면의 목소리에 세훈은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여전히 통화상대는 백현이었다. 너는 잘 지내냐.
"잘 지내냐?"
종인은 확인 차 다시 세훈에게 물었다. 그러자 세훈은 마른 세수를 하더니 고개를 떨어뜨렸다. 종인은 그 말을 듣고 점차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세훈은 그런 종인의 옆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종인의 말이 먼저 앞섰다.
"준면씨 친구가 왜 그렇게 얘기 한 건데?"
"몰라. 단순한 안부 인사였어. 그냥."
"근데 그 단순한 안부 인사가 10분?"
"변백현은 원래 말이 많아."
"그냥 준면씨랑 통화 못하게 하려고 길게 한 거 아냐? 최대한 물어볼 거 다 물어서 준면씨에게 전해주려고."
어쩌면 종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세훈은 생각했다.
"너 아직 준면씨 못 잊은 거지?"
그것도 역시 맞을지도 모른다고 세훈은 생각했다.
"근데 너 준면씨랑 헤어진 후 몇 명이랑 더 사귀지 않았냐?"
종인의 물음에 세훈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종인이 지금 했던 말들이 전부 진실이기 때문이었다. 세훈은 준면과 헤어진 후 정확히 3주 후 한 여자와 사겼다. 긴 생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원피스를 즐겨입던 여자. 그는 항상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왼쪽의 인디언 보조개가 살짝 들어간 것이 매력적인 여자였다. 이름이 뭐였더라. 한영서? 그래, 한영서. 그러나 그녀는 무척이나 재미가 없었다. 독서를 하는 것이 취미였고 가리는 음식도 무척이나 많았다. 그는 다른 파스타는 싫다며 오일 파스타만 고집했던 여자였다. 여자는 세훈과 만난지 2주만에 미래에 대해 떠들었다. 그래서 세훈은 그런 여자에게 손으로 휙휙 저으며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그 여자와 헤어진 후 일주일 만에 다른 여자와 사겼다. 그 여자는 한영서와 다른 이미지였다. 턱선에 따라 흐르는 짧은 단발 머리와 뒤집어 쓴 회색 후드티. 그것이 그녀의 마스코트와 같았다. 아, 그녀의 눈가에 눈물점도 포인트였다. 그녀는 그러나 왈가닥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너무 많은 이성이 존재했다. 털털한 성격 덕분인지 다들 그녀를 좋아했다. 세훈과 만나는 한 달만에도 4명의 남자가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 세훈은 그런 그녀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애인이 이렇게나 인기가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되는 꼴이니까. 그러나 이 여자와 헤어지게 된 이유는 다름아니라 그 인기에서 비롯됐다. 바로 그 여자가 바람을 폈던 것이다. 세훈에게 절대 용서되지 않는 행동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람이었다. 세훈은 다른 남자의 볼에 키스를 하고 있는 여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뺨을 내려쳤다. 그리곤 곧바로 헤어졌다. 그 다음 사람은 정확히 그 바람 핀 여자가 헤어진 후 2개월 뒤 만났다. 이번엔 머리가 갈색에 웨이브가 넣어진 여자였다. 내가 그녀와 어떻게 헤어졌더라….
**
"허참, 진짜? 오세훈 걔는 그 동안 세명이랑 더 사귄거야?"
"놀랍냐."
"그래. 넌 오세훈이 그러는 동안 뭐 했냐. 아무도 안 사귀고?"
"그래. 넌 오세훈이 그러는 동안 뭐 했냐. 아무도 안 사귀고?"
"뭐했긴. 일했어."
준면은 그리 말하며 서류를 챙겼다. 몇 개의 종이를 쭉 읽던 경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준면에게 다가가 붙었다. 준면은 그런 경수가 귀찮아 떼어놓으려고 했으나 경수는 끈질기게 준면의 팔을 붙잡았다.
"오세훈 사겼던 여자들 다 예뻤냐?"
"내가 어떻게 알아. 듣기 싫어도 종대가 얘기해서 알게 된건데. 얼굴은 몰라."
"종대? 아아, 그 정보통? "
"걘 남의 연애사에 왜이리 관심이 많나 몰라."
"그래도 지금 다 기억하는 거 보니까. 너도 꽤 신경 쓰였나 봐?"
"아씨! 너 안 떨어져? 서류 들고 있잖아! 다 구겨진다!"
"아아, 미안. 그나저나 오세훈 그럼 6개월 동안 세명이나 갈아치웠다니 대단하다. 역시 얼굴이 잘생겨야 하나? 어떻게 꼬셨는지는 몰라? 비법 좀 알게."
"너. 백현이보다 말이 많은 거 알아?"
"아, 준면아! 알려줘 응?"
준면은 조금 뜸을 들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마지막 여자랑 어떻게 헤어진 것만 정확히 알아."
"아, 그딴 거 말고!"
그러나 준면은 경수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준면의 눈동자가 조금은 서글프게 변했다. 구겨지지 않게 잘 잡고 있던 서류 종이를 자신도 모르게 구기고 있었다. 종이가 구겨진 부분을 한참 바라보다가 준면은 힘들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오세훈한테 진짜 사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헤어졌데."
준면의 말에 경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넋을 놓고 있는 경수를 내버려 두고 준면은 바삐 걸음을 했다. 경수는 준면이 멀어지고 나서야 급하게 준면에게 달려갔으나 준면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사라진 후 였다. 경수는 조금은 뾰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한편, 엘레베이터 안에서 준면은 한쪽 벽면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
사실 마지막 여자가 한 말은 준면과 세훈의 헤어진 이유이기도 했다. 세훈은 세번째 여자가 했던 말을 준면에게 내뱉었다. 형, 나는 형이 날 좋아하긴 하나 생각이 들어. 나만 노력한다는 생각에 힘들어. 그 말에 준면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할 소리. 나야말로 그래. 준면은 그리 말했고 세훈은 탄식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곤 그럼 우리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라며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준면은 세훈이 가고 나서 커피향이 그제야 맡아졌다. 여기 원두 뭐 써요? 준면의 질문에 아르바이트생은 어깨만 으쓱였다.
엘레베이터가 띵하고 1층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엘레베이터 문을 열리자 준면은 성급하게 내렸다. 그리곤 걷다가 점차 빨라지더니 뛰기 시작했다. 볼을 스쳐가는 겨울 바람이 매섭게 느껴졌다. 준면은 서류가 구겨지는 것도 상관 없는 듯 했다. 준면은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가서 잠을 청하고 싶었다. 졸음이 오는 것이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
"너희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알아."
"근데 왜 헤어졌니. 아무것도 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러게."
종인은 조금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퇴근하고 집에 잠깐 들리라고 해서 들렸는데 친구는 푸념만 내려놓지 않나 자신은 얼른 집에 가야하는데 맥주를 주며 한잔만 마시라고 하지 않나. 종인은 결국 오세훈이 불쌍해서 오세훈의 집에서 땅콩이나 까먹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 저것 조언도 해주고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나 답은 하나에 불과했기에 답답해졌다. 종인은 마지막 남은 땅콩을 다시 까먹으며 말했다.
"그럼 다시 사겨서 최선을 다해. 그랬는데도 헤어지면 인연이 아닌거고. "
"그게 말이 쉽지."
"그래서 시도는 해보고?"
"아니."
"거봐."
종인은 맥주를 입에 털어 넣다가 빈 것을 깨닫고 쩝쩝 입맛을 다셨다. 그리곤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훈은 그런 종인에게 가려고? 라고 물었고 종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켓을 챙겼다. 세훈은 그런 종인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종인은 앉아서 신발에 발을 구겨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훈의 어깨를 퍽퍽 쳐대며 싱긋 웃었다. 종인은 워낙 술을 못하기 때문에 벌써 볼언저리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형님은 갈게."
"그래, 잘가."
"그리고 한번은 붙잡아봐."
종인이 그리 말하며 현관문을 나섰다. 그리고 나서 세훈은 다시 거실 안으로 들어와 적막감을 맞이했다. 종인은 항상 옳은 말을 하고자 했고 그것이 세훈에게 큰 도움을 줬지만 지금만은 종인의 말을 선뜻 따르지 못했다. 인간의 관계에 옳은 것은 어쩌면 없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진짜 말은 쉽지."
세훈은 자신의 맥주캔을 짤짤 흔들어봤다. 맥주가 조금 남겨있었지만 세훈은 그냥 버리기로 하고 어지러진 거실을 부산스레 치우기 시작했다. 땅콩껍질을 손에 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세훈이 그리 바삐 움직이다가 맥주캔을 놓쳤다. 그러자 조금 남아있던 맥주가 서랍장 밑으로 흘러들어갔다. 세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서랍 밑 바닥까지 닦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주춤거렸다. 세훈은 허리를 더욱 숙여 그 무언가를 집었다. 목걸이였다.
"아."
김준면의 목걸이였다. 처음 연애를 하고 사준 선물. 어찌 모양새를 잊어버릴 수 있을까. 단정해보이는 모습과 달리 반전으로 다소 덤벙거리는 김준면은 이상하게 세훈이 주는 물건은 곧 잘 잊어버렸다. 그래서 그것이 무척이나 서운했다. 자신이 주는 물건만 쏙 골라서 잊어버려서 자신의 선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것의 서운함이 더욱 커져서 헤어짐을 낳게 됐다.
"여기에 있었네."
더구다나 목걸이는 잊어버릴 그럴 물건이 아니였다. 목에 걸치기만 하면 되고 잘 빼지도 않으면 됐다. 그런데 준면은 그것을 사주고 일주일 후 잊어버렸다. 그때 준면의 말로는 자꾸 목걸이에 목도리가 걸려서 빼다가 잊어버렸다고 했다. 준면은 발을 동동 구르며 세훈의 눈치를 봤었고 세훈은 고요하게 준면을 바라봤었다.
"버려야 하나."
세훈은 목걸이를 가만히 들여다 바라봤다. 은색의 반짝이는 목걸이는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였다.
**
"카페라떼 레귤러 한 잔이요."
아르바이트생은 조금은 주춤 주춤 거리며 자꾸만 준면의 뒤를 바라봤다. 준면은 다시 한 번 주문을 읊었다. 그러자 아르바이트생은 정신을 차린 듯 주문을 받았다. 준면이 돈을 건네고 거스름돈을 받고 나서 뒤를 돌았다. 준면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준면의 시선 끝에는 준면처럼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세훈이 있었다. 세훈은 갈색 피코트 안에 들어있는 준면의 목걸이를 만지작 거렸다. 버리려고 했으나 버리지 못하고 주머니 안에 마치 습관처럼 넣어버렸다. 그리고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손에 잡히는 금속 물체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세훈은 잠시 숨을 멈췄다.
"잘…지냈어?"
준면의 말에 세훈은 탁하고 숨을 내쉬었다.
"넌?"
"어?"
"넌 잘 지냈냐."
세훈이 되려 질문해오자 준면은 아무 말 않고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세훈은 그런 준면의 움직임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자신도 준면의 앞에 앉았다. 그 자리는 세훈과 준면이 헤어졌던 그 곳이었다. 그 자리 그 곳에. 시간만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잘은 지냈어."
"그래."
"백현이가 그랬어. 나한테. 넌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냐고."
"……"
"근데 티가 나야 되는 건가."
"……"
"잘은 지냈을 거야. 아마. 남들이 보기엔. 잘 먹고. 잘 웃고 잘 보고 지냈으니까."
"…그래."
준면의 말이 끝나자 세훈은 주머니에 있던 목걸이를 느릿하게 꺼냈다. 준면은 세훈의 손에 걸쳐진 목걸이를 바라봤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준면은 손으로 입을 턱 하고 가렸다. 그리고 조금은 거칠어진 숨을 가라 앉히려고 했다.
"네 거야."
"……"
"김준면. 네 거야."
세훈은 테이블 위에 목걸이를 올려놨다. 준면은 세훈의 손에 떠난 목걸이를 한참 바라봤다. 아직은 녹이 슬지 않는 목걸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준면은 그것은 손에 들어 목에 걸려고 했다. 그러나 목걸이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고리가 자꾸만 엇갈려 준면은 더욱 서글퍼졌다. 세훈은 한숨을 쉬더니 준면의 옆자리에 앉아서 목걸이를 빼앗아 다시 자신이 걸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준면에게 세훈의 내음이 훅하고 끼쳐왔다. 은은했던 그의 바디로션 냄새가 준면의 코끝을 찌르자 준면은 자신도 모르게 세훈의 코트자락을 손으로 붙잡았다. 세훈이 목걸이를 다 걸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코트를 붙잡은 손에 의해 다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준면과 세훈의 시선이 교차됐다. 그들의 시선에는 당혹감이 물들었다.
"미안."
"아냐. 나도 사실 여기에 앉고 싶었어."
"……"
준면이 붙잡은 코트에서 손을 떼려고 하자 세훈은 급히 준면의 손을 잡았다. 준면은 다시 한 번 화들짝 놀랐다.
"준면아."
"어?"
세훈은 준면의 이름을 부르고 가만히 준면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준면은 그런 세훈의 시선에 마치 키스를 하고 있다고 착각에 빠질 것 같았다. 입을 마주하고 있지 않지만 그의 시선은 온전히 자신을 옭아메고 있었으니까. 세훈이 점차 준면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었다. 마치 키스를 할 것처럼. 그러나 준면은 두 눈을 감지 않았다. 물론 세훈도 마찬가지 였다. 세훈은 키스 대신 자신의 이마에 준면의 이마를 맞댔다. 그의 눈동자에는 이젠 준면의 눈동자 뿐이었다.
"다시 시작하자고 말 안 할게."
세훈의 숨결이 준면의 입가에 닿았다.
"잘해준다고도 말 못해. 근데."
"근데?"
"그냥 우리만 있는 것처럼 살자."
준면은 긍정하지 않았다.다만 세훈의 콧등에 입을 맞췄다. 준면은 생각했다. 이것보다 더한 고백은 없다고.
-
어후, 너무 늦은 듯한 결말이네요. 그리고 너무 성급하게 끝을 맺은 듯한 기분이 드네요 ㅠㅠ 많이 아쉬워요.
그렇지만 세훈이랑 준면이 영원 아닌 영원을 약속한 것으로 만족할래요. 그들은 평범했지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이 되네요.
이 글이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다가서길 바랍니다. 아, 텍스트로 보실 분들을 위해서 1편 2편을 묶어서 텍스트 파일로 준비했어요. 근데 텍스트 파일을 누가 가져가시긴 할지..ㅋㅋㅋ 아 만약 텍스트 파일이 다운로드가 안되시면 메일 써주세요.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