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라고 말하는건 너무 오그라든다. 내꺼라는 말도 우습고. 그냥 내 사람. 언제나 전화를 하면 바로 달려오고. 외로울때 문자를 보내면 누구보다 빠르게 답장을 보내는 사람. 엄청 아플때면 보고 싶고. 이상하게 감정적이 밤이 되면 인정하기 싫지만 보고 싶은 사람. 그래 그 인간은 나에게 딱 그런 정도의 의미다. 언제든 내가 부르면 튀어와야 되고 그게 당연한 사람.
“콩콩콩콩~”
“아 찌끄러”
“시끄럽다는 거냐 찌그러져 있으라는 거냐?”
또또 이런 식이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잘 알면서 저렇게 꼭 놀린다. 10년째 어째 인간이 발전이 없냐? 성장도 없고. 말없이 노려보는 나를 보고 실실 쪼개며 왜에 아침 댓바람부터 너무 인상 쓰는거 아니냐? 눈 뜨자마자 너 보여서 좋은데. 어느정신에서 튀어나온 말인지 귓 구멍에 소름에 돋는 말을 하는 임대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이빨닫고 빨리 기어 나와. 아침이야.
내가 왜 저 인간 아침 수발을 들고 있는가? 진지한 고찰을 하며 아침 상을 차린다. 나 좋다고 쫒아다니는건 분명 저 인간인데 왜 내가 이런 수고를 하고 있는거지? 하아아아암 늘어지는 하품과 함께 제멋대로 뻐친 머리를 하고 밖으로 나와 당연하게 아침식탁에 앉는다. 탁 소리가 나게 밥그릇을 올려놓는다. 아... 좋다. 혼자 사는거 다 좋은데 밥 차려 먹는거 너무 귀찮잖아. 그래서 그런데 콩 우리 같이 살까? 응? 아침부터 염병을 떨고 있다.
“나 부려머글려고? 헛소리 하지마.”
“응 콩 부려머글려고. 열심히 부려머거야지~”
“이씨! 발음 가지고 놀리지 말라고 했찌?!”
“애교 부르는 거야? 그래~ 그랬었찌~”
아저씨 되더니 능글맞음이 배로 업그레이드 되간다. 어릴때는 알맹이는 저래도 적어도 포장지는 빳빳하니 괜찮았다고. 그랬으니 CF씩이나 찍고 돌아댕겼지. 내 생각에 그렇게 인기 많았던건 얼굴 빨도 있었어. 근데 지금은 아니라 이거지. 해를 거듭할 수록 얼굴로 양옆으로 커지고 말이야. 어지간히 놀려 먹어라? 더는 귀엽다고 그냥 안 넘긴다? 국자를 휘두르며 경고를 하지만 들은척 만척 경고를 내 손에서 뺏고 자고 일어나서 물 한잔 안 마신 텁텁한 주둥이를 청결한 내 입술에 박치기 하며 아침부터 왜이렇게 귀엽냐? 헛소리 장전이다.
“미친놈.”
“그래. 이거지. 아침에 너 욕을 안 들으면 상쾌하지가 않다니까”
“변태가 분명해 저건.”
“그럼 변태니까 콩 따위가 좋다고 이러고 있는 거지. 너도 알잖아 나 잘나갈 때 인기 많았던거. 아직도 통하고 있고. 네 입으로 어제 그랬잖아 사람들이 나보고 ‘꽃’이라고 한다고”
.....말을 말자 말을 말아. 말을 섞을 생각을 한 내가 미친놈이지. 꽃은 개뿔 생태계에 너 같이 머리 큰 꽃 있을 리가 없어 너무 커서 살아남지를 못해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니까 태양 빛을 못 봤을 거라고. 꿍얼거리는 내 말에 콩 너 개그맨 할생각 없냐? 네 발음에 분명 흥할껄? 껄껄껄 웃는다.
그래 많은 사람들이 테란의 황제니 뭐니 떠받들며 찬양에 마지 않는 테란의 황제는 이런 실없는 놈이다. 현역 시절부터 까발려 주고 싶었다 머저리같은 실제 모습을. 하긴 이해할수 없는 사람들은 이런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줘봐야 귀엽다느니 뭐라니 난 이해할수 없는 반응을 보이겠지. 지금 지니어스속 임대갈을 귀엽다, 꽃병풍이다 하는 사람들 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인간이... 멋있어 보이는 순간이.. 있긴 있다. 시끄럽게 떠들어 데는 임대갈의 말을 한귀로 흘리며 핸드폰을 들어 지니어스 게임에 대한 반응을 살핀다. 많은 사람들의 반응중 ‘황제 드디어 각성’이란 게시글이 보인다. 황제는 개뿔.. 중얼거리며 내용을 살핀다. 데스메치에서 게임 내용을 확인하고 눈을 반짝이던 임대갈의 모습이 캡쳐 되어있다. 그 밑에 섹시해 죽겠네 역시 임요환이지 하는 반응들이 달려있다. 귀엽다 꽃병풍이다 라는 말은 인정 못한다. 그래도 이건 인정한다.
“섹시하긴 하지”
이럴때. 어딘가에 몰두해 눈을 반짝이는 순간. 그리고 모든 게임이 끝난후 웃을 때는 그 아방한 웃음마져 어쩐지... 빛나 보인다. 젠장. 정말 짜증나는 인간이라니까.. 조용히 말했는데, 머리가 커서 그런지 귀가 좋은 임대갈은 내 말을 들은듯 응 뭐? 나 뭐하다고 라고 묻는다.
“아저씨 같다고 그만 좀 먹어. 나날이 머리가 커지고 있잖아. 거기에 배까지 나오면 그거 ET야 ET”
“걱정마 난 키가 너보단 크잖아.”
......이보세요 내일모래 몇 살이세요? 이러니 게임 안에서 질질 끌려 다니기나 하지. 끌끌 혀를 차고 일어나 식탁을 치운다. 뒤에서 묵직한게 턱 달라 붙는다. 아 뭐야 떨어져~ 어제부터 진짜.
“진호야. 나 어제 체력 보충했는데.”
어제 뭔가 좀 하나 싶더니 임대갈은... 예고 대로 중간에 그냥 잠들었다. 내가 얼마나 허탈했는지 알아? 혼자 화장실에 간 참담함을 아냐고. 아 됐다 그래. 체력 보충했는데 뭐 어쩌라고? 아침 댓바람부터 뭐하게?
“오늘 일요일이잖아. 어디 갈대 없잖아 응?”
귓가에 느끼하게 속삭인다. 미친놈. 갈대 없어도 너가 이렇게 찝쩍거리면 갈대 만들거야. 잡아든 핸드폰을 내손에서 뺏어 들고 손을 쭉 뻗어 올린다. 이씨 야 안내놔? 빨리 내놔! 치욕적으로 까치발까지 든 내 모습을 보고 낄낄 거리더니 저 만치로 집어 던진다.
“야! 저거 아직 약정 안끝...”
불쑥 목뒤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춘다.
“너 신경 날카로워서 눈치 본다고 너무 오래 내외했어 우리. 너 얼마나 섹시한줄 아냐 게임에 몰두 할 때? 촬영 할 때마다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다고”
“참긴 뭘 참아. 아침부터 끈적 거리지 말고 빨리 꺼져.”
“근데 문제는 말이야. 그 섹시한 모습을 나만 알았는데 요즘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이거지.”
말하면서.... 내 허리에 다리를 두르고 대롱대롱 매달린다. 임대갈 이 미친 놈이. 야 안떨어져?! 가뜩이나 작은 키 더 쪼그라 드는거 보고 싶냐 방금 샤워를 끝낸 강아지 마냥 온몸을 흔든다. 비틀비틀 거리다 견디지 못하고 결국 거실 한복판에 쓰러진다. 이 미친놈 때문에 거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서 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죽는구나 했는데... 아무 느낌이 없다. 눈을 뜨니 임대갈이 보인다. 임대갈의 손은 내 뒷통수를 감싸고 있다. 다른 한손은 슬금 슬금 옷 속에 들어온다.
“야. 거질이야 미친놈아”
“그래~ 거질이지.”
...당황해서 빌어먹을 발음을 수습할 수가 없다. 또 발음으로 놀려 대며 실실 거리는 놈을 노려본다.
“방으로 가면 될까? 진호야 홍진호~ 넌 괜찮냐? 어젯밤 보니까 너도 많이 참은 것 같...”
그래 많이 참았지.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한동안 용서 안해주려고 했는데. 임대갈이 한말중에 그 부분은 동감하니까. 무언가에 집중할 때 섹시해 보인다는거. 그동안 내가 그렇게 보였다는 말이 듣기 싫진 않았다. 이 인간 인내심 부족한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몰라.
“앞으로 계속 우리집 오고 싶으면.”
“싶으면?”
“게임에 집중좀 해봐”
내가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섹시한 눈빛좀 보내보라고.
------------------------------------------
지니어스를 보고 이 두 아저씨에 빠져서... 가끔 이렇게 썰을 가져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번째 썰 보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했습니다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