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에피소드 위주라 순서가 뒤죽박죽입니다.
임이 포커플레이어로 전향하던 시기의 에피소드입니다.
“콜록 콜록”
어제 저녁 임대갈이 내 목소리를 듣더니 그랬다. 너 감기 오는거 아니냐? 라고. 그때까지 내 상태는 매우 양호했기 때문에 무슨 헛소리야. 웃어 넘겼다. 최근 포커플레이어로 전향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임대갈은 바빴다. 나 내일 계약 때문에 정신 없어서 하루 종일 연락 못할지도 몰라 괜찮겠어? 라는 말에 내 몸 상태 하나 몰랐던 둔한 나는 괜찮으니까 계약이나 똑바로 하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누가 물파스라도 칠한 듯 눈이 시리고 뼈마디가 아리다. 추웠다가 더웠다가 체온은 오락 가락 한다.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이불을 돌돌 말았다가 다시 차 던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식은땀이 흘러나와 옷에 스며들어 이불을 덮지 않으면 오들오들 떨려온다. ...임대갈... 대갈아.... 요환이형... 맨 정신으로는 절대 안할 보고 싶다 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 정도로 몸 상태가 최악이다. 뭐라고 먹어야 되는 건데 자리에서 일어나면 머리가 핑도니... 임대갈은 이런 내 상태를 어떻게 미리 안거지? 계속 고민한다. 전화를 해? 말아? 해? 말아? 그래봐야 결론은 하지 말자지만. 잠이 최고지.. 잠이나 퍼자자. 눈을 감아보지만.. 점점 허리와 머리가 아파온다.
평소에 죽어라고 안 통하는 텔레파시가 통한걸까? 임대갈 전용 벨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순간 눈물이 핑돈건 아파서인지 반가워서 인지 내가 한심해서 인지 모르겠다. 더듬 더듬 손을 뻗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별로 좋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목소리가 꿀처럼 귀에 착착 감긴다. 요환이 형.... 이라고 애절하게 말할뻔 했다. 크흠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다행이 착 가라앉았을 뿐 쉰 소리는 나가지 않는다.
“이제 일어난거냐? 몸은 괜찮아?”
안괜찮아
“어제 갠찬따고 해짜나”
핸드폰 너머에서 픽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와.. 그것도 반갑고 좋아. 나 정말 아프구나.
“그래 어제 갠찬따고 해찌. 정말이지?”
“응. 어제 바쁠꺼라고 했던 인간이. 거 다 거짓말이였어?”
평소라면 내 발음을 걸고 넘어지는 형에게 뭐라고 틱틱 거렸겠지만 그럴 기력도 없고 지금은 그거에 기분 나쁘지도 않다. 오히려 반가워서. 섬세하지 못한 임대갈은 그걸 못느낀 모양이었다.
“야 지금 쎄 빠지게 바쁘거든?”
“요환씨~”
“네! 잠시만요. 미안 끊어야 겠다. 내일도 잘하면 못갈 것 같으니까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고 든든히 먹고 있어.”
“미친놈 내가 애냐? 알았으니까 마무리나 잘해”
“오냐.”
솔직히 오냐라고 끊을게 아니라 거짓말 하지마 너 아프지? 라고 말해주길 바랬는지 모르겠다. 뚜뚜 끊긴 신호음에 짜증이 난걸 보면. 머리 좋은 척 눈치 빠른 척 하면서 이거 하나 못 맞추냐? 내 입으로 괜찮다고 말했던 주제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 핸드폰을 집어 던지고 이불을 걷어찼다. 바로 오한이 밀려와서 바로 잡아 당겨 이불을 덮었지만. 한편으론 그런 기대를 했다. 이 모든게 연기일지 모른다. 내가 이렇게 실망하고 있는 순간 짜잔 하고 나타나는 거다. 멋진 척 하고 싶어서 모른 척 하고 짠 하고 죽과 약과 함께 나타나는 거지.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잠이 들었다.
“진호야”
잠결에 요환이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손의 온기가 느껴졌고.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런 콩 같은 놈 으이그 이럴줄 알았다 내가. 아니라고 하더니 어떻게 넌 네 몸 상태도 제대로 모르냐?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자 일어나 죽 먹자 어? 내가 먹여주랴?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러려고 너가 그런게 맞았어. 눈을 떠야 되는데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순간 접착제로 붙인 것 마냥 요지 부동.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귓가에 진호야. 홍진호. 으이그. 조금만 기다려봐 밖에 가서 약사와야 겠다. 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가면 안돼 여기 있어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콜록콜록”
내 눈에 보이는건 인기척 없는 깜깜한 내 방. 아.... 꿈이었어? 하... 허탈함이 밀려든다. 공허한 방안에 콜록 콜록 뭐가 튀어나갈 듯한 내 기침소리가 가득 찬다. 처음에 우렁차게 시작했던 소리가 잦아든다. 멈추고 싶은게 제멋대로 나가는 기침에 몸을 맞긴 기분. 고장난 차가 그르렁그르렁 흔들리는 것 같다. 아 썅. 입에서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간다. 하아.. 하아. 고작 기침을 했을 뿐인데 목안이 다 찢긴 것 같다.
골골골 거리며 이불을 돌돌 말고 밖으로 나간다. 뭐라도 안 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순간 머리가 핑 돌아서 쇼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시바아아아아알 시원하게 욕이라도 하면 속이 풀릴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어야지. 방안에서 익숙한 벨소리가 들린다. 괜한 고집으로 받지 않는다. 이번엔 집전화가 울린다. 시발. 내가 받나 봐라. 꺼져 임요환 둔한 새끼 나 아프기 전에는 아플 것 같다고 귀신같이 맞춘 새끼가 정작 아플땐 왜 모르는데? 알면서도 생까는거 아냐? 이 나이에 이 무슨 생때냐 하겠지만 아프면 나이고 뭐고 세상만사가 다 꼬여 보이는 법이다.
“홍진호”
“뭐”
적당히 안 받으면 포기 할 것이지 짜증 날정도로 전화를 걸어 대길래 어쩔 수 없이 받는다.
“너 목소리 왜 그래?”
“아 몰라. 아파 아파죽겠어 됐냐? 남이사 혼자 알아 죽든 말든 계약이나 잘 마무리 하셔”
뚝. 전화를 끊고. 약 한 시간 동안 그 아픈 몸으로 삽질을 했다. 미친놈 나이가 몇이냐? 그렇게 꼬장 부리고 싶든? 쯧쯧 한심한 새끼. 그래 한심한거 아는데 그래도 아프잖아. 혼자 살면 아플 때 제일 서럽다더니. 나 좋다는 놈이 이럴 때 나타나면 좀 좋아? 봐봐 내가 전화한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오는거. tv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들이 여자주인공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중요한 회의를 내팽게치고 뛰쳐 나가는걸 보고 미친 놈들.. 저게 말이 돼냐? 저 저 책임감 없는 것들 욕 했던 주제에 이러고 있다. 너 왜 이러냐?
“진호야!”
쇼파에서 한참 삽질을 하다 언 듯 선잠이 들었던 것 같다. 요환이 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에라 또 환청이겠지. 무시하려는 내 몸이 들린다. 부드럽게 등에 침대가 닿고. 이마 위에 따듯한 손이 닿는다. 코끝엔 익숙한 냄새가 맴돈다. 또 눈을 뜨면 그 꿈처럼 사라질까봐 이마에 닿은 손을 조심히 잡는다.
“..진짜 임요환이야?”
“그럼 누구 다른 놈 불렀냐?”
임요환이 확실하다는걸 알면서도 눈을 못 뜨겠다. 쪽팔리게 눈에 뭐가 낀 것 같아서. 손을 치우고 돌아 눕는다.
“야. 잠깐. 열 좀 재게”
“아 됐어”
“돼긴 뭐가 돼 목소리고 완전 가고 열도 심한 것 같은데”
“됐다고.”
반가운데, 반갑다고 못하고 쪽팔리고 민망해서 몸 둘바를 모른다. 와... 나이 들면 점점 몸이 제어를 벗어난다더니. 너 아직 팔팔하거든 홍진호? 참아야 한다. 안 그럼 평생 놀림거리가 될 거다. 네 나이를 생각해라.. 나이를 생각..
“진호야.”
“....”
“홍진호. 미안. 최대한 빨리 오려고 했는데. 그게 어렵더라. 많이 힘들었지? 좀만 화 풀고. 정 나 보기 싫으면 그러고 가만히 있어. 체온잰다?”
귀에 체온계가 들어오는게 느껴진다.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아.. 역시 열 높네.. 병원 가야 될 것 같은데.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게 느껴진다. 반사적으로 형을 잡는다. 눈을 번쩍 뜨는 바람에 꾹꾹 열심히 누루고 있던 것들이 주루룩 흐른다. 아 쪽팔려. 팔로 얼굴을 가리고. 아니야. 가 나가. 말한다. 아.. 임대갈 본 것 같은데. 분명 또 놀리겠지?
“너 뭐 먹었어?”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형은 못 본 것처럼 묻는다.
“아니”
“잠깐 기다려 그럴 줄 알고 죽 사왔어.”
밖으로 나간다. 안으로 들어온 형은 말없이 죽을 떠먹여 준다. 배는 무지 고픈데. 자꾸 주책 맞게 눈물이 나서 더는 못 먹고 됐어. 말한다. 이거 진짜 임요환 맞아? 내가 계속 우는데.. 왜 안 놀리지? 살짝 눈치를 본다. 나와 눈이 마주친 형은 픽 웃으며 으이그. 콩콩콩콩콩! 말하며 꾹 안고 이불속으로 들어와 등을 쓸어준다.
“..아 나가 감기 옮아”
“괜찮아. 계약 다 끝났어. 중요한 일도 다 끝났겠다 이참에 같이 앓아눕지 뭐.”
평소처럼 가벼운 말을 하는데도 다정하게 들린다. 몸이 아파서 그런가..? 툭툭. 형이 손이 두드리는 소리에 맞춰 찔끔 찔끔 눈물이 흐른다. 형은 진호야. 미안. 이라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아.. 뭐가.. 뭐가 미안한데. 됐어. 시끄러. 나가라니까 나중에 아프다고 골골 거리면서 나 구박하려고 그러지?”
“그래. 구박하려고 그런다.”
말하면서 분명 잠과 눈물이 범벅이 돼서 퉁퉁 불었을 내 얼굴을 양손으로 들어 올린다. 엄지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씩 웃는다. 안심이 된다. 평소에 실없다며 욕했던 미소를 보면서. 한번 자고 병원 갔다 오자. 내가 왜 우는지 묻지 않고 그렇게만 말한다. 순순히 고개를 주억 거린다. 좀 자고 있어. 말하며 이불 밖으로 나간다. 나가라고 했던건 나면서 옷자락을 움켜쥐고 어디가? 묻는다. 형은 너 옷 다 젖었잖아. 갈아입자. 기다려. 말하며 옷을 꺼내온다. 그리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뽀송한 옷으로 갈아 입혀준다. 그러면서 미안 진작 알았어야 됐는데. 내가 이런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잘 몰라.
“됐어. 왔잖아. 그럼 됐어”
세상 사람들 중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척하면 척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이제야 형 눈 밑에 다크 써클이 보인다. 계약은. 오늘도 못 온다고 했던 사람이 이 시간에 온거 보면 분명 뭔가 무리를 했다는 거다. 이제야 시간을 확인한다. 벌써 새벽 네시. 시간이 얼마나 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형은 넥타이를 끌어 내리고 팔을 비비 돌리며 말한다. 초고속으로 해결하고 왔지. 나 능력자잖아. 아.. 피곤하다. 꾸물꾸물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온다.
“....옮는다니까? 그냥 집에 가서 자”
“됐어. 너 이렇게 두고 가라고? 괜찮으니까 자. 아파도 너 다 났고 아플테니까.”
이 인간이 이렇게 나올지 난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바로 잠들었지. 다음날 일어나서 병원에 갔다 오고 내가 다 났고 나서도 형은 그날 내가 보인 추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이럴 때 보면.. 나보다 형은 형이구나 세삼 자각한다. 그날 내가 생각해도 나 많이 꼴불견이었는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정신없이 일하는 와중에도 같이 저녁을 먹자며 부엌을 오자는 형을 턱을 괴고 멍하게 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고마워.”
“뭐?”
“저거. 넘친다고 너 솔직히 말해 우리 집 불내러 온 거지?”
“어어어어?! 언제 끓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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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정 임과 퉁퉁거리며 투정부리는 콩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거 쓰고 자고일어났더니 콩이 까이고있어서 심쿵
ㅠㅠㅠㅠ
콩까지 않았으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격했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이번편도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