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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짤이 화면 한쪽으로 쏠리는데 저도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 추천 BGM : 해를 품은달ost - 은월각 〈
복잡함 미연 방지를 위해 꼭! 읽어주세요^^* ( 애첩 세계관 ) |
애첩 (愛妾)
; 사랑하는 첩.
" 그것은 절대로 아니되옵니다! "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
" 황후를 맞으신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사옵니다! "
" 이것은 황후마마의 안위를 위협하는 일이옵니다! "
자신이 예상했던 모습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대신들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정국이었다. 어쩜 과인의 생각하는 반응과 한치도 다를 것이 없소. 정국은 신하들을 꾸짖었다. 윤씨를 필두로 그의 세력들은 전혀 물러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정국의 귓구멍을 강타하는 외침들에 머릴 괴고 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좋았던 기분이 점점 가라앉음을 느낀 정국은 이 일로는 더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으니 물러가라 명령했다. 제 딴에서는 나름의 강경한 의사표현이었다. 후궁을 들일 것이라는. 허나 그것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은 듯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편전 앞에 온 신하들이 거적을 깔고 고개를 조아린 채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목청들이 어찌나 좋은지 궐 안에 숨겨져 있는 이에게도 들릴까 조마조마한 정도였다. 해가 다 질 무렵 월연(月戀)당으로 향하며 정국은 밤낮을 모르는 신하들을 보며 자신이 요즘 꽤나 유하게 대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였다. 정국의 피의 군주로 불리었다. 보통 국력을 결정짓는 것은 영토의 규모, 군사력 등의 것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휘(暉)국이 주변 나라들을 굴복시키고 태평성대를 이루는 강국이 된 것은 십의 구는 정국의 탓이 컷다.
어릴 적부터 비정상적일 정도로 힘이 유달리 세던 정국이었다. 그렇기에 전장에서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그 맨 앞에는 정국이 있었다. 자신의 몸보다 더 길고 날카로운 칼로 인정사정없이 숨통을 끊었다. 언젠가 꿈에서 자신이 벤 시체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잠겨버릴 정도로. 어쩌면 자신의 힘을 조절을 못한다는 게 맞는 표현이었다. 항상 자신이 정신을 잃고 며칠은 고열과 구토로 꼬박 앓아 진을 다 빼놔야만 했다. 그래서 마침 정국은 항상 들어본 적이 없는 아군들의 함성소리를 상상하는 중이었다. 그 상상 속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최내관이었다. 자신의 말을 듣냐 물어오는 최내관에 정국은 못들었다며 다시 말해달라 했다.
"매(魅)국에서 볼모가 왔다 하옵니다. "
" ...그래. 어떠한 자라고 하던가? "
" 막내 황자라 하옵니다. 그 형제들은 모두 혼인을 하여 자진을 했답니다. "
" 내 또래의 사내일텐데 어찌 아직까지 혼사를 미룬 것이라던가. "
" 그것까지 상세히 알진 못하옵니다. 당도한지 얼마 안되었다고 합니다. 가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 가보긴 해봐야지... "
정국은 방향을 꺾어야 하는 모퉁이에서 갈등했다. 왼쪽으로 간다면 월연당인데. 오늘 밤에도 꼭 찾아간다 일러두었는데... 정국은 할 수 없이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월연당엔 오늘은 일이 바빠 못간다고 일러두어라. 그 말에 정국의 뒤를 따르던 궁녀 몇 명이 뒤로 돌아 발걸음을 보채며 걸어갔다. 수많은 주변국들에게 항복을 받아냈지만 마지막까지 꽤 애를 먹었던 나라가 하나 있었다. 매(魅)국이었다. 앞으로는 드넓은 바다를 뒤 쪽으론 가파른 산맥에 둘러쌓인 나라라서 전쟁을 함에 있어서 진땀을 뺐다. 지기 싫어하는 정국의 성격덕분에 어떻게든 항복을 받아냈지만 언제고 다시 반기를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말이 항복이지 사실상 휴전하기를 약속했던 나라였다. 그래도 관계적으로 휘(暉)국이 우위에 있었기에 볼모로 황자를 내어줄 것을 요구했었다. 장소에 다다르자 옷차림마냥 화려한 생김새를 가진 남자가 정국을 반겼다. 마치 오래본 동무마냥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없이 환히 웃으며 대하는 남자에 정국은 단숨에 피곤함을 느꼈다.
ㅡ
" 딱 한번만 해주세요. 네? "
" 지난 번에도 마지막이라면서 해드렸지 않습니까... 절대! 안됩니다! "
" 진짜. 진짜로 이번이 마지막! 이제 다시는 부탁하지 않겠습니다. 제발요... "
" 아니, 글쎄 오늘은 아니된다니까요? "
" 왜 하필 오늘은 안되는건데요! 진짜로! "
소화와 말다툼을 하고 있다. 물론 내 잘못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따라 너무 단호한 소화의 태도에 당황스러웠다. 사정을 하며 한번만 해달라는 내 말에 소화는 오늘은 폐하께오서 지금 당장에라도 오실 수 있으니 그냥 가만히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저녁이었다. 요 며칠 밤이 늦어도 무조건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던 황제는 어제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못온다고 말해주었다. 황제가 바쁘단 것을 모르지 않은 나는 수긍했다. 그리고 오늘은 마침 하늘이 엄청나게 드높은 것이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항상 같은 풍경, 같은 일상만 반복되는 생활에 이골이 난 참이였다.
나는 사람들의 눈에 띄면 안된다고 몇 번이고 당부를 들어왔기에 궐 안을 산책하고 싶으면 소화와 잠시 옷을 바꿔입고 돌아다니곤 했다. 황제의 발길이 뜸했을 때 종종 했던 일이라 소화도 별 문제없이 흔쾌히 승낙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항상 오시던 황제가 어젯밤에 오질 않았으니 오늘은 어제 못본 것까지 두 배로 보시려고 한다며 말도 안되는 소리르 해대는 것이었다. 세상에 그런 억측이 어디있냐며 소화의 팔을 물고 늘어지자 자신이 모시던 황제이니 그러고도 남으실 분이라는 말에 골똘히 생각했다.
" 머리 굴리시는 거 다 보입니다! 아무리 말하셔도 아니되오니 이만 들어가시지요. "
" 그럼 딱! 일각(15분)만 다녀올게요. 그건 괜찮잖아요... "
온갖 불쌍한 척을 하며 소화를 바라보자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 때가 기회라고 생각하며 처소 안으로 소화의 등을 살살 밀어주며 갔다. 소화는 시간을 반드시 엄수해서 돌아오셔야 한다며 옷을 다 갈아입은 순간까지도 신신당부를 했다. 나는 굳은 의지를 다진 표정을 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십오분만 여기서 꼼짝 않고 있으면 제가 반드시 시간 지켜 돌아오겠습니다. 파이팅! 그러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 파이팅이 무슨 말이냐고 외치는 소화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힐끗 뒤를 돌아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곤 뛰다시피 걸었다. 그냥 막 가버리면 돌아오는 길을 잊어먹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주변을 살펴보았다. 일정하게 걸음을 뗄 때마다 신발코로 흙바닥을 비벼 흔적이 남게했다. 이렇게 해놓으면 돌아올 때 빨리 올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이 넓은 황궁에서 꽤 외진 곳인지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진 않았다. 근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내가 있는지도 모르고 바쁘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따라갔다. 그러자 내가 머물고 있는 곳보다 몇십배로 화려한 곳이 나왔다. 사람의 온기를 지닌듯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온갖 꽃들과 낯선 차림새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나는 그곳에 차마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한 채 멀리서 지켜봤다. 누가 있는 곳이길래 이렇게 활기를 띄는 걸까 생각했다. 그러다 내 어깨를 두드리는 누군가의 손길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았다.
" 야옹이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구나. "
" 깜짝아! ...누구세요? "
" 그것은 내가 물어야 할 말인데... 웬 도둑고양이 한마리가 남의 집을 염탐하고 있길래. "
" 아... 저는 그냥 지나가는 궁녀인데. 여기 원래 사람 많이 없는 곳인데 무슨 일인지 많길래, 그냥... "
" 사람이 없는 곳이면 많이 심심하겠구나. 나는 사람 많은 것이 좋은데... "
" ... 그나저나 진짜 누구십니까? 옷차림도 많이 낯선데. "
" 뭐... 이곳 사람이 아니니까. 그냥 잠깐 머물다 가는 나그네라고 생각하거라! "
" 아... 그럼 여기 사는 분이 혹시 그쪽...? "
낯선 남자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크고 넓은 곳에 묵는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은 아닐텐데. 저기 저 따라붙은 궁녀들이며 호위무사로 보이는 사람들의 머릿수를 세어보니 황제를 뒤따르는 사람들보다 많아보였다. 의심쩍은 눈초리로 남자를 흘기자 주변을 훑어보며 능청스럽게 뒷짐을 진 채로 휘파람을 불던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어깨를 으쓱였다. 대충 알겠다며 이만 가겠다고 남자를 지나쳐 가려고 하니 급하게 손목을 붙잡아오는 남자였다. 불에 데이기라도 한듯 찰나에 뜨거운 온도에 놀라 붙잡힌 손목을 빼 다른 손으로 뼈 부근을 살살 쓸며 무슨 할 말이 있냐며 남자를 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목소리를 큼큼 가다듬는 등 정신 사나운 짓을 해보였다. 그 행동에 눈길을 찌푸리자 남자는 악수 하자는 듯 왼손을 정중하게 내밀며 말했다.
" 내 이름은 김태형. 매(魅)국의 13황자니라. "
" 다른 나라... 황자... 황자? 그 황제 아들이라는 황자? "
" 뭐 그런 셈이지. 곧 있으면 아버지께선 물러나시겠지만. "
" 다른 나라 황자님이 여길 왜 옵니까? "
" 사정이 있어 여기에 머무르게 됐다. 뭐 언제까지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
" 아... 그렇구나... "
" ...넌 참 특이하구나. "
" 내가, 아니. 제가요? "
" 내가 매(魅)국의 황자인 것을 알면 다들 깜짝 놀라 머리를 조아리던데 넌 아주 태연하구나. 말도 슬쩍 놓기도 하고. "
" 그... 저도 조아릴까요? 머리... 저는 황자님 같은 분들이 오히려 익숙해서. "
내가 살고 있던 곳에서는 아무래도 황제같은 성격의 남자들보단 이 김태형이라는 남자들의 성격이 더 익숙한 편이였지? 그래서 별로 낯선 상대라고 인식이 되질 않았다. 되려 이런 사람이 더 스스럼없이 대하기 좋았다. 머리를 조아릴까 묻는 내 말에 황자는 두 손으로 저어보였다. 황자는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거마냥 대하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고 했다. 한 나라의 황자면 대단한 거 아닌가...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리자 황자는 극구부인을 해보였다. 황자보단 황제가 대단한 것이지. 내가 살던 곳에선 큰 형님이 아니면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시무룩해 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온 나는 황자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 같기도 해서 축 처진 힘내라며 황자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러자 황자는 퍼드득 뒤로 물러나며 여인은 함부로 손을 대는 게 아니라고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더군다나 나는 황자이니라! 대단한 사람인 것 마냥 대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한지 일분도 채 되지않은 것 같은데... 참 모순적인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황자 본인도 머쓱했는지 헛기침을 해댔다.
" 이제 네 얘기를 해주거라. "
" 제 얘기요? "
" 그래. 내 얘기는 방금 전까지 실컷 해주지 않았느냐. 처음 본 사이인데 어찌저찌 내 고민까지 말하게 되었으니... "
" 어... 하하? 시간이 어떻게 되었더라... 가봐야 할 것 같은데... "
" 어, 어? 요 놈 봐라. 먹고 튀려는 것이냐? "
" 에이, 황자님... 먹고 튀다니요? 진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서 가야합니다. "
급하게 뒤를 돌아서려 하자 이번엔 목깃이 잡혔다. 내 살에 제 손가락이 닿을까 염려되기라도 한 것인지 잡았다는 표현보단 집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일각 후에 돌아가기로 했다니까요! 잡힌 옷깃을 놓으려 아둥바둥거리자 뒷통수로 우렁찬 목소리가 박혀들었다. 누구와 약조한 것이냐! 나의 존재는 아무도 몰라야 했기에 커다랗게 소리치는 김태형이란 남자의 입을 급히 막았다. 그러자 입이 틀어막혀 읍읍거리는 소리를 낸 남자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에 알았다며 나의 오른팔을 툭툭 쳐보였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리 함부로 입을 막는 것이냐!"
"누구신지는 알지 못하오나 소인은 진정 가봐야 해서요. 오늘 만난 것은 비밀로 해주세요."
"네가 누군지 그것만 알려주면 비밀로 해주마."
여간 황소고집이 아닌 것 같은 남자에 한숨이 푹 나왔다. 어차피 이 곳에 나의 정체를 아는 것이 궐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낯선 이방인이니 그냥 눈 딱 감고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답답함이 섞인 한숨을 지어보이곤 입을 떼려 했다. 그러나 말을 하기도 전에 손목이 붙들려 뒷걸음질을 치게된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나는 내 손목을 잡아당긴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려 위를 올려다 보았다가 하마터면 그대로 자빠져 돌아가실 뻔했다.
"폐하...?"
"너가 왜 여기 있는 것이냐. 복장은 또 왜,"
"아. 그게..."
황제였다. 내 손목을 붙들어 자신의 뒤로 이끈 황제는 몸은 앞의 남자를 향해 있으나 고개만 옆으로 꺾어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선물해준 옷이 아닌 궁녀의 복장을 하고 있자 황제는 내 복장에 관해 물어보았다. 하지만 애초부터 내 대답이 중요한 게 아닌지 고개를 휘휘 저은 황제는 눈 앞의 남자에게 말했다.
"이 궁인과 어찌 아는 사이입니까."
"글쎄.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허면 어찌하여 같이 있습니까."
"나도 그것이 궁금하여 누구냐 물어보았는데 폐하께오서 낚아채가더이다."
남자는 황제가 붙잡은 내 팔목을 턱짓으로 가리키더니 말했다. 나는 아직까지도 황제가 정색을 할 때면 주변이 온통 얼어붙고 오금이 지릴 수준이던데 눈 앞의 남자는 어찌된 영문인지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잘도 대답했다. 황제는 그런 행동에 더 이상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그대로 나를 이끌고 뒤로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황제는 나지막히 철딱서니가 없는 사내로군, 하며 혀를 끌끌 찼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황제가 돌아서자마자 귀까지 걸려있던 입꼬리가 단박에 내려가더니 서늘한 눈매로 바뀌었다.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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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가해지는 악력이 더 없이 세지고 있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정말 손목이 골절될 것만 같았다. 차마 티는 내지 못했다. 앞으로 보이는 황제의 등판이 뿔난 황소마냥 들썩이고 있었다. 누가 보아다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은 모습에 잠자코 따라갔다. 다시 내가 머무는 곳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손목을 놓아주었다. 나는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세게 쥐였는지 곧 벌겋게 달아오르는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살살 주무르기도 했다. 그러나 내 손목을 놓은 황제는 곧장 가서 놀란 듯 한껏 커진 눈을 하고 있는 소화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가 무작정 뺨을 올려붙였다.
"...폐하!"
제법 둔탁한 소리가 주변으로 울려퍼졌다. 소화는 그 강한 힘에 몸이 저절로 돌아가선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곤 맞은 왼쪽 뺨을 부여잡고 황제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 아플 게 분명했다. 그 광경을 뒤늦게 인식한 나는 소스라치며 소화에게로 달려갔다. 아플 게 분명했는데도 신음소리 한번 내지를 못한 채 끅끅거리는 소화의 얼굴을 쥐곤 맞은 곳을 살펴보자 퉁퉁 부어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황제를 노려보았다.
"잘못했으면 날 치세요. 왜 애먼 궁인의 뺨을 때리십니까?"
"내 너에게 잘 모시라 그렇게 당부했거늘."
"송, 송구하옵니다. 폐하. 소인은 그저 아가씨께서 너무 나가시고 싶어 하시길래..."
황제는 내 말이 안들리는 사람처럼 굴었다. 소화의 대답에 다시 분노가 이는건지 손을 부들부들 떠는 황제를 보다 안되겠다 싶어 그 앞을 막고섰다. 내가 부탁한거라구요. 내가 나가고싶다고 했어요. 소화는 안된다는 거 제가 억지부려서 그런거라구요. 그 말에 황제는 헛웃음을 짓곤 나를 바라보며 큰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나는 그 행동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뺨에 느껴지는 고통은 하나도 없었다. 느리게 눈을 뜨자 황제는 손만 들어올린 그대로 나를 내려다볼 뿐 내려치진 않았다.
"내가 진짜 널 때리길 바라느냐."
"......"
"그래?"
황제의 물음에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순적이긴 하나 황제가 진짜로 날 때렸다면 섭섭함이 울컥 차올라 소화처럼 눈물을 흘렸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소화의 뺨을 친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것인지 황제는 말을 덧붙였다. 원래 죄라는 것은 말이다. 네가 직접 받는 것이 아니야. 황후가 죄를 지었다고 잡혀가겠느냐? 아니. 황후를 모시는 상궁들과 궁녀들이 먼저 끌려가 물고를 당하는 것이다. 그리곤 여전히 땅에 주저앉아 뺨을 감싸고 있는 소화를 향해 물었다.
"억울하더냐."
"...아니옵니다."
황제는 동행한 최내관과 상궁들에게 소화를 부축하여 데리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최내관은 후다닥 달려와 소화를 일으켜 문밖으로 사라졌다. 모두가 사라지고 둘만 남은 곳에서의 황제는 다른 이들과 있을 때의 근엄한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아까는 굳은 표정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는데 이번엔 또 안절부절 못하고 눈만 계속 굴려댔다. 뭔가를 망설여하는 듯한 움직임에 역시 나도 절로 어색해져버리고 말았다. 황제는 행동과 달리 한없이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너에게 기다리게 하지 않게한다 하여놓곤 어제 오지 못한 것이 내 마음에 걸려 부랴부랴 걸음했느니라. 헌데 기척도 나질 않고 조용한 것이 네가 없더구나. 그리하여 궐 곳곳을 돌아다니며 널찾았느니라. 근데 네가 매국의 황자와 있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내 마음같지 않았어.
"그냥 화가 났다. 나는 이리 네 걱정을 했는데 너는, 어찌 그 자와 그렇게 태평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단 말이냐."
"송구합니다. 저는 폐하께서 그렇게 하신 줄도 모르고 그냥 너무 답답해서..."
아무도 너의 존재를 모른다는 게 좋은 줄로만 알았지 이리 날 불안하게 만들줄이야. 황제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황제의 사정을 듣고 꽤 미안해진 나는 그저 입을 꾹 다문 채로 황제만 바라보았다. 앞으로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나와 가거라. 어린아이에게 무엇인가를 일러주듯 말한 황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바라보았다.
"...눈치가 없는 것인지."
"..."
"난 내 나름대로 티를 많이 냈다 생각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진정 아까 왜 그리 하였는지 모른단 말이냐."
나는 당신께오서 내가 얌전히 있길 바라온데 괜히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다 걱정을 끼쳐드린 것이 화가 나 그런 게 아니냐 물었다. 그러자 황제는 그게 아니라는 듯 인상을 한껏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황제는 답답해하며 허리춤에 손을 올리곤 허공을 바라보았다 깊이 숨을 내쉬더니 내게 한발짝 더 다가왔다. 주춤하며 물러서자 도로 한발짝을 다가온 황제는 바람때문에 관자놀이 부근에 붙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뒤로 넘겨주었다. 나는 그 손길이 닿는 곳마다 불에 데인듯 화르륵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너에게 일러주었지."
"......"
"내게 이뻐보일 이는 너밖에 없다, 그리 말해주었지 않느냐."
그 연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한결 부드러워진 음성이 고막으로 와닿았다. 얼핏 알 것도 같았으나 왠지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짖궃게도 모르겠노라 대답했다. 그러자 머리를 넘겨주던 손길은 점차 볼을 타고 내려왔다. 화상을 입은 듯한 통각이 선연했다.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볼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황제는 한손으로 뺨을 부드럽게 쥐었다. 눈이 마주치자 늘 그랬듯이 온통 발가벗겨진 듯한 진득한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널 연모하니까."
너도 빨리 나를 연모하였으면 좋겠다.
한시라도 빨리 나를 마음에 품었으면 좋겠다.
내가 차마 네 뺨을 치지 못했던 것은, 난 널 이기지 못하니까.
난 너에게 매번 패할 것이다. 그것이 너를 연모하는 나의 운명이니.
내가 네게 언제 어찌 빠졌는지는 중요하지가 않구나. 언제든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서 네게 빠질 것이 뻔했으니.
입 밖으로 뱉어내지 못한 진심을 도로 삼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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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0000자 채워서 써왔어요. 잘했다 칭찬을 듣고 싶은 건 아니고 오래 기다리게 한만큼 정성이라도 있어보이고 싶어서... 앞으로 정국이는 더 치대고 들이댈거예요. 왜냐면 제가 그렇게 쓸 거거든요. 태형이 비중은 앞으로 더 있을 예정이구요. 어떤 캐릭터인지는 연재 진행될 때 알게 되실거랍니당.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다시 봐요. 안녕.
암호닉은 추후에 따로 공지 내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