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어?" 서로 먼저 무슨 말 을 해야될까 고민을 한참동안 하다 그 적막을 깬건 너였다. 잘지냈냐고 묻는다. 잘지냈나? 내가? "응." 잘지내든 못지내든 난 잘 지내고있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꼴에 자존심은 무척 쎈지라 못지낸다 하면 괜히 너한테 미련남은 것처럼 보일까봐. 자존심때문에 헤어진 우리인데도 난 그 자존심을 아직까지 못꺾는다. "너 여기서 알바해?" "보시다시피" 조심스럽게 묻는 너의 말에 무심히 대답했다. 내말에 너는 커피숍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말고 내눈을 바라보며 묻는다 '여기 알바 안구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너 알바안해도 돈 많잖아" "나도 알바 한번쯤 해보고 싶었어" 그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알바를 굳이 전여친이 있던 장소로 하고싶나 얘는.. 의아한 표정을 짓자 너는 베시시 웃는다 그때처럼 애기같이. '그래서 구해?'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아까보다 눈꼬리를 더 쳐지게 만들곤 예쁜 웃음을 짓는다. "주문 너무 오래 하시는거 아니에요?" 영민이 바로 뒤에서 줄 스고있는 사람이 팔짱을 낀채 톡 쏘아뱉고서야 지금이 주문하는 상황인걸 깨달았다. '아 죄송합니다..'영민이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사과를 하곤 자리를 비켜주었다. * "사장님 저 이제 가볼게요" "어 이름아 수고했어~" 매고있던 앞치마를 사물함에 걸친뒤 카페문을 열고 나갔다. 나가자마자 보이는건 너였다. "오래 일하네" "..기다렸어? "응." "왜?" 내말에 너는 고개를 숙이곤 발 앞꿈치로 애꿎은 바닥만 콩콩친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이름아' 심장이 빨리뛴다. 너가 내이름 한번 불렀다고 빨리뛰는 내 심장이 오늘 따라 밉다. "무슨 할 말" 여전히 나는 무뚝뚝히 대답한다. 내말에 너는 마른침을 삼키고 숙여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난 잘 못지냈어" 목소리가 떨린다. '너랑헤어지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너도 나와 같구나 영민아. 마음같아서는 지금 너를 꼭 안아주고싶다. 아니 안기고싶다. 근데 나는 왜 아무말도 못하고있는지 너를 왜 안아주지 못하는지 "그니까 나랑 다시.." "미안해 영민아" 영민이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나는 솔직히 무섭다. 너와 다시 사귀는게 맞는지 넌 나같은 애를 만나는게 맞는 선택인지 나는 너가 망가질까 무서웠다. "갈게"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달려갔다. 너는 뒤에서 어떤표정으로 날 쳐다보고있을까 가슴이 아프다. *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픽 쓰러지듯 누웠다. 지금 머릿속엔 너 생각밖에 없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너의 얼굴을 떠올렸다. 선한눈꼬리도 예쁜 눈읏음도 하얀피부 큰키 너는 달라진게 없었다. 하나 있다면 항상 붉은 머리를 고집했던 너가 내가 좋아하는 검정머리로 바꿨다는 점 하나다. 불현듯 내얼굴의 상태가 궁금해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로갔다. '..미친' 오늘따라 못생긴 얼굴 더 못생겨보인다. 어제 드라마 정주행한다고 다음날 알바인것도 까먹은채 밤샜던게 이제야 생각이났다. 다크서클이 팬더마냥 축 늘어졌다. 성이름미쳤지 진짜,, 하필 이런날에 널봤을까. 전에 너가 예쁘다고 해줬을때가 생각이 난다. 전신거울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작을까 하고 투덜대면 너는 항상 안아주면서 안기 딱좋은 키 라며 다 예쁘다고 이마에 뽀뽀를 해대줬는데. 이제서야 실감이난다. 내가 예쁨 많이 받았구나. 너한테 젤 많이. * "늦어서 죄송합니.." 30분이나 알바에 늦어서 오자마자 구십도로 허리를 숙이고 죄송하다 하며 고개를 드는데
"왔어?" 카페 앞치마를 두른 너가보인다. 왜 나는 너가 있는게 당황스럽지 않고 좋은걸까. 역시 나는 너를 못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