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엔딩 혹은 숨겨진 엔딩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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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모두 선잠에 들었을 그 새벽.재환만은 온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속에서 몸부림을 쳤었지.
그 또한 점점 인간과는 멀어져가는 자신을 알기에 더 괴로웠고
어쩌면 제 옆의 친구들을 모두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어.
어쩌면 제 옆의 친구들을 모두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어.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잠든 민현과 종현
울었는지 눈가가 빨간 현빈
무슨 용기인지 문에 기대앉은채 잠든 성우와 다니엘
정말 야속하다고 느낀게 모두가 점점 좀비로 변해가는 재환이 두렵지도 않은지
재환의 주위를 빙 둘러싸고 누운 모습들이었지.
호흡이 더욱 거칠어질 수 밖에 없었지.
숨이 벅찬게 아니라 슬퍼서 아직 떠나고 싶지않아서였지
왜 이렇게 정이 들어서 내가 괴물로 변해도 곁에 있고 싶은지.자신이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이었나 싶었어.
그 때 재환의 눈빛이 바뀌겠지.의지와는 상관없이 문 밖의 그들과 같은 색으로.
대신 마지막이성을 어떻게든 짜내어 아이들을 지나쳤어.
그 발걸음에 하나둘 옅게 깨어난 아이들이 본 광경은 짐승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다니엘을 밀쳐 문을 여는 재환이었지.
누군가 말리기도 전에
문밖의 좀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그와 동시에 재환이 좀비 중 한명의 목을 물어뜯었고
서로의 피 냄새를 맡은 그들은 자기들끼리 먹고먹히며 말그래도 아수라장을 이뤘지.
아이들은 눈을 감을 생각도 하지않고 방 한쪽에 몸을 숨긴 채 아수라장 한가운데 서있는 재환을 바라봤어.
재환도 그들을 쳐다봤지.
몇 분도 지나지않아 지하는 잠잠해졌어.마침내 모두가 죽고만거지.
-김재환..
종현이 나지막히 그를 불렀지.
-...
하지만 재환은 모든것을 무시한채 어스름히 보이는 지상으로 사라졌어.
그가 사라진 뒤 모두가 당장 토악질이라도 하고싶었고 울고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대신 그렇게 서로를 꼭 끌어안은채로 몇 일을 보냈을까.
기적적으로 군인들이 아이들을 찾으러 내려왔고 모두 어안이 벙벙한채로 헬기에 몸을 실었지.
대피소로 이동하는 헬기안에서 그 누구도 웃거나 울지 않았어.
그리고 6년 후 모든것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지.정말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평온하게.
파주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아이들은 그 날 이후로 국가기관에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겠지.
또 다시 1년이 넘어가고 이젠 더 이상 기관에 남아있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자마자
그들이 가장 먼저 여행을 떠나기로해.아직도 그곳에 남아있을 자신들의 친구를 찾기 위한 여행.
7년 전 그 날처럼 캠코더를 들고서
좀비로부터 이 세상을 지켜내고 몇 년 후
나는 무너져 내린 건물에서 캠코더를 발견했다.
금속케이스에 소중한 듯 간직된 캠코더.
배터리가 다 닳았긴 했지만 충전만 하면 다시 작동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메모리칩 사이에 종이 끼워져 있었지만 글씨가 바래져 읽을 수 없었다.
대신 충전을 마친 캠코더를 작동시켰다.
[재생하시겠습니까?]
(Y / N)
YES.
#102.
(늦은 밤인지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않는다.)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저 자세 그대로 멈춰있다.)
(고장났나..?)
(아니다.소리도 담겨있다.)
...김..치직..김재환!우리가..치직 직..찾으러 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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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를 열었던 그 지하.
여전히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 괴물이었던 사람 한 명이 캠코더를 들고 있었지.
몇 년이 지나도 정말 야속하게 정이 많은 아이들이었지.
삐빅 거리며 캠코더의 수명이 다 해가고 있었어.
김재환-!
재환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을땐 저 멀리서 5명의 친구들이 저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지.
정말 야속하게 정이 많은 아이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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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튼을 잘못 눌렀다.)
(그러자 제목이 없는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어쨌거나 우리는 6명이니까.
삑-!
(짧은 말 한마디를 남기고 캠코더는 자동으로 초기화된다.)
(이젠 정말 남은 영상이 없다.)
(타이밍에 맞게 캠코더도 수명을 다했다.)
(이젠 충전을 해도 영영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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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