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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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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Park Ji Hun / Hwang Min Hyun







 내가 빼애액 울기 시작하자, 황민현은 갑자기 안달복달하며 날 달래기 시작했다. 여주야. 너 울어? 어딘데. 무슨 일 있어? 지금 당장 갈 테니까 어딘지 말해. 


 무슨 일 있냐고? 안 그래도 안준영 씹새끼 때문에 짜증나 죽겠는데 네가 한 술 더 떠서 쥐잡듯이 날 잡아댔잖아. 내가 죄인도 아니고.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떠다녔지만 울음 소리에 먹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하긴 네가 뭘 알겠어. 넌 이렇게 쫓기는 입장에 서 본 적도, 평생 누구 앞에 떳떳하지 못했던 적도 없을 텐데. 태생적인 차이가 비교되어 더더욱 서러웠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진행되면 될수록 더더욱 울음 소리만 커지자, 황민현은 더이상 내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울기만 했다. 처음엔 1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하도 울어재끼다 보니 몸에 힘이 없어져 그냥 보건실 문에 기대앉은 참이었다. 






 "김여주."


 -김여주.






 또렷한 목소리가, 그것보다 반 박자 느리게 흘러나오는 둔탁한 핸드폰 속 목소리가 이어져 들려왔다. 






 묘한 기시감에 고개를 들었다.







 쉴 새 없이 흘러나오던 눈물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와 함께 시간도 멈춘 것 같았다. 앞에 열려져있는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며 옷깃이 느리게 일렁였다. 






[프로듀스101/황민현/박지훈] 개판이야 04 | 인스티즈







 황민현이었다. 황민현이 저 계단 아래서 저 역시 멈춘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황민현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반대편 복도로 걸어갔다. 저 멀리서 계단을 마저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뛰려고 했으나 다리가 후들거려 힘이 들어가지를 않았다. 그 사이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황민현의 숨결이 바로 뒤에서 느껴진다고 생각된 순간, 나는 뒤돌아섰다. 황민현의 손이 공중에 멈춰 있었다. 






 "…왜 날 그렇게 괴롭혀?"

 "……."






 잔뜩 메어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눈물이 마른 볼이 따가웠다. 황민현은 말없이 날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아직도 뻑뻑한 눈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나한테 왜 그래?"

 





 채 한 마디도 다 하지 않았는데 자꾸만 눈물이 터져나왔다. 결국 고개를 숙인 채 끅끅대는 내 팔 위로 뜨거운 체온이 닿아왔다. 뿌리치려고 했으나 미약한 몸짓이었을 뿐 황민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날 바라봤다. 나는 눈물에 억눌린 목소리로 겨우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흐…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

 "넌 자꾸 학교에 이상한 소문… 흐읍, 나는 거 즐기면서 나 더 힘들게만 하고……"

 "……."

 "진짜… 왜 그래? 너만 없어도 학교 생활 몇 배는 더 편할 것 같은데 왜 그러냐구!"






 빽 소리치자 황민현이 당황한 얼굴로 내 팔에서 손을 놓았다. 목 울대가 울렁이더니 곧이어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주야. 그게…."

 





 곧 커다란 손이 내 손목을 잡아끈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황민현을 따라 걸으며 쉴 새 없이 울어재꼈다. 황민현은 지나가다 마주치는 제 친구들에게 휘휘 손짓하며 날 데리고 교문을 나섰다. 






 황민현이 걸음을 멈춘 곳은 학교 근처 공원이었다. 확 트인 곳에 오자 그제야 살 것 같았다. 바람이 내 눈가를 만지고 지나갔다. 벤치에 날 앉힌 황민현이 나와 마주보고 섰다. 






 "좀 진정됐어?"

 "…몰라."

 "음료수라도 먹을래?"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자 자판기로 걸어간 황민현이 잠시 뒤 2프로를 사들고 왔다. 훌쩍 음료수를 비운 뒤 빈 캔을 옆자리에 뒀을 때였다. 황민현이 다소 조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미안해."

 "…뭐가?"

 "그냥… 다."

 "……."






 그걸 들으니 또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촉촉해진 내 눈을 본 황민현이 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황급하게 덧붙였다.







 "야… 울지마 울지마. 안 그래도 눈 퉁퉁 부어서 보기 싫…… 아. 미치겠네 진짜…."






 저 혼자서 횡설수설하다 다짜고짜 내게 휴지를 뭉텡이로 건넨다. 언제 가져온 건지 모를 휴지를 멍하니 바라보다 코를 팽 풀자 안 그래도 얇은 코 주변 피부가 당겨왔다. 한참을 팽팽거리다 앞을 보자 비뚜름하게 서서 뒷목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황민현이 보였다. 난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 






 "…야."

 "어, 어?"

 





 황민현이 자세를 똑바르게 고쳐잡으며 대답한다. 시선이 마주칠까 두려워 황급히 다시 내 치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 집 갈래."

 "…데려다줄게."






 자리에서 일어서자 황민현이 나를 따라나선다. 괜찮다고 말하려다 황민현이 말이 통하는 애가 아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 뒀다. 그러고보니 벌써부터 해가 뉘엿하게 지고 있었다. 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내 뒤에서 겹쳐지고 있는 발소리가 참 든든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벌써 화가 풀리려 하고 있었다. 큰일이었다. 황민현의 만행들을 떠올려 다시 화난 상태가 되려고 노력하던 참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그 형이랑 톡한 거 궁금해서 그랬어." 

 "……."

 "네가 자꾸 안 보여주니까."

 "……."

 "미안."






 정류장 앞에 도착한 우리는 말없이 의자 위에 주저앉았다. 황민현은 계속 손톱을 불안하게 갉작거리고 있었다. 입술을 약간 깨문 채, 가끔은 내 눈치를 살피며. 우리 나라에서 여유롭기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 황민현이 말이다. 황민현이 저렇게 미안해하는 걸 보면 울어재낀 게 꽤 효과가 있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니 화가 절로 눈녹듯이 풀렸다. 난 인심 쓰듯 뻐기며 대답했다. 






 "미안한 건 아네?"

 "……."

 "알았어 봐줄게. 대신 앞으로 또 그러면 너랑 절교할 거야."

 "…그래."






 황민현이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난 뿌듯한 얼굴로 버스 전광판을 바라봤다. 하교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배차 간격이 늦었다. 좀 지루하기도 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막 꺼내들었을 때였다. 






[프로듀스101/황민현/박지훈] 개판이야 04 | 인스티즈







 "만약에 그 형이 고백하면 어떡하게?"

 





 황민현이 안준영 -장현찬 오빠 얘길 하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얘기를 꺼내며 또다시 내 신경을 긁었다. 이대로 딱밤이라도 때릴까 하던 때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예 안준영 얘기를 얘한테 해버려서 해결 방법을 상의하면 어떨까? 얘한테 말한다면 지영이가 나한테 뭐라고 할 때 방패막이 되어줄 수도 있잖아. 


 아니지. 얘가 믿을 만한 앤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당장 오늘만 해도 그렇게 미친 놈처럼 온 학교를 쥐잡듯이 뒤졌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황민현은 그 속내를 쉽게 읽을 수 있는 놈이 아니었다. 난 도로 생각을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멀리서 버스가 오고 있었다. 






 "글쎄 모르겠네. 나 간다. 내일 봐!"






 손을 들어보이며 팩 돌아선 뒤 버스에 올라탔다. 그냥 눈길조차 주지 말까 하다가 괜히 신경쓰여 버스 창 밖을 바라봤다. 서로 웃으며 손이라도 흔들어줄 작정이었는데, 미묘하게 입맛이 썼다. 






[프로듀스101/황민현/박지훈] 개판이야 04 | 인스티즈







 황민현은 날 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낯설기만 한, 살벌한 눈으로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 폰을 만지작거렸다. 아까 마지막으로 본 황민현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은 아빠 빼곤 처음이었다. 혹시 황민현한테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지만 직접 물어보긴 무서웠다. 그렇게 황민현 생각을 하며 침대를 구르고 있을 때 핸드폰에 불이 들어왔다. 






 -애갸 ㅋㅋ 너 오빠 차단햇냐? 






 안준영이였다. 아까 버스에 타서 전화 번호를 차단하자 이번엔 페메가 오기 시작했다. 짜증나서 씹자 점차 더 짧은 간격으로 톡이 왔다. 






 -답장 안해??


 -답장좀 ㅠ


 -울 애기는 오빠가 시러??ㅠ 오빤 애기 조은데~~ㅎ

 

 -너 ㅈㄴ대단한가보다? 뭐믿고그렇게깝쳐?^^ 좋은말할때 답장해라?ㅋ

 

 -답장하라구 ㅋㅋㅋ 지영이한테 다 말하기전에 ㅋ






 그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지영이한테 다 말한다고…? 아니 대체 뭘? 뭘 말하게. 너랑 같은 반 애 김여주 걔 내가 현찬이 시켜서 번호 땄는데 답장을 통 안 한다고 일러 바치게? 미쳤나 싶었다. 그런 머리완 별개로 손은 아주 예의바르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ㅎㅎ.. 저 씻고오느라 지금 톡봤어요 ㅠㅠ


 -그랭? 내가오해햇넹 ㅎ.. 애기 미안^^ 깨끗하게 씻엇옹? ㅎ


 -네.. 이제 자게요


 -벌써자?ㅠ 오빠랑 연락 더하다 자지ㅠㅠ힝힝

  





 내가 미쳤냐? 난 안준영에게서 마지막으로 도착한 카톡을 읽지 않고 웹 서핑을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지만 영 뜻대로 되지가 않았다. 아까 본 안준영의 페북 프사는 지영이랑 뽀뽀하는 사진이었다. 아니 그렇게 여친 있단 걸 동네방네 티내고 다니면서 왜 내 번호를 딴 거지? 난 자기가 그렇게 대시하면 무조건 받아줘야 되는 사람인가? 


 한숨이 나왔다. 내가 아마 황민현처럼 강하고 힘 있는 애였다면 안준영도 날 건드리지 못했겠지. 결국 안준영이 내게 이렇게 좆같이 구는 이유는 뭐다? 내가 만만해서다. 그걸 깨달으니 더더욱 비참해졌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 세상관 동떨어진 곳으로 가고 싶다. 무인도도 좋고, 책 속에 나오는 이세계도 좋고. 


 나는 폰을 끈 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누웠다. 


















 안준영은 나한테 답장 안 해주면 지영이한테 모든 걸 말하겠다며 협박을 일삼았고, 난 의무처럼 안준영한테 답장해줬다. 학교에선 여전히 황민현과 지겨울 정도로 엮였으며 반 친구들은 -지영이를 포함해서- 나한테 친절했다. 황민현은 더이상 전처럼 나한테 스킨십같은 걸 해서 소문을 부풀리진 않았지만, 5일 전부터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게임 초대부터 시작해서, 왜 답장 안 하냐고 시비 걸다가 물 흐르듯 일상적인 대화까지. 물론 황민현이 장현찬이랑 연락한 걸 보여달라고 조르는 게 우리 카톡의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8일이 지났다.


 그래, 문제는 없었다. 안준영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문제의 안준영은 어제부터 자꾸 나한테 일요일에 영화를 보러 가자며 조르고 있었다.


 안 만나주면 지영이한테 말한다? 진짜 너 잘 생각해. 그렇게 말하는 안준영을 보니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영화를 본다면 어디서? 일산에서 본다면 분명 학교 애들 중 한 명한테 걸릴 게 뻔했다. 그렇다면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가야 한다는 건데 나한텐 안준영을 위해서 그런 희생까지 할 정신머리는 없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서 옷을 입고 시간을 투자하고,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이 상황이 웃겼다. 


 아무리 생각할수록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고민하고 고민하던 나는 드디어 결심했다. 안준영한테 강하게 나가기로 말이다. 이대로 호구처럼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물 흐르듯 안준영의 페이스에 넘어간다면 저번 안영희랑 사귈 때처럼 강키를 당할 것 같았다. 어쩌면 더 심한 것도. 나는 심호흡한 뒤 채팅방에 들어가 손가락을 놀렸다. 






 -오빠 죄송한데 저 내일 약속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저한테 연락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ㅋㅋ


 -뭐?ㅋ 약속? 누구랑?ㅋ 너 어장친거야 이때까지??


 -아뇨;; 제가 왜 오빠한테 어장을 쳐요? 오빠 여친 있잖아요


 -웃긴다ㅋ 그럼 너 이때까지 오빠연락 왜받아줫어?ㅋ


 -ㅋㅋㅋ;;; 오빠가 저 협박해서 그런거잖아여ㅛ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오타가 났다. 나는 씩씩거리며 핸드폰 화면을 노려봤다. 이 좆같은 놈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곧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당연하게도 안준영이었다. 






 "여보세요?"

 -어 ㅋㅋㅋ여주야~ 오빠가 너 협박했다고? 언제?






 전화 건너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친구들과 있는 건가, 싶어 잠시 주저하다 대꾸했다. 






 "…오빠가 지영이한테 이른다 하시고…"

 -여주양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 걍 네가 나랑 연락 더 하고 싶어서 받아준 거잖아. ㅋㅋㅋㅋ 아냐? 아니면 네가 먼저 지영이한테 말했어야지~. 같은 반이라면서ㅎ 왜 말 안 하고 있었어 여태ㅋㅋㅋㅋㅋ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 따지고 보면 내 잘못도 있었다. 일이 터지자마자 바로 이실직고했어야 했는데. 지금 지영이한테 말해봤자 어차피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자꾸만 피가 말랐다. 안준영 주위에서 누가 낄낄거리면서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었다.  






 -됐구 내일 영화 볼 거야 말 거야? 

 "네?;;;"

 -귓구멍 막혔어? 볼거냐고 말거냐고ㅋㅋㅋ  

 "아… 안 봐요."






 내 말에 핸드폰 너머로 팽 하고 콧방귀 뀌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래?^^ 여주 진짜 오빠한테 어장친 거네?ㅎ

 "아 그게 아니라… 솔직히 오빠가 잘못하신 거잖아요. 지영이한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오빠 자꾸 이러시면 저도 가만 안 있을 거예요."






 단호하게 일갈한 뒤 전화를 끊고 침대 위에 엎어졌다. 어이 없는 동시에 겁났다. 어차피 지영이랑 난 같은 고등학교도 아니니까, 이대로 졸업할 때나 방학할 때까지 물 흐르듯 안준영의 연락을 받아주다 적당하게 끊는 게 맞는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아냐. 진정하자, 진정하자. 내일 일어나면 바로 지영이한테 연락하는 거야. 그럼 안준영 개새끼의 정체가 온 천하에 드러나게 되겠지. 이럴 때일수록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야. 어차피 지영이 친구들이랑은 같은 고등학교잖아, 진정하자, 진정하자….


 나는 심호흡하며 두 눈을 감았다. 


















 -지영아 나 너한테 할말있어..


 -뭔데??


 -아 그게.. 너 남친 안준영오빠있잖아...


 -웅 말해봐^^


 -전화돼..??






 눈을 뜨자마자 지영이한테 모든 걸 털어놨다. 안준영이 장현찬을 통해서 내게 연락한 거 하며 영화보러 가자 한 거 하며… 덜덜 떨며 하나하나 털어놓자 지영이가 더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날 위로해줬다. 거기에 어젯밤 그렇게 불안에 떨며 잠들었던 게 후회가 됐다. 이렇게 날 믿어주는 착한 친구한테 비밀을 만들기나 하고… 과거의 난 바보였다. 






 -헐 진짜? ㅠㅠ 여주 힘들었겠다… 그런 일 있었으면 진작 말하지.  

 "아… 그 오빠가 계속 너한테 일러바치겠다고 하는데… 난 그럼 네가 나 미워할까봐 진짜ㅠㅠㅠ"

 -아냐 아냐 내가 널 왜 미워해~ 걱정하지 말고 내일 학교에서 보자^^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야호! 큰 소리로 외친 난 시원한 기분으로 침대 위에 엎어져 자유를 만끽했다. 등 뒤로 와닿는 포근한 촉감에 행복해졌다. 이젠 더이상 목이 졸리는 듯한 그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부르며 춤추는 등 미쳐 날뛰던 난 오늘은 오랜만에 엄마가 쉬는 날이란 걸 떠올려내고 안방으로 달려갔다. 막 잠에서 깬 눈치의 엄마가 눈을 비비며 날 향해 고개를 들었다.






 "엄마!"

 "응 우리 여주~ 왜 이렇게 신났을까 ㅎㅎ "

 "기분 좋은 일 있었지롱~ 우리 오늘 오랜만에 놀러가자!"

 "남자친구라도 생겼나~ㅎㅎ 울 공주님 어디 가고 싶어?" 

 "음… ㅇㅇ 지하상가 가서 옷도 사고… 영화도 보잡 ㅎㅎ ㅇㅇ맨 새로 나왔댕."

 "그래 그래 ㅎㅎ 빨리 준비해."






 그 말에 부리나케 욕실로 달려가 씻고 닦고 광을 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꽃단장을 끝낸 난 거울 앞에 가 서서 내 모습을 들여다봤다. 눈썹 그리기도 이만하면 성공한 것 같고, 입술 색도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입은 원피스도 찰떡처럼 나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엄마 준비가 끝나기 전 셀카를 잔뜩 찍은 뒤, 그중에서 제일 잘 나온 사진을 포샵해서 프로필에 올리자마자 황민현한테 카톡이 왔다. 






 -프사 바꿨네


 -잘 나왔지??


 -어 예쁘다ㅋㅋ 오늘 찍은 거야?


 -웅ㅎㅎㅎ 데이트하러 가지롱~


 -누구랑?


 -우리 엄마♡

 





 "가자 딸~"






 그때 준비를 마친 엄마가 현관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난 얼른 현관으로 달려가 사놓고 한 번도 안 신었던 새 구두를 꺼냈다.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심지어 날씨마저 끝내줬다. 공원을 산책하며 사진을 잔뜩 찍은 나랑 엄마는 지하 상가에 가서 옷을 한 무더기 사고 새로 나온 마블 영화도 봤다. 그뒤 고깃집에서 밥까지 먹고 나니 어느덧 밤이었다. 가슴이 막 두근댔다. 그러고 보면 엄마랑 이렇게 둘이 노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았다. 






 엄마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 나는 고기 냄새가 배인 옷을 손빨래한 뒤 가볍게 샤워를 했다. 침대에 누워 폰에 와이파이를 연결하자 각종 알림들이 쏟아졌다. 황민현한테서 온 카톡이 대다수였다. 얜 진짜… 알 수 없는 애였다. 내가 카톡 프사를 바꾼지 1분도 되지 않아 톡을 보내질 않나, 카톡 60개를 보내놓질 않나, 좀 웃기기도 했다. 메세지들을 확인하는 것보단 피로를 푸는 게 우선이었다. 어차피 봐봤자 쓸 데 없는 내용일 게 분명했다. 그렇게 단정지은 나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복도를 걸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낌새가 이상했다. 지나가는 애들이 모두 날 보며 수군대는 것 같았다. 개중엔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었다. 불쾌했다. 불쾌해 견딜 수가 없었다. 모든 오감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괜한 피해 의식인가 싶어 발걸음을 빨리 해 교실 안에 들어갔다. 그러자마자 애들이 일제히 날 바라봤다. 한 명도 빠짐없이, 표백된 낯, 더러는 비웃는 낯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뭔가가 있었다. 







 쟤…….

 안준영 선배…….

 아……. 

 …….

 …….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안준영. 그 이름을 듣자마자 죽고 싶었다. 또 남자였다, 내 인생을 망친 게. 걱정이 현실이 됐구나, 누가 머릿속을 쾅쾅 두드리는 것 같았다. 긴장감에 자꾸만 축인 입술이 말라 버석거렸다. 


 가방을 껴안고 책상 위에 엎드린 내 등을 누군가 세게 쳤다. 황민현인가 싶었지만 와닿는 손바닥의 느낌이 그보다 얇고 작으며 매서웠다. 고개를 살며시 든 내 눈 앞에 까맣고 긴 머릿카락이 살랑거리며 흩어졌다. 익숙한 샴푸 냄새. 지영이었다. 이대로 지영이랑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여주야."

 "응?"

 "네가 어제 나한테 그랬잖아 ㅎㅎ 준영 오빠가 현찬 오빠 통해서 네 번호 따서 너한테 연락했다고~."

 "…응."

 "그거 진짜야? ㅎㅎ"







 그제야 지영이를 바라봤다. 지영이는 예전처럼 살랑이는 눈웃음을 지으며 날 보고 있었다. 그걸 보니 왠지 긴장이 풀렸다. 그래, 내가 어제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지영이는 날 믿어주겠지. 안심한 나는 눈을 빛내며 냉큼 대답했다.

 






 "응!"

 "ㅋㅋㅋㅋ진짜?" 

 "응 진짜야!"

 "지인~짜?"







 지영이의 얼굴에서 해사했던 미소가 거둬졌다. 지영이는 한쪽 입꼬리를 씩 끌어올린 채 낯선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황민현과 내가 가까워지기 전 종종 시선이 마주칠 때면 볼 수 있었던, 사람을 자기 발 아래 두고 깔보는 듯한

 






 바로 그 눈이었다.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눈에 띄게 굳은 채 말을 잃은 날 본 지영이가 숨넘어가게 웃으며 뒤에 서 있는 제 친구들한테 말했다. 







 "봐봐 얘 구라라니까ㅋㅋㅋㅋ"

 "진짠가봐 존나 웃기네."

 "쟤 토요일에 준영이 오빠 꼬셔서 같이 모텔도 갔었다며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처음부터 내 편은 없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오빠가 그랬거든? 김여주가 나한테 연락해서 이상한 변명 늘어놓을 지도 모른다고ㅋㅋㅋㅋ 긴가민가 했는데 진짜였음 ㅋㅋㅋㅋ"

 "얘 남자 존나 많다며?ㅋㅋㅋ 입학할 때부터 소문 존나 안 좋았잖아. 안영희가 괜한 말을 한 게 아니라니까?"

 "아 그리고 얘 일요일에 다른 애랑 데이트했다던데? ㅋㅋㅋ"

 "야 여주야 너 어제 프사 남자랑 놀러가서 찍은 거였어? ㅋㅋㅋ진짜 왜케 나대냐ㅋㅋㅋㅋ 하여튼 찐따년 놀아주니까 한도 끝도 없이 기어올라요…. 미친 걸레년아 니 분수를 알아 제발 ㅠㅠㅠㅠ 응?"







 그걸 깨닫자마자 몸이 얼음처럼 굳었다. 지영이가 계속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밀어대는데, 아니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난 결백했지만 권지영 머릿속의 '김여주'는 그렇지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는다. 2년 전에 이미 숱하게 겪어본 상황이었다. 

 






 그때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민현이었다. 급하게 뛰어온 건지 땀에 젖어 있었다. 급하게 뛰어올 일이 뭐가 있을까. 아직 종 칠 시간까진 넉넉한데. 아 설마 내가 이렇게 당하는 걸 구경하러 온 건가? 그 생각에 헛웃음이 났다. 그래 이제 와 황민현이 내 편을 들어줄 리 없었다. 날 매도하는 말에 깜빡 넘어가 날 더러운 눈으로 볼 게 분명했다. 그 생각을 하니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당장 옥상으로 달려가 뛰어내리고만 싶었다. 







 "야 웃어?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하늘 높이 올라간 팔이 그대로 멈췄다. 


 성큼성큼 걸어온 황민현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권지영의 팔을 움켜잡았기 때문이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손아귀가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프로듀스101/황민현/박지훈] 개판이야 04 | 인스티즈








 "아 아파!"

 "지영아."

 "진짜 황민현 돌았냐?"

 "작작해 좀."







 붉어진 얼굴로 황민현의 손을 거세게 뿌리친 권지영이 잡혔던 쪽 팔을 쓸어내리며 입술을 잠시 깨물었다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재잘대기 시작했다.







 "아 맞다 민현아 너 얘 좋아했었지ㅋㅋㅋ 아직도 못 들었어? 얘가 내 남친한테 꼬리친 거? 현찬 오빠한테 내 남친 번호 알려달라고 해서 계속 나 버리고 지한테 오라고 했대. 토요일엔 오빠 끌고 모텔까지 갔대고…"







 황민현이 헛웃음 지으며 권지영의 말을 잘랐다.







 "모텔?"

 "웅ㅋㅋㅋ 안영희 오빠 말이 맞았다니까? 걍 걸레…"

 "모텔이라고?ㅋㅋㅋㅋㅋ 쟤 토요일에 나랑 같이 있었는데?"







 순간 교실 안에 정적이 흘렀다. 할 말을 잃은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굳어있던 권지영이 째지는 목소리로 황민현한테 소리쳤다. 







 "쟤랑 네가 왜 같이 있어ㅋㅋㅋㅋ 둘이 만날 일이 뭐 있다고. 민현아 제발 쉴드칠 일을 쉴드ㅊ…"

 "쟤 나랑 사귀거든." 

 "……뭐?"

 "여주야. 그렇지?"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저 속내가 어떻든 유일한 동앗줄이나 다름없었다. 곧이어 권지영과 황민현이 자문을, 동의를 구하듯 날 바라봤다. 그건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온 시선이 나한테 꽂혀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대답했다. 







 "웅. 당연하지!"



  

  







안녕하세용 여러분 >_<♡ 반가워요!!! 
저 민현이 데뷔 못하면 연재 접을 거어요.. 최애 떨어지고 국프 포기했었다가 어제 방송 보고 충격받아서 민현이랑 관린이 투표하기 시작했어요 ㅠ_ㅠ
원래 민현이 최애 아니었는데 망상 쓰다가 입덕했습니다....ㅎㅎㅎ
참고로 이 망상 장르는 판타지 입니닷!!! 학원물 쪽보단 판타지 비중이 더 커요 ㅎㅎ 어제 시놉을 짜다보니 그렇게 됐어용!! 가벼운 어반 판타지가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 <
남주는 마지막 회에 밝혀질 듯 해용 ㅎㅎ

그리고.. 암호닉 이렇게 받는 거 맞나요...? (아니라면 말씀해주세요..!!)
[괴물]님 [99]님 사랑하고 감사드립니다!!♡ 
댓글은 제 큰 힘이 되어요 ㅎㅎ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모두 사랑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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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입니다!
7년 전
독자3
[99]입니다! 와 진짜 다행이에요... 여주가 또 힘들어질까봐 노심초사하며 봤는데 민현이가 자기랑 같이있었다고해주고...진짜 소문이란 무서워요 아무것도 안한여주 몰아가고.... 저번에 안준영이 보낸 문자들 다 보여주면 좋을텐데!!!!!!!!! 잘 봤릅니다!
7년 전
독자2
와 매회마다 흥미진진하고 최고에요,,, 사랑해요 진짜 작가님 우리 황제민현 데뷔시킵시다!!!
7년 전
독자4
진짜 너무너무 재밌어요 ㅜㅜ 글도 길고 스토리도 넘 좋아요 다음회가 넘 기대됩니당!!
7년 전
독자5
아 진짜 안준영 이름부터 맘에 안들었는데 그나저나 민현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항상 느끼는건데 정말 글에서 분위기가 약간 어 긴장감이 항상 서려있는 느낌이에요..! 읽으면서도 숨쉬기도 두근거리는 그런 느낌..!!!
7년 전
독자6
아 그리고 혹시 정말 실례가 안된다면 이 글의 브금을 알 수 있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피아제
Melanie Martinez-Tag, You're It 입니다 ^-^♥
7년 전
독자8
아이고 이 새벽에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하트까지 붙여주셨어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7
크으 이건 대박이다...작가님 너무 흥미진진합니다....이미 다 봤는데도 1화부터 또 보고왔어요ㅠㅠㅠ
7년 전
독자9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박 너무 멋있어여,,,,,민현이가ㅠㅠㅠㅠㅠㅠ엉엉 여주 사연들 너무 맴찢이에요ㅠㅠㅠㅠ 다음편이 너무 기대됩니다앙ㅇ앙아
7년 전
독자10
와 진짜 드라마 보는 것 같네요 담편 너무 궁금해요ㅜㅜ 민현 넘 설레고 준영 진짜 때리고 싶네요^^
7년 전
독자11
안준영 이름부터 짜증났는데 이럴 줄 알았어요아오 내가 다 화나네 여자애도 진짜 저런게 친구였다니 뽝침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2
아 진짜 안준영 더 싫어졌어요 ^^ 하 정말 손 내미는 사람이 민현이라니 ㅠㅠㅠㅠㅠ 완조니 백마탄 왕자님 아닌가여 ㅠㅅㅠ 글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해용
7년 전
독자13
하.... 진짜 안준영..... 부들부들.... ?ㅡ...ㅡ 그래도 민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ㅠㅠㅠ 뭔가 찝찝하긴 하지만 ㅠㅠ 여주불쌍 ㅠㅠㅠㅠ
7년 전
독자14
괴물입니다! 아아.. ㅠㅠㅠㅠㅠ 드디어..! 고구마 오조오억개 먹은 듯한 제 마인드에 사이다를 들이부어준..! 브금도 넘 찰떡이라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오늘도 잘 보고 가요 >♡<
7년 전
비회원210.25
아 이런 거 너무 좋아요...민현아 나한테 집착해조..알 수 없는 묘한 무서움(?) 이라 해야되나..그런 게 글 속에 있어서 읽으면서 계속 긴장하게 돼요ㅠㅠㅠㅠ분위기 최고..다음 편 기다릴게요!!!
7년 전
독자15
준영이 때려도 되나요...ㅂㄷㅂㄷㅂㄷㅂㅂㄷㅂㄷ 이름부터 맘에 안드는데 ,,,,, 민현이가 도와줘서 다행이네요ㅠㅠㅠㅠ 여주 화이팅ㅇ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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