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 애원 (愛願)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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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픈 수학 공식이 칠판에 적혀져 있는 수학시간.오늘도 어김없이 성열은 맨 뒷자리에서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다. 열심히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열과 자신 쪽을 바라보는 명수의 눈빛을 먼저 느낀 동우가 엎드려 있는 성열을 툭툭 쳐 깨운다. "야, 열아.. 일어나.." "....." 성열이 하고 있는 일을 아는 동우는 섣불리 성열을 건들 수 없었다. 부모님을 떠나 보낸 후, 동생을 해외에 있는 외갓댁으로 보낸 성열은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몸을 팔고 있었다. 아직 어린나이인 성열이 살아 가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도 가혹했기에, 성열은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성열은 동생을 끔찍히도 사랑하고 아끼는 동생바보였기 때문에. 살살 성열을 흔들어 깨우는 동우를 본 명수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와 성열을 거칠게 흔들었다. "이성열, 일어 나." 피죽 한 그릇 못 얻어 먹은 마냥, 성열의 얇고 가는 몸이 명수의 손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젯밤 여러 곳을 뛰어다니며 다리를 벌렸던 터라, 성열은 지쳐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뜬 성열이 눈 앞에 굳어진 명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한숨을 푹 내쉰 명수가 성열의 어깨에 올려진 제 손을 내리고는 다시 교실 맨 앞으로 향했다. "이성열, 오늘 방과 후에 남아." 명수의 말에 반 쯤 감겨져 있던 성열의 눈이 번쩍 띄였다.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서 있기민 한 성열에 명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열을 향해 말했다. "뭐 해, 안 앉고." "저.. 선생님.. 방과 후에는 안 되는데.." "안 되는게 어디있어. 무조건 남아." 단호한 명수의 말에 성열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성종의 이름만 끄적이고 있는 성열을 본 동우가 어깨를 토닥이다 이내 조그만 목소리로 성열에게 말을 건넸다. "열아. 언제까지 할거야..? 성종이도 잘 지낸.." "성종이 데려 올 수 있을 때 까지." "성열아.." "응, 동우야. 나 성종이 데려 올 수 있을 때 까지 해야 해." 성열의 단호한 태도에 동우는 어쩔 수 없이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는 수 밖에 없었다. 아까 전 성열이 자다 걸렸을 때 부터 계속해서 자신들의 쪽을 쳐다보고 있는 명수에 동우가 공책 끄트머리에다 글씨를 적어내려갔다. [밥은 먹고 다녀. 하루하루 살 더 빠져간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보는 성열에 동우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글씨를 적어내려갔다. [밥 먹고 다니라고. 돈 벌어서 뭐해, 밥도 안 먹고.] 동우의 말을 알아들은건지 이내 성열이 동우의 글씨 밑에다 글씨를 적어내려갔다. [괜찮아. 배 안 고파.] 성열의 글씨를 본 동우의 표정이 이내 싹 굳어져갔다. [밥 먹어, 애들도 너 걱정한다고. 하루 종일 졸졸 쫓아 다니기 전에 밥 먹고다녀.] 단호한 동우의 태도에 성열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밥을 먹는 것도 사치였다. 내일 당장이라도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는 몇 달이 밀려있는 단칸방 월세도, 잔뜩 밀려있는 세금도. 성열에게는 돈 쓰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동우와 성규를 포함한 아이들이 빵을 사와도, 미안하다며 먹지 않고 물로 배를 채우는 성열이였다. 그만큼 성열은 자존심과 고집도 센 아이였다. 종례시간, 회장에게 종례를 시키고 교무실에서 일 처리를 한 명수 덕에 성열은 가방을 잽싸게 챙겨 교실을 나서려 했다. "야, 어디가게? 담임이 남으랬잖아." "하루 빠지면 그게 얼만데.. 미안해, 동우야. 선생님한테는 니가 잘 말 해줘.. 정말 미안해!" 동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잽싸게 교실을 나서는 성열에 동우는 난처한 기색을 띄웠다. 성열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명수가 한 걸음에 교실로 들어왔다. "장동우. 이성열은? 아까 뭐가 날아가다 시피 가던데.." "아.. 아... 그게.." "그게. 뭐, 말 해." 한참을 자신의 앞에서 머뭇거리는 동우에 명수는 결국 성열 대신 동우를 붙잡았다. "넌 잘 알지. 이성열이 왜 그렇게 수업시간 마다 자는지." 명수가 건네준 주스를 마시던 동우의 얼굴이 새하얗다 못 해, 새파랗게 변했다. 무언가 있으리라고 짐작 한 명수가 동우의 표정 변화를 잽싸게 알아차리곤 집요하게 물어댔다. "... 그게..." "또 그게냐? 너 아까부터 계속 그게... 그게.. 이 말만 하고 있는 거 아냐?"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재촉하는 명수에 동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명수를 바라보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 성열이, 몸 팔아요.." "... 그게 무슨 말이야?" "알잖아요, 선생님도.. 몸 판다는게 무슨 뜻인지.." 동우의 말을 들은 명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급식도 먹지 않고, 아이들이 매일 드나드는 매점에서도 성열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소풍때도 매일 붙어있던 동우와 성규, 그 외의 아이들과 같이 있어야 할 성열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그 후에, 단칸방으로 집 옮기고.. 동생만이라도 편히 살게 해 주겠다며 동생도 해외에 있는 외갓댁으로 보냈구요.." "....." "허름한 판자촌, 곧 무너질 것 같은 단칸방에 살면서도, 당장 내일 쫓겨날 판이에요.. 자존심이랑 고집은 또 드럽게 세서, 도움도 다 마다하구요." "그럼.. 그 졸았던게.." "네. 몸 파느라, 먹고 살려고 발악하느라..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그래서 그런 거 에요." 동우의 말을 들은 명수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이내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수업시간에 졸기 바빴던, 항상 종례를 하고나서 제일 먼저 교실을 빠져나갔던 이유도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요즘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핸드폰도, 성열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학생기록부에도 성열의 번호와 집 전화 번호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었다.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지금보다는 좀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텐데. 명수는 후회와 미안함이 섞인 마음이 밀려왔다. 그런 명수의 표정을 읽은 건지, 동우가 가방에서 자신의 공책을 꺼내 찢어 무언가를 적더니 명수에게 내밀었다. "성열이 집 주소에요. 지금 기록 되어 있는 건, 아마 예전 집 주소일거에요." "... 고맙다, 동우야." "아니요, 아니에요. 선생님이.. 성열이 잡아주세요.. 성열이 친구로서, 성열이 아끼는 사람으로서..부탁 드릴게요.. 저희들 말은 죽어도 안 들어서요.." "....." "성열이, 선생님이 잡아주세요.. 아무리 미워도, 제자는 제자고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자신의 말을 끝마친 동우가 명수에게 꾸벅 인사를 건네고는 이내 교실 밖으로 나섰다. 내일 자신에게 들려 올 성열의 원망섞인 목소리가 겁 났지만, 성열을 구하기에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느낀 동우였다. 자신의 차를 골목길 앞에다 세워둔 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명수가 이내 높디 높게 펼쳐진 계단에 경악 할 수 밖에 없었다. "... 여길 맨날 걸어다닌 다는거야..? 성치도 않은 몸으로..?" 한숨을 깊게 내 쉰 명수가 이내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체력으로는 웬만해선 딸리지 않는 명수가 헉헉 거리며 계단을 오른다는 건 그 계단의 수가 어마어마 하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계단의 끝을 본 명수가 다시 두리번 거리다 천천히 성열의 집을 찾기 시작했다. 동우의 말로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온다는 성열이였기에, 명수는 조금 여유롭게 성열의 집을 찾아나섰다. "여긴..가.." 곧 쓰러질 것 같은 단칸방인 집이였다. 집이라고 말 하기에도, 부끄러워 보였다. 다 조그만 집들이 모인 판자촌이였건만, 성열의 집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게 보였다. "이 집에서 산다고.." 집 앞에 털썩 주저 앉은 명수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 하며, 성열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픈 허리를 콩콩 두드리며 3만원을 손에 쥔 성열이 뿌듯하게 웃으며 계단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명수가 와 있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성열은 내일 명수에게 야단을 맞을 것을 미리 걱정하고 있었다. "혼이야.. 나면 되지, 뭐.. 돈이 더 중요하니까." 추운 한 겨울 밤, 마이를 꽁꽁 여맨 성열이 바삐 계단을 올랐다. 계단의 끝자락이 보이자 성열의 얼굴이 아까보다는 밝아진 눈치였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이내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린 성열의 눈에 핸드폰 화면 불빛에 비친 명수의 얼굴이 눈에 띄였다. ".... 선생님...?" 익숙한 성열의 목소리에 명수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정장 바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성열에게 다가가 잔뜩 화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어디갔다 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명수에 성열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집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 정확히 자신의 집 앞에 쭈그려 앉아 있다, 자신이 보이자 벌떡 일어나 자신에게로 다가 온 명수에 성열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어디, 갔다 오냐고. 또 몸 팔고 오는거야?" ".... 선생님.." "왜. 그 니 손에 쥐어진 3만원 벌려고?" 무언가 다 알고온 듯 한 명수의 말에 성열은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성열에게 천천히 걸어 다가간 명수가 손가락으로 톡톡 성열의 어깨를 쳤다. 갑자기 제 어깨에 닿아오는 명수의 손가락에 성열이 소스라치 듯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대답을 해야지. 거짓말 할 생각은 하지 말고." "동우한테.. 다 들으셨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명수에 성열은 머릿속으로 내일 동우에게 욕을 실컷 먹여줘야 겠다 다짐했다. 깊은 한숨을 내쉰 성열이 명수를 한 번 보고는 그냥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성열의 여린 손목이, 명수의 큰 손에 잡혀 성열의 행동은 일순간 정지될 수 밖에 없었다. "선생님한테, 이런 건 말 해야하는 거 아니야?" "......" "일단.. 여기 보다는, 우리 집으로 가. 허리.. 도 아파 보이는데." 얇은 허리에 올려진 성열의 손을 본 명수가 인상을 곱게 찌푸렸다. 머뭇거리며 명수의 앞에 서 있던 성열이 뭐라 말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이내 명수의 손길에 터덜터덜 위태롭게 계단을 내려 갈 수 밖에 없었다. 깜빡거리는 가로등 밑으로 두 사람의 한숨이 연기마냥 퍼져 올랐다. |
주절주절 |
사실... 톡 주제로 쓰는 거에요^0^ 고자손이라 죄송합니다 흑흑흑.... 연재는... 반응 보고.... 괜찮으면 하려구요! 뭐 주저리라고도 할 게 없네요.. 저는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