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정식연재 축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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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입니다>
https://www.instiz.net/bbs/list.php?id=writing&no=3867286&&noinput_memo=
<3편입니다>
https://www.instiz.net/writing?no=3888342&page=1&stype=3
#11 명화감상이 뭐죠?
때는 5월.. 생활주제 중 나와 가족을 맞이하여
가족 관련 명화를 감상하며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생각이었다.
(사실 이맘 때쯤 학부모참여수업으로 아이들이 많이 들떠 있어서 평화를 줄 생각이었음)
오늘의 명화는
딱 봐도 정다움이 느껴지는 이 그림을 가지고 나는 들뜬 마음으로 수업을 했다.
"오늘 선생님이 르누아르 화가가 그린 '화가의 가족'이란 명화를 준비했어요."
"우와!"
우리 반 아이들은 일단 내가 뭘 준비했다고 하면 감탄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선생님이 그림을 보여줄 테니 자유롭게 느낀 것을 발표해볼까요?"
"저요!"
사실 찬이는 명화나 이야기 나누기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말을 잘하고 똑똑하긴 하나 수업에는 통..
아무튼 그런 찬이가 실로 오랜만에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니
나나 지훈쌤이나 놀라서 찬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찬이를 1빠로 시킬 수밖에도 없었다.
"그래요! 우리 찬이가 이 그림을 보고 느낀 것을 말해볼까요?"
"저기 엄마가 있짜나여."
"아, 찬이는 이 모자를 쓴 여자분이 엄마라고 생각했구나?
이 엄마를 보니 어땠어요?"
"눈이랑 코랑 입이, 억찌로 붙어 있는 것 가타여(뿌듯)"
킬링은 뿌듯한 표정이었다.
나와 지훈쌤은 그대로 멈췄다.
아이들의 표현력이란..
도대체 누가 이목구비가 억지로 붙어 있다고 생각을 하겠어..
아무튼 찬이의 첫 대답에 내가 빵 터져서 웃으니
우리 반 아이들의 아무말이 시작되었다.
"그림이 쫌 지져분해여."
"애기 모자가 개성이써여."
"엄마 기부니 쪼끔 안좋아보여여."
심지어 내가 다 쓰는 말들이었다..
더럽다는 표현보다는 지저분하다,
이상하다는 표현보단 개성있구나,
짜증났다는 표현보다는 기분이 조금 안 좋구나.
너네들.. 명화 감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8ㅁ8
#12 아물어가요=X
이건 오늘 있던 일이다.
이제는 제법 친구가 많이 생긴 지수가 2호차량반(우리반)에 달려들어왔다.
곧 반바지를 굳이 걷어 허벅지를 보여주는 거였다.
"엥? 이럼 부끄러운 거야~"
"아니요! 여기요. 여기 다쳤어요!"
약간 하이텐션이라서 의아했으나
지수가 웬일인가 싶어 조금 다행이기도 한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는데
진짜 흉이 져 있는 허벅지가 보이는 거였다.
"어머어머, 어디서 이런 거야? 많이 아팠겠다.."
"지금은 괜찮아요. 이불을 푸우하고 덮으면 다 나은 거예요."
...솔직히 우리나라 마데x솔 광고주 반성해야 된다.
새살이 솔솔 이라는 표현따위 우리 지수에게 쨉이 안된다는 거지.
어느 누가 새살이 돋아난다는 표현을 이불을 푸우 하고 덮는다고 하겠어!!
#13 하이텐션의 이유
나는 각 연령별 아이들이 내 기준 놀라운 어휘력이나 행동을 보이면
그 연령 종일반 쌤에게 쪼르르 달려가 말한다.
그건 이불이 푸우 지수도 마찬가지였다.
2호차량 돌고 오자마자 달려서 승철선생님한테 세이프하니
승철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두 마디 하셨다.
"애들 다 보는데 뛰지 좀 마세요.
찬이가 선생님이 뛰지 말랬다고 아주 천천히 화장실 다녀오던데:)"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아니 글쎄..!"
자초지종 말씀드리니 지수는 자주 그렇게 표현한다며 대수롭지 않아하셨다.
뭐야? 나만 놀라워?
"아 오늘 지수가 절친을 사귀었거든요. 그래서 아마 기분이 좋았나봐요."
"절친이요? 누구요?"
"정한이요:)"
...그거 살짝 지수에게 위험한..
#14 친한 선생님이 남자라서 좋은 이유
원장님이 교구를 잔뜩 사오셨다.
오늘도 나는 여유롭다.
고로 나는 원장님의 차로 가서 교구를 짊어지고 와야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심부름. 진짜 핵무거움. 탈골직전)
차키를 들고 터덜터덜 내려가는 도중 올라오고 있는 순빵선생님이 보였다.
"오늘은 *순빵선생님이네요?"
(*종일반 간식 빵일 때의 별명)
"내일은 *순떡선생님이 될 예정이랍니다^^"
(*종일반 간식 떡일 때의 별명)
서로를 마주보며 쳐웃다가 갈 길 갔다.
거의 다 내려왔을 쯤 순영선생님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어디가요? 우체국?"
"아니요. 원장님이 교구 사오셨대요."
"아, 또? 조금만 기다려봐."
(아무도 없을 땐 주로 반말을 더 자주 씀)
하지만 나는 신참이지.
신참은 스피드가 생명이지.
이 자리는 CCTV가 있지.
결국 나는 문을 열고 나왔다.
원장님 차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거친 숨과 함께 순영선생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아 좀, 기다리라니까."
"아니 하필 cctv있는 곳에서 기다리래."
"아, 고의였어."
"그럴 땐 빈말이라도 실수였다고 하는 거야^^"
트렁크를 열자마자 보이는 교구의 양에 놀라고 있는데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옮겨야 돼요?"
"너 이런 거 싫어해서 이지훈도 불렀지, 내가."
"헐, 최고야..!"
그렇다.
남자선생님이 친하면 짐 옮길 때 최강으로 좋아준다.
#15 눈치힐끔
개나리반 선생님의 횡포로 인해 잔뜩 저기압인 이지훈 선생님은
자본주의 미소와 함께 아이들의 비행기를 태워주고 있었다.
"얘들아, 선생님 힘드셔. 이제 그만."
한 마디해서 들으면 그게 아이들이겠는가..
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결국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만하세요."
그제야 아이들이 눈치를 보고 지훈선생님에게 멀어졌다.
지훈선생님은 자리에 앉아 가위질을 편안하게 하기 시작했다.
반일반 시간 땐 순영선생님 괴롭히더니 종일반 시간 되니까 괜히 이지훈 선생님 괴롭히고 난리야, 하여간 개나리.
"아침이슬반 시계봐봐. 벌써 10에 다왔네? 이제 정리합시다!"
종일반 간식시간이었다.
그래서 간식을 가지러 가야되는데..
이지훈 선생님이 지금 막 앉은 상황이었으니 내가 가야했다.
아무도 모르게 발걸음을 떼려고 하는데 이지훈 선생님이 날 불렀다.
"김00선생님."
"예?!"
"아이들이랑 손 닦고 오세요. 제가 다녀올게요."
"아, 아니.. 오늘은.. 제가 가도 될 것 같은데..?"
"무거워요. 제가 다녀올게요."
자리를 빠르게 정돈하더니 그대로 나가버리는
지훈선생님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런.. 오늘 보니까 아이들이랑 상호작용도 많이 안하시던데..
필시 오늘은 술 각이군b
회식 메뉴를 생각하며 아이들 데리고 손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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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 실화를 쓰다보니 금방 쓰네요.
다른 글들은 오래걸리니까 혹시라도 기다리기 심심하실까봐 올려놓고 도망갑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