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 @B_Chi_ [야동] 녹차와 첫사랑 w. B.Chi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응, 그래. 안녕 얘들아-." * 올해, 이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첫 출근, 첫 직장.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나는 저번에 미리와서 위치를 알아갔던 교무실도 찾지 못해 지나가는 학생에게 교무실이 어디있는지 묻는 부끄러운 짓까지 저질렀다. 으-. 그 애가 날 얼마나 한심하게 볼까. 이 바보,바보,바보!! 스스로 머리를 퍽퍽 때리는 나를 본 선생님들의 표정을, 난 보고말았다. 뭐 저런 선생이 다있지. 가르칠 수나 있을까. 이상하다. 모자라 보인다-. 한 눈에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표정들에 난 다시 한 번 좌절했다. 선생님들.. 표정이.. 너무 솔직하잖아!!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 날 보셨는지, 그 중에 계시던 자상하신 선생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교 구조를 다 외울 수 있었다. 김명수선생님, 감사합니다. 안잊을게요-. * 여차저차해서 들어오게된 이 교실. 남고라고해서 아이들이 반응을 안해주면 어쩌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외로 잘 반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아, 나도 저랬었지-. 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첫 시간부터 수업하면, 당연히 애들이 싫어하겠지? 하긴.. 나도 그랬었는데. "자, 얘들아. 그럼 교과서.." 여기까지 말하고 아이들의 딱딱히 굳은 표정을 보자 웃음이 자꾸 비실비실 새어나온다. 일부러 학생들을 놀려주려고 꺼낸 말인데, 반응이 너무 재밌다. 정색을 하려는데, 웃음이 계속 새어나와 볼근육이 아플 지경이었다. 웃음을 꾹 참고 다시 아이들의 눈을 하나하나 맞추는데, 아이들이 모두 하나같이 미간을 찌푸리고는 아아- 소리를 내고있다. 웃음을 참지 못할 것 같아 긴장돼있던 안면근육을 풀고 말았다. 갑자기 실실웃는 모습에 놀란건지, 갑자기 떠들던 소리가 멈추는데. 결국, 터지고 말았다. 푸하하- "..." "자, 교과서..는 필요없어. 첫 시간인데, 당연히 놀아야지!" - 와아- 선생님 짱!! - 쌤, 사랑해요!! - 쌤! 진짜 천사!!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환호성들을 온몸으로 받다보니 기분이 자연스레 밝아졌다. 이런게 긍정 바이러스인가? "자자, 일단 선생님 소개를 할게. 선생님 이름은, 장동우. 나이는.. 몇 살같아?" - 20대 초반이요!! - 아니지, 내가 사람 볼 줄 아는데 26살 정도야. 확실해. - 40대요!! - 야, 그건 니 얘기 아니냐-. 금새 소란스러워지는 교실을 보고있자 내 학창시절과 겹쳐보이는 것 같아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나왔다. 교실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구나-. "자자, 그만. 선생님은 올해 33살이야." - 헐.헐.헐. 쌤 완전 동안! - 피부관리 어떻게 해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에 머리가 띵-해지기 시작하자 미리 가지고 들어온 물병으로 교탁을 두어번 두드렸다. "그런 질문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와라. 쌤이 관리방법 알려줄게. 소개 마저할게. 선생님이 너희에게 가르칠 과목은 알다시피, 수학. 조는 놈들은 알지? 쌤은 다 깨운다. 각오해!" 마지막말을 진지하게 하자, 아이들이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귀여워 웃음 한 번. 쭉 훑어봐도 앳되보이는 얼굴에 웃음 한 번. 계속 웃는 내가 이상했는지 반장이 스스로 나서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래, 소개는 이쯤 하고. 뭐 더 질문할 것 있는사람?" -여자친구 있어요? 예뻐요? -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어땠어요? 예뻤어요? "자자, 조용조용. 한 사람만 질문해. 질문?" - 저요-. 손을 번쩍 든 학생에게 저절로 눈이 갔다. 예쁘장하고, 웃고있는 얼굴이 장난을 많이 칠 듯한 얼굴이라 명찰을 바라봤다. '이성열' 흠.. 성열이. 지켜보겠어. "그래, 성열이." "쌤." 여기까지 말하고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는데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들키지 않게끔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있자 이 녀석이 말을 잇는다.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후.. 다행이다. 생각보다 양호하네. '첫사랑'이라는 단어 하나에 벌써부터 눈에서 불이 타오를 듯 한 아이들의 모습에 헛기침을 크게 두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음.., 첫사랑이라." 내가 입을 열고 말을 한 마디, 한 마디 하는데 귀를 기울여주고, 눈을 빛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내가 수업할 때도 이렇게 바라봐주면 좋을텐데- 하는 헛된 희망을 가져보다, 한숨과 함께 희망을 날려보냈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을 한 번씩 쭉 맞춰주고는 손을 교탁에 집으며 입을 열었다. "선생님 첫사랑의 첫만남은 조금 코믹해. 그 때는.. 십년 전. 이 쯤이었어.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했어. 새로운 만남이 생길 듯한 그런 날…." * "그 때, 난 대학교에 갓 들어온 새내기였어.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사람과, 좋은 연애를 하려고 학창시절 내내 공부만 해댔지. 일어나서 학교와서 공부하고 집에가서 공부하고 잠깐 졸고 다시 학교와서 공부하고.. 너희들도 이렇게 하면 쌤처럼 더 좋은 연애 할 수 있어." - 아 쌤-. 첫사랑 얘기요, 첫사랑 얘기. 공부말고요-. "알았어, 알았어. 짜식들-. 큼, 사실,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애가 있었는데. 한 순간에 와장창- 환상이 깨져버려서 걔 덕분에 공부에 집중 할 수 있었지. 그리고. 난 대학에 가면 좋은 사람들이 줄을 설 줄 알았어. 아니더라. 역시 사람은 이거, 이거. 얼굴이 돼야하나봐.. 아무튼, 그러던 어느 날에. 친구녀석한테 전화가 온거야. 소개팅을 시켜주겠다고." - 오오오오!! 그래서요?? "..조용. 니네들 계속 끼어들면 얘기 안한다? 푸하-. 에이, 농담이야. 농담." - 소개팅 시켜준 그 친구는요? 여친 있었어요? "..여친... 응. 걔는 애인이 있었거든.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서 그 때 까지도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걔 애인이 아마, 선도부장이었던가? 조금.. 뭐랄까, 여우상이였어." - 와, 짱이다!! "그래, 그래서 지 배가 부르니까 소개팅을 시켜준거겠지. 좋은 사람이라고 얼마나 안심을 시켜주던지. 처음엔 믿었는데 계속 그러니까 조금은 수상한거 있지? 그래서 나가지 말까,도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안나갔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다행이라고 생각해." - 와,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어요? - 예뻤나보네. - 야, 겁나 부럽다. 그런데 나정도 얼굴이면 예쁜 여자가 붙지 않을까? - ...지랄. "어디서 욕이 들린다. 조용! 음, 맞아.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어. 여태까지 만난 사람들 중 최고였지. 소개팅에 나가기 전날 밤에, 어찌나 떨렸던지. 게다가 난 소개팅은 난생 처음이었고, 애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신기했었어. 그래서 내일 뭘 입고가지-, 머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뭐, 이런 생각들로 잠을 잘 못잤어. 그리고. 그 날이 온거야.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날이 온거지. 바로, 소개팅." - 오오오오!!! 쌤 빨리 해줘요!! "알았어, 알았어. 그 때 생각하니까 갑자기 또 설렌다, 그 때 진짜 풋풋했지. 뭘 입고 나갔더라, 청바지에.. 남방이었나? 아무튼 그랬어. 약속장소에 도착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게 어찌나 힘들던지. 손잡이를 잡았다가, 놨다가. 다시 잡았다가, 놨다가. 그러다 시간을 보니까 벌써 약속시간이 5분이나 지나버린거야. 결국 문을 쾅- 열고 들어갔지. 더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딱 문을 열고 안을 봤는데!!" - 봤는데!! 봤는데요!! "아무도 없었어. 오지도 않았던거지. 그 때의 기분이란. 아, 나 소개팅도 하기 전에 차였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들고. 학창시절에 연애나 해볼걸-. 뭐 이런 생각들만 들었지. 장사도 잘 안되는지 가게 안에서는 노래만 흘러나오고, 사람은 아무도 없고. 텅 빈 가게에 혼자 앉아서 주문도 안하고 있으니 진짜 엄청 뻘쭘하더라. 종업원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 뭐야, 그 사람. 어이없다. 그래서요, 쌤? 그냥 나갔어요? 아니면 기다렸어요? "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시계를 보니까 원래 약속한 시간보다 거의 삼사십분 정도 지나있더라. 나도 이젠 지쳤지. 계속 기다릴 순 없잖아. 그래서 소개팅 주선한 친구 욕을 막- 했지. 이런 개처럼 생긴 친구를 봤나 부터, 십팔살 부터 이어온 우정을 깨겠어. 이러면서. 아,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 소리내서 말한 것 같은데? ..종업원이 이상하게 봤겠어.." - 쌤, 잠깐만요. 혹시 그 친구랑 아직도 연락해요? "아, 걔? 당연하지. 걔도 지금 교사라 어쩔 수 없이라도 해야해." - ..네?? 교사요? 와, 대박이다 진짜. - 우리학교에요?? 그럼 진심 대박. "음.. 비밀. 나중에 말 잘들으면 어느 학교인지 알려줄게. 여기 근처야. 아무튼, 그렇게 속 시원하게 욕을 다 하고는 일어서려고 고개를 딱. 들었다? 그런데. 세상에. 앞에 누가 서있는거야. 숨을 헐떡이면서. 날 죽일듯이 노려보는데, 그 때 그 살기란. 어우. 그래서 난 놀라가지고 물었지. "..누구..세요?" 그랬더니 씨익- 하고 웃는거야. 그런데 드라마 같은데 보면 원래 이럴때 반하잖아? 그럼 여기서 문제. 난 반했을까, 아니면 무시했을까." - 무시했을 것 같아요! - 반했죠! 반했으니까 얘기가 되지, 멍충이들아. "그만그만. 쌤은 여기서, 반해버렸어. 첫눈에 반한거지. 그렇게 웃는데 요즘 그 표현 쓰지? 심장어택. 말 그대로 심장이 딱- 멈추는 그 순간. 나한테는 영원히 오지 않을 듯 했던 그 순간이 온거지. 난 그 길로 바로 멍- 해져서는 어버버, 거리면서 물었어. "누구시냐니까요.." 그랬더니 내 앞 의자에 탁, 주저앉더니. "당신이랑 소개팅 할 사람." 이러는데, 어우.. 아직도 설렌다." - 야.. 멋있다. - ..그런데, 그런말은.. 쌤이 상대방 여자한테 했어야한거 아니냐? - 그런 것 같기도.. "큼큼. 조용. 아무튼 그렇게 그 사람이랑 드디어 서로 만났잖아. 얘기를 해야하는데, 그 사람이 낯을 가리나봐. 말을 안하고 계속 나만 쳐다보길래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한 마디 했어. 그런데.. 그게 참. 바보같은 말이었지. 뭐라고 했는 지 알아? "날씨 참 좋죠?" 이 말이었어. 그런데 이 말을 하니까 그 사람이 픽- 웃는거야. 꼭 비웃는 것처럼. 왜 그런가- 하고 밖을 봤더니, 아까까지만 해도 화창하고 따뜻했던 날씨은 어디가고, 비가 쏟아지고 있는거야. 그리고 생각해냈지. 그 사람이 비가 갑자기 오는 바람에 늦었다고 말했던게. 그래도 나 덕분에 서로 말문이 트이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어. 이름은 뭐고, 나이는 몇이고. 이렇게 한창 좋은데, 주문을 받으러 온거야." - 아, 뭐야. 눈치없게. - 그러니까, 너같이. - 그러게말이, 뭐?? - 시끄러워. 조용. "그래. 쉿. 그래서 메뉴판을 봤는데, 세상에. 커피 종류가 어찌나 많던지. 난 믹스밖에 안마셔봤는데. 뭐,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난생 처음 듣는 이름들이 있는거야. 값도 비싸고. 그래서 상대방이 고르는 걸로 같이 두 잔 주세요- 하려고 했더니. 그 사람도 멀뚱히 메뉴판만 보고있는거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내가 시키기로 마음을 먹었어.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나섰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메뉴판을 아는 메뉴가 나올 때까지 계속 넘기는데. 그 때 이름이 익숙한 게 보이는거야. 녹차." - 녹차요? 아, 그래서요? "그래서 당연히 녹차를 시켰지. 값도 쌌고. 또 뜨거우니까, 식혀가면서 먹잖아? 그러면 얘기도 더 할 수있고. 그런데 내가 "녹차 주세요-." 하자마자 그 사람이 "저도 녹차요." 하는 거 있지? 그 사람도 커피 종류를 잘 몰랐나봐. 그리고 계속 대화를 나눴어. 뭐 시시콜콜한 농담부터, 다니는 학교나 사는 동네. 이런 얘기들을 계속 하다가 드디어, 녹차가 나온거야. 그런데 나는 녹차라고 하면 당연히 그 녹색인 물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새하얀 찻잔에 뜨거운 물이 들어있고. 그 옆에 티백. 따로따로 나온거지. 난 이제 그 때부터 멘붕이 시작된거야. 사실 난 녹차라는 이름만 들어봤지, 먹어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누가 마시는 걸 본 적도 없거든. 녹차릉 마시는 법을 몰랐던거야." - 푸하하하-. 아, 쌤. 진짜 녹차 어떻게 마시는지 몰랐어요?? - 와- 대박. 나 벌써 웃기려고그래. "얘들아. 난 아직 시작도 안했다. 그리고 솔직히 십년 전에 남자애들이 녹차를 마셨을거라고 생각해? 우리는 커피믹스만 마셔도 얼마든지 충분했거든-. 아무튼. 난 녹차 마시는 법을 몰랐어. 그래서 상대방이 마시는 법을 보고 따라해서 똑같이 마실 생각이었거든. 그런데, 상대방이 녹차는 안마시고 계속 나한테 말만 시키는거야. 물은 점점 식어가고-. 난 그래도 녹차는 따뜻한 물에 마시는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거든. 슬쩍 잔을 만져보니까 뜨겁지가 않고, 그냥 미지근- 한거야. 김은 진작에 안보였고. 하는 수 없이 내가 먼저 마셔야지-. 하고는 티백을 딱! 잡았어. 남자답게. 그리고 녹차를 탔어. 어떻게 탔는 지 알아?" - 어떻게 탔어요?? - 티백 물에 담근거에요? 방법 알았어요? - 에이, 그럼 재미가 없지. 어떻게 했는데요? "내가 티백을 딱! 잡았잖아? 그랬더니 그 사람이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더라고. 그래서 난 나름대로 당황했지. 잡긴 잡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저 사람이 보고 있는데. 이러면서 말이지. 계속 티백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생각이 난거야. 어떻게 탈지." - 아, 쌤. 빨리요!! "알았어, 알았어. 티백을 왼손에 잡고. 오른손을 가져가서. 뜯었어." - ..네? 뭘 뜯어요? "..티백을." - ...푸하하하하-. 아 쌤. 설마 티백 뜯은거에요?? 아 대박!! - 와 진짜 대박. 푸하하하-. 이거 사연 보내봐요, 쌤!! "..조용. 아무튼 당차게 뜯고, 찻잔에다가 부었다? 그런데 그 상대방이 내가 하는 걸 잘 보고있다가 따라하는거야. 똑같이 티백을 잡고 뜯은 다음에, 쏟았어. 그런데 난, 그 때 아예 마시는 법을 몰랐으니까 그 사람이 날 따라했잖아. 그러니까 그게 당연히 맞는거라고 생각한거지. 그래서 혼자 속으로 신나가지고는, 장하다, 장동우-. 짜식, 넌 성공했어-! 이러고 있었다니까. 나 나름대로 신나서 녹차를 마시는데, 뭔가 이상한거야." - 뭐가요? - 야, 그렇게 녹차를 탔다는거 그 자체가 이상한데 뭐가요가 뭐냐? "녹차를 입안에 넣은 다음에 삼켰다? 그런데, 입 안에 뭔가가 남아있는거야." - 네? 뭐가 남아요? "..녹차 건더기." - ...아, 대박. 푸하하하-. - 쌤 진짜 천연기념물이다!! 푸하하하-. "..그래도 이제는 탈 줄 알거든? 봐, 물병에 티백 끈 있는거 보이지? 아무튼. 입에 뭔가가 남아있으니까 말도 제대로 못하겠고. 그렇다고 또 삼켜지는것도 아니야. 워낙 작은 것들이라. 걸려서 이것들이 잘 안넘어가는거야.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아. ..그 건더기가 끼는거야. 이에. 말하는데 그 사람 이에 건더기가 낀게 보이는거야. 새하얀 이들 가운데에 붙어있는 녹차 건더기. 너무 눈에 잘 띄잖아. 난 이제 그걸 보고 아. 나도 저렇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 미지근한 녹차를 한 번에 마셨어. 그러니까 그 사람도 놀란 눈치더라. 뭐, 난 진짜 이 소개팅은 망쳤다-. 하는 생각에 눈에 뵈는게 없었거든. 그때부터 뭐. 말투도 원래 말투로 바꾸고. 자세도 편안하게 앉고. 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내 생애 첫 소개팅이 끝났어." - 와.. 그래서 어떻께 됐어요? - 사귄거에요?? "그 날 밤에 연락이 안오더라. 그래서 마음을 일찌감치 접었지. 그 녹차 사건도 있고. 그런데. 그 다음주에 학교 도서관에 있는데, 연락이 왔어. 뭐라고 왔는지 알아?" - 우리 사겨요, 동우씨! 이렇게 온 거 아니에요? - 아니면, 우린 아닌가봐요. 뭐 이런거. "음, 다 틀렸어. 뭐라고 왔냐면…." * 띠리리링- 차렷- 경례-. 안녕히가세요-. "그래, 내일보자!" ..후. 아이들에게 첫사랑 얘기를 해주고나자 진이 다 빠져버렸다. 다른 사람에게, 그냥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볼 학생들에게 내 흑역사를 말해주면 뭐하나.. 하고 생각하다, 이렇게라도 학생들이 추억을 만들었으면 됐다는 생각에 다시 웃음이 나왔다. 교무실로 가기 전, 잠시 교사 휴게실에 들어가자 아까 그 자상한 선생님이 음료수를 뽑고 계셨다. "아, 장동우선생님, 첫 수업은 어떻게. 잘 하셨어요?" "명수선생님. 네, 나름 잘 마친 것 같아요. 그런데 진이 다 빠지네요.." "원래 처음이 다 그렇죠, 뭐. 그래도 표정이 밝아보여서 다행이에요." "감사해요.." 쿵쿵- 타다닥- ..이 익숙한 발자국 소리는.. 설마. "야, 짱똥! 너 아까 들어가는 것 다 봤거든?" ...남우현. "어? 남우현선생님. 장선생님이랑 아는 사이십니까?" "아, 명수쌤도 계셨구나! 네! 저랑 얘, 아니. 장쌤이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어요. 아마.. 고2때 만났나? 그리고 장쌤은 저한테 평생 고마워해야해요. 제가 얘 반쪽을 찾아줬거든요." "..조용히하지?" "뭘 부끄러워해, 친구. 이따가 밥이나 먹을까?" "..잠깐 귀 좀 대봐." "응? 왜, 친구야? 아니. 장쌤?" 능글맞게 실실- 웃으며 내 개인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우현의 모습에 혹시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닐까, 걱정이 되었다. 조용히하라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 저 멍청한 녀석. 눈 앞에 있는 녀석의 얼굴을 돌려 귀를 잡아당겼다. 눈 앞에 있는 우현의 뺨에 한 대를 날리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있으니까. 볼살을 세게 잡아당기자 아아-. 비명을 지르는데, 그 입을 꼬매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 잘난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한 마디 했다. "...개처럼 생긴 새끼. 우리의 십팔년 우정을 깨고싶지 않으면 입 딱 닥치고 있어.." 우현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전한 후에 김명수선생님께 예의바른 인사를 하고는 살포시 문을 닫고 교무실로 향했다. 오늘은 수업하기도 그렇고. 그냥 하루종일 첫사랑 얘기만 계속 해야겠다-. * "녹차쌤!!" 쉬는시간에 교무실에 앉아 물병에 들어있던 녹차를 마시던 중, 갑자기 들리는 녹차소리에 쿨럭- 하마터면 뿜을 뻔 했다. "..어, 어. 무슨일이야?" "..피부관리.. 저 피부가 안좋아서. 어떻게 하세요??" "아.. 피부." 여기까지 용기내서 찾아온 학생이 귀여워서 씨익- 웃고난 후, 간단한 대답을 주었다. "사랑하면 돼. 누군가를 자기 반쪽으로 여길만큼 사랑하면 자연스레 다 좋아지더라, 건강도, 피부도…." * 수업이 모두 끝나자 온몸에 진이 다 빠지는게, 걸을 힘도 없을 것 같았다. 몸을 힘겹게 움직여 교무실 의자에 앉는데, 세상에. 여기가 파라다이스나 다름없었다. 메시지 와떠여- 귓가에 울리는 깜찍한 문자알림음에 겨우 몸을 일으켜 문자를 확인하자 내 어깨를 누르고있던 피곤함과 졸음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십년 전 그 때랑 똑같아. 호야.." 「학교 밖으로 짐챙겨서 나와. 녹차 타왔어. - 내 반쪽, 녹차♥」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