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딸기 빙수 사줄게,"
"뭐?"
"나랑도 친하게 지내자!"
수줍게 긴 팔을 뻗으며 악수를 청하는 빨간 머리였다. 둥그런 빨간 빛 정수리가 퍽이나 웃겼다.
다시는 널 마주치고 싶지 않아 ..
이과생의 문과적 연애
02.
슬금 고개를 들어 제 반응을 확인하던 빨간 머리의 무안한 오른손을 그대로 지나쳐 황급히 도망쳤다. 저기 빨간 머리랑 저 아는 사이 아니에요. 계단을 걸어 내려가자 선배들을 배웅하고 있는 민현이 보였다. 멀리서 민현의 이름을 부르려던 찰나 아까 전까지 유아교육과 테이블 한 켠에 앉아 얌전히 웃고만 있던 여자들 두세 명이 민현의 주변을 맴도는 게 보였다. 일순 걸음을 멈췄다. 민현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는가 싶더니 수줍게 휴대폰을 건네는 듯 했기 때문이다.
흠칫 하며 잽싸게 뒤를 돌아 눈 앞에 있던 키 큰 화분의 잎사귀를 만지작 댔다. 그녀들의 어련한 용기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무가 아픈가, 잎이 마른 것 같기도..
상황을 살피려 살짝 뒤를 돌자마자 당황한 듯 두리번 대던 민현의 시선이 내게 잠시 스친 것도 같았다.
마침 딱, 민현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 ㅇㅇㅇ!"
마침 눈이 마주칠 건 또 뭐람.
슬로우 모션처럼 몸을 돌려 부자연스럽게 손을 올렸다. 너를 굉장히 찾던 중에 만나서 반갑다 라는 듯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구세주라도 되는 양 해사하게 웃으며 성큼 성큼 걸어오는 민현이었다.
"하하, 여기 있었네. 민현이 너 찾고 있었어."
"난 너 왜 이렇게 안 나오나 했잖아. 또 무슨 일 있나 하고."
무슨 일이 있긴. 물론 있었다.
"근데 너 어디 아파?"
"응? 아니. 나 멀쩡한데?"
"얼굴이 엄청 빨개."
"사실 좀 더운 거 같아. 여기 냉방이 너무 안 좋네."
"...아직 추운데."
냉방이 안 좋다고? 아직 3월인데 무슨 냉방이야 냉방은.. 나름대로 급조한 변명이 스스로 웃겨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얼굴을 보자마자 가까이 다가와 이곳 저곳 살피며 아프냐고 물어오는 민현의 시선과, 덤으로 황민현 헌팅에 실패한 여자 무리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가 내 얼굴색을 살피는 것도 그럴 만한 것은 내가 빨간 머리의 머리색보다 붉어진 얼굴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금 빨간 머리의 유치한 멘트가 생각났다. 마치 갓 입학한 초등학생이 새학기가 돼서 새로이 만난 짝꿍에게 건네는 대사 따위가 아닌가.
제게는 열 살 아래의 막내 남동생이 있다. 몸집은 중학생 저리 가라 지만 생각만은 아직 유치원 졸업을 하지 못 했고, 허구한 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 말썽 투성이 인데 그런 그가 들어도 피식 하고 코웃음을 칠 만한 멘트였다. 앙증맞은 대사를 그렇게 우렁차게 소리 쳤으니 화장실과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였던 걸 몸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아마도 내 얼굴이 토마토가 된 이유일 것이다.
"나 배고프다 민현아. 나갈까?"
"어? 어, 그러자."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별안간 민현의 팔뚝을 제 몸 가까이 잡아 당겼다. 저보다 훨씬 큰 몸집을 갑자기 끌어당기자 힘 없이 끌려오는 몸뚱이며, 휘청 하는 팔다리가 모순적이게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잠깐 올려다본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기도 했다. 얘도 더운가.
배가 고프니 이제 점심 메뉴를 고민해보자며 다급하게 걸어 나온 카페 밖의 날씨는 화창했다. 카페 유리창을 너머 전해진 여전히 따가운 그녀들의 시선이 적응 되진 않았으나 아무렴 어떤가.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그 시선들이 후에 그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이땐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학교 주변을 함께 걷다 갑자기 급히 전화를 받은 민현은 통화가 끝나자 마자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누군데 그래?"
"그게, 동호 선배."
"아 작년 과대 오빠?"
"...응. 근데 술 받으러 오래. 옆에 갈매기살 집이라고 빨리."
"아직 대낮인데? 대단하신 분들이다."
"우리 점심 먹기 힘들다. 개강하고 첫 학식은 나랑 먹어야 돼. 이번엔 내가 미안해."
"괜찮아. 얼른 가봐."
가볍게 손 인사를 건네는 민현에게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늘 점심도 편의점이나 가서 대충 때워야 할 것 같았다.
며칠 뒤, 본격적인 개강이 시작 됐다.
잠에서 덜 깬 두 눈을 막 비벼댔다. 잠이 너무 부족한 탓에 자꾸만 하품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은 어젯밤 갑자기 마블 영화가 구미에 당겨 시리즈 별로 몽땅 다 보고 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용케도 일찍 일어난 자신이 대견스러워 속으로 열심히 박수를 쳐줬다.
문을 열자 드넓은 강의실이 보였다.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 꽤 이른 시간에 도착한 탓에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엄청 넓네. 처음 보는 대학교 강의실을 크게 둘러본 뒤 발걸음을 뗐다. 뒷자리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앞자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어중간한 곳으로 올라가 맨 끝 자리에 가방을 내려 놓고 새로 산 손목 시계를 확인했다. 강의가 시작 되려면 아직 20분이나 남았음을 확인하고선 잠을 보충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엎드려 눈을 감으려던 찰나, 조용한 적막을 깨는 발소리가 들렸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찌뿌둥한 고개를 들자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둥실 떠다니는 빨간색 뭔가가.. 어. 멈췄다.
"너도 이 수업 들어?"
"누구... 헐."
"..나 기억 안 나?"
기억이 안 날리가. 되도록이면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인물이었는데, 또 만났다. 상황을 보아하니 심지어 같은 강의를 듣는 것 같은데.
머피의 법칙에 의하면 이런 게 정말 악연인 건가 싶었다. 만에 하나 머피가 이런 상황을 주도하고 낄낄 웃으며 관전하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한 판 주먹 다짐을 할 것이다.
이 무서운 우연의 원인은 방학의 끝자락 중에 있던 수강 신청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에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대학생이던 친오빠가 수강 신청 하는 것을 봤다. 어렴풋이 생각 나는 기억의 일부분에서 오빠는 잠시 피씨방에 다녀오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끝내고 돌아왔었다. 따라서 근 3년간 써오던 노트북으로 대충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설마 사이트가 터지기라도 하겠어. 아니나 다를까, 한 시 정각이 되기가 무섭게 홈페이지는 보기 좋게 터졌었다. 친구에게 우리 학교 이름이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한 켠에 자리하기 까지 했다고도 들었다.
학생 때에도 친구들이 목을 매던 그 흔한 연예인 콘서트 티켓팅 한 번 해보지 않았고, 중요한 건 관심조차 없었다. 에이핑크를 좋아해 콘서트까지 몇 번 다녀온 친오빠와 달리 경험이 없었던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때문에 가장 인기가 많은 화 수 목요일 오후 강의 시간은 순식간에 자리가 찼었다. 그나마 남은 강의로 겨우 시간표를 채우고 마지막으로 교양 과목만 고르면 됐었는데, 다들 피곤에 쩔어있는 월요일, 그리고 불 태우기 좋은 금요일의 오전 강의만이 저를 반기고 있었다. 술을 즐겨하는 본인이기에 차라리 금요일에 놀자 싶기도 했고 마침 전공 수업도 월요일 오후였기 때문에 월요일 오전 강의에 이름을 적어 냈다.
결국 뒤죽 박죽 엉망이 다 된 시간표는 불행 중 다행히도 금요일 공강이라는 소소한 선물을 남겨줬다. 그리고 대망의 그 교양 시간이 월요일 오전 9시, 즉 오늘의 첫 수업이었던 것이다. 그게 내가 이 빨간 머리와 다시 재회하게 된 이유다.
교양 과목 이름이 '인간 관계와 인성' 이었던 것 같은데. 내 대학 생활 인간 관계와 인성은 이미 틀린 듯 했다.
"아니. 빨간 머리, 너 기억 나."
"다행이다. 친구 없을까봐 걱정 했었는데."
"그때 보니까 친구 되게 많아 보이던데?"
"어? 나 걔네랑 완전 안 친해. 나 혼자 다녀."
"...뭐 안타깝게 됐네."
"..근데, 나 여기 앉아도 돼?"
대화를 시작 하기도 전에 가방을 내려놓던데 뭐. 못 이기는 척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엎드렸던 상체를 바로 세워 기지개를 폈다. 찡그리다 살짝 트인 시야로 입술을 앙 다문 채 입꼬리만 올려 숨죽여 웃는 빨간 머리가 보였다.
처음 본 교수의 인상은 별점 오 점에 딱 한 개 정도 줄 수 있었다. 형광등에 반사 돼 반짝 거리는 머리 스타일이 인상 깊어서 준 점수다. 출석 체크 후에 그대로 졸았던 것 같다. 역시 사회 과목은 나랑 안 맞다니까. 순식간에 훌쩍 지나간 시간에 수업은 슬슬 마무리 되는 분위기였다. 하나 둘 씩 가방을 챙기길래 필기 안 된 깨끗한 책을 덮고 저도 따라 가방을 챙기다가 사람들이 빠져나간 문 앞에서 여자 몇 명이 이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이유를 몰라 두리번 대다 옆자리에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빨간 머리가 보였다. 얘도 참 피곤하게 살 운명인가보다.
자는 게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네.
"야."
"웅... 오 분만,"
"..야, 야. 빨간 머리."
"... 네?"
미동도 없던 몸을 툭 건드리자 오 분만 더 자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안 보여 잡고 흔들자 오만상을 찌푸리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는 빨간 머리였다. 긴 팔이 휘적대며 책상을 짚으니 필기구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꼭 쥐고 있던 주먹이 풀리면서 꼬깃한 노란색 포스트잇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돼 보였다.
"수업 끝났으니까 일어나."
"어, 벌써? 말도 안 돼.."
"바로 전공 수업 있어서 나 먼저 간다. 옆에 떨어진 종이도 좀 줍고."
"아니, 잠깐만. 이거 네 건데."
자리에서 일어나 턱으로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가리키며 오른쪽 어깨에 가방을 맸다. 발을 떼려는 순간 왼쪽 팔목을 잡아채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며 돌아본 빨간 머리는 저도 모르게 잡아버린 손목에 적잖이 당황한 듯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손을 떼지 않아 붙잡힌 손목과 빨간 머리를 번갈아 보는데 떨어진 포스트잇을 줍더니 손에 꼭 쥐어주며 하는 말이었다.
"...이따 꼭, 연락 줘."
"내가? 누구한테. 빨간 머리 너한테?"
"그거 보면 알아."
"...?"
"그리고 나 빨간 머리 아니고."
"......"
"영민, 임영민."
그제서야 손목은 자유를 찾았다. 제 이름 석 자를 말하는 것을 끝으로 드디어 할 말을 다 했는지 제 아랫 입술을 이빨로 잘근 씹으며 괴롭히기만 하는 빨간 머리, 아니 임영민이었다. 막 잠에서 깬 탓인가 조금 발간 볼을 옴삭댄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정신을 차리고 구겨진 포스트잇을 가방에 아무렇게나 집어 넣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강의실을 나서자 마자 아까 잠든 영민을 쳐다보던 여자들 무리들과 눈을 마주쳤다. 아까 잡혔던 손목을 천천히 쓸었다. 왠지 모르게 손목이 화끈 댔다.
전공 수업 땐 민현과 같이 앉았다. 오전 내내 푹 잔 덕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이과목 수업이기에 오후에 잡힌 전공 수업 부터는 신나게 필기도 하고 민현과 떠들기도 했다. 저 분자식이 맞느냐, 저발열량 공식에 따르면 이렇고 저렇고. 아깐 꼬박 조느라 시간이 휙휙 지나갔다면 이번엔 나름 재밌어서 순식간에 수업이 끝난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좀 전, 영민이 당돌하게 쥐어줬던 포스트잇의 존재는 가방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저번 새내기 모임 때 서로 사정이 있던 관계로 함께하지 못 했던 밥을 드디어 먹기로 했다. 오후 여섯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슬슬 모이는 사람들 때문에 식관의 자리는 한두 군데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데 민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돈까스 먹을래."
"그럼 나도. 아니다, 난 치즈 돈까스."
"뭐야. 나보다 맛있는 거 먹게? 그럼 난 치즈 돈까스 정식."
"진짜 유치해."
"나 유치한 거 세상 사람 다 알 걸. ㅇㅇ가 너만 얼른 적응하면 돼."
같이 있으면 정말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얼굴이 안 보일 땐 연락 만으로도 사람이 좋은 걸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 공부를 잘했다. 학기 초반부터 입학 등급 과탑이라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그의 지적인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지금의 난 불과 여섯 달 전만 해도 끔찍한 고삼의 굴레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현실이 그렇게 각박할 줄은, 고등학교에 올라와 난생 처음 뼈 시린 입시의 고통을 느꼈다. 언젠가 티비 프로그램 어딘가에서 방영하는 '극한직업'이라는 걸 본 적이 있다. 여러가지 고돼 보이는 직업들을 보다가 문득 한국의 고삼의 삶보다 고된 직업이 어디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고삼 취재하러 안 가고 피디는 뭘 하는지.
그럼에도 나는 공부를 잘했다. 그렇게 혹독하게 공부를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명문대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일반적인 여고생들에게 이상형을 물어본다면 대부분 키가 크고, 어깨가 넓으며 쌍커풀이 있고 없고- 이런 부분을 따지기 마련일 것이다. 충분히 보편적인 대답인데, 그러나 내 고정 답변은 '지적인 남자'였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내 이상형이었다.
공부를 잘하면 돈도 잘 벌 것도 같고. 핵심은 12년 간의 학생 신분으로 흔한 연예인 한 번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여중, 여고 출신이었으므로 외적인 부분에서 호감을 느낄 만한 기회도 없었거니와 두 살 위 철부지 오빠, 저와 붙기만 하면 싸움이 나는 다섯 살 아래의 남동생, 그리고 항상 시끄러운 막내 남동생 때문에 남자에 대한 환상 자체가 없었다.
이러한 사연이 있는 나는 결국 서울권에서 내로라 하는 대학교 입시에 성공했다. 그리고 입학을 하자 마자 만난 민현은 너무나도 바람직한 이상형의 정석이었다. 특히나 저가 굉장히 좋아하던 화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할 수 있는, 그러니까 공통 관심사도 같아 말이 굉장히 잘 통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민현과 함께 받은 번호가 모니터에 올랐다.
"저거 우리 거 맞지? 들고 올게."
"앉아 있어. 내가 얼른 들고 올 거야."
"못 말리겠네."
일어나는 저를 굳이 앉히며 직접 가져온다는 민현에 항복의 뜻으로 두 손을 들었다. 씩 웃으며 긴 다리로 식대를 향해 걸어가는 민현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찾기 위해 가방에 손을 넣는데 까칠한 느낌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어, 이거.
아까 영민에게 건네 받은 포스트잇이었다. 접착면이 함께 닿아 접힌 탓에 한 번에 펴기가 어려웠다. 겨우 핀 쪽지엔 정성 들여 쓴 듯 오목 조목한 글씨가 영민의 꼭 쥐어진 주먹 속에 갇혀 있었던 탓인가 조금씩 번져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씩 꼼꼼히 눈으로 좇으며 읽기 시작했다.
"뭐야 그거?"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
"미안. 뭘 엄청 열심히 보는 거 같길래. 웬 쪽지?"
"아, 이거? 우리 막내 동생이 써준 편지. 별 거 아냐."
이게 뭐라고 집중해서 읽느라 민현의 발소리도 못 들었나보다. 갑자기 느껴진 민현의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다시 포스트잇을 마구 접어버렸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갑자기 거짓말을 해버린 이유도 모르겠다. 별 거 아닌 건 맞지만.
뒷머리를 긁적대자 의아하게 쳐다보던 민현이 가져다 준 돈까스를 받았다. 저번에 잠깐 나온 음식 얘기를 할 때 소스가 필요한 무슨 음식이던 간에 무조건 찍먹이라고 했었는데, 그걸 또 기억하고 소스를 따로 가져왔다. 역시 머리가 좋으니까 기억력도 남다른 건가.
느낌표. 웃긴 느낌표. 나름 열심히 쓴다고 한 문구 중에 느낌표가 인상 깊었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 중간에 가로로 그은 선 두개, 그리고 아래엔 작은 동그라미. 이렇게 생긴 느낌표도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본 기억이 없는데. 얘만 보면 자꾸만 집에 있는 막내 남동생이 생각난다. 컨셉인가, 뭐.
돈까스를 열심히 썰다가도 자꾸만 쪽지가 생각나 비식 비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저번에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
근데 그거 진짜 웃은 거 아니었는데..
혹시 시간 나면 연락 주라. 진짜 빙수 살게.
아 물론 사과하고 싶어서!
010-1995-1225]
누가 문과생 아니랄까봐, 맞춤법하고 띄어쓰기 하나는 죽여준다.
별안간 아까 잡혔던 손목이 다시금 홧홧해졌다.
(っ´ω`c) |
안녕하세요 때깔입니다! 되게 금방 찾아뵈는 것 같은데 시간이 꽤 지났네요. 설마 기다리셨나요? 헤헤 작품에 참고로 저는 빠른 전개를 싫어하기 때문에 쥔공 세 명 위주의 이야기들을 아주 꼼꼼히 다뤄갈 것 같아요. 아 참, 저 자랑할 거 있어요! 사실 별 생각 없이 업로드 한 1편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정말, 리얼, 대박, 헐. 이더라고요.. 제가 감히 초록글 1페이지까지 올라갔습니다 ㅠㅠㅠㅠ 과분한 자리임을 알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영광을 영민현에게 ,, 여러분들이 사소하게 몇 글자라도 써주시는 댓글 덕분에 저렇게 초록글까지 갔답니다. 저 댓글 보고 정말 많이 웃어요 ..ㅎㅎ 아시겠죠? 찡긋 작품이나 브금에 대한 질문도 좋고요, 궁금하지 않으실 수도 있으나 작가에 대한 질문도 좋습니다. 막 찔러보세요! 금방 또 찾아올게요 (っ´ω`c) |
아모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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