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abbit - Wonderful World
오늘 나는 아침부터 굉장히 기분이 좋았었다.
몇 안되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기분이 괜찮았던 날이었으니까.
곽아론이 자기 집 가지 않고 자취방에 버팅기고 있어도 좋았다. 그냥 기분이 좋았거든.
근데 지금 그 좋은 기분을 다 망쳐놓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반존대 연하남이 설레는 이유
12
w. 갈색머리 아가씨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뻐근하지 않았다.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자서 그런가.
우선 머리가 맑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만 되면 찾아오는 지끈거리는 두통 때문에 고역이었는데.
씻고 나온 다음 옷을 고르는 데 막힘도 없었다.
그냥 이거이거이거 입어야지 했는데 그 조합이 너무나도 괜찮았다.
학교에 가려고 집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가자 버스가 바로 다가왔다.
그다지 급하게 버스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마지막 남아있던 한 좌석은 내 차지가 되었다.
너무 늦지도 이르지도 않게 학교에 도착을 했고 날씨는 좋았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였다. 게다가 오늘은 알바도 없는 날이었다.
"안녕하세요."
"아..."
캠퍼스에 김종현을 만났다. 지난번 비오는 날 만난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다른 사람 같았다. 깔끔한 흰색 후드에 검은색 바지.
그때보다 얼굴도 밝아보였다. 다행이었다. 가끔 네가 우리 종현이 하면서 걱정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잘 들어가셨어요?"
"네. 덕분에."
"하핫."
비가 오는 날이면 이 사람은 발음이 매우 좋아지나보다.
지금은 이렇게 부둥부둥한 말투를 쓰고 있는 걸 보면.
이제 보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있네. 뭐 닮은 거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거북이? 이것도 아닌데... 뭐더라...
"미녀니가 오늘 밍기랑 가치 바블 먹꾸 온대서요."
(민현이가 오늘 민기랑 같이 밥을 먹고 온대서요.)
"..."
"잇따가 학씨근 선배랑 머글 거에요. 미녀니가 선배 징짜찡짜 마니 조아하거든요."
(이따가 학식은 선배랑 먹을 거에요. 민현이가 선배 진짜진짜 많이 좋아하거든요.)
"..."
"하핫."
내가 지금 현실판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 지난번이랑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후드끈을 꼭 그러쥐고 몸을 배배 꼬면서 말을 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 생각났다. 누구 닮았는지.
"어니부기..."
"네?"
"아. 아니에요."
"저 징짜 어니부기 달맜써요?"
(저 진짜 어니부기 닮았어요?)
"조금..?"
"애드리 지난버네는 아구모니라고 했는데!"
(애들이 지난번에는 아구몬이라고 했는데!)
"아..."
"하핫!"
방긋방긋 웃으며 말을 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할 생각은 아니지만...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저 수업 들어가야해서... 내가 말을 하자 그제야 김종현은 다시 배시시 웃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텀블러를 손에 꼭 쥐고 건물로 다다다 걸어갔다.
종현아! 너 잠 설쳤지? 몰라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뒤로 한 채로. 나중에 생각해보니 저 목소리는 강동호의 것이었다.
나도 참... 기억력도 좋지. 누구 여자친구인지 말이야.
-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날이란 말이지.
알바도 없겠다 네가 그렇게 만날 입에 달고 살던 데이트도 하러 왔고 말이야.
그런데 너는 지금 30분째 한 마디도 안하고 있었다. 아. 말을 하긴 했다. 단답형으로.
["뭐 먹을래?"
"..."
"카페 갈까?"
"네."
"뭐 화난 거 있어?"
"아니요."
.
.
.
"딸기 바나나 주스 맞지?"
"아니요.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
네가 주문한 아메리카노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너는 입에도 대지 않았거든. 이럴 거면 왜 주문을 했냐고.
턱을 괸 채로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아무런 표정없이 간간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내가 언제 말을 했던가.
너는 굉장히 딸기 바나나 주스랑 안어울리게 생겼다고.
웃으면 개죽이마냥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어지지만 아무런 표정이 없을 때의 너는 솔직히 말해서 좀 무서웠다.
쌍커풀이 없는 눈이라 그런지 아니면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있어서 그런지 날카로워보이거든.
아무리 내가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 사는 사람이라 해도 그 분위기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너는 온 몸으로 다가오지 말라, 말을 걸지 말라 라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씨발스럽게 말이야.
"민현아."
"네."
"집에 갈까?"
"..."
"피곤해?"
"아니요."
"무슨 일 있어?"
"아니요."
"화났니?"
"아니요."
아. 씨발 그럼 지금 이거 뭐하자는 거지.
미안하지만 나는 네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하나 전전긍긍할 정도로 착하고 순하지 못했다.
"야."
"..?"
"그럼 지금 뭐하자는 건데."
"..네?"
"네? 는 무슨 네야. 지금 뭐하자는 건데. 사람 앞에 불러놓고."
"선배, 그게..."
"간만에 알바도 없는 날이겠다 과제 할 거 쌓여있는데 너랑 있고 싶어서 시간을 내가지고 지금 있는데 지금 네 태도 그게 뭔데?"
"선배. 아니, 내 말 좀..."
"아까 김종현이 그러더라. 네가 나 진짜진짜 좋아한다고. 근데 지금 그게 진짜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할 행동이냐?"
"선배, 그니까..."
"됐어. 오늘은 나도 기분 아니다. 어디사는 누구 때문에 완전 망쳤거든."
가방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분 완전 제대로 잡쳤다. 너때문에.
-
"선배! 선배!"
뒤에서 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이제와서 뭔데.
지금 너와 마주하면 안좋은 말만 계속 나올 거 같았다. 기분이 좋았던 만큼 그 반동으로 기분이 더럽게 나빠졌거든.
네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아까는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날씨가 좋아서 더 기분을 잡쳐버렸다.
날씨 한 번 더럽게 좋네. 기분 더럽게.
"선배!"
"..."
"선배 잠깐 나 좀!"
"뭐. 뭐. 뭐 무슨 말인데? 지금까지 네가 보여준 걸로 말 다한 거 아니야?"
"아니. 선배... 그니까요..."
너는 눈에 띠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네 두 손을 만지작거렸다.
방금 전하고는 완전 딴판이었다. 나 오늘 지킬 앤 하이드 많이 보네.
아까는 김종현이더니 이번에는 넌가?
팔짱을 낀 채로 너를 바라보았다. 거울로 보지 않아도 내 표정이 어떨지 보였다.
완전 썩어있겠지. 방금 전 네가 카페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무말 안하는 건 그럴 수 있다 쳐.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어."
"..."
"사람 앞에 두고 핸드폰질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선배 그니까요..."
"말해봐. 무슨 일인데."
애인이 잘생기면 이게 좋다지.
아무리 화가나도 우선 얼굴을 보면 화가 어느정도 풀린다는 거.
화가 풀린 거는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이성은 찾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네 모습을 봐서 너는 이유없이 그럴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 이유가 나를 더 화나게 할 수도 있고 내 화를 누그러뜨릴 수도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최민기가..."
"다른 사람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
"최민기가 밀당할 필요가 있다고 그랬거든요..."
"...뭐?"
"내가 너무 선배한테 헬렐레 하는 거 같다고 어느정도 밀당할 필요는 있다고..."
"... 그래서 그 결과가 이거다?"
"..."(끄덕)
아나. 미치겠네.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생각했다.
도대체 네가 말하는 그 밀당의 출처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
삐쳤어요?
화났어.
많이 화났어요?
응.
화 풀어요. 응?
싫어.
아아아아. 선배. 화 풀어요.
꺼져.
이름아. 나 봐요. 네?
맞먹는다?
선배 이거 봐요.
...
나 꿍꼬또 기싱꿍꼬또.
그거 한 물 갔어.
오빠야~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네가 곽아론이냐.
선배.
뭐.
내가 많이 좋아해요.
... 알아.
(그 시각 최민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커플 브레이커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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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_카페에서의_민현이.gif
평소_여주가_보는_민현이.gif
〈암호닉>
짱요 / 응 / 뿜뿜이 / 책상이 / 너우리 / 0713 / 모기 / 아몬드 / 황제님충성충성 / 책민현 / 샘봄 / 붐바스틱 / 아가베시럽 / 다녜리
수 지 / 과자 / 민현29 / 윙팤카 / 0846 / 슬 / 융융 / 댕댕민현 / 애정 / 숨 / 뿌얌 / 하핫
레인보우샤벳 / 사이다 / 쟈몽 / 하나 / 짐느러미 / 사용불가 / 3536
민현이 =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종현이는 졸리면 발음이 더 부둥부둥해진답니다.
오늘의 승리자 = 최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