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42 너
우리 무슨 사이야?
"야- 김종현. 너도 오늘 농구 해?"
아침부터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며 등교하는 내 소꿉친구, 김종현을 바라보며 어제 밤에 우리 반 단톡에서 핫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점심시간에 이루어진다는 남자 문과반 vs 남자 이과반 농구 대결.
"어. 왜?"
"그냥. 우리 반 애들 구경 간다고 하길래."
"운동에는 별 관심도 없는 게."
우씨, 지금 운동에 관심 없다고 나 무시하냐. 괜시리 뾰루퉁해져서는 '안 갈거야.' 라고 말 하니, 평소답게 청량한 웃음을 지으며 '다행이다. 얼굴 봤으면 컨디션 안 좋아질뻔.' 이라고 말하는 김종현이다. 뭐지, 이거 싸우자는 거 돌려 말하는건가? 아니, 제대로 말하는 것 같은데.
"허, 저도 땀에 젖은 그 쪽 얼굴 보고 싶은 마음 전혀 없거든요?"
"벌써 제가 땀에 젖은 걸 상상하셨나봐요. 변태도 아니고."
"으익, 짜증나! 나 갈거야!"
어쩜 한 마디도 안 져. 얄궂게 웃는 김종현을 살짝 흘겨보고서는 돌아서자, 내 팔을 잡고서 다시 나를 돌려 세운 김종현이 웃음을 참는 듯 큭큭거리며 말했다.
"나 오늘 컨디션 최고조야."
"뭐, 그러니까 보러 오지 말라고?"
"아니, 그러니까 보러 오라고."
조울증이야 뭐야.
아까는 뭐 컨디션이 안 좋아진다는 둥, 내가 안 오면 다행이라는 둥. 꼭 보러 오지 말라는 식으로 말했으면서. 김종현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고개만 갸웃거리자, 잡고 있던 내 팔을 놓더니 입을 여는 김종현이다.
"나 오늘 컨디션 최고니까 너 한 번 봤다고 경기 안 져."
"…."
"그러니까 꼭 보러와라, 너."
김종현이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음지었다.
나 42 너
"어머, 어머, 어머. 김종현 인기 좀 봐."
생각보다 일찍 시작한 경기에 점심을 소화 시킬 새도 없이 친구 손에 이끌려 강당까지 끌려왔다. 이 와중에 한 손에 이온 음료는 야무지게 챙겼으니, 나란 여자 아주 칭찬해.
아무튼, 친구의 말에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자, 모두 '김종현 진짜 멋있지 않아?' 라며 자기들끼리 꺅꺅 거리는 여자 친구들이다. 여기 혹시 콘서트 장인데 우리가 잘못 찾아온 건 아니지? 싶을 정도로 엄청난 화력이었다.
"김종현이 인기가 많을 줄은 알고 있었는데…."
"나도 몰랐던 걸 너가 어떻게 알아?"
"너가 모르는 건, 그냥 둔해서…. 잘생겼지, 운동 잘하지. 일단 딱 이 두 가지만 봐도 여고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기에 좋지."
"별 걸 다…."
이미 학교에서는 '김여주만 모르는 김종현의 인기' 라는 게 널리 널리 퍼져있나보다. 솔직히 얼굴은… 그래, 인정. 운동은… 딱히 잘 하는 지 모르겠는데. 라고 생각할 딱 그 찰나에, 내 머리 속 이야기를 읽은 건지 아주 보란 듯이 골대에 골을 넣어버리는 김종현이다.
"꺄아아악! 종현아, 한 골 더!!!"
"김종현 잘생겼다!!!
운동도 좀 하네. 한 골, 한 골. 김종현이 던지는 공마다 족족 골대에 들어가면서 점점 여자 아이들의 환호도 커져갔다. 김종현이 인기가 많으니까 괜시리 내 어깨도 점점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김종현은 나랑 짱친이거든!
"곧 경기 끝날 것 같은데, 김종현이 한 골 넣고 경기 끝내면 진짜 끝 아니냐?"
"끝이지, 점심 시간 끝."
"아니, 멋있음의 끝."
"아."
이미 냉기가 다 사라져 미지근해진 이온 음료 캔을 만지작 거리며 시계만 바라봤다. 농알못인 나에게 이 경기는 너무 이해하기 힘든 경기다. 알겠는 건 김종현의 인기밖에 없었어. 원래 스포츠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터라, 끝까지 본 내 자신을 칭찬하며 김종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같이 나가면서 잔뜩 칭찬이나 해줘야지.
"자, 서로 인사하고 끝내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대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화장실을 찾는 미어캣 마냥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는 김종현을 바라봤다. 대체 뭘 찾길래 저렇게 두리번 거려. 진짜 화장실이라도 찾는 거 아니야? 고개를 저으며, 이미 미지근해진 음료를 전해주러 한 발자국 떼면, 우르르 몰려가서는 누가 봐도 냉기 서린 시원한 음료수를 김종현에게 잔뜩 건네는 친구들이다. 와, 이거 거의 국가 대표급 인기 아닌가요.
"종현아, 수고했어! 이거 방금 사온 거라서 시원할거야."
"나는 사온지 더 별로 안됐어!"
"나는 진짜 사온지 5초 됐을껄?"
너희 혹시 꿈이 육상부 유망주? 거의 우사인 볼트님 뺨치는 달리기 실력에 감탄하며 작게 박수를 쳤다. 그렇게나 전해주고 싶었는지 양 볼을 붉게 물들인 여자아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친구의 팔을 툭툭 쳤다.
"그냥 가자."
"그거 안 줘?"
"쟤 인기가 국가 대표 급이라서 전해주면 압사 당할 것 같아."
내 말에 친구가 웃긴지 큭큭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다음 교시 뭐야?' , '수학.' , '와우.' 쓸데없는 질문이 오고가고, 거의 출입문 앞에 다와, 시원한 공기가 내 뺨을 후려칠때 쯤, 시원한 공기보다 더 빠르게 내 고막을 강타하는 김종현의 목소리다.
"김여주!!"
"오, 김종현. 요 맨-. 너 농구 잘 하더라. 겁나 의외."
"너 왜 보러 왔으면서 보러 왔다고 말도 안 하냐."
"너 경기 중인데 거기에 내가 난입해서 '종현씌! 제가 왔어요!' 이러리? 좀 늦게 와서 그냥 조용히 구경하다 가려고 했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짜로 올 줄은 몰랐는데.' 라는 김종현이다.
김종현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곧 내 손에 들려있는 음료수 캔에 시선을 박았다. '이거 뭐야?' 눈빛이 꼭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 아, 이거- 하고 운을 떼었다.
"너 주려고 산건데, 3교시 때 산거라서 이미 다 미지근해졌어."
"내 생각을 3교시 때 부터 한거야?"
"이거 또 나대네."
내 말에 호탕하게 웃어제낀 김종현이 내 손에 들린 음료 캔을 가져갔다. 그거 진짜 안 시원한데. 차라리 다른 애들 거 마시는 게 더 시원할텐데. 내 눈빛을 본 건지, 만건지. 김종현은 그 자리에서 바로 캔을 따더니 단숨에 원샷을 하고서는 방실 웃어보였다.
"아닌데."
"뭐가 아니야."
제발 주어 좀 말 해줄래. 왜 맨날 주어를 빠뜨리고 말해. 내 못마땅한 표정에 김종현이 곧 '아닌데.' 의 주어를 밝혔다.
"아닌데, 네가 사온 게 제일 시원한데."
"구라."
"진짜야.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것 좀 사들고 나 보러와."
내가 왜? 악의 없이 물은 내 물음에 김종현이 뒷목을 긁적거리더니 말했다.
"네가 사온 게 아니면 너무 미지근해서 못 마시겠어."
웃기고 있네. 내가 사온 음료수가 제일 미지근했는데, 바보.
ⓥ0ⓥ
안녕하세요, 글잡에 처음 글 올려봅니다... 심장이 너무 떨려서 팡하고 터질 것 같아요.... 혹시 지적사항 있으시면 둥글둥글하게 말씀해주세요 히히... 처음 쓰는 거라 짧고 두서 없지만.... 어... 움..... 앞으로는 길게 길게 써볼게요...! 그리구 댓글 달아주시면 너무나 감사할 것 같아요!!!!!!!! 재미 없으면... 음... 혼자 '앗 재미 없네.' 이러고 넘어가주세요 잉잉.. 그럼 오늘도 예쁜 하루되세요!!!!!!!!
+) 움짤은 이리 저리 찾다가 발견한거라서... 혹시 쓰면 안 되는 움짤이라면 말해주세요!!〈!--
++) 기존에 러블리러브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신 분이 계시더라구요ㅠㅠㅠㅜ 제가 좀 더 알아보고 했어야했는데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어서 제목을 바꿨으니 너무 노여워마세요... 정말 죄송해요..... 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