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삐빅 감사합니다."
저녁 9시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시간. 알바가 끝난 후, 오랜만에 삼촌과 숙모께서 데이트도 하실 겸 사촌 동생과 신나는 데이트도 할 겸 사촌 동생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함께 하원한 후 그와 신나게 데이트를 한 후 시내 버스를 타고 사촌 동생을 집에 데려다 주러 가는 길이다.
숙모와 삼촌께서는 올해로 3살이 된 사촌 동생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시고 싶어히지만 연년생 남매둥이+주말 부부인 특성상 첫 째인 사촌 동생과 밖에서 함께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아 늘 안타까워하셨다.
그래서 알바가 일찍 끝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삼촌과 숙모를 대신해 사촌 동생과 밖에서 신나게 놀아주는 소소한 알바 아닌 알바를 하고 있다.
오늘은 동생이 사는 지역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키즈카페가 새로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늘 함께 놀던 동네 키즈 카페가 아닌 새로운 키즈카페로 향했다.
새로운 키즈카페에서 노는 것이 신났던 것인지 폐장시간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논 사촌 동생은 버스를 타자마자 내 품에서 곤히 잠들었다.
그렇게 곤히 잠든 사촌 동생을 곤히 안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 그닥 달갑지 않은 질문을 받았다.
"아이고 세상에 아가씨 나이도 어려보이는데 이렇게 큰 아이가 있어요? 쯧쯧 어쩌다가......아무튼 요즘 얘들은 조심성도 없고 말이야."
사촌동생과 둘이 외출하는 날이면 자주 듣던 이야기와 시선이었기에 이제 말귀를 알아듣는 동생앞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 이런 말을 들으면 어느 순간 화를 내고 해명하기보단 무시하곤 했던 것같다. 괜히 말을 하기 시작하면 나쁜 말과 행동을 하게 될까봐.....
"쯧쯧쯧 아니 남편은 있으려나 몰라. 아무튼 요즘 얘들은 그저 한 때의 유흥만 생각하고 저 부모님은 얼마나 속이 상하실꼬....."라는 옆자리 아주머니의 혼잣말을 듣고, 이런 말을 듣고도 아무말도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못나서 눈물이 가득 고였을 때였다.
"아주머니 저희 아기와 아내에게 말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니신가요? 저희 아내 걱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아주머니께서 걱정하시는 것과 달리 저희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잇는 나이입니다."
"참나 내가 다 엄마같아서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되서 하는 소리예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
"지금까지 말씀이 정말 제 아내가 걱정되서 하신 말씀이신가요? 제가 듣기에는 걱정이 아닌 질타같아서요. 그리고 걱정 안해주셔도 됩니다. 저희 아내아 아기 어디서 이런 말 듣고 다닐만큼 안쓰러운 얘들 아닙니다. 사랑 가득한 말 듣기도 벅찰 시간에 이런 소리 듣는거 거북하네요."
대화가 점점 격양되어 다른 승객들의 주목을 받자 아주머니께서는 "그래 어디 그럼 잘 살든가"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울그락불그락 거리시며 다음 정거장에서 내래셨다.
아주머니가 내리신 후 텅 빈 내 옆자리에는 5분 전 갑작스럽게 생긴 나의 남편이 앉았다. 어찌 고맙다고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이런 취급을 받고도 화 한 번 내지 못하고 바보같이 눈물만 흘린 모습이 너무 창피하기도해 아무말도 못하고 둘 사이 어색한 적막이 흐르고 있을 때, 사촌 동생의 잠투정으로 덕분에 어색한 적막메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직 하차할 정거장이 조금 남은 이 시점에서 갑자기 일어난 동생이 신이난다고 혹시나 버스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미리 준비해간 요구르트를 동생에게 주었다.
"엉아 마셔."
요구르트 귀신이라고 불릴만큼 요구르트를 누구보다 사랑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요구르트를 주지 않는 동생이 엄아 아빠에게도 주지 않은 요구르트를 옆자리 나의 남편(?)에게 주었다 마치 방금 있었던 일을 알고있는 사람마냥.
"이거 엉아 주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잘 마실께요."
라고 동생에게 말한 후 너무도 예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인연인 건지 우리는 같은 버스정류장에서 내렸고, 가는 방향도 같았다. 그렇게 사촌 동생을 집에 바래다주고 집으로 가는 길 정말 인연인건지 계속해서 그와 가는 길이 같았다. 더 이상 시간이 흐르면 고맙다는 말을 못할 것같아서 용기를 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아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촌동생과 둘이 외출하는 날이면 늘 듣는 오해라서 그냥 무시하려고 햇는데 마지막 아주머니 말이 임펙트가 너무 강해서 그 자리에서 울뻔 했거든요. 정말 덕분에 동생 앞에서 좋은말 좋은 모습맘 보여주겠다는 저만의 약속 지킬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단 인사가 조금 늦으신거 아시죠? 그런 의미로 커피 한 잔 사주시면 안될까요?"
"네?"
"고맙단 인사 듣고 답례로 커피 한 잔 사달라고 부탁하고 그 핑계로 이야기하고 싶어서 집도 지나쳐서 계속 따라왔는데........ 한 잔 사주실 수 있으시죠?"
02
"하 너무 추워.....뭐 덮을꺼 있는 사람?"
일교차가 크고 다소 쌀쌀한 날씨인 3월 중순 다른 친구들은 아직 3월인데도 춥다며 교복 마이 위에 외투를 입고 다녔지만 다른 친구들에 더위를 많이 타고 추위를 잘 타지 않는 나는 외투를 걸치지 않고 등교했다. 비록 추위는 잘 타지 않지만 기관지가 약한 나는 일교차가 큰 날이면 비염이 점점 심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날이 많았다.
어김없이 일교차가 큰 오늘같은 날 올해도 잊지 않고 비염은 찾아왔고 조퇴하라는 친구들의 걱정에 나는 괜찮다며 내 사전에 조퇴는 없다며 버티고 버티다 일어날 힘도 없어 결국 석식도 먹지 못하고 친구의 외투를 덮고 교실에 엎들여 있었다.
야자 1교시, 나도 정말 춥지만 외투를 빌려준 친구가 추위에 옴몸을 바들바들 떨며 공부하는 모습을 더 이상 외면하고 있을 수 없어 친구에게 외투를 돌려주고 얇은 마이로 추위를 버티며 야자가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 야 성 이름 니 어디 아프다며. 또 비염때문에 골골되는 거지?
불....아니 18년 죽마고우인 동현이가 야자 1교시 중간 톡을 보내왔다. 평소 만났다면 반갑다며 싸우는 동현이지만 괜시리 아픈 날 걱정해주는 동현이에게 이상하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 동동ㅠㅠㅠ자다 일어나니깐 너무 추워. 근데 외투도 없고 담요는 다리 덮고 있고.
-그니깐 아무리 추위를 잘 안탄다고 해도 혹시 모르니깐 학교에 외투좀 두고 다니라니깐 말도 징그럽게 안듣더니.....상태 안좋으면 그냥 조퇴하고 가. 어차피 공부도 안할 걸 왜 남아있냐?
-개새 아프다니깐 걱정은 못해줄 망정 됐어. 조퇴할 것같으면 진작 조퇴했지 악으로 깡으로 지금까지 버틴게 아까워서라도 나 야자 2교시까지 하고 간다.
정말 아파서 조퇴를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었지만 아픈 나를 걱정해주지 않는 듯한 동현의 톡에 서러워서 확김에 야자 2교시까지 하고 간다 톡을 보내고 다시 추위에 떨며 잠에 들었다.
그러게 한 참을 추위에 떨며 자고 있던 나를 친구가 흔들어 깨웠다.
"이름아 도서관 앞에서 어떤 애가 너 부르더라 쉬는 시간 몇 분 안남았어 빨리 가봐."
아픈데 누가 우리 교실에서 먼 도서관까지 나를 부르는 지 혼자서 툴툴거리며 아픈 몸을 이끌고 도서관 앞에 가니 김동현이 서 있었다.
"빨리도 나온다. 시간이 몇 시냐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아냐?"
정말 내가 아픈걸 알고 있는 사람이 맞는 건지 이 말을 듣자마자 아까 서운했던 감정까지 한 번에 폭발했다.
"야 아픈 사람한테 꼭 도서관까지 나오라고 해야겠냐? 니가 우리 반에 나 찾으러 온 게 한 두번도 아니고 그냥 우리 반으로 오면 되지 왜 사람을 오라가라야 안그래도 움직이기 힘든데"하며 서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 야 우냐...아이씨 이럴려고 여기 온거 아닌데..이거나 받아라."
김동현이 건내준 검은 봉지 안에는 따뜻한 유과차, 초콜릿 그리고 낯익은 김동현의 후드집업이 들어 있었다.
"니네반 앞에서 이거 또 주면 얘들이 오해한다고 질색팔색 할 것같아서 여기서 주는건데 아무튼 니 성격 아프다고 어디가니 하여튼 줘도 난리야, 난 반에 외투 또 있으니깐 미안해 하지는 말고 외투입고 따뜻하게 있어. 그리고 이거 돌려주지 말고 계속 외투 반에 두고 추울때마다 입고 있어 알겠지? 그리고 쉬는 시간에 아주머니께 전화 드렸어. 너 아프다고. 데릴러 오신다더라 그니깐 야자 끝나고 여기 앞에서 만나자 콜?"
김동현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봉지를 보니 방금 화냈던 것이 너무도 미안했고 정말 감동받았지만 아까 상황을 잘 모르고 화냈던 것이 미안해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야 성이름 너 고마운데 창피해서 내 눈 피하는 거지? 짜식 귀엽네 이럴때보면 오빠 간다. 아프다고 또 골골대지 말고 야자 끝나고 도서관 앞에서 보자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