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부터 가져온 저녁밥. 행여나 식을까 얼른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 고남순.
애써 가져온 음식을 탁자에 내려놓고 슬쩍 남순을 쳐다보는 강세찬.
두 눈가는 만지면 따끔거릴 정도로 시뻘겋게 부어있었다..
감기라도 걸릴까봐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는 세찬..
" ..이건 내가 먹어야겠네 "
조금 쓴 웃음을 짓더니 ..곧장 방을 빠져나갔다.
.AVI *08
AM 07:12
이른 아침부터 1603호에선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고남순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세찬. 들고 있던 수저를 남순에게 건냈지만
내일 당장 죽을 사람마냥 초췌한 모습의 남순은 미동도 없다.
" 이녀석아~ 좀 먹어라! 떠다 맥여줘야 먹을거냐? "
라며 장난스레 말해봐도 남순의 표정은 무미건조했다. 어느세 시선까지 창밖으로 돌려버린 남순.
세찬이 벌떡 일어나 음식을 탁자에 올려놓는다.
" 여기 둘테니까~ 좀 먹어라. 만든이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
강세찬이 나가자 또 다시 조용해진 방 안. 탁자위의 음식은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맥 없이 축 처진 팔 다리는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연신 창밖만 쳐다보는 고남순.
그 후 이틀동안 고남순은
밥이라곤 세찬이 떠먹여주는 몇 숟갈 외엔
물조차 마시지않았다..
-
" 그래, 전부다 취소하고.. 연락오면 잘 말해라. "
세찬과 통화한 사람은 ‘ K ’ 의 ..고남순의 매니저.
세찬은 남순의 모든 스케쥴을 취소시켰다.
여기서 지낸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그 녀석은 식욕도 없고
표정의 변화도.. 말 조차 하지않는다.
스스로가 박흥수라는 감옥에 옥죄어 있음이 세찬의 눈에는 또렷히 보였다.
그 동안 고남순이 박흥수를 위해 일하던 시간만큼
고통과 죄책감에 잠식되있을 시간이 길어질까봐 강세찬은 무서워졌다.
한때는
고남순에게 박흥수라는 존재는 그저 죄책감뿐일 거라고..
조금 하다 말겠지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예상보다 고남순에게 있어서 박흥수는
죄책감뿐만 아니라..
친구 이상의, 더 커다란 존재였다.
박흥수를 위해 시키는 일 마다않고
박흥수에게 들킬까봐 조바심내고 위태롭게 버티던,
아슬아슬해보이기까지하던 ‘ 고남순 ’ 의 존재 또한..
강세찬의 안에서 커다랗게 부풀고 있었다.
그리고 강세찬은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따위는 없음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스스로가 박흥수의 존재만을 위해 살다가
그 존재가 자신을 거부해버리니
마치 혼자 고립된 것 마냥 시름시름앓았다.
결국은 박흥수를 목말라하다가 죽어버릴 남순이
세찬의 눈에 보였다..
-
이상해.. 온통 세상이 시커멓다.
그리고 익숙한 음성이 들려온다.
" 흥수야.. 흥수야. "
라며..익숙한 음성은 자신을 애타게 불렀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사내새끼들에게 옷이 뜯겨져 가는 고남순이였다..
그가 발버둥치며 또 다시 애처롭게 부른다..
" 흥수야. 도와줘. 박흥수.. "
울먹거리며 자신을 부르는 남순을 보자마자 고남순쪽으로 달려갔지만
닿지 않았다.
분명 그를 향해서 달리고.. 또 달리고 있는데도
발버둥치는 그의 모습도.. 자신을 부르는, 떨리는 목소리도
점점 멀어져간다.
" 흥수야..
흥수야.. "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눈을 뜬 흥수.
잊고싶은 얼굴이 꿈에서 나왔다.
바보같이..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 놈이
애타게 부른다고 그걸 또 쫓아갔다.
쫓아갔지만.. 닿지않았고...
고남순이 없다는 공허함만이 가슴한켠에 남았다.
..함께 있을 땐 그렇게 좁아보이던 집도, 오늘따라 넓어 보인다..
지이이잉-
아침부터 누군지.. 요란하게 울리는 진동.
‘ 담임2 ’
박흥수는 속으로 안받을까 했지만..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
" 여~박흥수! 잘지냈냐? "
아무것도 모를 강세찬이 잘지냈냐며 안부를 물으니
조금 화가 났다.
" ..왜요 "
" 너 저번에 우리 회사왔었지~?
그 회사에 17층보면 사장실있거든, 거기로 와라~ "
" 제가 왜요 "
잠깐 뜸을 들이나 싶더니..
" 아이씨 오라면 와! 꼭 와라! "
라며 할말만 하고 끊어버린 세찬에 황당한 박흥수.
아주 자기멋대로다..
-
AM 10:11
‘ 사장실 앞 ’
박흥수가 노크도 없이 사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소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흥수에 깜짝놀란 강세찬.
" 야, 넌 임마 노크도 안배웠냐? "
" 올 줄 알고 있었으면서 무슨 노크에요 "
이녀석도 고남순때문에 마음 고생좀 했는지 전에 봤을 때보다
약간 홀쭉해진 듯 보였다.
" 무슨 일인데요 "
퉁명스럽게 말하는 박흥수.
세찬은 미리 준비해둔 종이백을 건냈다.
" 받아라~ "
뭔지 설명도 안하고 대뜸 받으랜다..
" 뭔데요 "
" 음.. 졸업선물? "
졸업선물? 졸업한지 3주가 넘었는데 이제서야 선물을 주나.
속으로는 심술을 냈지만 금방 건내받는 흥수.
" 이게 끝이에요? "
" ..응, 그럼 끝이지. 뭐가 더있겠냐? "
사람 약올리나. 겨우 이거 줄려고 오라가라야?
박흥수가 심통난 표정으로 사장실을 나섰다.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세찬이 준 ‘ 졸업선물 ’ 을 내팽개치는 흥수.
않그래도 마음이 복잡해 죽겠는데
멋대로 사람 오라가라하는 강세찬때문에 더 속이 끓었다.
하지만 기왕 받은거 풀어보는게 예의니
종이백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잡히는 약간 큼지막한 상자.
상자를 꺼내어 열자, 속이 뒤집힐 뻔 했다.
상자안의 수많은 DVD들.. 그리고 케이스엔
‘ 고남순 ’ 이 있었다.
케이스 표지의 고남순은 옷자락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요염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남자들과 함께..
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박흥수..
어째서 강세찬이.. 왜 나한테?
온갖 잡다한 의문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대체 강세찬과 고남순은 무슨 사이지?
왜 나한테 이런걸 주는거야?
남순아 대체 넌.. 넌...
혼란스러워하는 흥수의 눈에 상자속의 또다른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DVD아래에 깔려있던 그것을 빼내보니.. 통장 이었다.
침착하게 맨앞장을 넘기는 흥수..
통장명의는.. 다름아닌 자신이었다.
떡하니 ‘ 박흥수 ’ 라고 적혀있었고
그다음장을 넘기니 보이는 것은. 처음보는.. 엄청난 액수.
3755만원..
.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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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드디어 고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ㅜㅜ..이젠 불마크 달 일도 없을 것 같.. 아니 달지도 몰...흐..전 모르겠습니다 ㅠㅠ 주말 아침인데도 챙겨봐주시는 독자여러분들 너무 사랑합니다! 아침부터 갈비찜이 먹구싶네요 ㅠㅠ 이경표지훈내남자떡덕후용마규스타볼펜레쓰비광수우비백남순흥순식초뙇대나무위닝테니아메가톤머핀똥흥부루팡유채신의퀴즈 박카스 소화기 탑 비비드비랑 달달 새턴 변기덕 !! 승우 꼬꼬마 쌀떡 녹차 깡주 현우 밤 초코푸딩 웅짱 데이드림 와이파이 깡통안의쥐 대나무 식빵녀 도치 향수 지나가던나그네 워더 느를 라임 뽀글 현이 신알신 탤이 치킨 음마 Rose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