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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아파야만 할까 04 

 

[뉴이스트/황민현/김종현] 사랑은 왜 아파야만 할까 04 | 인스티즈

 

 

 

 

 

 

 

 

 

W. 글쓰는걸사랑하는러브 

 

 

 

 

 

 

"할머니. 나 가슴이 너무 아파... 여기가 너무 아파 할머니..." 

 

"어디? 어디가아파, 우리 손녀!" 

 

"여기...여기가...." 

 

 

 

 

나는 어릴적에 꾀병이 특기였다. 꼭 툭하면 어디가 아프다, 여기가 쑤시다 저기가 쑤시다... 겨우 걸음마를 뗐을 때부터 할머니의 '아이고 삭신이 다 쑤시네' 같은 말버릇을 듣고 자란 결과였다. 게다가 그 때는 시골이라서 특별한 놀거리도 없었다. 그냥저냥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개울가에서 놀다가 저녁에 식사까지 마치고나면 그게 하루의 재미였다. 특히 나는 개구리 뒷다리 반찬 먹는다는 소리가 그렇게 웃겼다.   

 

내 말은 그만큼 시골에 큰 사건사고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끔 그런 꾀병 하나라도 부려야 속이 시원했다. 내 지루함이 확 가시는 기분. 어쨌든 어느 여름 날 밤에도 나는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늘 똑같은 레퍼토리에 이젠 어디 다른 꼼수가 없을까 싶어 한 손으로 심장쪽을 콱 움켜잡았다. 

 

어릴때라서 심장이 마냥 왼쪽에만 있는 줄 알고 왼쪽 가슴이 아프다며 그렇게 난리를 쳤었다. 

할머니는 어린아이가 고통을 호소하자 여간 놀란게 아니셨을거다. 대략 5분 정도 지났을 때였나.  

 

내 손을 부여잡고 할머니가 울기 시작하셨다. 

 

 

 

 

"할머니...지금 울어? 우는거야?" 

 

"아이고...여주야...난 너없으면 못산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할머니. 나 안죽어. 왜그래...울지마..." 

 

"여주야, 여주야.....제발 아프지만 말어라..." 

 

 

 

 

할머니의 자글자글한 주름이 입혀진 손등도 그 때 처음봤었다. 그러니까 난 늙음의 의미를 몰랐다. 사람은 늙어갈수록 죽음과 아픔같은 취약한 존재들에 겁을 먹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할머니의 마지막 아픈 손가락이 나였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 때부터 꾀병을 부리지 않았을거다. 내가 조금 더 머리가 커서 초등학생이 되고 그 다음 스스로 교복 단추를 채우는 중학생이 됐을때까지 손가락 하나 다치는것도 조심했다. 

 

 

 

난 우리 할머니가 우는 거 두 번 다시 못 본다. 단지 그 사명감 하나로 내 몸을 지켰다. 내가 새학기에 첫 교복치마를 자랑했을때까지도 할머니는 멀쩡해 보이셨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내 몸을 우선으로 생각하다보니 할머니의 정신은 이미 많이 낡아있었다. 조금씩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나사가 엇나갔을 때 쯤에야 사람들은 변화를 알게된다. 

 

 

아, 무슨 문제가 생겼구나 하고... 

 

그래서 할머니의 치매 증상을 보게된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시골에서 단 한 명뿐인 내 가족. 내 할머니. 나는 할머니를 지키고 싶었지만 그 즈음에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다. 

 

오랜만에 날씨가 화창하고 할머니의 정신도 맑은 날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그 날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고 믿는다. 원래부터 비극은 이상하리만치 평화로운 일상속에서 일어난다고 그랬다.  

 

 

나는 수박을 한창 먹다가 가슴에 턱, 하고 걸리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대로 수박을 한 입 더 먹었을 땐 내가 그냥 씨를 잘못 삼킨 줄로 알았다. 

 

그리고 쉴 새 없이 가슴을 쿵쿵 쳐대는 통증이 느껴졌을 때 나는 바닥을 구르고 마당에 쓰러졌다. 한창 빨래를 널고계시던 할머니는 발작을 일으키다시피 헐떡거리는 내 전신을 목격하셨다.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 자판을 누르셨다. 아마도 그 뒤로 기억은 없지만 내가 편하게 고통을 잠재울 수 있도록 할머니는 내 곁을 지켜주셨다. 

 

 

 

 

"어릴 때 꾀병 자주 부려서 미안해 할머니. 그리고 진짜 아파서 할머니 걱정시킨것도 미안해...미안해 할머니...." 

 

 

 

 

 

할머니는 머지않아 돌아가셨다. 내가 그 때 울었던 양은 평생의 슬픔을 눈물로 환산한 값이었다. 그렇게 하나뿐인 가족을 잃고 내겐 가족이랄게 없어서 그냥 혼자 약을먹고 버티는 나날을 보냈다. 시골에선 내게 해줄 수 있는 처방의 최선을 제공했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고아원으로 떠날 준비를 하던 날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한 분 찾아오셨다. 

 

 

 

"네가 여주니?" 

 

"...누구세요?" 

 

 

 

많이 아파보이는구나. 그 아저씨는 나를 알던 사람처럼 말했다. 검은색 길쭉한 차량에서 내린 의문의 남자는 나를 진단하려는 의사였고 그는 고아원을 하나 차릴수도 있을 만큼 유능한 의사였다. 나는 어릴적에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것에 꽤나 충격을 받았었다. 그 사람의 반듯한 손은 나를 이끌고 그의 병원, 그의 집으로 데려갔다. 

 

어린 아이가 거절하기 어려운 호의 속에서 나는 군 말 없이 그를 따라갔고 그는 어느새 나의 후원자가 되어있었다.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낼 아이란다. 동생이라 생각하고 사이좋게 지내렴."  

 

 

 

나는 그 곳에서 처음 민현이를 만났다. 

 

 

 

 

 

 

****** 

 

 

 

 

 

 

 

 

 

 

"...여주씨?" 

 

"...헙." 

 

"여주씨 여기서 뭐하는 거에요?" 

 

 

 

 

 

아니나 다를까. 이쯤이면 걸릴 때가 됐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 직감은 무섭도록 들어맞았다. 종현씨의 흰 가운이 눈 앞에 보이자 그대로 눈을 올릴 수도 없게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그는 막 일을 끝내고 왔는지 소독약과 이것저것 합쳐진 병원의 냄새를 풍겼다. 그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는걸 보았지만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민현이의 발자취도 찾지 못하고 이렇게 걸리다니. 온 몸에 허무함이 훅 하고 들어왔다.  

 

한창 대화를 하고있던 차에 민기씨는 놀란 토끼눈을 했다. 

 

 

 

 

 

 

"헉. 뭐야, 종현이랑 아는 사이였어요?" 

 

"네? 아..., 뭐 대충은요.." 

 

"어쩜. 웬일이야. 근데 종현이 넌 왜 여기까지 왔어?" 

 

 

 

 

 

네가 우리 병동까지 찾아올만큼 나랑 돈독한 사이는 아닐텐데. 민기씨는 잔뜩 심통이 오른 얼굴로 종현씨를 노려보았다. 특유의 바람빠진 웃음소리로 무언의 대꾸를 한 뒤 종현씨는 내 눈 앞에 빨간색 물체를 흔들었다. 

 

 

 

"토마토 주스, 좋아해요?" 

 

"어.. 네... 완전." 

 

 

 

두 손으로 주스를 받아들자 손에 꽉 차서 피부에 빨간색이 반사됐다. 혈색이 지나치게 좋아보여서 푸흐흐, 하고 웃자 민기씨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까지 좋은가? 되게 좋아하네..." 

 

 

 

둘 다 토마토에 대해서 큰 호감은 없는건지 그닥 공감해주지는 않았다. 나는 병실에서 말 없이 달아난 환자의 입장에서 이런 호의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나보고 한마디 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종현씨가 말 없이 병동을 둘러보고 있는 것을 구경했다. 셋이서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을 때 먼저 

정적을 깬건 민기씨였다. 

 

 

 

 

"그런데, 둘은 어떻게 아는거에요?" 

 

"네?" 

 

"종현이랑 여주씨요. 여주씨 예전부터 입원했었나요? 그런데..." 

 

"...." 

 

"친해보이지는 않네요. 어떻게 알고 데리러왔을까~" 

 

 

 

 

 

 

민기씨는 우릴 꽤 당황시키려는지 장난스러운 말투로 나를 쿡쿡 찔렀다. 워낙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눈치도 빠를줄이야. 솔직히 누가봐도 이상하긴했다. 어떤 외과의사가 아동청소년병동까지 사람 하나를 찾으러올까. 잠시동안 내가 변명거리를 생각했을 때 치고 들어온건 종현씨였다. 

 

 

 

 

 

"아아, 이건 이유가 있어." 

 

"...." 

 

"여주씨가 얼마전에 내가 한동안 치료해줬던 환자거든. 그런데 오늘 나한테 감사인사를 하러 오셔서..." 

 

"...." 

 

"일이 바빠서 잠시 기다려주실 수 있냐고 부탁했지. 그래서 그동안 병원 구경 좀 하셨나봐. 제 말이 맞죠?" 

 

 

 

 

 

종현씨는 얼굴 근육을 티나지않게 찡긋거렸다. 내가 눈치를 채고 힘껏 고개를 끄덕이자 민기씨는 아하- 하며 천진하게 웃었다. 어느정도 상황정리가 되자 종현씨는 내게 그만 가자고 손짓했다. 얼떨결에 내가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자 민기씨는 살짝 내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그럼 앞으로는 병원 안 오는거에요?" 

 

"...." 

 

"병원 다시 안와요...? 진짜로..?" 

 

 

 

 

민기씨는 아무래도 아쉬운 듯 말 끝부분을 길게 늘이며 시간을 끌었다. 나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앞섰다. 내가 두 사람 사이에서 우왕좌왕하자 종현씨가 나섰다. 

 

 

 

 

"그건 여주씨가 결정 할 일이지. 여주씨는 계속 민기랑 볼거에요?" 

 

 

 

이럴 땐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앞으로는 맨 꼭대기 병실에 며칠 갇혀있는게 전부일텐데, 지금 누구랑 약속한다고 소용이 있을까. 민기씨한테 죄송하다고 말하려던 찰나 그는 불쑥 웃음을 흘렸다. 

 

 

"아, 미안해요. 여주씨 표정에 곤란하다고 쓰여있는게 너무 웃겨서..." 

 

"...." 

 

"강요하는건 아니에요. 그냥 앞으로도 계속 아프면 자주 찾아와요. 제가 도움주고 싶어서 그래요." 

 

"...." 

 

"여주씨 되게 답답하고 슬퍼보였어요. 처음봤을 때 말이에요." 

 

 

 

 

 

그래서 더 마음이 가나봐요. 민기씨는 처음부터 웃는 인상이 참 보기 좋은 사람이었다고, 그렇게 말 해주고 싶었다. 그에게 마음을 치유하는 재능이 있다더니 틀림없이 맞는 말이었다. 나는 손인사를 해주는 민기씨에게 슬쩍 목례를 하고 나왔다. 

 

 

 

 

 

***** 

 

 

 

 

 

 

 

 

"저 녀석 성격 되게 웃기죠?" 

 

 

 

 

 

 

 

종현씨는 나와 걸어가는 동안 별 다른 말이 없었다. 나도 그의 눈치를 보느냐고 입이 텁텁 말라서 말이 나오다가도 들어갔다. 

 

종현씨는 내가 몰래 병실을 빠져나온것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게 그만의 배려의 방식인건지 아님 성가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대신 거짓말 해준것에 대해 감사인사라도 해야겠다 싶어 그를 흘끔 흘끔 보았다. 

 

 

내 짧은 시선을 의식했는지 그는 헛기침을 하고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저기, 죄송해요. 제가 몰래 나온것도 그렇고... 저 대신에 거짓말까지 해주셔서..." 

 

 

 

 

나는 뻣뻣하게 서서 그대로 미숙한 사과를 건넸다.  그는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화제를 다른것으로 돌렸다. "저 녀석 성격 되게 웃기죠?" 라면서... 

 

나도 당황해서 대충 "재밌는 사람이더라구요." 하며 받아쳤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종현씨는 그제야 나를 불러세웠다. 

 

 

 

 

"여주씨."  

 

"...." 

 

"...어떻게 말을 해야될지 모르겠지만.." 

 

"..." 

 

"민기 그 녀석 생각보다 눈치 엄청 빠른 녀석이에요. 아까는 제가 대충 넘어갔지만...하여튼 앞으로는 민기랑 안 만나는게 안전할거에요." 

 

"...." 

 

"그리고 여주씨 생각해서 말하는건데...,"  

 

"....."  

 

"여주씨는 괜찮아요? 뭐랄까...지금 이 상황이라던지....원장님께서 여주씨를 꽁꽁 숨겨두시는게 영 맘에 들지가 않아서요." 

 

 

 

 

 

 

 

그 분은 왜 이렇게까지 여주씨를... 가두려고 하는거죠?  

 

 

 

 

 

그에 대한 답은 나도 알 수 없었다.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원장님을 보고 자랐지만...글쎄. 원래 머리 좋은 사람들의 생각은 한 수 앞서간다고 

하지 않았나? 장담컨대 내가 확신할 수 있는건 그 분은... 반드시 이익이 따라오는 일이어야 실행에 옮긴다는것이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난 아직까지 그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거겠지. 

 

 

 

 

내 심장이 뛰고 있는 한 내 목숨은 그 분에게 달린것이나 다름없지않은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 대한 치료와 후원을 끊으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는 응당 감사를 받아야 할 존재였지만 원장님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반항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 

 

"너무 많은 걸 궁금해하지도 말구요. 만약 종현씨가 알게된다면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분명 있어요. 게다가..." 

 

"...." 

 

"저는 원장님 아니면 진작에 죽었어야돼요." 

 

"....." 

 

"지금도 원장님 덕분에 하루하루 편하게 잠드는건데 제가 뭐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 분의 일에 대해서..." 

 

 

 

 

 

 

 

그러니까, 너무 제 걱정하지마요. 마지막 말을 삼킨 채 그의 열이오른 눈을 보았다. 종현씨는 분명 원장님을 싫어했다. 민현이와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증오를 드러낸다면 그는 감정에 솔직해서 잘 보이는것뿐이다. 

 

 

그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이 동정심인지 아니면 그것보다 얕은 측은함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내 일을 걱정해준것에 고마웠다. 나도 이게 단순한 고마움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깊은 동질감인지 알지 못했다. 분명한건 그가 원장님을 싫어한다는것 뿐이다. 

 

종현씨는 답답한 듯 구두 앞발을 몇 번 구르더니 토마토 주스를 휙 뺏어갔다.  

 

 

 

 

"에잇- 이거나 빨리 열어줄게요." 

 

"네? 안 그래도 되는데.." 

 

"제가 열어주고 싶어서 그래요. 이거 따기 엄청 어렵거든요. 여주씨 힘도 약하면서.." 

 

"저 그렇게 안 약해요-" 

 

"됐어요. 여기. 빨리 마셔요. 들어가서 마시고 좀 쉬고 있어요. 오늘 여주씨 주사도 맞아야 되니까 몇 분 뒤에 들어갈게요." 

 

 

 

 

 

어서요. 그는 멋쩍은듯 턱짓으로 병실을 가리켰다. 내가 토마토 주스를 한 입 마시자 다시금 돌아오는 그였다. 

 

 

 

"....근데 그게 진짜 맛있어요?" 

 

 

 

그게 궁금했구나. 나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 종현씨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엄지로 딱, 하는 소리를 냈다. 

 

 

"저 다음엔 그거 꼭 마셔봐야겠어요.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 

 

 

 

아마 토마토를 좀 많이 싫어하는것같다. 

 

 

 

 

 

 

 

 

 

******* 

 

 

 

 

 

 

 

 

 

 

 

"요즘 대체 무슨 일을 꾸미시는 겁니까?" 

 

 

 

 

 

 

민현은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왔다. 요즘 황원장은 매일 밤마다 집에 들어왔다. 민현은 사람 하나를 가둬놓고 이다지도 태평한 아버지의 심리가 궁금했다.  

 

민현이 집에 오면 집에 오는대로, 병원에서는 병원대로 황원장의 압박은 계속되었다. 민현은 고의적으로 여주가 사라지고 난 뒤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것이 아닐까하며 그에게 대꾸 한 번 하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났을까. 여주에 대한 소식이 완전히 끊기자 민현은 다시 불안해졌다. 여주가 병원 어딘가에 있었지만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녀를 찾으러간다면 황원장이 원하는 바를 이뤄주는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민현은 황원장의 서재에 노크도 없이 들어가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냐고. 황원장은 소리 내서 몇 번 웃더니 민현에게 술잔을 집어던졌다. 

 

 

 

쾅. 

 

 

 

선명하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술잔은 벽에 부딪혔고 산산조각이 났다. 크리스탈 조각들이 나뒹굴었고 민현은 지독한 돈독에 오른 황원장의 모습에 넌덜머리가 났다. 황원장은 분노에 움찔거리는 민현의 모습을 감상하듯 쳐다보았다.  

 

 

 

"내가 일을 꾸미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 

 

 

 

황원장은 목에 핏대가 선 채로 포악하게 읊조렸다. 민현은 황원장의 코 앞까지 다가섰다. 민현이 그의 책상 위에 올려진 가족사진 액자를 깨뜨리자 요란한 소리가났다.  

 

 

 

 

"이렇게 된 이상 저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민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 여주를 구하지는 못 할 망정 당하고만 있다니.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황원장은 그런 민현의 태도가 가소로운 듯 웃었다. 

 

 

 

"요즘 네가 얼마나 웃긴지 알고 있을텐데..." 

 

"....." 

 

"매일 엄마 생각에 괴로워 했던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 

 

"아무것도 없는 여자애를 좋아하게 됐다...이건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 

 

 

 

 

 

민현은 평정심을 잃었다. 황원장이 저를 맘대로 하는것도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민현은 어젯 밤 그가 자신을 놓아주고 여주를 자유롭게 해주는 꿈을 꾸었다. 소망에서 나온 꿈이었다. 민현은 황원장에게서 멀어지려고 몇번이나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또다시 놀아나고 있었다. 황원장은 민현의 어깨를 당겼다. 그는 민현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여주. 그 아이." 

 

"...." 

 

"내가 살렸다. 내가 데려왔고 나 덕분에 이만큼 살고있지." 

 

"....." 

 

"만약에 네가 바보같이 그 아이에게 정신이 팔려있다면 말이다..." 

 

"...."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사랑이야. 애초에 시작할수가 없지. 그 아이는 한낱 시한폭탄에 불과하니까." 

 

"...." 

 

"그래도 만약에 네가 그 아이를 택하겠다...라면..." 

 

 

 

 

 

 

 

내가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던지 상관없다는 뜻으로 알겠다. 넌 현명한 아이니까. 잘 선택할 수 있겠지? 

 

 

 

 

 

"...더러워." 

 

 

 

 

민현은 그를 증오했다. 증오하다못해 부시고 싶었다. 그의 더러움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넌 결국 그 더러운 아비의 아들이고 내 병원장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이지." 

 

 

 

 

 

민현은 이번만큼은 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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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소름돋아 원장 진짜ㅠㅠㅠㅠ너무 재밌어요 작가님ㅠㅠ❤ 다음편 기대할게요乃乃
7년 전
글쓰는걸사랑하는러브
감사합니다♥♥ 댓글 진짜 힘이 되네요 ㅜㅜ
7년 전
독자2
저도 재밌게 보고있어요!!빨리 다음편이 보고싶네용!!
7년 전
글쓰는걸사랑하는러브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다음편 쓰고있어요!! ㅎㅎ
7년 전
비회원95.190
작가님 너무 재밌어용 다음편도 기대할게용 끝까지 회이팅하세용
7년 전
독자3
작가님 너무 재밌어용 ㅠ
7년 전
글쓰는걸사랑하는러브
ㅜㅜ감사합니다 저 진짜 이런 말 너무 힘이돼요 감동입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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