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 퐁당
그 날 나는 회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옷장에 있는 옷 아무거나 골라입은 것이었다.
"딸기 바나나 주스 한 잔이요."
그리고 생각했다. 더 예쁜 옷 입고 나올 걸.
무심한 표정으로 카드를 받아드는 너를 마주할 걸 미리 알았다면 절대 그 옷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영수증 드릴까요? 라고 물어보는 너는 뭐랄까... 참 예뻤다. 정말로.
반존대 연하남이 설레는 이유
14 (황민현 번외)
w. 갈색머리 아가씨
"민현아."
"네?"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네 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이 좋았다.
있는 듯 없는 듯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 느껴지는 간질간질함이 좋았다.
너와 내가 특별한 관계가 맞구나 하고 다시 한 번 실감을 하기도 했고.
너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책장을 넘기는 네 손가락이 참 예뻤다. 손가락이 짧은 편이라 손이 작은 나와 다르게 네 손은 손가락이 길었다.
그래도 나보다 작기는 하지만. 작은 손 치고 손가락이 길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너와 손을 잡을 때 나는 깍지 끼는 걸 좋아했다.
그냥 그런 거 있잖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분 좋은 거.
너는 여러모로 내게 그런 존재였다.
"얼굴 뚫어지겠다."
"얼굴 보는 거 아닌데."
"지금 너 굉장히 시끄러운 거 알지?"
"나 아무 말도 안했어요."
"머리 굴리는 소리 들려."
네 말에 나는 키득거리며 빨대를 입에 물었다.
딸기 바나나 주스. 전에는 그냥 맛있어서 먹은 것이지만 지금은 내게 의미가 조금 남다른 그런 음료였다.
아마 너는 모를 것이다. 내가 왜 만날 카페에 가서 딸기 바나나 주스만 주문했는지.
이유는 간단했다.
매일 같은 사람이 같은 음료를 주문하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잖아.
나는 네 기억 속에 남아있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주야장천 같은 음료만 주문한 것이었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참 약았단 말이지.
선배. 아.
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네 앞에 내밀어진 빨대를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나 단 거 안좋아하는 거 알잖아."
"내 사랑이니까 한 입 먹어요."
"사랑 한 번 달달하네."
"그럼요. 누구 사랑인데."
문창과라 그런지 너는 의도치않게 나를 설레게 만들 때가 가끔 있었다.
뭐. 이것도 너는 모르겠지만.
알고 그러는 거면 나는 더 좋고.
어쨌든 너는 참 여러모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너의 그 매력을 몰랐으면 하는 작은 욕심이 생길 정도로.
그래서 나는 네가 좋았다. 아니. 좋다.
-
너 참 착하다
어릴 때부터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나 안착한데.
성격이 착한 것이 아니라 귀차니즘이 심한 것이었다. 어차피 저 사람은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데 의미없는 말꼬리 잡기를 하는 것이 싫었다.
아니. 귀찮았다.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법은 간단했다.
적당히 받아주면 그만이었다. 그럼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나는 귀찮을 일 없고 저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니 좋고.
"조별과제 한다고 나타났는데 호구처럼 네가 다 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너는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술을 마시고 저렇게 말을 했을 정도면.
너는 가끔 스스로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말을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진짜 성격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건가 싶었다.
적어도 내가 보는 너는 기본적으로 착했다. 다만 그 착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지 않을 뿐이었고.
그리고 나는 너의 그 착함을 받는 사람이 되었고.
아. 진짜 이런 거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거부터가 내가 너를 특별하게 생각 하고 있다는 거겠지.
덮고 있던 이불을 뻥뻥 차댔다.
시끄러... 옆에서 자고 있던 동호가 작게 웅얼거리며 몸을 뒤척였다.
미안하지만 동호야. 지금은 내가 매우 기분이 좋거든. 그러니 알아서 이해 좀 해줘.
미안하다는 의미로 동호의 머리 위에 이불을 던져주었다. 나는 지금 중요한 할 일이 있거든.
아우우... 동호가 팔을 허우적거리며 이불을 걷어냈다. 참... 귀여운 자식.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다들 자고 있는지 참 조용했다. 베개를 끌어안고 쇼파 위에 앉았다.
아마 너는 지금 깨어있을 것이다. 너는 야행성이니까.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통화음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안자고 뭐해요?"
(너는 왜 안자?)
"내일 일요일이라서."
(그게 무슨 상관이야?)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말이죠."
(...가끔 느끼는 건데 너는 좀 직구로 말할 필요가 있어.)
"선배 보고싶어요."
(...지금은 너무 직구였다.)
비유나 돌려말하는 건 본인이 더 많이 하면서.
키득거리며 쇼파 위에 엎드렸다. 아. 진짜 보고싶다. 보지 않아도 네 표정이 어떨지 알 수 있었다.
똥 씹은 표정이겠지. 그거 되게 귀여운데.
"선배."
(응?)
"나올래요?"
(지금?)
"지금."
직구로 날려달라니 한 번 더 날려줘야지.
거실에 걸려있는 시계를 힐끗 보았다. 새벽 한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은 또 야식타임이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화기 너머로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혹시 모르니까 겉옷 들고 나와. 춥겠다.
내가 할 말을 미리 해버리는 게 어디있어. 속으로 작게 투덜거렸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천성이 착한 사람이 맞았다.
-
너는 너에게 가장 나쁜 사람이었다.
나한테는 겉옷 들고 나오라했으면서 자기는 그냥 나오는 거 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너를 내 후드집업으로 감쌌다.
"불편해."
"그럼 입어요."
"네 건데?"
"나한테는 옷 챙기라면서 자기는 몸만 쏙 오고."
"나 안추워."
"보는 내가 추우니까 입어요."
진짠데...
너는 꿍얼거리면서도 옷을 입었다. 이러니까 얼마나 예뻐.
몸집이 작아서 그런지 너는 거의 후드집업 안에 파묻혀있었다. 하긴. 내가 입어도 큰 옷인데.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오자 너는 샐쭉 나를 노려보았다.
사실 너는 작다고 놀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떡해. 작아서 귀여운 건 팩트인데.
"놀리지?"
"귀여워서 그래요. 귀여워서."
"...(꿍얼꿍얼)"
"뭐라고 했어요?"
"됐어. 가."
"무슨 말 한거에요? 네?"
"너 싫으니까 가."
"진짜 가요?"
"어. 나도 갈거야."
"진짜? 진짜로?"
뒤에서 네 어깨를 끌어안은 채로 뒤뚱거리며 걸었다.
밤공기가 아니 새벽공기가 서늘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너는 무겁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내 손목을 그러쥐고 있었다. 쪼그만 손이 오늘따라 더 작아보였다.
새벽이라 그런지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편의점 간판만 밝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뭐라도 먹을래요?
내 말에 너는 고개를 저었다. 밤에 뭐 먹으면 속 더부룩해.
고개를 끄덕이며 네 어깨를 다시금 끌어안았다. 한 품에 들어오는 건 참 좋은데 그래도 볼 때마다 뭔가를 먹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민현아."
"네?"
"방학하면."
"..."
"여행갈래?"
같이 밥먹을래? 라고 물어보는 듯한 말투였다.
너는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고 내 손목을 그러쥐고 있었다.
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네 귀가 발갛게 달아오른 것은 보였다.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네가 입고 있는 내 후드집업 끈을 만지작거렸다.
"어디 가고 싶어요?"
내 목소리 역시 네가 그랬던 것처럼 담담했다.
뒤뚱거리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사르륵 머리칼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머리를 기대어 앉으면 두 심장이 뛰는 밤이었다
어느 날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너무 좋았다
라고.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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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오수 中
#Waiting_you
너는 나를 5년동안 기다렸으니
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암호닉은 더이상 받지 않습니다.
여보세요는 언제 들어도 참 좋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