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안녕,병신아
07
" 야 너 눈이 왜 그모양이야. 으하하하! 박경아 빨리와서 애좀 봐봐."
" 아씨, 놀리지마. 지금 완전 심기불편하거든? "
아, 미친. 왠 붕어 한마리? 지호의 옆자리에서 배를 잡고 낄낄 거리는 경이와 땡글땡글 부었다며 볼을 죽죽 잡아 들어뜨리는 권. 지호는 자꾸만 자신을 귀찮게 구는 두놈들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며 샤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직도 말랑말랑한 지호의 볼에서 놀고있는 권이의 손을 탁 쳐내니 너무 힘을 줬는지 반대쪽에서 뚝 하고 샤프심이 부러졌다. 그리고 마치 그게 신호탄이라도 되는듯 권과 경은 정신없이 자리에서 벗어났다.
뭐지? 샤프심이 부러졌는데 왜다가는거.. 지호는 도망가는 경이의 왜소한 뒷태만 눈으로 쫒다가 뜨듯한 무언가가 자신의 머리에 툭하고 얹혀진 느낌에 고개를 살짝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씩 웃으며 지호의 갈색빛도는 머리칼을 강아지 만지듯 헝클이는 지훈. 지각을 면하려 급하게 뛰어 왔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듬다가 정수리를 톡톡 두드리고선 자리에 앉아 지호의 표정을 살폈다. 눈에 띄게 굳은 얼굴과 퉁퉁부은 눈꺼풀에 지훈이 한쪽눈썹을 치켜올리고서 지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 어제 무슨일 이라도 있었어? 울었어? 눈이 왜이렇게 부은거야"
"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마. "
지호가 어깨를 흠칫 떨며 뒤로 뺐고, 그와동시에 길을 잃은 지훈의 손이 잠깐 허공에 머물렀다.
눈꺼풀위를 꾹꾹 누르며 지훈의 끈덕진 시선을 피한 지호가 풀다만 문제 위에 의미없이 밑줄만 쳤다. 신경쓰지말라는 말을 찬열이나 준홍에게서 들었다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일이었지만 지호였기에 그럴 수가없었다.
지훈의 심장은 덜컹 내려앉았고 그 얼떨떨한 기분에 지호를 바라봤다. 눈을 내리깔고 버릇처럼 아랫입술을 무는 것까지 예뻤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점은 우지호가 표지훈을 피한다는것이다. 그것도 아주 일방적으로.
*
지금 찬열의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구렸다. 아주 똥이다, 똥. 저번에 백현에게 거절 받은 사랑의 쪽지이후로 한번도 말을 걸 기회가 없었다.
그놈에 학생회 일정때문에 수업시간이나 쉬는시간에 백현의 자리는 거의 비워져있었고 그곳을 보고있자면 가슴속깊이 허하고 시린것이,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입안에 가시가돋히고 이유없이 입술이 바싹 바싹 마르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엔 오겠지, 오겠지. 하늘에 기도까지 올렸건만 텅빈앞자리가 말해주듯 오늘도 얼굴을 잘 못볼것 같았다.
백현이 줄려고 앙팡요구르트까지 챙겼는데 씨발. 찬열의 욕지꺼리를 바로 옆에서 생생히 전해 들은 성규가 필기를 하던 도중에 볼펜을 삐끗해서 쭉 어긋나버렸다. 눈빛으로 죽일것같은 느낌에 침을 한번 꿀꺽 삼켰고,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조심 화이트를 꺼내들었다.
뭔데 백현이 얼굴도 못보게해! 니들이 뭔데! 열이 뻗혀서 언젠가 학생부에 건의서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한 찬열이 책상위에 요구르트를 쿵소리나게 올려 놓았다. 거기에 또 화들짝 놀란 성규가 작은 눈을 부릅떴다. 아 존나 쫄려. 이상태에서 심기를 건들였다간 쳐맞는 경우가 발생 할 것 같아, 숨을 죽이고 신경 쓰지 않는 척을 해보였다.
" 야, 이거 너가 먹어. "
" 어? 어어- 고마워 잘먹을게 "
한참을 조물락거려서 미지근해진 요구르트를 성규에게 건낸 찬열이 이씨김씨를 연발하며 겹쳐진 두팔속에 얼굴을 묻었다.
지금부터 건들기만 해봐. 아주그냥 아작을 내.. 혼자 독백을 하며 성규의 두려움을 부추기고있던 찬열이 뒷통수가 근지러운 느낌에 이를 악물었다. 신경질적이게 머릴 털었더니 이번에는 꾹꾹 찌르기 까지 한다. 죽고싶어서 환장을 했나.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무서운표정을 하고 고개를 들었더니.
" 뭐야, 반가워서 아는척 해줬더니. "
" 헐, 백현아. 이거 꿈이냐? "
" 자던잠이나 더자. 선생님은 어디가셨어? 수업시간아닌가? "
" 자습주고 어디 갔어. 근데 그게 중요한게아니라 "
찬열이 백현의 얇고 하얀 손목을 잡아채서는 자신의 볼에 비볐다. 자기야 내가 엄청많이 기다렸어.손목을 빼버리려 하면 울것같은 표정을 해보여서 백현은 당혹감에 어쩔줄 몰라했다. 밖에 있었는지 백현의 손은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뽀얀 볼도 발갛게 물들었다.
찬열은 필통속에 고이 모셔뒀던 핫팩을 몇번흔들어서 백현의 손에 쥐어줬다. 내생각하면서 조물조물 조심히 만져 알겠지? 백현은 여전하다는듯 안아프게 찬열의 머리를 쥐어밖았다. 입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지.
" 학교 끝나고 데이트 어때? 맛있는거 사줄게. 응? "
" 미친놈아, 내가 애냐? 맛있는거 사준다고 하면 졸졸 따라 다니게? "
그치만, 너만 보면 뭐라도 막 먹이고 싶단말이야. 입술을 삐죽 내밀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백현을 쳐다보는 찬열.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던 백현이 어이없다는듯 픽 웃었다. 그래 뭐
" 오늘만 특별히 없는시간 좀 쪼개 줄게. "
찬열이 벅찬 감동에 두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헐헐 백현이가 날위해 시간을 준데.
지금 내 기분? 째지도록 좋다.
*
지훈은 쉬는시간 준홍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정작 자리주인은 책상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엉덩이를 붙이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준홍이 아무말도 못하는 이유는 지훈의 표정이 아주 많이 살벌했기 때문이다.
마치 한번 건드리다간 죽도록 때릴것 처럼. 그 표정 그대로 멀리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지호를 쳐다보는데 소름이 팔뚝 부터 정수리까지 쫙 돋았다. 지훈의 옆에서 게임만 주구장창 하고있던 찬식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혀로 입술을 축이며 야, 하고 지훈을 불렀다. 그랬더니 성의 없이 돌려지는 고개. 뭐 씨발.
" 왜그러냐? 우지호가 너 싫대? "
" 몰라, 갑자기 피해. 진심 돌것같아. 이유도 모르겠어."
말하면서도 짜증이나는지 지훈의 미간사이에 깊은 골이 생겼다. 거기서 뭐 더 해줄 말도 없었고, 위로를 해주자니 앞서가는 느낌에 찬식은 말없이 폰을 집었다.
준홍도 교복바지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어 이리저리 뭘만지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친구들의 소식을 하나씩 보고있던 준홍의 눈이 왕방울 만하게 커졌고, 팔꿈치로 지훈의 어깨를 세게 툭툭 쳤다.
"헐! 대박사건! 야, 너 최진리랑 사귀어? "
" 그건 또 무슨소리래? 진심? "
"어,야. 대박 어제 올라온 최진리 카스봐봐. "
갑자기 뜬금없는 준홍의 비명섞인 목소리에 지훈이 한쪽 귀를 막았다. 뭐? 준홍이 보여준 화면에선 억지로 둘이 찍은 셀카와 함께 앞으로 잘사귀자는 진리의 깜찍한 메세지가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않고 조용히 해결하려 했건만, 최진리가 먼저 선수를 친 상황.
심호흡을 짧게 한 지훈이 눈을 한번 꾹감았다가 떴다. 깊은 빡침이 명치를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잃어버린 마지막 퍼즐조각 하나를 찾은 느낌. 이제야 지호가 자신을 피하고 시무룩한 표정만 지은 이유를 알것같았다.
지훈이 패딩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질렸다. 헤어지자는 짧은 메세지를 보내고 베터리를 빼냈다. 이제 다 끝났으니 최진리도 필요가 없어졌고 지호와의 오해를 풀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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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주번 누구야. 우지호랑 주인우? "
" 네, 근데 인우 오늘 아파서 못나왔어요. "
"그래? 그럼 인우 다음 번호 지훈인가?"
네 쌤. 종례시간, 담임의 상큼한 목소리에 반장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지호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반장을 하는구나 잠깐 생각하다가 지훈의 이름이 거론되자 정신을 번뜩 차리고 담임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 주번 두명. 남아서 뒤에 게시판 예쁘게 정리하구가줘. 내일 중요한분들 오시니까. "
명령조에 가까운 담임의 부탁에 지호는 힘없이 네에 하고 늘어지게 대답했다. 지훈을 흘끗 보니 무섭게 굳은 표정이었다. 그거에 또 풀이 죽어 지호는 고개를 숙이고 책상만 바라봤다. 세상은 내편이 아닌가보다.
탄식에가까운 한숨소리가 지호의 입을 타고 흘렀다. 그걸 본 지훈은 얼른 가서 저 움츠려든 어깨를 토닥 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으니 최진리가 자신에게 고백을 했었다는 말을 들은후의 상처보다 더 깊어졌을 것이다.
다가가려고하면 조금씩 뒤로 물러서는 지호에게 틈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않았다. 그러니까 더 미칠 노릇이었다.
*
"야, 나먼저 간다! 열심히 정리하고와"
" 선택받은걸 축하한다,동지여"
오늘따라 깐죽거리는 권이가 더 미워보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두명이 빠져나간 교실, 밖은 완벽한 어둠으로 채워졌고 지나치게 밝은 전등만이 이공간을 매웠다.
지훈은 이미 일어서서 틀어진 유치한 장식들을 바로세우고 있었고, 지호도 따라 일어났다. 사물함 위에 큰글씨가 달랑거리며 목숨을 다했다고 살려달라 외치고있었다. 그걸 유심히 지켜보던 지호는 의자를 놓고서 그위에 올라갔다. 손을 조금만 뻗으면 닿을것같은데
닿질않고 답답한 마음에 확 손을 뻗었다. 으악! 높은 하이톤에 비명소리와함께 지호가 미끌거리는 신발바닥에 쓸려 옆으로 고꾸라졌다.
머리부터 찧을걸 각오하고 눈을 꼭 감았는데 의외로 폭신한느낌에 아..죽었구나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하고감은 눈을 떴다. 그랬더니 자신을 품에 안고 있는 지훈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에서보였다. 엉덩 방아를 찧었는지 약간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호의 몸여기저기를 살피며 괜찮냐는 말만 반복했다.
왠지모를 서러움에 눈물이 북받쳐 올라왔다.
" 너 나 싫어하잖아. 왜 그랬어. 그냥 아프게 냅두지. "
쓰니왜그랬어!! 좀일찍오지! |
할말이 없슴등...ㅋㅋㅋㅋ 평소에 두시간 반이면 쓰던거를 네시간 붙잡고있었으니 말다한셈이죸ㅋㅋㅋㅋ 슬럼프 ㅠ ㅠ 이번화가 재밌을지 모르겠습니다ㅜ 죄송합니다 매번 사과만 드리는것 같네요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