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도 잠은 다 잤나봐요.
그대라는 달이 너무 밝아요.
내 두볼이 화끈 내 심장이 두근
그대가 진정 시켜줄래요
유승우, 소유 - 잠은 다 잤나봐요 中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I
한 밤에 내렸던 비는 장마로 이어졌다. 여전히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들은 간밤의 일들이 꿈이 아니란 걸 증명해주듯 세차게도 내렸다. 침대 위에서 어제의 일들을 다시 떠올려보니 얼굴에 확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 생각을 많이 하면 건강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엄마 갔다올게요."
인사를 하며 문을 열자 박우진의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인사해야할지 고민하던 중 박우진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왔냐. 이 한 마디를 하고는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박우진의 뒤를 따라갔고, 엘레베이터는 사람이 많아 둘이서 어색하게 있지 않을 수 있었다.
비는 생각보다 더 많이 내렸고, 이 비를 뚫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지각이란 생각에 우산을 피고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박우진이 내 우산 안으로 들어왔다.
"우산 없어."
갑자기 우산이 없다는 박우진이었다.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오라고 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말도 안됐다.
"없는걸로 하자."
박우진은 우산을 자기 손에 쥐고는 반대쪽 손으로는 또 다시 어깨를 감쌌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들어간 힘은 왜인지 모르게 의지가 되었다. 그렇게 우산 속에 두 몸을 쑤셔넣고는 학교를 향해 뛰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I
"김여주 니 다 젖었다."
"지는."
둘 다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되어서는 서로의 모습을 보고는 웃었다. 뭐가 그리 좋았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은 정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체육복으로 갈아입어라."
"체육복 입어라."
"감기 걸리지 말고."
박우진의 말을 앵무새 같이 계속 따라하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는 박우진이었다. 그리고선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나에게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무어라 하였다.
"좋아해."
갑자기 훅 들어온 박우진의 사랑 고백이었다. 벙쪄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니 이건 안 따라해? 하며 능글맞게 웃어보이는 박우진이었다.
이 때까지 내가 알던 박우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여주야."
아직도 벙쪄있는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영민이었다. 옆에서 박우진은 그런 영민이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을 계속 보내는 중이었다. 그것도 잠시 보란듯이 내 손을 잡아챈 박우진이었다. 아직 알리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나는 급하게 손을 뺐다.
"어. 영민아 안녕."
"어.. 여주야 할 얘기 있는데 잠시만 둘이서 보면 안될까?"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니 가지 말라며 다시 손을 잡아왔다. 그런 박우진에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있잖아.."
"저기.."
동시에 말을 꺼낸 둘이었다. 영민이는 먼저 말하라고 했고, 그런 영민이에게 박우진과 사귀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지금 말 안 하면 영민이에게도 너무 미안한 일일 것 같아서.
"여주 너 먼저 말해."
"나 박우진이랑 사겨. 너한테 먼저 말해주고 싶어서."
"아, 그래? 축하해. 둘이 잘 어울려."
형식적인 말이었다. 전형적인 축하인사.
"힘든 일 있으면 말 해. 친구잖아."
"그래. 우리 친구잖아."
그렇게 초여름에 시작되었던 셋의 관계는 장마가 시작되던 여름의 중반 즈음 끝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I
임영민 VER.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꽤나 다정해보이던 모습에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전과는 다른 모습에 설마 아니겠지라 생각하며 다가가 오늘도 먼저 말을 걸었다. 내가 다가가자 박우진은 여주의 손을 덥석 잡았다. 손을 급히 빼고는 내 인사를 받아주는 모습에 장난이겠거니 했지만 여전히 마음 속은 불안했다. 주말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고, 내가 부를 때마다 불안해하던 박우진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워졌으니.
"할 얘기 있는데, 잠시 둘이서 보면 안될까?"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박우진이 없는 곳에서 하고 싶었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행히 너는 알겠다고 했고, 둘만의 시간을 비로소 가질 수 있었다.
"나 박우진이랑 사겨. 너한테 먼저 말해주고 싶어서."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표정관리가 잘 안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하는 내 자신이 이해가 안되었다. 진짜 못났지.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 못 해보고.
"힘든 일 있으면 말 해. 친구잖아."
'친구' 라는 관계에라도 묶이고 싶었다. 친구잖아. 라는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너였고 괜히 더 미안했다. 나의 감정이 너까지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서.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여름날의 짝사랑은 열병같았다. 잠시 앓다 끝날 것 같았지만 쉽게 떨쳐내지는 못하는.
암호닉 |
* 암호닉은 가장 최신 화의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암호닉 누락 혹은 오타 시 댓글로 알려주세요.파카/일오/우빠/돌하르방/애정/캔디젤리러브/똥똥이/■계란말이■/0226/절편/방구뿡/따끔이/운명/우럭/809/잠만보/기화/응/데헷/나영미닝/우선/뿜뿜이/영미니/헉쓰/두동/짹짹이/슘슘/뉴리미/뿌꾸뿌꾸 |
A01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 노트북 업데이트가 너무너무 오래 걸려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신알신을 울립니다. 아침에 충전을 해놓고 업데이트를 시켜야하는데 까먹고 있다가 저녁에서야 발견하고 다시 업데이트를 시작하니 1시가 다 되었더라구요. 다행히 어제 좀 적어두어서 지금이라도 올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ㅜㅜㅜㅜㅜㅜㅜ 오늘은 우진이의 달달함 + 영민이의 아련함입니다. 일처다부제 하면 안되나요... 저는 영민 우진 둘 다 포기 못 해. .. . 넘 슬프네요. 오늘 브금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OST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두 분이서 부른 노래라서 엄청엄청 좋아하거든요. '선' 이라는 노래와 이 노래 중에 한참을 고민하다 이 노래로 선택했습니다. 선은 좀 더 썸과 연인, 친구 사이에 있는 글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벌써 다음 화가 마지막 화입니다!!! ㅠㅠㅠㅠ 외전이 나올지 아닐지는 다음화 분량을 보고 결정이 나겠지만. 이 글은 J화를 끝으로 완결이 납니다. 조금만 더 힘내서 마지막 화까지 달려봅시다. 다음화는 깨볶는..? ㅎㅎㅎㅎㅎ 지금 거의 좀비 상태...오늘 잠은 포기했습니다. 오늘이 일요일에 감사하며 ... 즐거운 주말되세요. 월요일 싫어... |
BGM |
소유, 유승우 - 잠은 다 잤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