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리님
팀의 막내였기에 여기저기서 주는 술들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잔을 겨우 비우고 나면 누군가가 여주씨! 하며 내 잔을 채워줬고, 점점 늘어나는 병들의 속도를 채 따라가지 못 해 테이블에 머리만 박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옆에 계시던 임대리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여주씨. 잠깐 나갈까요?"
"네?"
시끄러운 주변 소리에 목소리가 묻혔다.
"나가자구요. 여기 답답해"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나가자고 얘기를 하는 임대리님에 네!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사원 많이 취한 것 같아서, 저희도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 김사원 들어가요. 임대리도 잘 가고"
다행히 다들 집으로 가시는 분위기여서 그 틈을 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잠시 화장실을 간다는 말을 전하고 화장실로 가 뜨거워진 얼굴을 물로 조금이나마 적셨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여전히 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임대리님이었다. 대리님 가요! 하며 손을 흔들자 웃어보이며 같이 손을 흔들어 주셨다. 정말 대리님이랑 사귀는 분은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잘생기고, 친절하고, 전생에 우주정도는 구해줘야하지 않을까.
"얼굴이 토마토가 됐네. 괜찮아요?"
"아 저는 갠차나요!! 왕전완졍!!"
내 혀가 내 혀가 아닌 느낌이었다. 자꾸만 발음이 꼬이고 아무 말이나 하기 시작했다.
"아닌데. 완전완전 취해보이는데요?"
"지쨔루 안 취해써요."
"알겠어요. 좀 걸을래요?"
"지쨘데..."
임대리님
한동안 더웠던 날씨였지만 오늘따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시원한 바람 덕분에 취기도 많이 가라앉았고 많이 걸어 다리가 아파오던 찰나 보이는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들어갈까요?"
"네!! 조아요."
편의점에 들어가서도 맥주 앞에서 고민하는 나였다. 알콜이 한 번 들어가면 자제가 되지 않았다. 맥주 네 캔을 집고는 부끄러움도 없는지 앞에서 대리님은 안주 모 드실래요!!! 라며 과자 앞을 어슬렁거렸다.
"저는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아무거나 고르께요!! 2차는 제가 쏜다."
계산대로 가 계산을 하고 밖에 놓여져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의자에 앉아 맥주캔을 따서 대리님 앞에 하나 두고, 내 것도 따서 마시기 시작했다. 바람도 불고 기분도 좋고, 점점 더 올라오는 취기에 웃음만 실실 나왔다.
"대리니믕 여자칭구 이써요?"
"있을 것 같아요?"
"네!! 잘생겨짜나요."
"맨날 회사에 갇혀있으니 없네요."
"대박."
얘기를 할 때마다 맞춰오는 눈에 시선을 어디로 둬야할 지 몰랐다. 임대리님의 얼굴과 뒤의 가로등 사이 그 어디쯤에 시선을 두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입사 하고 나서부터 워낙 잘 챙겨주신 대리님이셨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애인 얘기가 나왔고, 뭐 결론은 둘 다 없다였다. 대리님이 여자친구가 없으신 건 의외였다. 완전 예쁜 언니랑 사귈 것 같은데...
"근데 좋아하는 사람은 생긴 것 같아요."
"..."
"얼마전에."
"부럽네여! 대리닝 가튼 남쟈가 조아해주구."
"쟤 많이 취했구나하고 들어줘요."
"에... 네..."
"계속 좋아했어요. 언제 얘기할까 고민하다 술이라도 마시니까 용기가 나네요."
"..."
"여주씨 처음 와서 인사하던 그 때도 너무 예뻐보였고, 지금도 너무 예쁜데. 그런 말을 잘 못해서."
제정신이 아닐 때 들어도 이만큼 충격적인 말을 과연 제정신에 들었다면 얼마나 놀랬을 지 상상도 안간다. 대리님의 고백 이후 어색해져서 우물쭈물하고 있다가 대리님이 자리를 정리해주고 가자고 해주신 덕분에 그래도 넘어갈 수 있었다.
"미안해요. 너무 갑자기 말했다."
"아..안니. 괜차나요..."
"택시 타고 가요. 못 바래다줘서 미안해요."
"지쨔 아니에요! 택시타면 요 앞이에요."
"잘 가요."
임대리님
다음 날 속이 너무 쓰려서 잠에서 깼다. 무슨 회식을 금요일도 아닌 날에 해서 다음 날 회사도 겨우 가게 하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됐지만 뭐 어쩌겠는가 돈을 벌려면 이 좃같은 일이라도 해야지. 쓰린 속을 달랠 시간도 없이 바삐 씻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로 가는 지하철 안, 혹시 내가 어제 뭐 실수 한 건 없는지 생각을 계속 하면 갔다. 뭐가 기억 날듯 말듯한게, 불길한 예감이었다. 뭐 필름 끊긴 건 사실이니까 무조선 죄송하다고 해야지.
"임대리님!!!"
출근길에 보이는 익숙한 뒷모습에 이름을 불렀지만 못 들은 것인지 그대로 쌩 가버리는 대리님이셨다. 대리님? 임대리님? 어제.... 대리님을 떠올리자마자 어제 그가 나에게 했더 고백이 그대로 떠올랐고 오늘 어떻게 봐야할 지 걱정이었다. 어제 술도 취한 김에 좋다고 말하는 건데 왜 그랬을까. 아 이제 얼굴보기는 글렀다는 생각에 터덜터덜 회사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회사 사람들은 전부 퀭한 얼굴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다들 일 못 하겠다며 아침에 빨리 해장이나 하고 오자고 해서 그 사이에 낑겨 회사 주위 국밥 집으로 향했다. 그 무리엔 대리님도 계셨고, 운명의 장난인지 내 맞은 편에 대리님께서 앉으셨다.
"아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제가 필름이 끊겨서."
"아... 다행이네요."
"저는 어제 고..."
아무 생각없이 고로 시작해서 백으로 끝나는 그 단어를 뱉어버렸다. 놀란 것인지 대리님은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렸고, 그런 대리님께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어.. 죄송해요."
"아. 괜찮아요."
"그리고 저도 대리님 엄청엄청 좋으니까."
"네?"
"귀 좀 대줄래요?"
"우리 사귈까요?"
"저도 귀 좀."
"사겨요 우리."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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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01 |
안녕하세요!! 설레는 임대리님과 돌아온 A01입니다 ㅎㅎㅎ 오늘 MXM 노래 나와서 정말 하루종일 듣고 있었습니다. 영민...동현.... 그래서 이렇게 설레는? 설레나요... 하여튼 새로운 글과 함께 왔습니다. 대리님 고백해놓고 기억 안난대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사고뭉치인 여주는 그걸 또 말해버리네여. 저돌적인 여주 좋습니다 허허 .둘이 마신 맥주는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 안주는 요하이....!!!!!!ㅎㅎㅎㅎ 사랑하는 독자님들 다음 글에서 봬요:) |
BGM |
MXM - I JUST 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