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방안에서 혼자 다리를 굽혀 끌어앉고 무릎사이에 고개만 파묻고 있었다. 밥맛도 없고 그렇다고 누구를 만나거나 약속을 잡을 기분도 아니었다. 그냥 괴로웠다. 그렇게 혼자 있다보니 자꾸만 같은 생각이 반복되었다. 다시는 되돌리고 싶지 않은 그 장면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반복되었다. 왜 그랬을까, 왜 너는 나를 놔두고 그래야했을까. 가끔 아무것도 모르는척 너의 전화를 받으면 오늘 좀 늦을것같다고 먼저 자라는 너의 말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가끔은 나는 이만큼 밖에 사랑받지 못하는구나, 또는 못했구나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너는 내가 알고있다고는 생각도 못하겠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만 쏘아대다 결국 눈에서 쏟아지는건 눈물이었다. 모든걸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너가 아직도 내 마음에 있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나는 정말 한심했다. 아직은 무슨일이있어도 너를 내 옆에 두고싶다.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얼마나 울었을까, 도어락 해제 소리가 들리더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너는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 독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비틀대는 걸음으로 들어오다 나를 발견하고는 아무렇지 않은듯 나에게 다가와 내 품을 파고들어왔다. 오늘은 뭐하는데 이렇게 늦었어? 친구 좀 만났지. 내가 다 알고있는데 뻔한 거짓말은 왜 하는건데. 묻고싶다. 너는 나를 단 한번이라도 애인으로 본적은 있는지, 나에게 하는 모든말들은 진실이 맞는지 묻고싶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너를 쳐다보았다. 더 이상은 그만하고 싶다. 내 다리를 베고 누워 허리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녀석의 손을 떼어냈다. 그 손에 너는 당황해 나를 올려다보았고 나는 여전히 눈물이 맺힌 얼굴로 너를 쳐다보고있었다. 내 다리를 베고있던 상체를 일으켜 나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무슨일있어? 왜 울어" 너 때문인걸 알지 못하고 묻는걸까, 아니면 무언가 또 거짓말을 하려고 묻는걸까. 이제는 어느쪽으로도 너에게 믿음은 주어지지 못한다. 기회가 없는거야 너에게. 아무말도 않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 나를 보다 갑자기 나에게 훅 하고 다가와서는 입을 맞췄다. 나를 더 깊게 파고 들어오는 키스에 휘청했던것도 잠시 내 옷을 다급하게 벗기는 너의 손길에서 뿌리지도 않는 진한 향수 냄새가 풍겨져왔다. 결국 나는 너의 털끝에도 미치지 못했구나. 더 이상은 참을 길이 없어 억지로 입술을 떼어내고는 옷을 추스려입었다. 그리고는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너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내 말에 약간은 흠칫하다가 모른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어이가 없네. 흐르는 눈물은 닦지 않은채 너를 쳐다보았지만 너는 아직도 나를 그저 그렇게만 아무 의미없게 쳐다보고있었다. "너는 다른 여자 다 만나고 노는데 그런 너를 나는 기다려야 되?" "...무슨말이야" 모르는척 발뺌도 정도껏 해야지 이뻐해주지. 좋은 이별은 못 만들겠다 좋은 사랑도 아니었지만 말이야. 얼굴에 정색을 깔아놓고 너를 쳐다보았다. "요섭아" "내 이름 부르지마 더러워 죽겠어"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것이다. 너는 모든 여자를 품에 끼고 아무렇지 않게 밤마다 클럽을 다녀오겠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는 너를 기다리는 내 마음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너를 쳐다보다 더 이상은 말을 섞기가 싫어져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가려하자 다급하게 내 손목을 잡아챘다. 자꾸만 나를 끌어안아 만지작 대는 손길에 나는 참았던게 터져버렸다. "너한테 나는 그것밖에 안됬어?" "...." "내가 너한테 그 정도 밖에 안됬냐고" "나는 그저 니가 다른 여자 만나고오면 그런대로 놔두고 니가 하자는 데로 만지는 데로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욕짓거리를 내 뱉으며 발에 채이는 모든 물건들을 발로 차는 너를 보며 나는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 누구 앞에서 화를 내 지금. 결국엔 니가 자초한 일이잖아. 우리는 예쁘게 끝날수도 없었던거야. 예쁘게 사랑할틈도 없었어. 결국에 우리에게, 나에게 이별은 이렇게 밖에 기억될수 없는거야. 그 생각에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너부터가 잘못된거야. 왜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도대체 나는 너를 어디까지 받아줘야 되는거야" "요섭아 니가 잘못 알고있는거야 내가 그러겠어 널 놔두고?" "니가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았대도 결국엔 너는 날 애인으로 생각조차 안했겠지" "내가 우습지?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어?" "사랑해 요섭아 너 사랑한다고" "믿음이 없다. 너한테" 더 이상은 화낼 힘이 없었다. 어느 다른 평범한 애인처럼 손을 잡고 거리를 걸을수있는, 남들에게 자랑할수있는 흔한 사이가 아니었다. 남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만큼 애틋했고 믿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니 눈에 나는 그저 욕구를 풀어주는 걸로밖에 미치지 못했다. 내가 너를 생각하고 믿었던만큼 나를 내려놓고 놓아주었는데 그 사이에 다른 여자를 만났다니. "나 너 그만만나고 싶다" "왜이래 정말 나 못믿어?" "믿을 만한 선을 넘었잖아 니가. 끝내자 우리" 그 말을 끝으로 힘없이 비틀대며 집을 박차고 나왔지만 너는 나를 끝까지 잡지 않았다. 잡아주길 바라진 않았지만 나는 그만큼이 맞았네 그걸 더욱 확실하게 새겨주는것 같아 더욱 서러워졌다. 그렇게 비참하고도 당당하지 못했던 우리의 사랑은 여기서 끝이 났다. 지독스레 사랑했고 지금 내가 흘리는 눈물에 의미도 놓고 싶지 않은 아쉬움이었지만 더 이상은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너를 만날 자신이 없었다. 집에서 조금 벗어난 곳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 엉엉 울어버렸다. 정말 모든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