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빠르게 하고 늦지않게 지하철에 올라탔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차려입고 온 정장에 빗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그 와중에 지하철은 이미 꽉 차 원치않은 스킨쉽을 즐겨야했다. 이리 밀고 저리 밀리는 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 제출에야 할 서류봉투를 손에 꼭 말아쥐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서류봉투를 쥔 손에 땀이 차 슬슬 힘이 빠져갈때 쯤 내 몸에 수상한 손길이 달라붙었다. 다리 쪽에 슬그머니 닿더니 급기야 엉덩이를 타고 올라와 옷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미.친거 아냐 이 손? 이 나쁜손에 식겁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좁은 공간에 안절부절하다 못해 식은땀까지 흘렸다. 몇분을 지체하자 그 나쁘고 차가운 손은 내 와이셔츠를 뚫고 옷속으로 들어왔다. 체념해버린 나머지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떨구었다. 괜시리 눈물이 차오르려하자 내 앞에 서있던 잘생긴 청년이 내 머리에 손을 턱하니 올렸다. 응? 뭐지?
"양요섭?"
그 청년은 이름 세글자를 부르며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으억? 이건 무슨 신개념 범죄죠?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거죠? 순식간에 나는 모르는 청년의 품에 안겼고 그 청년은 내 허리를 손으로 끌어안으며 은근 슬쩍 나쁜손을 밀어내었다. 그리고는 삐져나와버린 와이셔츠와 정장을 이쁘게 정리해주었다. 헐.. 이런 착한 청년이.. 하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자 살짝 웃어보였다. 웃음도 멋있으시네요.. 괜시리 호감이 생겨 멋쩍게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로 손을 슬쩍 들어보였다. 그러자 감았던 팔을 풀며 씨익 웃었다.
무언가 찝찝했지만 도와준 사람에게는 고마운 것이니 그렇게 편하게 지하철을 내렸고 무사히 회사까지 도착했다. 으아니 그런데? 회사에 도착해보니 무사히 내 손에서부터 회사까지 도착해야할 서류가 없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일이지.. 순간 머리가 아팠지만 떠오르는건 나와 끌어안았던 그 청년 뿐이었다. 그때 안으면서 떨어뜨린건가.. 한순간 후회가 몰려왔다. 오늘 꼭 제출하지 않으면 부장님이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와 야근을 안겨줄것만 같아보였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떻게든 되살리려 서류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리고 속으로는 그 청년을 욕했다. 도와준건 도와준거고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놈이 내 서류를.. 그런 놈은 여자도 못 만날 거라며 너무 잘생겨도 안된다며 다시 서류를 작성하며 말도 안되는 욕들을 퍼부었다. 그래야만 내 속이 시원해질 것 만 같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밤 새서 만든 서류인데 그걸 잃어버렸으니.. 앞으로 기생오라비 같은 .놈에겐 뭐든 부탁하면 안되겠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훗날 내 배우자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다시는 만 날 일이 없다고만 결론을 내렸던 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