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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화, 띵똥! 지나가던 취객입니다>

 


그러자 이 여섯남자들 사이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우현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를 '뭐래는거야 이 미친놈이'라는 말이 담겨있는 떫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에 머쓱해진 우현은 머리를 몇번 긁적이더니 이, 이게 아닌가? 라며 중얼거린다.

 


  "그나저나, 아저씨들! 이사람이 뭘 잘못했는데 이렇게 사람을 복날 개패듯이 때립니까?"

  "그건 그쪽이 알바 아니고, 가던 길이나 가쇼"

 


머리를 긁적이던 우현이 허리에 손을 척 올리더니 남자들에게 당돌하게 물었으나 돌아오는건 냉대였다. 에이 그러지말고 말해봐요. 우현이 얼굴을 차갑게 굳히고있는 남자 중 한명의 어깨를 툭 치고는 능글능글한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쓰러져있는 성규에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그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는 몸을 일으킨 성규가 한번 비틀대더니 곧 중심을 잡고 제자리에 섰다.

 


  "이새끼 부모놈들이 우리한테 진 빚이 좀 많아."

 


그러니까 그냥 가라, 어? 짝다리를 짚고 다리를 건들거리며 삐딱하게 서 있던 남자가 우현에게 턱짓했다.

 


  "얼만데요?"

  "뭐?"

  "한국말 못알아듣습니까? 이 남자 부모님께서 댁들한테 진 빚이 얼마나 되느냐고요"

 


알면 뭐, 대신 갚아주기라도 할건가? 하하 이 형님 참... 아이 그냥 얼마냐고요. 남자의 말에 또다시 특유의 능글맞은 눈웃음을 흘리며 허공에 손을 휘휘 내젓는 우현이다. 일억 오천. 네? 뭐라고요? 사채업자의 말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온 순간 성규의 눈꼬리가 한껏 위로 들려졌다. 일억 오천이라니, 일억 오천이라니!

 


  "처음엔 그정도는 아니었잖아요!"

  "세월이라는게 있잖아 임마, 내가 몇년을 참았는지 알아? 자그마치 십오년을 참았어 내가!"

 


침까지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멍하니 있던 성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성규가 안쓰러워보여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중얼거리는 우현이다. 나 싸움은 잘 못하는데...

 


  "이름이 성규지? 김성규... 성규야, 십오년이라는 세월이 지난만큼의 이자까지 쳐서 받아야지... 우리도 먹고 살, 야!"

 


저새끼 잡아! 순식간이었다. 뚱한 표정으로 남자가 하는 얘기를 듣고만 있던 우현이 눈을 번뜩이며 잽싸게 성규의 손을 낚아채 그들에게서로부터 도망을 친 것은 말이다. 잡아라! 하고 소리치며 쫓아오는 저들이 성규에게는 한없이 공포스러웠기에 성규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뛰는 우현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발목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짜릿한 고통을 잠시 잊은채 힘껏 달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저며오는 발목의 고통을 억누르지 못한 그는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빨리 일어나요, 쫓아오잖아!"

 


자리에 주저앉아 끙끙대는 성규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한듯 손을 버둥대던 우현이 결국은 성규를 들쳐매었다. 아오 진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지? 나도 나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속으로 성규를 도와준것을 엄청 후회하고 있는 우현이었다. 그냥 이호원 보내지 말걸, 놀 생각 하지 말걸! 그런 생각으로 달리던 우현은 결국 얼마 가지않아 들쳐맸던 성규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신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대자로 뻗어버렸다.

 


  "아니, 헉...헉... 왜이렇게 무거워?"

 


대자로 뻗은 우현이 한껏 인상을 찡그리고는 멍하니 주저앉아 자신을 쳐다보고있는 성규에게 말했다. 으어, 죽겠다. 산소, 산소가 필요해! 터질듯한 가슴을 움켜잡고는 숨을 몰아쉬던 우현이 뒤이어 자신에게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하아...하아... 이 정신나간 놈들... 이렇게 쉽게 잡힐거였으면 도망은 왜가?"

 


어느새 따라붙은 남자가 팔을 벽에 기대고는 씨익 웃으며 우현에게 말했다. 형님 이제 얘는 어떡할까요? 뒤에 있던 남자가 성규를 발로 툭툭 치며 얄궂게 물어왔다.

 


  "얘는 어떡할까요? 장기매맵니까 형님?"

  "당연한걸 왜묻냐? 성규야, 밥은 잘 챙겨 먹었냐!"

 


이 말을 끝으로 남자는 우현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그에 억 하고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우현이 자신의 정강이에 쏟아지는 고통을 덜으려 몸을 웅크리고는 정강이를 두 손으로 감쌌다. 그 뒤로 우현의 등을 팔꿈치고 한번, 옆구리를 무릎으로 한번 강타한 남자에 정신이 반쯤 나간 우현이 버둥댔다. 이내 땅바닥으로 고꾸라진 우현이 쿨럭쿨럭 마른기침을 몇번 내뱉더니 또다시 자신에게 꽃히려는 발길질을 몸을 굴려 가까스로 피해냈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두 손을 앞으로 뻗고는 잠깐만, 잠깐만! 하고 다급하게 외친다.

 


  "다, 당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분명히 이쯤 뒀는데... 우현이 자신의 정장 마이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과시용으로 아버지의 명함 몇장을 빼돌린것이 드디어 쓸데가 생긴것인가! 손에 잡히는 딱딱한 종이에 우현이 씨익 웃고는 바로 남자에게 건넸다.

 


  "내가 이런 사람 아들이거든? 그거 우리 아빠 명함인데, 너네 다 신고해버릴거야. 내 변호사 부를거라고! 이거 적어도 전치 4주는 받아낼 수 있는거 알지?"

  "저, 정말 이 집 아들?"

  "그래, 정말 내가 케이,"

  "정말 네놈이 치킨집 아들이냐"

 


치킨집이라니? 남자의 입에서 나온 허무맹랑한 말에 우현의 머리위로 물음표가 잔뜩 그려졌다. 남자가 우현에게서 건네받은것을 빙글 돌리더니 우현에게 보여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면 이 최강식이한테는 닭다리좀 몇개 더 얹어달라고 니 아버지한테 잘좀 말해봐라"

 


슈발 저게 왜 저기있어! 남자의 손에 들린건 K그룹 남회장의 명함이 아닌 치킨집 쿠폰이었다. 이새끼가 어디서 장난질이야! 소리를 버럭 지른 남자가 주먹을 꽉 쥐고는 우현에게 달려들었다. 우현은 곧있으면 쏟아질 커다란 아픔을 예상하고 눈을 꼭 감았다. 뜨억! 남자의 주먹이 우현의 복부에 정확이 박혔다.

 


  '삐용삐용'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씨발, 야 도망쳐!"

 


뒤에 서있던 한 남자가 똥마려운 개새끼마냥 발을 동동 구르더니 세 남자와 함께 저 멀리로 도망쳤다. 남자들이 다 가버리자 멍하니 주저앉아있던 성규가 허리춤에 손을 올려 얼굴을 찡그리고있는 우현에게 말을 걸었다.

 


  "고마워요 도와줘서... 경찰까지 불러주고..."

  "응? 나 경찰 안불렀는데?"

 


우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람사이에는 고요한 기류가 흘렀다. 점점 가까워지는가싶던 사이렌 소리는 어느새 점점 희미해져갔다. 푸흡. 성규가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에이 뭐야, 그냥 운이 좋았던거네.

 


  "근데 싸움도 못하면서 왜 날 도와줬어요? 다쳤잖아요"

  "참나, 살려달라던게 누군데"

  "그래도 고마워요"

  "아니 뭐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도와준건 아니고..."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리던것도 잠시, 성규의 고맙단 말에 쑥스러웠는지 먼산을 보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고맙다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가, 기분이 참 묘해진 우현이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난 성규가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어내더니 우현에게 고개를 한번 숙였다.

 


  "저때문에 다치셨는데 해드릴수 있는게 없네요"

 


미안한듯 두손을 모아보인 성규가 이번에는 허리를 숙였다. 싱긋 웃고는 등을 돌려 온전치 못한 발목으로 절뚝절뚝 걸어가는 모양새가 안쓰럽다고 생각한 우현이 그 뒷모습을 동정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발목 다친것같은데 저사람... 병원가야되는거 아니야? 그 눈빛도 잠시, 이제 신나게 놀아볼까라는 생각으로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은 순간 우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온몸에 퍼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찌릿한 고통에 그가 몸서리쳤다. 으어거러어엌럵! 내 갈비뼈, 내 5번척추, 내 복숭아뼈! 저 남자 보다는 나를 먼저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한 우현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한걸음 한걸음, 병원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   *

 


  "여보세요"

  -우현아, 집은 마음에 들더냐

  "아, 아버지 저 어제 갑자기 다른일이 생겨서 못가봤어요."

 


다음날 아침,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있던 우현이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 아버지였다. 집이 마음에 드냐고 묻는 아버지에 어제 일이 생겨 못가봤다고 이실직고한 우현이었다. 일이 생긴건 맞으니까... 우현이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였다.

 


  "아버지 저 그냥 그 집으로 하겠습니다."

 


집 보러 돌아다니기가 귀찮았던 우현은 쿨하게 가보지도 않은 집을 제 두번째 자취집으로 결정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고, 이사는 열두시쯤 사람들 보낼테니까 그때 하도록 해.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말에 당황한듯 에엥? 하며 요상한 소리를 낸 우현이다. 이사가 생각보다 엄청 빠른데?

 


  "그렇게 빨리요? 너무 빠른것같은데... 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사람들 많이 보내서 시킬거니까 너는 몸만 오면 돼.

 


그러고는 뚝 하고 전화가 끊겼다. 쩝 하고 입맛을 다시던 우현이 까만 화면의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중얼거렸다. 역시 우리 아버지, LTE성격 어디 가겠어? 그치 뭉뭉아? 우현이 혼자 중얼거리더니 쇼파 아래에 앉아있는 뭉뭉이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었다.

 


  "뭉뭉아 우리 이사가자. 이 집 보다는 많이 작을것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괜찮지?"

  "멍!"

 


우현이 뭉뭉이에게 묻자 괜찮다고 대답이라도 하는 듯 뭉뭉이가 멍! 하고 외쳤다.

 


*   *   *

 


오후 여덟시. 노래방에서 나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크로스백을 꼭 붙들고는 길을 걷고있는 성규다. 코너길이 나오기라도 하면 벽에 착 달라붙어서 고개만 쏙 내밀고 좌우를 꼼꼼히 살핀 다음 그제야 코너를 돌았다. 그런 성규의 이상행동에 옆에있던 두준이 너 뭐하냐? 라고 물어오지만 성규는 두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대꾸도 하지않고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두리번댄다. 아까도 이러더니 계속 이러네... 심오한 표정으로 성규를 보던 두준이 중얼거렸다.

 


  "형... 성규형?"

 


형 뭐하세요... 지훈이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왔지만 성규는 여전히 마이웨이, 아랑곳하지않고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린다. 지훈, 성규, 두준은 같은 카페에서 일을하고있는 알바생들인데 두준이 취직에 성공해 알바를 그만두는 기념으로 노는중이었다. 그러나 노는게 맞는건지, 성규는 노는사람치고는 굉장히 긴장한 표정으로 거리를 걸었다. 언제 어디서 사채업자들이 짠 하고 튀어나올지 몰라. 사실 사채업자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쫓아오기라도 할까봐 이렇게 걷고있는 중인건데 이 사실을 알리가 없는 지훈과 두준은 그를 보며 혀를 끌끌 찰 뿐이었다.

 


  "어서오세요"

 


세 사람이 2차로 향한곳은 한 술집이었다. 술집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꼼꼼히 살펴 사채업자들의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다는걸 알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성규다. 아까보다 밝아진듯한 성규가 의자에 앉자 형 누구 찾아요? 하고 물어오는 지훈이다.

 


  "아니, 찾을 사람은 없고 피해야 할 사람은 있어."

 


성규의 대답에 그게 누군데요? 라며 지훈이 또다시 물어왔다.

 


  "쒸발롬들!"

 


성규가 잔뜩 꼬인 혀로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홍자 갈 수 있다고오!"

 


자정에 가까운 시간. 잔뜩 취한 성규를 붙잡고 안절부절인 두 남자. 이들이 서있는 곳은 성규의 집으로 가는 골목 앞이었다. 만취한 성규가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대자 어어! 하며 혹여나 그가 넘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두준과 지훈이다.

 


  "너네들은 집도 없냐? 지베 가! 가라고오! 아, 집도 없는건 나지? 그래 나 집없... 우읍!"

 


두준이 동네가 떠나가라는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성규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다른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한 것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으으읍! 그에 비틀대며 두준의 손을 힘겹게 떼어내는 성규다.

 


  "너네, 따라올 생각 하덜덜 마, 알았냐?"

  "형 진짜 괜찮아요?"

 


지훈이 걱정스러운듯 물어왔지만 성규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집에가'만 반복하더니 홱 돌아서서 휘청이는 다리로 비틀비틀 잘도 걸어간다. 얼마 가지않아 뒤를 돌아보더니 자신을 따라오려는 지훈과 두준에게 신경질을 낸다. 따라오지 말라고! 나 혼자 갈 수 있단말이야! 휘적휘적. 힘 빠진 손으로 삿대질을 해가며 소리치더니 다시 몸을 돌려 비틀비틀 걸어가는 성규다.

 


  "오 마이 하우스!"

 


이제는 낫 마이 하우스 낄낄. 자신의 집 대문앞에 다다르자 두 팔을 벌려 작게 중얼거리는 성규다. 힘빠진 팔로 대문을 열고 힘바진 발로 마당에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그러자, 컹컹! 어디선가 들려오는 개소리에 놀란 성규가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우씨, 왠 개새끼? 나오기만 해봐 내가 반 죽여놓을거니까.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힘빠진 주먹을 이리저리 휘두르던 성규가 왈! 소리와 함께 나타난 대형견에 꽥 소리를 질렀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물어뜯을것같은 위협적인 소리에 다리에 힘이 풀린 성규가 털썩 주저앉았다.

 


  "이런 개시키..."

 


그러나 크게 짖기만 할 뿐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는 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성규가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는 중얼거렸다. 너 임마, 너! 거기 딱 가만있어. 이눔시키가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금세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깡이 생긴 성규가 개를 가리키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열려 손잡이에 손을 얹고는 빙글 돌렸다.

 


  "응? 너 왜 안열려?"

 


어라? 얘가 다시 붙었네? 신기하게도 통째로 떼어졌던 도어락이 다시 제자리에 있자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 그것을 툭툭 건드는 성규다. 공, 사, 이, 팔... 조심스럽게 꾹꾹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도어락의 뚜껑을 닫았다. 삐빅삐빅 거리며 비밀번호가 틀렸다는걸 알려주는 신호음이 울리자 잘못눌렀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성규가 다시 한번 뚜껑을 열어 비밀번호 네자리를 누르고는 다시 닫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삐빅삐빅.

 


  "왜 띠로링이 안나오는거야!"

 


버럭버럭 소리지르던 성규가 문을 발로 쾅! 차더니 손가락을 몇번 까딱이고는 다시 번호판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나씩 하나씩, 숫자를 차분하게 누르고는 뚜껑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띠로링'

 


하는 소리가 성규의 귓속을 울렸고 그와 함께 성규는 함박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벌컥 열리는 문. 그에 뒤로 주춤 물러선 성규가 이 문이 원래 자동문이었나?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누구세요"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말 아닌가? 도대체 왜 이 낯선 남자가 내 집에 있는거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 얼굴을 찡그린 성규가 남자에게 말했다.

 


  "지나가던 취객입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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