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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뻔한 이야기 프롤로그

나는 지금 아주 무서운 놈에게 쫓기고 있다. 약 5분 전, 편의점에서 라면 몇봉지를 사들고 룰루랄라 그것이 든 비닐봉투를 휘날리며 집으로 돌아오던 중 뭔가 물컹한게 밟히는가 싶더니 곧바로 깨갱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놀란 나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고개를 돌리자 보였던 것은 날 보며 크르릉 대는, 날카로운 이빨로 나를 위협하는 덩치 큰 개였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한 나는 손에 들고있던 봉투를 내팽개치고 26년인생 처음으로 전력질주라는것을 해보았다. 

  


  "컹컹!" 

  


초3이었나, 아무튼 그때즈음 친구녀석들과 벨튀를 하다 그 집 개새끼에게 잘못거려 한참을 쫓기다가 물린 기억이 있는 나로써는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면 초인적인 힘이 발생한다고 잡지식이 많은 친구에게 전해들은 기억이 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초인적인 힘으로 컹컹 짖어대는 저 공포스런 개에게서 달아나고 있었다. 

  


  "으아아, 오지마! 오지마!" 

  


떨리는 목소리로 저 개에게 보내는 음성메세지를 가까스로 발신했지만 녀석은 나를 스팸처리 했는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견디지 못하고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내 눈앞에 나타난 남자의 등 뒤에 숨는 것이었다. 

  


  "으악, 저좀 살려주세요!" 

  "무, 뭐?" 

  "저 개, 저 개좀 어떻게 해봐요!"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남자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개는 다행이 10m의 간격을 두고 그 자리에서 크르릉 댔지만 나는 또다시 쫓겨야 하는 신세가 될 듯하여 눈을 살포시 감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곧바로 감았던 눈을 떴는데, 응? 내 눈 앞에 있던 남자가 사라졌다. 뭐지 하고 생각한 순간 밑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뭉뭉아 이리와" 

  


뭉뭉? 내 귀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면 저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분명히 뭉뭉이었다. 이 남자가 저 개에게 뭉뭉이라고 한 것은 그가 저 개의 주인이라는 것과 저 개는 그의 애완견임을 동시에 입증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나의 결론에 쐐기를 박은 것은, 

  


  "왈왈!" 

  


자세를 낮춰 개를 향해 양팔을 활짝 벌려보인 이 남자에게 크르릉이 아닌 왈왈! 소리를 내고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덩치에 맞지않은 앙증맞은 발걸음으로 다가가서 그의 품에 폭삭 안겨버린 개의 행동이었다. 

  


  "왈왈 시발... 더 짖어봐 개객기야" 


[현성] 뻔한 이야기 빚쟁이의 발바닥엔 불이 난다

  "왈왈 시발... 더 짖어봐 개객기야" 

  


이렇게 중얼거린 나의 목소리를 들은건지 못들은건지 남자는 제 덩치만한 개를 해맑은 표정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혹시 우리 뭉뭉이한테 뭔 짓 하셨어요?" 

  


굽혔던 무릎을 꼿꼿이 피더니 나의 눈을 째리면서 하는 말이 뭔짓하셨어요? 랜다. 남자의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은 분명히 '아이고 죄송합니당 우리 뭉뭉이가 그쪽에게 큰 실례를 범했네요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세요? 하하'였건만, 뭐지? 이 띠꺼운 반응은 뭐지? 당황하고 있던 사이 남자가 또 다시 내게 질문해왔다. 

  


  "우리 뭉뭉이는 성격이 순해서 건드리지만 않으면 안이러거든요, 말해봐요 무슨 짓 하셨어요?" 

  "아니 그냥... 꼬리 살짝 밟았는," 

  "꼬리를 밟아요?"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대답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겁한 표정의 남자였다. 제정신이에요? 아니 제정신이면 우리 뭉뭉이 꼬리도 안밟았겠지. 이번은 그냥 넘어가는데 한번 더 이러시면... 아, 그쪽이랑은 이제 볼일 없을테니까 됐어요. 그럼 이만. 따발총마냥 다다다 쏘아대는 그의 말을 자를수도 없어 얼이 빠진 모습으로 멍하니 듣고만 있다가 내 어깨를 툭 치고 가는 그의 행동으로 얼음이었던 내 상태가 땡이 되었다. 한 손은 주머니에 불량스럽게 찔러넣고는 뭉뭉이란 개의 목줄을 잡아 끌고 가는 정장입은 남자의 뒷모습을 황당한 듯 쳐다보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 맞다, 내 라면..." 

  


개에게서 도망치느라 버려두었던 라면이 이제야 생각났다. 아직 잘있지... 아직 잘있지? 차가운 시멘트 바닥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라면 생각에 나는 그것을 찾으러 가는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우쭈쭈 내 시키 버리고 가서 미안해요" 

  


비닐봉투 밖으로 빠져나와 쓸쓸함을 더하고 있는 라면들을 주워담으면서 중얼거렸다. 잠시후면 나의 뱃속으로 사라질 것들이지만 말이다. 

기분좋은 투스텝으로 집으로 가던 중 집 앞을 서성이는 낯익은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들을 발견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저절로 걸음이 턱 멈추었다. 내 눈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면 저들은 분명히 사채업자들이다. 저들이 중 3때 혼자있던 집에 쳐들어와 물건을 깨부수며 생난리를 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대 남자 한명이 했던 말도 기억한다. 내 돈 내놔 김찬규.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사채업자들이 내게 식칼을 들이밀며 해코지하는 시늉을 하던 날 나는 생각했다. 아버지는 빚쟁이구나. 고 2때 또다시 찾아와 소란을 피우고 간 다음날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게 새 집주소와 새 학교, 거액이 들어있는 통장을 건네주고는 멀리 떠나가셨다. 나중에 빚을 다 갚고나면 이 주소로 찾아오겠다는 기약없는 약속을 남기고. 그 후로 사채업자들은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정말 빚을 다 갚은건가, 그렇다면 왜 내게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했지만 지금 저들이 내 집에 찾아왔다는 것은 

  


  "씨발..." 

  


부모님께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 저기 저새끼 아니야?" 

  


그 순간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 남자 한명이 날 보더니 다른 세명의 남자들에게 손짓했다. 젠장. 나는 입술을 꾸욱 깨물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빛보다 빠르게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힘껏 달렸다. 그런 나의 행동을 보고 내가 김찬규의 자식놈이란걸 알아챈 그들은 나를 쫓기 시작했다. 

  


  "거기서! 거기서 김성규!" 

  


네놈들이라면 서겠냐 이 미친놈들아. 속으로 생각하고는 발바닥에 불이나게 달렸다. 도망치는데에 걸리적거리는, 라면이 든 봉투를 내팽개치고서. 

횡단보도 앞이라도 차에치일 위험을 감수한 채 도로에 뛰어들고 내 앞을 가로막는 덩치 큰 아저씨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힐 정도로 나는 필사적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귓구멍을 찌르며 파고들던 그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고 생각될 때 즈음 미친듯이 움직였던 다리의 속도를 줄였다. 아까 전 개에게 쫓겼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헐떡임이었다. 남들 시선은 생각하지 않고 길 한복판에 쓰러질 듯 누워 숨을 몰아쉬었다. 

  


  "미치겠네..." 

  


가까스로 체력을 회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걸었다. 여기가 서울이 맞긴 한건지 처음보는 지형지물에 나는 괜히 몸을 움찔 했다. 곳곳에 써 있는 간판들로 보아 서울이 맞긴 한데 내 집으로 돌아가려면 차비가 필요했다. 아까처럼 미친듯이 뛰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걸었다. 

  


*   *   * 

  


  "회장님은 절 무슨일로 부르신대요?" 

  


차가운 공기가 맴돌던 건조한 차 안. 따뜻한 숨을 뱉으며 우현이 운전을 하고있는 호원에게 물었다. 가보시면 압니다. 우현의 질문에 무뚝뚝하게 대답한 호원. 그의 말투가 너무 딱딱하다는 것이 맘에 안든다는 듯 우현의 옆을 지키고 있던 개가 왈왈 짖었다. 그런 개를 보고는 귀엽다는 듯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던 우현이 다시 호원에게 말을 걸어왔다. 

  


  "왜 부르시는지 알것같은데, 나는" 

  


행실좀 똑바로 하고 다녀라, 너 때문에 K그룹 이미지가 망가지고 있다면서 노발대발 하실게 뻔한데 뭐. 이런 말 하려고 당신까지 불러서 나를 호출하는거 보면 우리 아버지 참 별나셔. 그죠? 우현이 말을 끝내면서 입꼬리를 말아올려 미소지었다. 그것뿐만이 아닐겁니다. 목구멍으로 울컥 넘어오려는 말을 애써 삼킨 채 호원은 운전에 집중했다. 

  


  "아, 라면먹고싶다." 

  


좀 전에 만난 뭉뭉이 꼬리를 밟았던 정신나간 남자가 작게 내 라면... 하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기 때문인건지 허기진 뱃속은 애타게 라면을 찾고 있었다. 그보다는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중요했기에 우현은 쩝 하고 입맛만 다실 뿐 별다른 투정은 하지 않았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는 어두워 졌다. 막막했다. 무작정 도망치기는 쉬웠으나 무작정 걸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는 힘들었다. 차비를 벌어야 했지만 작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아도 떨어진 돈은 없었다. 

  


  '짤랑' 

  


그 순간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어 제 앞에 놓인 모자 안에 들어있는 동전의 개수를 확인하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는 '거지'였다. 

  


  '짤랑' 

  


오예, 나이스-. 나는 눈 앞에 놓여진 양철통 안의 동전이 짤랑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것을 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쪽팔림을 감소시켜주는 납작 엎드린 자세 덕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가려주었다. 간혹가다 몇몇 어르신들이 혀를 끌끌 차시며 젊은것이... 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지만 애써 무시한 채 마이웨이를 걷고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이 거리 위에 나앉아있는 거지들은 한둘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말끔한 옷을 입은 나보다는 더 불쌍해보이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듯 했다. 이 짓도 이제 못해먹겠다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고개를 든 순간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내 앞에 놓여있는 양철통에 돈을 넣어주려했는지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있었다. 

  


  "성...규형?" 


 

  

안녕하세요 잔뉴입니다.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수열 미인계를 의도치않은 휴재로 실망한 독자들이 있을텐데요... 

미인계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뒷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면 그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ㅠㅠ 

현성 뻔한 이야기는 연재 텀이 살짝 느릴텐데요.. 그래도 봐주시겠다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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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이런거 젛아여...왠지 라부라부한기운이 느껴지는건왜져???? 뭉뭉이ㅠㅠㅠㅠ 신알신하께여!!♡
10년 전
잔뉴
우와우와 신알신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2
엄청 재밌을거같은 이 기운은뭐죠ㅠㅠ신알신 할게용
10년 전
잔뉴
재밌을것같다니 우어ㅠㅠ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3
독방에서 왔어여!!! 이런거 완전 제 취향ㅠㅠㅠ 재밌어요! 신알신하고 갈게요~
10년 전
잔뉴
재밌다니 다행이네요ㅠㅠ 신알신 정말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4
허류ㅠ 독방에서왔어요 베게로 암호닉하고 신알신할게요!
10년 전
잔뉴
베게님!! 신알신 감사해요ㅠㅠ!!
10년 전
독자5
허얼 뭉뭉이래ㅜㅜ... 짱 재밌어요! 신알신할게요!
10년 전
잔뉴
신알신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6
헐 완전 재밌어요ㅎㅎ 신알신할게요!
10년 전
잔뉴
신알신 감사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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