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또 보네요. 집 가는 길이세요? 저도 지금 맥주사서 집 가는 길인데. 같이 가요! ”
“ 아 정말요? 안 그래도 집 가는 길 무서웠는데 잘 됬네요! ”
“ 그럼 저도 무서워서 그러는데 항상 집 같이 가실래요? 아까 살인사건 때문에 충격 받아서 아직 무섭단 말이에요... 하핫. ”
“ 저는 좋죠~ ”
반달같이 휘어지는 기분 좋은 눈을 가진 그는 아 밤공기 시원하다~ 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 애쓰고 있었다.
내 옆집에 살인범이?
-02-
“ 맥주 혼자 마실거에요? ”
그의 손에 들려있는 맥주를 보곤 같이 마시면 안되겠냐는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여러 감정이 섞인 오묘한 표정을 짓더니 아...그게 저도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 좀 그랬는데, 저희 집은 아직 정리가 안 끝난 터라... 실례가 안 된다면 그쪽 집에서는 어때요...? 라는 황당한 말을 뱉었다. 아니 꼭 집에서 마셔야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나는 뭐 그래요. 하는 짧고 간결한 말을 뱉을 뿐이었다. 그저 그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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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이죠? ”
집에 도착해 안주를 차려 그와 식탁에 마주보며 앉아 맥주 캔을 땄다. 열린 문 틈사이로 선선한 공기가 나에게 맞닿았고, 자연스레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내가 물었다.
“ 네. 집이 강릉이라 통학하기 불편해서 자취생활하려고 이사 왔어요. 하핫 ”
“ 그러면 음... 23살쯤 되려나? 역시 귀여운 이유가 있었네. 말 놓아도 되지? ”
“ 흠... 그쪽도 비슷하신 거 같은데요? 동갑인가? ”
“ 풋. 난 25살이거든. 누나는 사회인이에요~ ”
25살이라니깐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이 네?? 되묻는 그 남자 아니 뭐지 옆집동생인가.
하여튼 내가 자기 또래인 줄 알았다며, 얼굴이 빨게 질 정도로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쓸쓸한 공기만 가득 찼던 집이 한순간 따뜻하고 포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술에 취한건가...
“ 우리 이름도 모르는 거 알아요? ”
아. 그러고 보니 서로 나이 말곤 별로 아는 게 없었다.
“ 내 이름은 김여주. ”
간단하게 알려주곤 동이 난 맥주 캔을 놓고 새로운 맥주를 꺼내드는 나를 보곤 당황하는 표정의 그가 말했다.
“ 와. 여자이름 아는 게 이렇게 쉬운 거였다니... 너무 쉽게 가르쳐 주는 거 아니에요? ”
“ 뭐 숨길게 뭐있어. 옆집사이고, 언젠가 서로 알게 될 거고, 무엇보다 맨날 옆집여자 옆집남자 할 순 없잖아. ”
“ 저는 김종현이에요. ”
취해서 그런 건지 얼굴에 원래 홍조가 있는 건지 붉어진 그, 종현이의 얼굴은 식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너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 ”
“ 그건 누나도 마찬가지거든요. ”
누나... 하나뿐인 동생은 여동생이지, 사촌도 없는지라 처음 들어 보는듯한 누나라는 말이 간지러웠다. 그렇게 불러준 게 종현이여서 그런 건지, 그냥 진짜 누나라는 말이 듣기 좋았던 건진 잘 모르겠지만...
“ 누나... 듣기 좋다. 앞으로도 맨날 그렇게 불러라. 종현아 ”
“... 하핫 ”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종현이 너무 귀여웠다. 하핫 하며 쑥스러워하는 것 또한 너무 귀여웠다. 서로 취기가 올라가는지 점점 맥주를 마시는 손길이 누그러졌다.
“ 방 구경 좀 해도 돼요? ”
갑자기 뜬금없는 물음이 나를 굉장히 당황시켰다. 누나 동생으로 지내기로 했지만 아직 내 모든 것이 그대로 담겨있는 내 방까지는...
“ 아, 아니 전 이제 이사 와서 어떻게 꾸며볼까. 싶은데 누나 집 마음에 들어서요. ”
그러고는 거절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방으로 들어가 버린 종현이다.
( 몰입도를 위해 BGM을 잠시 꺼두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뭐 별건 없겠지. 신경 쓰지 않고 쇼파에 기대어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종현이 한참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방 뭐 핑크색밖에 볼 거 없는데 왜 안 나오는 거지. 뭐하는지 보려고 살금살금 내방으로 갔다.
닫힌 문을 슬그머니 열려고 손잡이를 잡자마자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내 몸은 굳어버렸다. 응. 없는 거 같아. 아니 다음엔 어떻게 들어오라고... 뭐 오늘이야 자연스러웠지만. 아, 잠시만. 뚜벅뚜벅- 문을 열려는지 다가오는 그의 발자국소리에도 내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문은 열렸고, 나를 보곤 당황한 표정과 함께 의문의 전화를 끊으려 바쁜 종현이 보였다.
아. 아 끊어.
나는 한껏 공포에 휩싸인 눈으로 종현에게 물었다.
뭐...하는 거야? 아. 아니 그게 누나 아니 진짜 별거 아니고 그러니까... 횡설수설하며 서로 납득이 갈만한 대답을 찾지 못했는지 마른세수를 하곤 그냥 나를 쳐다보는 종현을 보며 나는 또 처음 종현을 만났을 때 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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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포근했던 공기는 한순간에 싹 찬물을 끼얹은 듯 서늘해졌고, 나를 쳐다보는 종현의 눈길을 자꾸만 피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아 누나 정말 이상한 거 아니에요. 진짜 이상한 오해 하지마요. 그런 나를 느꼈는지 필사적으로 변명을 늘여놓는 종현에도 그 소름끼치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를 쫓아내버리고 말았다.
문을 닫고 보이는 건 빈 맥주 5캔과 아직 먹다 남은 2캔. 그리고 그와 내가 함께 웃으며 먹던 안주 그대로였지만 난 그가 왔다간 그 자리가 너무도 싫었고, 내가 그에게 한순간 느꼈던 좋은 감정들이 떠올라 괴로웠다.
재빨리 맥주 캔들을 버리는 거에도 모자라 아예 집밖으로 내보내고 싶었지만, 현관을 나서면 그가 있을까봐, 두려워 그러지도 못한 채 쇼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후두둑-
장마가 시작되어 버린 건지, 요즘 들어 자주 오는 비가 지금도 쏟아져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٩(๑˃́ꇴ˂̀๑)و
토마토마입니다.
내 옆집에 살인범이? 01 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서
BGM이 너무 무섭다고 하셔서 이번에는 잔잔한 것으로 들고 왔으나...
스토리 전개상 뒷부분은 잔잔한 BGM이 어울리지 않더군요...하하 ପ(´‘▽‘`)ଓ⃛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간에 BGM을 끌 수 있도록 넣게 되었습니다...ㅎ
죄송합니다..ㅠ
앞으로 많은 응원과 기대를 보내주시는 독자님들을 위해 재밌는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분좋은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