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민현이의 시점부터 시작합니다 *
나에게 있어서 수민이는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챙겨줘야 하는 존재였다.
어릴적부터 언제나 키도 몸집도 나보다 한뼘 이상은 작았고, 집 안에서 막내인 그 애는 칠칠맞은 구석이 많았다.
우선 늦잠을 자는게 습관이라 그 애의 집앞에서 그 애를 기다리는 게 습관이 됐고, 비가 올 것 같은 날에도 우산을 챙기지 않은 그 애 몫까지 두 개를 챙기는 버릇도 생겼다.
솔직히 나는 곁에 그 애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수민이는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민아 누나는 수민이와는 완전히 달랐다. 자매지만 외모부터 달랐고, 표정에 속마음이 다 드러나는 그 애와 달리, 누나는 왠지 모르게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끔 누나를 마주치던 순간까지 나는 누나가 환하게 웃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가끔 수민이가 장난을 칠 때 피식하는 바람 빠지는 웃음 정도였을까.
그러던 16살의 나는, 처음으로 누나의 진심어린 웃음소리를 들었고, 어린 마음에 나는 그 예고없는 환한 웃음에 끌리게 되었다.
'아, 진짜 웃겨.'
나는 천성적으로 그렇게 웃긴 놈은 아니었다. 오히려 재미없게 완벽하다는 소리만 더러 듣는 편이었지.
소나기가 퍼붓던 날, 비에 쫄딱 젖은 날 마주친 누나는 그렇게 날 보고 빵터진 채 몇 분동안을 웃어댔다.
16살의 내 눈에 그 웃음은 세상 어떤 웃음보다도 예뻐 보였다.
'넌 덩치만 커다랗지, 가끔 보면 김수민보다 애 같애.'
누나는 언제나 날 애 취급했다. 날 그렇게 생각하고 취급하는 사람은 솔직히 누나 단 한명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왠지 누나 앞에서는 편하게 나 그대로를 보였던 것 같다.
누나와 있는게 좋았고, 편했고, 또 설레었다.
하지만, 누나는 절대 날 그 이상으로 봐주지 않았다.
*
내가 누나에게 정식으로 고백을 한 건, 유난히 더웠던 18살의 여름날이었다.
고전적인 방법이었지만, 야자가 끝나자마자 누나의 집앞에서 누나가 알바를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쭉 기다렸다.
그리고 마주친 누나에게 담담하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결과는, 보기 좋게 차였다.
어느정도 예상을 했던걸까. 난 그렇게 상처를 받거나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누나를 보는 눈빛과 누나가 나를 보는 눈빛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걸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지,
누나에게 차이고 난 그 다음날,
그 당시 내게 좋아한다고 고백해온 여자아이와 사귀기로 했다.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
"야!"
"어, 김수민? 오랜만이네"
"너 여자친구 생겼다며?"
여자친구가 생긴지 일주일 정도 되던 날, 야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뒤에서 내 등을 퍽하고 치는 손길에 뒤를 돌아보니, 수민이가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움을 느끼기도 전에, 해가 진 어둠속에서도 잘 보이는 그 애의 퉁퉁 부은 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코도 좀 빨갰던 것 같고.
"어, 뭐.. 그렇게 됐네."
"..축하해."
"고마워."
"..니가 먼저 모쏠 탈출이네. 배신자."
팅팅 부은 눈을 하고는, 내 배에 장난식으로 주먹을 날린 그 애는 '배신자'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냥 날 지나쳐 자기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황당함에 멍하게 서있는 중에도, 그 애가 때리고 간 배가 좀 얼얼했던 것 같다.
* (다시 여주의 시점입니다.)
"..."
종현 오빠가 가버리고, 남은 우리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나는 황민현이 내뱉은 의미심장한 말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그 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황민현을 슬쩍 쳐다보니, 그냥 무표정으로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언니한테 뭐 주려고 왔다며?"
"..거짓말이야 그거"
"뭐?"
"너 보러 온거야, 사실."
뭐?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황민현에 뭐라고 답하지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다가,
"왜, 왜?"
"..딱히 이유는 없는데?"
"...그래?"
쟤가 왜 저러지. 이유도 없이 날 보러 오고.
그나저나 말하면서 한번도 웃지를 않는 황민현은 굉장히 어딘가 화가 나 보였다.
"넌 뭐하다가 이제 와."
"나? 그냥.. 밥 먹고.. 뭐.. 그러고 왔는데."
"..."
"종현오빠한테 도움 받은게 많아서, 그냥 밥 한번 산거야."
나 뭔데 지금 약간 변명하는 것 같지.. 진짜 웃겨.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황민현은 왜 저렇게 혼자서 화나있는건데?
생각해보니까 어이가 없어서 황민현을 찌릿 노려보고 한 마디 하려는데,
"야, 너.."
"나 지금 조금 화나는데."
"..."
"왜 그런 건지 모르겠어."
"..."
"김수민."
그냥 멍하니 황민현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황민현이 내이름을 부르며 내 팔목을 잡아왔다.
한층 가까워진 거리에 나는 그만 황민현의 눈을 피하고 그 애의 손을 탁 쳐내고 말았다.
내 심장소리가 황민현한테까지 들릴까봐 겁이 날 정도로 뛰고 있었다.
"나 피곤해, 갈래.."
난 황민현을 돌아보지도 않고 곧장 집으로 들어왔다.
바보같이 먼저 피해 버렸다.
집에 들어와서도 나는 황민현이 했던 말들로 머리가 너무 복잡해져서 씻지도 않고 침대에 철푸덕 누워버렸다.
황민현이 화가 난 이유..
그 이유는,
내가 황민현과 우리언니가 둘이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받은 그 느낌과 비슷한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황민현이 날? 도대체 왜?
그럴 거면 저번에 고백은 왜 그렇게 얼버무린건데?
내 머리론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황민현의 행동은.
"아, 미치겠네.."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휴대폰 화면에 카톡 알림이 떠서 확인해보니,
[수민아 잘 들어갔어?] - 종현오빠
종현오빠다.
나는 답장을 보내기 위해 그대로 몸을 돌려 엎드렸다.
뭐라고 보내야하지. 은근히 고민되네.. 이거.
[네, 잘들어갔어요! 오빠도요?]
그래, 무난하게. 이정도면 되겠지.
너무 참견하는 거 같나? 아니겠지?
카톡을 보내고 2분 정도가 흐르자 바로 1이 사라졌고, 나는 내가 계속 카톡방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황급하게 카톡방을 나갔다.
그러자, 화면 위로 오빠가 보낸 카톡이 떴다.
[응, 잘자] - 종현오빠
역시 담백한 사람이구나.
솔직히 조금 더 카톡을 하고 싶었지만, 저 말에 대고 더 카톡을 이어가기는 무리였기에,
나도 그냥 이모티콘과 함께 잘자라는 말을 보내고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
안녕하세요 !!
오늘편이 분량이 좀 짧은거 같아서..흑 죄송합니당
첨으로 민현이 시점이 나왔는데
앞으로도 민현이시점 여주시점 필요하면 종현이시점까지 섞어서~섞어서~ 진행될 거 같아요!!
오늘 종현이 분량이 암전인데.. 자꾸 분량조절을 못해서 한쪽으로 치우치네요 하하 죄송합니다ㅠ
더 분발하는.. 물방울이가 되겠습니당!
다들 감사해요
아 그리고 암호닉은 제가 잘 몰라서 말씀을 못드렸는데,
댓글에 달아주시면 기억하고? 있을게요!!!!>_<다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