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아, 난 네가 처음은 아니지만 네가 좋아. 처음이라서 다 좋은 게 아니잖아. 그렇다고 내가 연애를 많이 한 건 아니고 처음 사귄 건 주현인데... 봐, 너 이런 얘기하면 표정 굳잖아. 난 예림이한테 굳이 이런 얘기하고 싶지 않아. 숨기는 건 거짓말이라서 얘기했는데 넌 이미 표정에서 다 들어나잖아. 나 이제 주현이 여자친구 아니고 예림이 여자친구잖아. 아, 근데 나는 남자 사귀어 본 적 없어. 남자들이 몇 번 연락은 왔는데 그냥 나는 너처럼 무용하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남자들 만나본 적 없어. 사실 만나보고 싶지 않았거든. 딱히 관심이 없었어. 그때 주현이가 나한테 고백을 한 거야. 남자들이 고백을 했을 때는 아무 감정이 없었는데 주현이가 고백을 하니까 마음 한 켠이 몽글했어. 그때부터 그랬나 봐. 아, 주현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냥 친구야. 근데 그냥 잠시 눈 맞아서 사귀었던 거야. 네가 말한 거처럼 처음이라서 처음은 다 소중하니까 그래서 주현이랑 오래 만난 거야. 딱히 주현이가 나랑 어울려서 내가 주현이를 죽도록 좋아해서 만난 게 아니야. 그리고 난 정이랑 사랑이 헷갈렸던 거야. 그땐 내가 많이 어렸으니까. 핑계라고 생각하지 마, 예림아. 근데 예림아, 나도 처음이었어, 나는 얘를 좋아하는데 얘는 나를 좋아해 줄까? 이런 느낌. 그냥 묘했어, 주현이랑은 달랐어. 그냥 처음 짝사랑을 해 봐서 어색했어. 내가 술 취해서 너한테 모르고 뽀뽀한 것도 정말 후회했어, 혹시 네가 날 싫어하게 될 거 같아서. 너랑 힘들 게 편해졌는데 다시 멀어질 거 같아서 나 정말 후회 많이 했어. 근데 나 한편으로는 기분 되게 좋았어. 그때 처음 같이 술 마신 날부터 예림이 좋아했었어. 눈만 마주쳐도 좋았어, 예림아. 그날이후로 주현이한테 예림이 네 얘기밖에 안 했어. 주현이가 그만하라고 해도 매일 네 얘기만 했어. 그냥 이런 게 짝사랑이구나 느끼게 해 준 건 나도 네가 처음이야, 예림아. 그날 예림이 술 잔뜩 마시고 내가 예림이 집 데려다 줬던 날. 그러니까 예림이가 나한테 좋다고 고백한 날. 나 진짜 심장이 터질 뻔했어. 그냥 다 좋았어. 예림이가 날 좋아하고 있었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았어. 그냥 그 순간은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 우리 집 앞에서 한 시간동안 날 기다리고 있는 주현이 생각도 하나도 안 들었어. 그냥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안 했어. 너랑 한 첫키스였는데 네가 서툴렀는지 능숙했는지 아무 기억도 안 나. 그냥 불그스름한 볼, 입술. 그리고 좋아한다고 얘기했던 그 순간밖에 기억이 안 났어. 나도 그때 예림이 너한테 좋아한다고 스물 번은 넘게 얘기했어. 좋아해, 예림아. 근데, 너 왜 연락을 안 해? 술 마시는 거 다 좋아. 친구들이랑 노는 거 다 좋단 말이야. 근데 왜 술 마시면 연락을 안 해? 네가 클럽에 있는지 아님 남자들이랑 있는지 나는 모르잖아. 근데 배주현은 자꾸 옆에서 연락 안 하면 관심이 없는 거지, 너보다는 술자리가 더 재밌나 봐. 자꾸 이런 얘기하잖아. 그래서 그냥 주현이랑 술 마셨어. 나도 속상하잖아. 너도 연락 안 하는데 나는 왜 주현이랑 술 마시면 안 돼? 그냥 나도 하고 싶은 거 할래. 나는 예림이보다 친구들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니야. 그냥 예림이보다 친구들이 더 가까이 있을 뿐이지. 언니는 주현이랑 원래 친구였어, 사귀기 전에도. 그냥 사귀기 전으로 돌아간 거야. 더이상 주현이랑 잘 될 수가 없어. 예림아, 네 마음 이해하겠는데 오해하지 마. 나 좀 그냥 믿어주면 안 돼? 예림이는 왜 나를 못 믿어주는 건데? 원래 애인끼리는 이러는 거 아니잖아. 원래 서로 믿어주는 거 아냐? 주현이가 좋냐, 네가 좋냐 이런 질문도 그만해. 못 믿을 거면 나랑 왜 사귀어? 우린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해? 너는 왜 나한테 항상 짜증내는데? 나 이제 받아주는 거 지쳐. 이럴 거면 우리 헤어져, 예림아... "언니, 취했지?" "아니야, 주현아." "아... 예림아" "뭐? 언니는 진짜 왜 그래? 나한테 화낸다고 뭐라고 하지 말고 언니가 하는 행동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면 안 돼? 나 진짜 속상해." "미안해. 진짜 잘못했어. 앞으로 예림이 화나게 하는 일 없도록 할게. 약속할게" "무슨 약속이야. 짜증나. 지키지도 않잖아" "아, 자기야아... 내가 진짜 잘할게, 응? 한번만 봐줘. 술은 입에도 안 댈게." 나 역시도 예림이 함부로 대하는 사람 못 돼. 내가 잘못했어. 항상 잘할게. 헤어지자는 말 꺼내지 않을게.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해, 예림아 므앙 ? 다음은 주현이 속마음 좀 훔쳐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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