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01
아, 망할. 미친…. 머리 깨질 것 같네.
어제 김재환과 3년 가까이 만나 온 여자친구가 바람이 났다는 이유로 새벽 5시까지 붙잡혀 술자리를 함께 한게 화근이였다.
눈치보다 가려고 짐이라도 정리하면, 그새 내 손목을 잡고 만두처럼 얼굴을 구긴뒤 울먹거리는 김재환에 마음 약해져 또 다시 부어라 마셔라 해버린 나는
오늘 아침 5시가 되서야 첫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김재환은 오늘 공강이니 아침까지 쳐자도 방해할 사람도 없을테지만, 난 오후 강의가 있었기 때문에
늦더라도 집에 들어가서 씻고 옷은 갈아입고 갔었어야 했다.
김재환이 어찌나 우정 타령을 해대던지, 자꾸 '우리 우정은 변하지 않는거지? 그럼 짠해! 짠-!' 을 외치던 탓에
나도 내가 무슨 정신으로 집까지 들어왔는지 알길이 없었다.
아, 한 4시간 잤나.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물 한잔을 마신 뒤, 샤워를 마치고
시계를 확인해보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남아있었다.
내가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것보다 지금 더 중요한건
김재환이 집에 들어갔는지, 아니면 뒤졌는지 생사 확인이 더 중요했기에,
멀리서 충전되느라 바빠보이는 핸드폰을 들어 김재환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터질듯한 카톡 알림에 당황해 알림을 확인했더니
옹저씨
ㅇㅇ야
일어나면 바로 연락해
아마 일어나면 넌
니가 어떻게 지금 두 발 뻗고 편하게 집에서 잠을 잤나
의문이 들꺼야
너의 편안함엔 나의 수고와 노력이 오조오억번 정도 희생된거니까
사례금은 30만원 정도만 받을게
아
뭐, 강의가 있다. 약속이 있다. 하면서
도망갈 생각이면 일단
때려치워^^
눈 뜨자마자 우리 집으로 달려오지 않으면
너네 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어제 니가 저지른 만행들을 녹화한 동영상을
올려버리는 수가 있으니 말이야
● 음성메세지 ▶ ■
평소엔 그렇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도
아저씨 아저씨 거리더니
어젠 오빵~! 하면서 애교도 부리고
너 그런 술버릇 위험해
오빠 심쿵했잖아
아, 미친거아니야?
도대체 어제 뭔 짓을 저지른거야….
오,오빠 라니.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일단 민현 오빠한테 뒷수습 좀 맡겨야 겠다고 다짐하고,
민현 오빠한테 카톡을 보냈는데
오빠
오빠 나 ㅈㅣㄴ짜 급핟ㄴ데
오빠
ㅠㅠㅠㅠㅠ 황제님
제발 제 카톡을 좀 봐주세요
ㅠㅠ
황제님
헐
ㅇㅇ야 일어났어?
너 빨ㄹㄹㅣ
학교로 ㄱㅏ
옹성ㄽ우 눈에 뜨ㅣ면
아ㅏㅓㄹ
안된ㄷ가
헉
오빠 지금
아저씨랑
같이 있ㅇㅓ요?????
아ㅠㅠㅠ
나 어제 뭐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어떡하져
ㅠㅠ
저 뭐 심한짓 했어요??ㅠㅠㅠㅠ
황제님
ㅇㅏ잠싲ㄷ만
옹성우ㅜ 가
자꾸
폰 가젹ㅏㅏ려고해
아
미친
오빠 저 그럼
지금 학교 가는게 낫겠져?
ㅇㅏ진짜 무서워ㅜㅜㅜㅜㅜㅜㅜㅜㅜ
황제님
아니
ㅇㅇ가 일어났었네?
근데 일어나자마자 오빠 카톡은 씹고
민현이한테는 막 카톡하고 그러는거야?
도망을 갈 생각 하지도 말고
당장 302호로 튀어오세요
-성우오빠
-
+ 안녕하세요! 옹저씨 입니다.
낮에 문득 스쳐지나간 소재로 급하게 글을 써내려가봤는데,
성우나, 민현이랑도 캐릭터가 잘 맞아서
앞으로 정식 연재를 해보려고 글을 올렸습니다!
01화는 반응이 어떤지 알아볼겸 만든 편이라 많이 짧아요.
" 우리 옆집에, " 가 정식 연재되기 원하시는 분들은 댓글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