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현이의 시점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애. 아.. 아니다, 좋아해.."
술에 취한 채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고백을 해왔던 그 스무살의 너는,
아마 내가 이제까지 봐왔던 너의 모습 중에서 제일 낯선 모습이었다.
낯설고도 설레었다.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너의 성격 탓에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감정임에도,
너의 입으로 똑똑히 들은 그 말에 나는 조금 심장이 뛰었다. 처음으로 널 보고.
하지만, 나는 그게 널 정말로 좋아해서 그랬던 건지, 누군가가 겹쳐 보였기 때문에 흔들렸던 건지 잘 몰랐던 것 같아.
무엇보다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나는 비겁하게 너의 손을 맞잡아주지 못하고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선을 넘지 못했다.
* 여주의 시점
어제, 황민현과 그렇게 미친척 껴안고 헤어진 다음에, 난 학교에서 약간 황민현을 피해다니고 있었다.
솔직히 왜 피해다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왠지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웠다.
다른 마음으로는, 직접적으로 마음을 표현해주지 않고 내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하는 것 같은 황민현이 좀 밉기도 했고.
종현오빠와의 일도 생각나고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복잡했다.
무거운 전공책을 들고 한숨을 푹 쉬면서 강의실을 찾아 걸어가고 있는데,
멀리 앞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조금 굳은 표정의 종현오빠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그 때 봤던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울고 있었던 건지 눈물을 닦으며 오빠에게 뭐라고 얘기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그리고 오빠는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치가 좀 있는 편이라, 대충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될 것 같았다.
미안하다느니, 난 오빠를 못 잊겠다느니 하는 여자의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자 거의 확신에 찼다.
그리고, 난 무슨 베짱인지 성큼성큼 그 둘 앞에 다가가 섰다.
"오빠, 여기서 뭐해요?"
"...? 어, 수민아.."
갑작스런 내 등장에 종현오빠는 살짝 당황하는 눈치였고, 그 여자는 빨갛게 부은 눈으로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날 매섭게 노려보는 듯한 여자의 시선에 잠깐 움찔했지만, 그 쪽엔 눈길도 주지않았다.
나는 평소엔 코빼기도 안보이는 깡이 생긴건지 뭔지, 종현오빠의 손을 덥썩 잡고는,
"보고싶었는데, ㅈ, 전화도 안받고!"
"...!?"
"진짜! 빨리 가요!"
난 점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져, 잡고 있는 종현오빠의 손을 더 꽉 잡고는 냅다 달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
여자의 황당한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도 뒤에서 느껴지는 기분이었지만, 그저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뒤에서 종현오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수민아 ㅋㅋㅋㅋㅋ"
"..오빠 죄송한데 나 지금은 못 보겠어요.. 나중에 다시 봐요."
오빠의 웃음소리에 얼굴이 더 새빨개지는게 느껴져 오빠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그런 내 손목을 잡아오는 종현오빠.
"괜찮으니까 봐봐."
"안돼요, 지금. 막.. 얼굴 뻘겋고, 막 좀 흉하고.."
"괜찮아, 예뻐."
"..."
"그리고 고마워."
결국 자꾸 숨어대는 내 앞으로 다가온 종현오빠는 눈을 맞추며 저렇게 말했고,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줬다.
덕분에 내 얼굴은 더 빨개진 것 같았고...
"오빠."
"응?"
"내일, 진짜 저랑 보내도 괜찮아요?"
"응, 벌써 좋다."
*
종현오빠의 생일 선물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사실 오빠의 취향도 아직은 잘 모르고, 먹을게 장땡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왕년에 베이킹에 빠져서 많이 해본 경험이 있기에, 나는 간단하게 쿠키와 타르트를 굽기로 결정했고, 완성작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예쁘게 포장까지 마치고 나니, 벌써 종현오빠와의 약속시간에 임박해 있었다.
이번에도 늦으면 사람도 아니다 라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역시나 종현 오빠는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있었고, 나는 다행히 늦진 않았다.
생일인데 뭐 하고 싶은거 없냐는 내 질문에 오빠는 새로나온 영화가 보고 싶다고 말했고, 우리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거 완전 그, 데이트.. 같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좀 들떠 버렸다.
"오빠 보고싶은 영화가 뭐에요?"
"나 이거.."
오빠가 가리킨 영화의 포스터를 보니, 시커먼 배경에 빨간 피가 튀어있는, 그 딱봐도 공포영화였다.
공포영화 좋아하는구나..
솔직히, 나는 공포영화는 질색이였지만, 티를 내기도 뭣하고 무엇보다 오빠의 생일이기에,
'좋아요! 저도 완전 보고싶었는데!' 맞장구를 치며 영화표를 끊어버렸다.
대충 눈 가리고 귀 막다보면 금방 끝나겠지, 싶었다.
"헙!"
이 영화는 무슨, 시작한지 10분도 안된 것 같은데 사람을 놀래킨다.
긴장을 풀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인지 나는 입을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몇 분을 그렇게 눈을 감고 있다가 잠시 후 살짝 떠봤는데,
아직도 큰 화면에 나와있는 귀신의 모습에 다시 눈을 감은 채 고개마저 휙 돌렸다.
사운드가 조금 잠잠해진듯해서 다시 살짝 눈을 떠보는데,
'무서워?'
날 쳐다보고 있던 종현오빠와 눈이 마주쳤다.
많이 무섭냐고 입모양으로 속삭여오는 오빠에게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계속 날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오빠에게 진짜 괜찮다고 속삭인 뒤 나는 다시 스크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처음에 임팩트를 주려한건지 중간 부분에는 의외로 영화는 잠잠했다.
하지만 역시, 뒷부분으로 치닫자 다시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
방심하던 내게 기습공격을 하려던건지, 또 다시 귀신이 등장하려는 찰나,
불쑥 튀어나온 손이 내 눈앞을 가려 시야가 깜깜해졌다.
주변에서 들리는 비명소리가 잠잠해질 때즘, 손이 내 시야를 벗어났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종현오빠의 손은 계속 내 시야를 왔다갔다 했다.
*
"진짜 미안해, 말을 하지 그랬어."
"아녜요, 진짜 괜찮아요! 저 원래는 잘 봤는데, 나이 들었나 하핳.. 좀 무섭네요 이제."
"진짜 괜찮아?"
"지인짜 괜찮아요! 오빠야말로 제 눈 가려주느라 팔 아팠을텐데.."
"아냐, 니가 그렇게 무서워할줄 몰랐지.."
영화를 다 보고 밥을 먹는 내내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하다며 괜찮다며 사과를 하는 중이었다.
그러고는 이 상황이 웃겨 또 하핳 웃기도 하고.
전보다는 종현오빠와 많이 편해진 느낌이었다.
같이 있으면 편하게 만들어주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종현 오빠는.
"많이 먹어."
"오빠 생일인데 오빠가 더 많이 먹어야죠!"
오빠는 먹는 내내 고기를 썰어준다던가 자기 음식을 덜어준다거나 하는 등 소소하게 나를 챙겼다.
왠지 오빠의 생일인데 내가 더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남자란 동물은 원래 이렇게 다 다정한건가?
생각해보면 황민현도 항상 나를 잘 챙겨주는 편이였다. 밥 먹을때든 뭘 할 때든...
갑자기 황민현 생각을 하니 또 밥맛이 없어져서, 난 결국 밥을 남겼다.
*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마치고, 우리는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가 지하철이 굉장히 북적였다.
체구가 작은 나는 결국 떠밀려서 문 구석 쪽으로 가서 서게 됐고, 오빠는 내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았다.
"사람이 많네요.."
"응, 이 시간에 헬인데.."
몇 정거장을 더 지나치고 나니 사람들은 점점 더 꽉꽉 들어찼다.
나는 꼼짝 못하고 벽에 등을 붙이고 있었고, 앞뒤로 밀어대는 사람들 탓에 내 앞에 서 있던 종현오빠도 내게 더 밀착하게 됐다.
마주본 채로 급격하게 가까워진 거리에 우리는 당황해서 서로를 한 번 쳐다봤다가,
민망해서 시선을 거뒀다.
너, 너무 가까운데 이거..
"하핫, 미안.. 자꾸 뒤에서 민다."
오빠는 민망한지 하핫 하고 웃으며 헛기침을 한번 했다.
나는 괜찮다며 어색하게 웃었고, 그 순간 나를 밀치는 옆사람의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오빠족으로 풀썩 쓰러져버렸다.
화들짝 놀라서 금방 떨어지긴 했지만, 분위기는 더 어색해져 버렸고.
이 더위가 사람들이 들어차서 그런건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아무튼 지하철 안은 무척 더웠다.
*
지하철을 나와서 집 쪽으로 같이 걷는 와중에도 우리는 아까보단 확실히 좀 어색한 느낌이었다.
정적을 참지 못하고, 우리 집에 다와갈 때즘 나는 자리에 우뚝 서서 오빠를 바라봤다.
"오빠."
"어, 어?"
"이거, 생일 선물인데.."
나는 가방에서 포장해놓은 상자를 꺼내서 오빠에게 건넸다.
오빠는 약간 놀라는 표정으로 상자를 건네받더니 안을 살펴보고는 활짝 웃었다.
"뭐 이런걸 다 샀어. 그래도 고마워."
"오빠, 이거 제가 만든거에요.."
"뭐? 진짜?! 대박. 진짜야?"
아까보다 더 환하게 웃어보이는 오빠의 표정에 다행히 나도 안도하며 살짝 웃었다.
"파는 거 보다 맛없어도 다 먹어야 돼요."
"아,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먹어."
오빠는 진심으로 행복하단 듯이 웃으며 상자를 한번 나를 한번 번걸아 바라봤다.
그러고는 후 하고 한번 심호흡을 하더니 내 앞으로 한발짝 다가와서 섰다.
"수민아."
"...네?"
내 촉이 맞는 거라면, 이건..
아마도,
"좋아해."
"나랑 만나자."
23년만에, 내가 받은 첫번째 고백이었다.
*
왜, 나는 왜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을까.
좋아요. 저도, 오빠가.
라고 자신있게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오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이 호감이 그대로 연애라는 걸로 발전하기엔, 내겐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있는 것만 같았다.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내지지 않는 그런 걸림돌.
Rrrrrr -
[황민현]
"여보세요."
-..어디야?
"...집."
-왜 카톡은 하나도 안보고,
"..."
-사람 피말리게 하는 재주 있지, 너.
다정한 황민현의 목소리가 너무 짜증났다.
이렇게 목소리만 듣고도 내 심장은 약하게 뛰고 있으니까.
"짜증나.."
-뭐?
"너 짜증나, 완전. 싫어. 밉고, 꼴보기 싫어."
-...그래도 상관없어.
"뭐?"
-내가 보고 싶으니까.
"...참나,"
-보러가도 돼?
이런 점이 나쁘다는 거야.
내가 당연히 '응' 이라고 대답할 걸 알고서도 물어보는 저 버릇이.
*
안녕하세요 물방울입니다!'-'
늦게와서,, 할말이 없습니다,,, (머리박
잠시 여행을 다녀와서,,흑
오늘은 종현이편이었네요 거의,,하핳
이제 거의 맘속ㅇ으로 남주를 정햇어요,,!!ㅠㅠ하 둘다 못잃어,,
그래도 거의 스토리가 끝을 향해 달려가네요!!ㅜㅜ
읽어주시고 좋은댓글 써주시는 독자분들 언제나 감사드리고 사랑해요오S2
아! 그리고!!! 암호닉 명단을 적어봤어요오
이렇게 하는거 맞겠죠 (삐질
S2암호닉 명단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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