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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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가 나올 것 같았다.
얼굴이 비춰질 정도로 반짝거리는 인조 대리석 바닥, 담배 냄새를 풍기며 걸어가는 경찰복의 사내들, 딱딱한 구두 굽 소리. 모든 게 다 최악이었다.
엎친데 격친 격으로 퇴근길엔 비가 왔다. 그 바람에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돼서야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팔짱을 끼고 홀로 서서 승강기가 내려오길 기다리는데 누군가 자연스럽게 내 허리에 손을 얹어왔다.
진짜 안 그래도 기분 뭐 같은데 여기저기서 지랄이다 싶어 돌아보려는 순간, 내 허리 위의 손에 주인인 그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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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여주. 22살.
어렸을 때부터 천재소리를 들으며 남들보다 일찍 학교에 입학.
학창시절 내내 전교 1등을 유지하다 경찰대를 수석 졸업.
경위 달자마자 옳은 말 밖에 못하는 뻣뻣한 성격 때문에 윗영감님들의 미움과 시기를 받으며 지내다
거대 폭력조직과 연관되어있는 101 무역회사로 위장전입 명령을 받음.
이탈리아 마피아에게서 들여온 마약 밀수 증거를 잡는 게 이번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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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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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 같았다.
조직 일원인가?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 온 거지?
아직 아무것도 못했는데 이대로 죽는 건가?
억울한 마음과 함께 울컥 울화가 치미는데, 바람 빠지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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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다, 자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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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과는 다른, 능글거리는 말투와 음성 톤.
설마.. 놀란 토끼 눈으로 돌아보자 즐겁다는 듯 이죽거리는 김상균의 얼굴이 들어왔다.
야 이 싸이코 새끼야.
다리에 힘이 풀려 내가 휘청거리자 상균은 낄낄거리며 허리를 받쳐 주었다.
나는 바로 중심을 잡고 일어나 그의 손등을 세게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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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얏. 자기야. 오빠 아파요. ”
“ 넌 아파도 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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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균은 빨갛게 부어오른 손등을 쓸어내리면서도 낄낄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
아깝다 이건 찍어놨어야 하는데. 새파랗게 질려선... 난 세상이라도 무너지는 줄 알았잖아.
옆에서 조잘조잘 입을 털고 있는 그는 미친놈처럼 보이지만 해커 중에선 알아주는 인물로 나보다 반 년 먼저 입사해서 101그룹의 뒤를 캐고 있는 잠입 경찰 선배이다.
이제야 다 웃은 건지 잠잠해진 상균이 슬쩍 주위를 둘러보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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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신상이랑 과거는 다 새로 만들어 놨으니까 걱정 말고, 오늘 저녁 12시에 메일 확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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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의 모습 때문에 나까지 긴장되는 느낌이었다.
그걸 알아챈 건지 상균이 다시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그럼, 수고하자.
나는 상균을 향해 가볍게 경례하고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동안 응시했다.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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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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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을 여시겠습니까? ]
Yes /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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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클릭을 하자 어마어마한 분량의 파일이 쏟아져 나왔다.
그곳에는 조직 사람들과 101그룹의 갖가지 정보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지금 101그룹의 회장이자 조직의 우두머리인 Y여사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곧 그룹을 이을 후계자를 정할 것이라는 것.
남편과는 오래전에 아이 없이 사별했기 때문에 여러 남자들과 난 자식들을 필두로 내세워 곧 세력 싸움을 시작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차기 회장 후보로 가장 유력한 사람은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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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민현, 김용국, 권현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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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현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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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1995년 8월 9일.
키/몸무게 : 181cm/67kg
혈액형 : O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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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
청소와 정리정돈을 좋아하고 약간의 결벽증이 있다.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말투와 행동이 부드러운 편. 그 때문인지 따르는 사람 또한 많다.
하지만 그 세심함 때문에 사소한 것도 잘 놓치지 않는다.
머리가 좋아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사업 수완 또한 대단하다.
주로 쓰는 향수는 Jimmy Choo 맨 아이스.
옷은 정장 또는 단정한 셔츠 계열을 선호한다.
항상 절제하고 때문에 막혀있는 느낌. 속을 다 보여주는 편이 아니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화가 나면 격조 높은 말투로 웃으며 사람을 눌러버리는 타입. 그 위압감은 섬뜩할 정도.
주의 할 점, 이유는 모르겠지만 형제들을 잘 챙기는 편, 따라서 그가 화내는 원인 9할은 형제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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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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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1996년 3월 2일
키/몸무게 : 175~179cm/57kg
혈액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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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하고 솔직담백한 스타일. 조용하고 자신이 할 말만 하기 때문에 말 수는 적은 편이다.
중국계 혼혈로 당연히 중국어에 능통하다.
딱히 관계에 집착하는 편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서 주변에 적이 없다.
해커 일을 하고 실력 또한 대단한 듯하다. 자신에 대한 것 또한 철저하게 막아놔서 정보가 적은 편.
옷은 대부분 캐주얼한 티셔츠에 운동화.
셋 중에선 가장 자기감정을 잘 못 숨긴다. 하지만 화를 내는 건 보지 못했다. 한숨 내쉬는 정도.
주의할 점, 최대한 손은 써뒀다만 정보 흘리는 일은 없도록 할 것. 흥미 있는 건 집요하게 파고드는 편이라 골치 아픈 상황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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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빈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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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1997년 3월 4일
키/몸무게 : 187cm/66kg
혈액형 : B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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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개 같다.
무섭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잘 엉겨 붙고 친화력이 좋아서 대형견 같다는 말이다.
낯도 안 가리고 뭔가 편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누구와라도 빨리 친해지는 편.
대신 화가 나면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다고들 한다.
셋 중 유일한 행동파로, 어렸을 때부터 권투, 농구, 검도, 펜싱 등 안 해본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
정이 많은 건지, 막내라서 그런지 형들을 매우 좋아한다.
애교도 많고 귀여운 것을 좋아해서 요즘 취미는 인형 뽑기.
자신이 매력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기 또한 즐긴다. 주변에 남자도, 여자도 많다.
옷 스타일에 구애받는 편이 아니라 이것저것 잘 입고 다닌다. 모델 제의도 몇 번이나 들어왔을 정도.
주의할 점, 소유욕이 강하다.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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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는 이 셋의 세력이 가장 크고 서로 엇비슷해서 밑에 부하들 또한 눈치싸움 중이라는 것.
하지만 셋의 관계가 친형제라 할 정도로 가까워서 아무도 먼저 싸움을 일으킬 것 같지 않다는 것.
그래서 부하들 중엔 불만을 내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 등의 말이 적혀 있었다.
게다가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조만간 이탈리아 마피아와 큰 거래를 하게 되고
그것이 누구의 손에 넘어가느냐에 따라 다음 회장 자리의 주인이 결정되는 거와 다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셋을 분열시키거나 거래 현장을 덮치는 것.
전자의 경우라면 서로 자멸하는 결과를 낳을 테니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해결될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마약유통 정보를 자세히 알기 위해서라도 일개 일원이 아닌 조직의 중심 일원이 되야 했다.
확실히 전자가 더 나았다.
조직의 규모도 작아지고 내가 손 쓸 일도 얼마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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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들은 다 더럽게 잘생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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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셋의 사진이 들어있는 파일들을 몇 번 더 뒤적이다 침대에 누웠다.
오늘 일이 피곤해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앞으로의 고생을 몸이 먼저 예상하고 있었던 건지 금방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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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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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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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창문 밖을 보자 해가 중천에 떠있음을 알게 되었다.
망했다. 눈이 번쩍 떠짐과 동시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가 나 방금 일어났어요, 하고 광고하는 것만 같아서 부끄러웠다.
응 그래, 여주니?
착 가라앉은 경감님 목소리에 진짜 제대로 끝났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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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늦잠을 자서.. ”
“ 아니 그건 괜찮고, 전해줄 말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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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씀하시며 경감님은 마저 입을 여셨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수심이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는, 차갑고 축축한 강가를 걷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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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충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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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허파가 부풀어 올라 갈비뼈를 밀어 올렸다.
그다음,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폐가 구멍뚫린 풍선처럼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가슴이 턱 막혀왔다.
상균 선배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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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짱센고양이 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당
아마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황민현, 김용국, 권현빈 이 셋을 중심으로 계속 전개될 것 같아요.
중간중간에 다른 인물들도 상균이처럼..(죽을수도 있고 안죽을 수도 있고) 간간히 얼굴 비칠 예정입니다!
상균아 미안해...
개와 늑대의 시간 많이 사랑해주세요~
고럼 빠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