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에서 '또 다시'라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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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쟤도 이 동네 사나 ? ... "
고개를 푹 숙이며 걸어오는 성규의 걸음걸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다.. 천상에서 내려오자마자 제대로 쉬질 못 하고 날라다니며 잉란을 찾아댄 탓이다.
숨을 안 쉰다고 죽지는 않지만 몇 시간 내내 숨을 참으며 돌아다니기에는 천상인의 몸으로도 힘들고 지치는 일이였다.
더군다나 천상도 아닌 낯설은 인간세상이라면 더더욱...
이미 성규는 몸을 숨기는 것도 포기하고 잉란만 찾아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이 바짝 들었을 때도 희미한 잉란의 기운이 이렇게 지친 상태에서 느껴질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떠돌다가 우연찮게 우현이의 동네에 들어오게 됐다..
" ...야. "
" ......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성규가 고개를 들어 눈을 꿈벅거렸다. 아까 학교에서 마주쳤던 그 남자애네. 성규 역시 우현을 보며 생각했다.
너무 힘들다. 생각보다 냄새도 역하고 공기도 끔찍하게 더럽고 탁하다. 더군다나 아까 시내 중심가를 거닐때는 몇 번이나 정신을 놓칠 뻔 했는지 모른다.
점점 성규와 거리가 가까워진 우현이 물었다.
" 너... 괜찮음 ? 얼굴 존나 허얘... "
" ......."
" 근데 너 이렇게 입고 다니면 안 덥냐 ? 땀 한 방울도 안 흘리네..."
" ......."
" 너 아까 보니깐 장애인은 아닌 것 같던데 말 좀 해봐.기분나쁘게..."
되도록 인간과 말을 섞으면 안돼...섞으면 안돼...
성규는 자꾸만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우현을 지나쳐갔다. 어쭈 ?
자신의 성의를 무시하는 성규에 기분이 나빠진 우현이 한마디를 하려고 뒤를 돌았을때 성규가 바닥으로 폭삭 쓰러졌다.
" 어 !!"
우현이 서둘러 성규에게 다가갔다. 성규를 잡아 일으키자 부들부들한 옷의 감촉이 느껴진다. 실크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모재질도 아닌 암튼 처음 만져보는 감촉이다.
상체를 잡고 몇 번 탈탈 흔들어보지만 기운없는 성규의 머리만 흔들흔들거렸다.
" 야 !...아이씨..."
일단 버리고 갈 수는 없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한 우현이 업고 서둘러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
" 어머머!! 누구야 ? "
" 아,그냥 친구..."
" 그냥 친구 ? "
" 아,암튼 얘가 몸이 약한 앤데 갑자기 쓰러져서."
" 어어..얼른 올라가. "
대충 둘러댄 우현이 2층 계단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성규를 눕힌 우현이 성규의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 요즘 세상에 핸드폰도 없어 ? ...응 ? "
성규의 주머니에서 작은 쪽지를 꺼낸 우현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구겨졌다.
" 뭐야...우리집 주소잖아... "
쪽지에 구불구불하게 적혀져있는 글씨들은 우현이의 집주소가 분명했다. 번지수까지 정확히..얘가 왜 우리집주소를 가지고 있는 거지 ?
우현은 찜찜한 기분에 쪽지를 책상에 얹어놓고 성규의 자켓 비스무리한 상의를 벗겨 옷걸이에 걸며 중얼거렸다.
" 재질한번 죽여주네. 킁킁 "
성규의 옷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리자 여름날에 흔히 풍길 수 있는 땀내는 개뿔, 향긋하고 달달한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 ...몸에 땀샘이 없나 ? "
아니면 온 몸의 땀샘에서 페브리즈가 ? ...그럴리는 없을텐데...뭐,선천적으로 땀을 흘리지않는 체질인가보지.
우현은 성규의 옷을 벽에 걸고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엉겁결에 데려오긴 했는데 그 다음은 생각해놓질 못했다.
" ...큼...야. "
" ......"
" 야 ! "
" ...... "
규칙적으로 몸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니 아마 피곤에 쩔어 잠이 든 모양이었다.
일단 더운 날씨에 땀에 찌든 몸을 씻어야겠다싶어 속옷과 갈아입을 옷을 챙긴 우현이 욕실로 향했다.
+
" 같은반이니 ? "
" 응 ? 누구 ? "
" 아까 그 친구. "
" 아...아니 그냥 아는 친구야."
" 아는 친구 ? 동네에서 못 보던 얼굴인데 ? "
" 아...자,잠깐 서울상경.."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던 우현에게 아빠와 엄마의 질문이 쏟아졌다. 우현은 대충 빠르게 밥을 비우며 건성건성 대답을 했다.
" 쓰러졌다면서 병원에 안 가봐도 되는거야 ? 친구 부모님이 걱정 안 하셔 ? "
" 안 가봐도 되고 걱정 안 하셔.잘먹었습니다. "
" 친구 오늘 자고 간대 ? "
" 아,어어.아마도.올라간다. "
싱크대에 밥그릇을 담근 우현이 쿵쾅쿵쾅 계단을 뛰어올라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아까부터 내내 눈을 감고 있는 성규때문에 혹시 죽었나싶어서 몇번이나 성규의 코 밑에 손을 가져다대본 우현이었다.
" 야,그만 좀 쳐자고 일어나봐라.쫌."
" ...... "
" 존나 쳐자네..."
" ...... "
격렬하게 흔들어도보고 손에 물을 담아 얼굴에 홱홱 뿌려도 봤지만 도통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 ...잠 다 자면 지가 일어나서 가겠지,뭐. 게임이나 해야겠다."
컴퓨터 본체를 켜고 게임을 키자마자 성규의 존재는 까맣게 잊은 우현이 열심히 상대방의 머리통을 날리고 있었다.
" 고고고 !! 아이,병슨아 ! 아오..씨..졸라 초딩들만 모여있나. 스나하는 새끼들 다 뭐야,존나 병신들 집합했나... 모세혈관으로 게임 하세염 ?
" ......"
" 아오,씨팔.어떤 놈이 뒷치기했어? 어떤 개후라보노같은 새끼가.어떤 식빵새끼가.""
딸깍거리며 빠른속도로 키보드를 누른 우현이 눈에 불을 켜며 자신의 킬수를 높혀갈때쯤 성규가 스믈스믈 잠에서 깨어나기시작했다.
" 아,또 뒤졌어...아..개발 스나네..아오.."
" ... ... "
침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우현이 슥 고개를 돌렸다.
" 어......"
" ....... "
성규가 멍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다가 곧 화들짝 놀라며 침대 구석으로 뒷걸음질쳤다.잠시 정적이 흘렀다. 컴퓨터에선 타타탕거리는 총소리와 여기저기 피튀기는 소리, 수류탄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정신이 사나워진 우현이 본체 전원을 꾸욱 눌러 끄고 의자를 성규 쪽으로 돌렸다.
" 이제 정신 좀 드냐 ? "
" 여긴..."
" 내 방. 우리집."
" 내,내 가방 ! ! ! "
성규가 당황하며 안절부절하자 우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침대 밑에 놓인 하얀 가방을 가리켰다. 가방을 확 잡아채 자신의 품안에 넣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의 인상이 구겨졌다.
" 야, 길거리에서 쓰러진 사람 구해줬더니만 고맙다고는 못할 망정. "
" 나 갈께 ! "
대화가 점점 길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성규가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우현이 성규의 손목을 잡아 다시 침대에 앉혔다. 우현이 빤히 성규의 눈동자를 쳐다봤고 성규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몸을 숨겨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문제가 될 게 분명했다.
" 매우 배은망덕한 놈일세 ? "
" ......가,가봐야돼."
" 어딜."
다시 몸을 일으키려는 성규를 꽉 붙잡아앉힌 우현이 성규의 어깨를 꽉 붙잡고 물었다.
" 그럼 한 가지만 묻자. 너 이거 뭐냐 ? "
우현이 책상위에 있던 쪽지를 성규에게 내밀며 물었다.
" 그건...그냥 주소...아,우리집 집주소.하하..내가 자주 까먹어가지고 적어놓고 다녀..하하.."
" 이게 너네집 주소라고 ? "
성규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 지이인짜아로 ? "
" 어,어. 그,그럼 이제 가볼께.신세져서 미안. "
" 이 새키가 지랄떠네. 이 주소 우리집주소구만. "
" ...뭐라고 ? "
" 이 주소. 우리집 주소라고. 니가 있는 여기가 바로 이 주소,우리집. 어디서 이 쉐키가 구라를 까. 이거 진짜 수상한 놈이네. "
우현이 팔짱을 끼고 의심가득한 눈으로 성규를 관찰했다. 자신의 집주소를 들고다니며 그 집주소가 자신의 집이라며 구라를 까고 있는 남자. 누구라도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성규의 입에는 점차 미소가 걸렸다.
" 그니까 여기가 너네집주소라고 ? "
" 그렇다니깐."
" 하아...다행이다..."
" 왜 실실 웃냐 ? "
성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침대에 벌렁 누웠다.다행히도 제대로 떨어져내려왔구나...역시 천상의 그 분께서 도와주신게 분명해.
잠시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며 웃던 성규가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가 고민을 했다. 이 애한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 잉란을 찾기까지 좀 더 수월하고 어쩌면 한달동안 지낼 곳이 마련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에는 너무나 큰 책임이 뒤따랐다. 하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잉란을 찾는 건데...
" 사실 말야... "
" 닥치고 내가 묻는 말에 네,아니요로 대답해. "
" 가,갑자기 무슨 소리야. "
" 죽는다. 네,아니요로 대답하라고.경찰에 확 넘기기전에. "
성규가 주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너 뭐하는 놈이야 ? "
" ...네,아니요로 대답하라면서... "
" 시,시끄러 !....아까 했던말 취소. 그냥 대답 똑바로해. 거짓말하면 죽는다. "
" 난 안 죽는...어,알았어. "
" 너 저거 집주소. 우리집 주소인데 왜 너가 갖고 있으면서 니 집이라고 한건지 설명해봐. "
" 아,저 그게... "
" 머리 굴러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
우현이 투박한 손으로 성규의 머리통에 꿀밤을 놓았다.
" 악 ! "
" 목소리 낮춰. 얼른 대답해. "
" 하...이거 진짜... "
어쩔 수 없다. 주위를 살핀 성규가 속닥거리듯이 조용히 우현에게 말했다.
" ...이건... 진짜...특급 비밀이야. 너만 알아야해...알았지 ? "
" 어,알았어.나만 알께."
" 사실... 난 천상에서 왔어. "
" ...천상 ?... "
" ...응. 하늘 천,윗 상. 천상. "
" 그,그럼 너,너가 하,하늘나라에서 온 처..천사란 말이야 ? "
" 응...쉽게 말하면 천사지...많이 놀랬지? "
" 응,지랄나게도 놀랬다,병신아. 너 경찰서 가기전에 저기 성모정신병원에 가야겠다. "
우현이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진짜 약간 머리에 문제가 있는 아이구나.
" 나 부탁하나만 들어줄래 ? "
" 뭔 부탁 ? "
" 너네 어머니 잠깐 봐도 될까 ? "
" 뭐 ? 우리 엄마 ? "
" 응. 배만 잠깐 보고..."
" ...너가 우리 엄마 배를 왜 봐. "
우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하게 변했다. 진짜 수상한 놈이네,이거. 뜬금없이 엄마의 배를 보겠다는건 분명 엄마가 임신한 걸 안다는 뜻인데.
아까보다 차가워진 목소리로 다시 한번 우현이 물었다.
" 너 뭐냐 ? "
*
" 오래 안 보고 딱 몇 초만 기운 좀 느껴볼...으악 ! "
" 장난도 정도껏쳐라. "
우현이 성규의 멱살을 덥석 잡아끌었고 당황한 성규가 어버버거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리고 순간 우현의 방문이 열리며 과일접시를 들고 우현의 엄마가 들어왔다.
" 떠드는 소리 들리길래 과일 좀 깎아와봤...어머,너네 싸우는 거니 ?! "
과일접시를 책상에 내려놓은 엄마가 후다닥 다가와 우현의 손등을 찰싹 내려쳐줬다. 덕분에 풀려난 성규가 떨리는 손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우현이 엄마의 배. 성규의 두 눈이 순간 반짝거렸다.그리고 얼른 자신의 손을 배에 얹고 눈을 꼬옥 감았다.
" 어머! "
" 이 새끼가 진짜 ! "
" 쓰읍. 우현아,애기 들을 때 욕하는 거 아니랬지 ! 하하. 아직 몇 개월 안 됐는데 배 나온거 티 많이나니 ? 이제 우현이 동생이 태어날 꺼거든. "
" 아기가...예쁘게 생겼어요 ... "
" 응 ? "
" 기운이 예뻐서요. "
성규가 싱긋 웃으며 말을 했고 우현의 엄마는 무슨 소리냐며 웃었지만 내심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고 갈꺼면 편히 자고가라는 말과 함께 방을 나갔다.우현의 엄마가 나가자마자 미소가 사라진 성규가 방금까지 배에 얹어져있던 손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 ...안 느껴져.... "
절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잉란의 기운은 올챙이 부랄만큼도 느낄수가 없었다. 당연히 예쁜 기운이라 했던 것도 거짓말이고.
아마 잉란이 여기까지 제대로 찾아오질 못한게분명했다.
" 너 진짜 죽고 싶냐. "
" ...어디서 찾지... "
" 야! "
" 도무지...기운이 안 느껴져... "
" 이 새끼가! "
우현이 다시 한번 멱살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을때 성규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 니가 나 좀 도와주라. "
+
" 그래서. 니가. 그. 잉란인가뭔가하는 걸 찾으려고. 여기 인간세상에 온 천사라고 ? "
" 응. "
" 그리고.너는 지금.그걸.나보고 믿으라는 거고...그치? "
" 안 믿겨도 믿어야 해. "
" 으음... "
우현이 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두 눈을 감았다. 그니까 이 자식하는 말에 따르면 자신이 하늘나라에서 잉란? 암튼 그런걸 관리하다가 하나를 잃어버렸는데 그게 우리 엄마꺼고 한달안에 그걸 꼭 찾아야한다고...
" 그럼 만약 한 달안에 못 찾으면 ? "
" ...... "
" 표정이 왜 그따구냐 ? 설마. "
우현의 인상이 험악해지자 성규가 얼른 손사래를 쳤다.
" 아냐아냐 ! 내가 꼭 책임지고 찾아줄께 ! "
" 못 찾으면."
" 모,못 찾으면 다시 하늘에 가서 꼭 가져다줄께."
" 야,또라이. 니가 어느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는지는 모르겠는데,속아줄 거짓말도 정도가 있지, 천사 ? 천상 ? 뭐가 어쩌고 어째 ? 우리 엄마 임신한건 어찌 알았나본데. 애야. 그런 건 다 거짓부렁이고 허상이야. 니가 아직 뇌가 어려서 잘..."
" 휴,정말 어떻게 해야 믿을래 ? "
" ...어쭈 ? "
우현이 콧방구를 뀌며 입술을 앙 다물고 있는 성규를 빤히 쳐다봤다. 잠시동안의 정적. 우현과 성규 모두 상대방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 아나,이 쉐키가 사람 컨트롤 좀 해봤나보네....그러니깐 니가 천사란 말이지 ? "
" 그런 셈이지. "
" 그럼 니 날개는 어따뒀냐 ? "
" 날개 ? "
" 천사들 그 날개 있잖아. "
우현이 날갯짓을 해보이며 말하자 이번엔 성규가 인상을 찌푸렸다.
" 무슨 날개. 우리 천상사람들은 조류 아니거든 ? 그건 인간들이 멋대로 만들어낸 이미지잖아. 사실 날개 그런거 없어. "
" 웃기고 자빠졌네...정신병원 탈출할때 놓고왔나보네...야,그럼 여기서 날아봐.참나. 이런 말하는 내가 한심하다."
" 이 좁은 방안에서 날아보라고 ? "
" 응,이 좁은 방...야,디질래 ? 니네 정신병원 병실은 얼마나 넓었길래... 아,됐고.암튼 여기서 날면 다 믿고 널 도와줄... "
입술을 앙다문 성규가 발에 힘을 살짝 주었다. 나름 살짝 준다고 준건데 힘조절을 잘 못해 천장에 머리를 콩 박아버렸다. 천장에서부터 두둥실 내려와 다시 침대에 앉은 성규를 바라보는 우현이 경악에 흠뻑 젖은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 헐."
" 아야,머리...쓰흡...이제 믿어 ? "
우현이 눈을 빡빡 비벼댔다. 그리고 볼도 한번 세게 꼬집고 다시 물었다.
" 다,다시 해봐.못 봤어. "
" 아,진짜 힘든데... "
성규가 이번엔 아까보다 살짝 힘을 주자 앉은 채로 둥둥 떠오르는 성규의 몸. 우현의 손이 파르르르 떨려왔다.그리고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 그게 뭐야 ? "
" 핸드폰. "
" 핸드폰 ? 그게 뭔데 ? "
" 다른 사람이랑 통화하는거. 아,얘는 왜 전화를 안 받아."
" 아아,교신띠 같은 거구나..."
" 어,여보세요 ?! 야,장동우!!!! 이거 존나 뻥아니고 글쎄 우리집에 천사가 ... "
" 어어 !! "
성규가 서둘러 우현의 손에 들린 걸 빼앗아 한참을 헤메며 이것저것 눌러 통화를 멈췄다.
" 미쳤어 ? 이건 너랑 나만 알아야할 비밀이라고 ! 다른 사람들 귀에 들어가면 안돼. "
" 야,너 한번만 다시 날아봐.봐도봐도 안 믿겨. "
" 싫어.오늘은 너무 지쳤어,안돼. "
우현이 아직까지도 안 믿긴다는 표정으로 성규를 빤히 쳐다봤다. 이건 진짜 완전 특급대박이다. 천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니...
우현의 표정이 아까와는 달리 사뭇 진지해졌다.
" 그럼 내,내가 어떻게 도와줘야하는건데 ? "
" 흠...넌 인간에 불과하니깐 잉란의 기운을 느낄 순 없을꺼야. 하지만 보일 수는 있겠지. 잉란은 아직 어려서 자기 모습을 숨기는게 미숙하니깐. "
" 야,나 질문하나 더 해도 돼 ? "
" 응. 뭔데 ? "
" 천사도 좆 있어 ? "
" 좆 ? 그게 뭔데 ? "
" 아,그러니깐 자지,고추."
" 뭐,뭐!??! "
얼굴이 화르륵 불타오른 성규가 우현에게서 멀찍히 떨어져 앉았다.
" 천사의 몸도 그런게 있나싶어서... "
" 모,몰라도 돼! "
" 있어 ? "
" 아,몰라! "
" 없나보네...역시... "
" 이씨,있거든 !! "
" 오...천사도 좆이...."
" 아,진짜 !... 아무튼 이 비밀은 꼭 지켜야해. 어디가서든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돼. 그리고... 부탁... 하나만 더할께. "
" 뭐 ? "
" 딱 한달동안만 여기서 신세 좀 질께. 진짜 부탁이야. "
" 뭐...그까짓꺼...어렵진 않은데... "
" 와,진짜 고마워.. "
성규가 활짝 웃자 진짜 방안이 환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하긴...천사니깐 뭐... 우현의 가슴이 계속 두근두근거렸다. 마치 아주 오래전에 이미 사라진 줄만 알았던 동심이
다시 뭉클뭉클거리며 피어난 기분이다.아마 어릴적에 성규를 만났다면 성규의 말을 바로 믿었을 지도 모른다. 천사가 존재하고 그것도 내 방 침대에 앉아있다 !
미친...진짜 누구한테 자랑하고 싶은데 아무도 안 믿을게분명하다. 하긴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걸...
" 나 질문 또 있어. "
" 이,이상한 거 하면 안돼..."
" 너 지금 내 눈에만 보이는 거야 ? 아닌데...아까 엄마도 너 봤었잖아 ? "
" 내 의지에 달려있어. 내가 숨을 참으면 안 보이지만 숨을 쉬면서 인간세상의 공기를 마시게 되면 인간들 눈에 보이는 거야.지금처럼."
" 그러다 인간들 앞에서는 숨차도 계속 참다가 숨막혀 죽는거야 ? 천사들은 다 그렇게 멍청해 ? "
" 천상사람들은 안 죽어! 지쳐서 쓰러지긴해도.그리고 천상사람들이 인간세상에 내려오는 일은 드물어..나처럼..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 쩐다.... 그럼 너 몇 살인데? 이름같은것도 있냐 ? "
" 나 ? 그것까진 알려주기가... "
" 싫다고 ? 짐싸라. "
" 아니 내가 언제 싫다구 그랬어..."
이렇게까지 깊숙히 들어가고 싶진않았는데... 성규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말해주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한달동안이니깐...
" 이름은 김성규,나이는 대략 24살...정도 ? "
" 뭐야,김성규 ? 존나 뭐...미카엘이라던지...가브리엘...이라던지 그런게아니라 ? "
" 응. 니가 말한 그 분들은 천상역사에만 존재하는 분들이셔."
"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 쉽게 말하면 사라지셨다고. "
" 뒤졌다고 ? "
" 뒤졌다는 무슨 뜻인데 ? "
" 아오..그러니까 죽었냐고."
" 아니 ! 천상에 죽음같은게 있겠어 ?...그냥 존재자체가 사라지셨어.우리도 계신지 안 계신지 몰라.책에 그렇게 쓰여져있거든."
" 어엉..."
우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여전히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 근데 너 몇 백살도 아니고 고작 24살 ? "
" 24살이긴한데 따지면 24살부터 멈춰있어서 몇 살인지 말하기 어려워. "
" 그럼 너도 인간세상에서 살았던 사람이야 ? "
" 아마도...사실 인간세상에서 살던 기억은 하나도 안 나. 나이랑 이름말고는...너는 이름이 뭐야 ? 몇 살 ? "
" 나 ? 이름은 남우현이고 나이는 열아홉.아까 교복입은거 못봤어 ? "
" 천상이랑 학년이 다른 줄 알았지...근데... "
19살이면 나보다 한참 어리잖아 ! 나보다 다섯살...아니지. 그 이상으로 어린 애한테 여태까지 반말에 폭력에...
" 뭐 문제 있냐 ? "
" 아..아니..전혀.."
" 아,근데 존나 신기하네..."
" 자꾸 존나존나하는데 존나는 무슨 말이야 ? "
" 아...그러니까...매우!응,매우!많이!아주 많이!그럴때 쓰는말...비속어지,비속어."
" 비속어 ? 그럼 쓰면 안 되잖아. 그 말 있는데 왜 존나라는 말을 쓰는건데 ? "
" 야,묻지마."
우현이 말문이 막히자 성규의 이마를 따악 밀어냈다.
" 아야 ! "
" 암튼 존나 안 믿긴다,진짜..."
" 나도 이게 옳은 일인지모르겠네..."
이렇게 쉽게 정체를 드러내게 될 줄은 몰랐는데...
+
후하!! 4편 완료!
이제 내일 개학이네요~ㅠㅠㅠ
아무튼 궁금한 것들은 바로바로 댓글로 달아주세요!
그리고 저를 ㅇㅇ이라고 불러주세요ㅠ하시는 분들은 지금 이 글에 댓글로 달아야해요.
제가 대충 기억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셔서 메모장에 다시 새로 정리합니다!!ㅎㅎㅎ
그리고 신작알림 잊지마시구 눌러주세요.
에그몽은 특별한 일이 없는이상
매일 8~10시 사이에 올라오게됩니다.
표지모두모두 감사드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