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햄찌야순영해
(브금 필수!)
* 네임버스(NAMEBUS) 세계관
사람이 태어날 때 신체 부위 일부에 자신의 운명의 상대, 소울메이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주로 손목, 손등에 적혀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것을 수치스럽다 여겨 숨기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또 이름이 나중에 나타나는 '노네임 상태' 도 있다.
신체적 접촉이나 적혀진 글씨를 보며 서로의 소울메이트를 찾는데, 소울메이트가 가까이 있는 경우 글씨가 선명해지고 심박수가 빨라진다. 간혹 반짝이는 경우도 있다.
상대가 태어나지 않은 경우, 죽은 경우, 노네임 상태일 경우 글씨가 매우 희미하게 나타난다.
문자 제거 수술, 이식수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부작용(부작용은 목숨을 잃을 수 있음.)을 일으키지만,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 부작용을 견디면서 문자를 지우거나 이식해 상대의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하암- 지루한 역사 수업을 듣고 있자니 졸음이 밀려왔다. 턱을 괴고 무거운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한 눈꺼풀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그러고 있으니 서서히 아래로 향하는 눈동자가 머무른 곳은 다름 아닌 왼쪽 손목이었다.
" vernon.. "
턱을 괴고 있던 다른 한 손을 내려 그 이름을 쓸어내렸다. 나만 보일 정도의 희미함을 띄고 있는 이름이 오늘따라 선명해진 느낌이다. 조용히 읊어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지만, 아무런 미동도 반응도 없다. 그저 내 살의 일부인 것처럼 머물러 살아가기만 한다.
난 어렸을 때부터 내 운명의 상대의 이름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다. 내 친구 영희의 손목엔 '철수' 라는 이름이, 수정의 손목엔 '원우' 라는 한국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내 손목에 새겨진 이름은 영어 이름이다. 그저 작기만 했던 어릴 적 나는 언젠가 나도 운명의 상대를 만나겠거니 그때 되면 다 알게 되겠지 하며 넘겼었다. 하지만 19살이 된 난 아직도 그 운명의 상대를 만나보지 못 했다. 그렇다, 여태 연애 한번 못해봤다 이 말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희미하다. 나와 달리 운명의 이름이 선명한 다른 이들은 손목 보호대를 하고 다니지만, 나는 희미해서 가릴 필요가 없었다. 우리 반에서도 유일하게 손목을 가리고 다니지 않는 나다. 그러니 난 궁금할 뿐이다. 진짜로 내 생각처럼 나의 운명의 상대가 죽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그 사람이 아직 노네임 상태로 살고 있는 걸까. 아아, 신경 쓰지 말자. 이제 곧 시험인데 수업시간에 이렇게 딴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세차게 젖고 칠판에 집중했다. 그러자마자 귀신같이도 학교를 마치는 종이 쳐버렸다.
요즘 들어 자꾸 왜 이럴까, 왜 갑자기 내 손목의 이름에게 관심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걸까.
멍하게 있는 시간이 잦아질수록 수정은 나를 걱정했다. 괜찮다며 얼버무리지만 나도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안다. 아마도 엊그저께 있었던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부터 난 생각이 많아졌을 거다. 할머니는 일생을 마치실 때까지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 했다. 그렇게 운명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은 이식 수술로 인해 부작용으로 일찍이 숨을 거두신 거다. 잦은 일이지만, 아직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한 나로선 진지해져 내 일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꼭 나도 저럴 것만 같아서 무서워지기도 했다. 나는 꼭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싶다.
콩닥- .
어..?
콩닥콩닥콩닥.
갑자기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평범한 하굣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 몇 없었지만, 순식간에 내 시선에 차고 들어오는 한 남자애에게 정신을 빼앗긴 채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똑같이 그 자리에 우뚝 서 날 쳐다보고 있는 그 낌새가 마치 나와 같은 심장 박동을 느꼈나 싶었다. 심지어 그 남자애의 손이 자신의 심장에 향해 있었다.
이 느낌은 정말.. 정말 내가 생각한 게 맞을까.
아직도 세차게 뛰어대는 심장을 느끼며 내 왼손을 들어 올렸다.
" vernon. "
선명하다, 내 왼쪽 손목에 있던 글씨가.. 선명하다. 그 손목을 보고 난 후 다시 그 남자애를 바라보았다. 정말 내 운명이 맞아? 네가 내.. 남자애는 벌써 내 앞까지 와버렸다. 그 남자애도 무턱대고 내게 물어올 순 없었는지, 내 손목의 이름을 먼저 확인했다. 내게 더 가까워 올수록 더 빠르게, 힘차게 뛰는 심장박동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들릴 것만 같았다.
" 이름.. 이름이 생겼어. "
" 칠봉, 네가 칠봉이야.. ? "
내 이름을 안다. 분명 그 남자애의 손목의 있는 건 내 이름이다.
" 버논.. "
" 맞아, 내 이름. "
" ..하, "
" 드디어 만났다. "
그 애는 그새 나를 안았다. 너무 꽉 안는 바람에 숨이 막혀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지만 이내 나도 그 애를 안았다. 우리.. 드디어 만났네. 처음 만난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서로에게 애틋함을 느꼈다. 노네임 상태였던 버논은 이름이 생기는 걸 보고 나서, 내가 희미 했던 손목의 글씨가 선명해진 걸 본 후 느낀 감정을 똑같이 느꼈을거다.
서로의 손목을 몇 번이나 확인을 해도 진짜 내 운명의 상대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손을 잡고 있는 우리 둘의 각 손목엔 선명히 빛나는 이름이 있었고, 서로를 향해 뛰는 심장이 그것을 증명했다.
자꾸만 수줍어지는 볼에 결국은 발그레 해지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나를 알았는지 손을 잡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귀여워. "
부스스 웃는 버논의 입꼬리가 예뻤다. 돌고 돌아 만난 운명인 만큼 너무나 소중했다.
(브금 필수!)
그 애는 오늘 전학을 왔다. 그래서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채 하굣길에서야 만났던 것이고, 그날따라 손목의 이름이 조금 선명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게 정확했던 거였다. 참 신기했다. 만날 인연은 만나게 되어있구나.
그날 이후로 버논이라는 아이를 처음 만났고,내 운명을 만났다는 처음 겪는 모든 것들에 나는 온종일 설렘을 안고 다녔다. 옆에서 조잘대는 수정이의 말도 못 듣고 하루 종일 버논, 그 아이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차마 만나러 가기는 힘들었다, 워낙에 부끄러움이 많고 내성적인 나라 남자반에 갈 용기가 나질 않아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다. 만나러 가보라는 수정이의 말에 그럴까도 해봤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겠다. 버논의 시선을 받는 것도 아직 벅찬데, 여러 명의 남자애들의 시선은 견디질 못할 것 같았다. 그런 내가 답답한지 한숨을 쉬는 수정이의 팔짱을 낀 채 실실 어디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웃어댔다.
" 그렇게 좋아? "
" .. 응, 좋은 거 같애. "
" 좋은 거 같애는 뭐야. "
" 이런 게 처음이라... 나도 잘 모르겠어. "
" 김칠봉 ! 누가 너 불러! "
자칫 바보처럼 보일 수 있는 웃음을 흘리는 내게 원우가 소리친다. 문을 열고 나가자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그 얼굴이 보였다.
" 어..?"
" 그게.. 그니까.."
" ..응."
" 보, 보고싶어서.."
나도 몰래 풋- 하고 웃어버렸다. 너도 나만큼이나 쑥맥이구나. 그래도 나보단 감정에 솔직한 너였다. 먼저 용기를 내줬다는 생각에 고마웠다.
" 사실 나도.. 어어, 어디가! "
" 매점! "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버논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맞잡은 두 손이 눈에 들어와 또 발그레해졌다. 매점에 도착해 버논이가 맞잡은 손을 놓았고 난 아쉬워졌다. 나 이렇게 밝히는 애였나.. 멍 때리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데 허전한 내 손에 무언가 턱 얹어졌다. 뭐지 하며 봤더니 내가 좋아하는 레몬맛 새콤달콤이었다.
" 나 주는거야? "
" 응. 너 새콤달콤 닮았어. "
" 새콤달콤 닮은게 뭔데..? "
" 음.. 그냥.. 시큼해. "
" 으응..? 좋은거야? "
" 나도 몰라- "
나도 몰라- 하며 반달 모양으로 접혀 생기는 눈웃음과 아이같이 해맑은 미소가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었다. 넌 참 맑은거 같아. 같이 따라 웃고 있으니 새콤달콤을 쥔 손의 반대손을 잡아오는 버논이다. 이렇게 훅 훅 들어오는게 취미인건지, 덕분에 나만 죽을거같았다. 이렇게 접촉해있으면 떨려서 죽어버릴거 같은데.. 자연스레 버논이의 손목에 있는 내 이름을 보며 생각했다. 서로가 운명임을 타고나서인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너에게 첫눈에 반한건지.. 그래서 이렇게 앞에만 서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지.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봤다.
혹시 너도 그래?
.
.
.
" 다 왔다. 근데 저.. 칠봉아. "
" 응? "
" 끝나고 같이 있자. "
" ..응! "
뜸을 들이다 답한 내 대답을 듣더니 다시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헤어지기 싫은지 몇분째 내 반 앞에서 우물쭈물거리며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나 또한 버논이의 손을 꼼지락거리며 만지기만 할 뿐 가라는 말을 하진 않았다. 그냥.. 계속 같이 있고 싶고 얘기하고 싶어. 운명의 상대랑은 다 이런거야? 그래도 곧 수업이 시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끝나고 만나야했다.
" 이제 가, 수업 종 치겠다. "
" 응.. 그래야지. 끝나고 봐 칠봉아. "
아쉬운듯 내 손을 한번 꽉 잡았다가 놓아주곤 뒤돌아 반으로 향하는 버논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충동적으로 버논이를 불렀다.
" 버논아! "
〈!-- SE3-TEXT { -->" 어? "
" 나, 나는 네가 참 좋아! "
정말 충동적으로 마음속에 있던 말이 튀어나갔다. 멋대로 뱉어버린 말 때문에 얼굴은 이미 홍당무가 돼버렸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렇게 푹 숙이고 있던 내 시야에 검은색 그림자가 지고 고개를 드니 다시 내 앞에 선 버논이가 있었다. 이내 내 손을 다시 꼭 잡은 버논이가,
" 나도,
나도 네가 내 운명의 상대여서 너무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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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야아아........꺄아아아....한솔이 레전드짤은 언제봐도 심장 떨리는 것...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