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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이민형/황인준] 호그와트부터 보바통까지의 거리를 구하시오 00
W. 2젠5
빈스 교수님의 지루했던 머글 연구가 끝난 후, 나와 이제노, 그리고 황인준은 검은 호수로 향했다. 사실 정말 놀랍게도, 호그와트는 오전 2교시/ 점심시간 / 오후 2교시 이런 시간표였고, 게다가 잘만 하면 하루에 수업 한개만 듣는 날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런 날이 바로 오늘이다. 1교시부터 머글연구라는게 흠이지만, 이제노는 2시간만 자고 일어나면 하루종일 놀아도 되잖아! 라며 방긋 웃어보였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사실 빈스 교수님 시간에 한번도 졸지 않은 애는 없다. 이건 진짜임.)
황인준은 검은 호수에 사는 대왕 오징어를 좋아했는데, 그 탓에 황인준과 같이 다니는 나와 이제노는 늘 검은 호수에 출석 도장을 찍어야했다. 물론 황인준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꽤 무료한 시간이라는 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이제노에게 마법사 체스를 배우고 있어서 재밌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나나 이제노가 게임 도중에 소리를 지르면 황인준이 대왕오징어들이 놀란다며 짜증을 낸다.) 오늘도 여김없이 마법사 체스를 둘 예정이었다. 말들이랑 좀 친해져서, 걔네가 이제노 말을 잘 안 듣기때문에 말과 이제노가 싸우는 걸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너 갈거지?"
황인준은 물가에 앉아 대왕오징어 캐런을 부르고 있었고, 나와 이제노는 그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황인준이 하는 모양을 보며 체스를 두고 있었다. 나이트를 어디로 옮길 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제노가 뜬금 없이 저렇게 물어왔다. 물론 당연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갈거였지만, 다 알아 이 자식아ㅋ 하는 표정의 이제노를 보니까 선뜻 그렇다고 하기가 그랬다. 기숙사에서 6명씩이래. 선착순이고. 이제노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시발? 원래, 욕을 잘 안......하는 나지만 욕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선착순이라고?! 보바통에 가는 방법이, 선착순이라고!??!
시발! 소리를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가에 앉아있던 황인준이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지금 몇명 찼대? 이제노가 내 말에 얼굴을 구겼다. 거기까지는 모르지.. 오늘 아침에 쟈니 오빠가 애들을 모아놓고 얘기했다던데, 나는 늦잠을 잤기때문에 듣지를 못했던거다. 이렇게 이민형을 놓치다니. 크리스마스때나 보는 이민형을 일주일 동안 실컷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시발!!!!!!1 내 얼굴색이 점점 흙빛으로 변해가는게 느껴졌다. 씨- 제 망토 끝자락을 탈탈 털던 황인준이 와이셔츠를 걷어올리면서 나와 이제노에게 다가왔다. 근데 애들 다 안 간다던데. 쟈니 형이 아주 시무룩해보였어. 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걸까. 나는 또 다시 소리를 지르면서 머리를 감싸쥐었다. 기다려라 이민형!!!!!!!!! 기다려라 보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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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같이 좀 가-"
부리나케 뛰어 기숙사로 향했다. 내가 정말 빨리 뛰었기에, 뒤에서 따라오던 황인준이 짜증을 냈다. (그 와중에 이제노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지 낄낄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들 2교시가 있는 건지 청동 독수리 상 앞에는 개미 한마리 없었다. (시간표 기깔나게 짜준 이제노 치얼스-★) 아 들어가야 돼! 소리를 지르자 청동 독수리 상이 천천히 돌았다. 아 망할 나는 왜 래번클로여서 이런 좆같은 문제를 풀어야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걸까? 그냥 그리핀도르처럼 암호 같은 거면 얼마나 좋냐고;; 청동 독수리 상이 너무 천천히 돌아서 꼭지가 열릴 뻔했다. (다행히 이제노가 내 등을 살살 쓰다듬어줘서 겨우 진정했다.) 우리 기숙사 모토가 현명하고 사려깊은 사람인데 나는 아마 진즉에 그른 듯;
"호그와트부터 보바통까지의 거리를 구하시오."
분명히 표정이 없는 청동독수리 상인데 나를 비웃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금 나는 한시가 바빠 죽겠는데 저런 문제를 내??!?!!! 청동독수리 상의 말에 이제노가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야, 걍 태용이 형 올때까지 기다리자. 하지만 난 그럴 수가 없었다. 2교시가 끝나면 다들 점심을 먹으려고 몰려올거고!! 그러면 보바통 신청원서가 마감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들어가야돼. 내가 발을 쿵쿵 구르자 황인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거리를 묻는건 아닐거란 말이지. 황인준이 고개를 숙이곤 생각에 잠겼다. 저 새끼 맨날 저래놓고서 답 제일 늦게 내놓는다고; 바닥에 드러누워서 태용 오빠를 기다리겠다는 이제노와, 고개를 떨군 채 생각 혹은 생각 하는 척을 하는 황인준 대신에, 내가 이 문제를 맞혀야했다. 무조건. 이민형을 만나기 위해서 무조건.
이민형의 해사한 웃음을 떠올렸다. 미친 새끼 아니야? 하겠지만 나한테 보바통이란 곧 이민형이었다. 이제노의 왼쪽 팔목에 채워진 시계에서 초가 흐르는 소리가 났다. 째깍째깍, 곧 2교시가 끝날 시간이었다. 시민~ 오랜만이야~ 그렇게 말하는 이민형이 자꾸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질렀다. 거리가 멀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내 친구가 거기있다면 가는 길이 아주 짧게 느껴질거야. 계속 걔와 만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니까. 내 말에 바닥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이제노가 벌떡 일어났고, 황인준은 고개를 들었다. 청동독수리 상의 부리가 움직였다. 좋은 답변이군, 어서 가서 원서에 이름을 올려. 청동 독수리 상이 제 날개를 올렸다. 시발, 저 멀리 보바통으로 가는 종이가 나풀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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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멀린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 다행히 종이에는 이태용, John Suh, 그리고 박지성의 이름뿐이었다. 그러니까, 세 자리나 남아있었다고. 박지성의 이름 밑에 당당히 내 이름을 적었다. 이........시민.. 이름을 적어넣는 나를 보며 이제노가 또 낄낄거렸지만 뭐 상관없었다. 난 지금 보바통 교류 학생이니꽈!^^ 야 나도 갈까? 한참을 낄낄대던 이제노가 내 손에 들린 펜을 빼앗으며 말했다. 하긴, 내가 가면 이제노가 검은 호수에서 심심하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ㅇㅇ 너도 가셈! 내 말에 이제노가 제 이름을 내 이름 밑에 적었다. 이제 한 자리 남았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던 황인준이, 한자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내 말에 고개를 돌렸다. 야, 내 이름도 적어. 그렇게 말하면서.
안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 손은 황인준, 석자를 적고 있었다. 아니 좀 오바인거 같은데? 황인준이랑 이동혁이랑 만나게 둘 수는 없었다. 이동혁과 만난 적은 없지만, 대충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이제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괜찮겠어? 이제노가 황인준을 등지고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나는 나한테만 들릴 줄 알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황인준은 도대체 귀가 얼마나 밝은건지 제 책을 소리나게 덮었다. 나이가 몇갠데, 걔랑 화해해야지. 그리고 너희 둘 가면 나 혼자 심심해서 어떻게 사냐. 황인준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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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와 보바통의 입학 나이는 14살이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머글 학교를 다닌다면 중학교? 라는 곳에 입학하는 나이. 황인준과 이동혁이 싸운 건 13살의 여름이었다. 나, 황인준, 이동혁, 이민형 이렇게 넷이서 바다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내가 물에 빠졌었다. 이동혁은 날 구하겠다며 물에 뛰어들겠다는 객기를 부렸고, 황인준은 그걸 말렸다. 다행히 이민형이 어디선가 주워들은 마법을 기억해내 날 구했는데, 그 날 이후 난 바다에 들어가는게 좀 무서워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황인준이랑 이동혁은 서로 한마디도 안 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랑 이민형은 황인준과 이동혁을 화해시키자며 다시 바다에 그 둘을 끌고 갔었다. 솔직히 바다가 좀 무서웠지만, 이젠 안 들어갈거니까. 대충 모래 사장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민형이네 아버지께서 싸주신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황인준은 샌드위치는 손도 안 대고 석양이 지는 바다를 멍하니 보고 있었고, 이동혁은 내게 콜라를 건네고 있었다. 이민형이 입모양으로 계속 어떡해, 라고 말했다. 솔직히. 진짜 체할 뻔했다. 분위기에 짓눌려 생각없이 아무 말이나 해버린게 화근이었다. 그때, 내가 입을 놀리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 동혁이~~ 하나 뿐인 여동생 빠질까봐 무서웠어여~~?"
나름 분위기를 풀어보겠다고 한 농담이었는데, 이동혁이 고개를 떨궜다. 나는 그때 너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눈코입귀 다 동글동글한 애가 정색하고 그렇게 말하는데 진짜, 진짜 거짓말 1도 안하고 진짜 무서웠다. 그래도 살았잖아~! 애써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는데, 옆에서 황인준이 허, 하며 바람빠진 소리를 냈다. 같이 죽겠다는 멍청이가 어딨어. 황인준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이동혁이 들고 있던 콜라를 내팽겨치고 황인준의 멱살을 잡았다. 니 동생이 빠져도 그런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 그 다음은 누구나 예상 할 수 있는 그런 시나리오였다. 그렇다고 너가 뛰어들면 어떡해. 그럼 뭘 어떡해, 애가 죽어가는데? 이민형이 잘 구했잖아. 이민형이 기억 못 했으면 죽을 수도 있었어. 너도 죽을 수 있었어 멍청아. 이동혁 같은 애가 논리로 황인준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이동혁은 나와 이민형이 말리기도 전에 황인준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고, 황인준이랑 이동혁은 그 날 이후로 마주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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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올라가 이동혁에게 편지를 부쳤다. [나 보바통 교류 학생 신청했어. 근데, 황인준도 간데. 이제 화해하고 싶댔어. 보면 바로 답장해,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춰서 편지 오면 곤란하니까.]
나는 그냥 이민형이 보고 싶어서 부린 객기였는데, 어쩌면 우리 넷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 이시민 얼른 내려와 오늘 저녁 칠면조 구이래!!! 올빼미 조이에게 편지를 물리자마자, 밑에서 이제노가 소리를 질렀다. 하여간, 칠면조 덕후 새끼. 아 간다고!! 대충 소리를 질러주고 나갈 채비를 했다. 제발, 일주일 간의 보바통 생활이 즐겁길, 그리고 그 끝엔 웃고 있는 이동혁과 황인준이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