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우리. 03 "어, 민지는 어디갔어?" "민지 내가 바람쐬라고 내보냈어. 많이 마신 것 같길래." "뭐? 야 미친. 정수우 선배 그럼 민지 따라나간거 아니야?" "아 미친 뭐? 그 또라이 새끼 진짜. 언제 나갔는데." "꽤 됐는데.. 미치겠네. 내가 나가ㅂ.. ㅁ,민현아?" "갔다올게." 너, 나, 우리. "오랜만이다." "..야," "잘 지냈어?" "너 지금.." "난 못 지냈는데." "..." "..보고싶었어, 황민현." 첫 대화였다. 나는 너를 붙잡고 싶은 것도, 내 옆에 두고 싶은 것도 그 무엇도 아니었고 술에 취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난 네가 보고싶었어. 그게 다야. "참나, 잘하는짓이다. 그러게 내가 너 조심하랬지 어?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다고." "조심하고말고 할 게 어딨냐. 내가 뭐 걔한테 좋아한다고 하길 했어 뭐 실수하기를 했어. 오버하지마라 김종현." "내가 황민현이었으면, 지금 진짜 미쳤을지도 몰라. 생각해봐라. 5년동안 연락 한 통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선 보고싶었대. 이게 뭐냐? 어?" "아 조용히 좀 해. 안 그래도 머리 아파." "야야 너는 맨날 조용히하라고.. 그럴거면 나 왜 불렀는데!" 자몽에이드를 한 모금 마시곤 생각에 잠겼다. 나는 왜 거기서 보고싶다고 했을까. 나는 왜 거기서 민현이한테 또 한 번 짐을 줬을까. 나는 왜, 항상 민현이를 힘들게 할까. "..어휴. 저거저거 또 땅굴파고 앉아있네."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구만. 아, 뭐 이렇게 어렵냐 너넨. 민현이는 너 미국 왜 갔는지도 모르잖아." "모르지. 너가 얘기 안 했으면." "안 했거든? 너 자꾸 그렇게 나오면 진짜 확 가서 내가.." "입 다물어라. 걔랑 안 엮일거야." "얼쑤. 니 표정은 그게 아닌데?" "알아서 해. 신경 끄라고. 남 연애사에 관심 끄고 너부터 좀 잘 하라니까?" "우리가 남이야? 어? 씨, 진짜. 나 갈거야!" 너, 나, 우리. "..야, 김민지 지금 좀 데려올래? 아 열받네." "열 받을 건 또 뭐냐." "아 열 받잖아! 5년만에 나타나선 뭐? 보고싶었어? 장난하는거야 뭐야!" "무시해 민현아.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 "뻔하지 뭐. 대답 못했지 너?" "..응" "아, 진짜 황민현!" "냅둬. 어디 가겠냐. 뭐, 종현이한테 연락해봐?" "어 형 아직 종현이랑 연락해?" "하지마." "어?" "김종현한테 연락, 하지말라고." "야 그래도 종현이랑은 한 번 얘기해보는게.." "그럼 김민지는 누굴 믿어. 지금 걔 옆에 김종현밖에 없는데." "됐네. 답 나왔네. 너도 참 길다 황민현." 이후로도 민지와 마주칠 일은 많았다. 전공수업에 교양까지. 하물며 캠퍼스 안에서 오며가며 마주치는 일이 허다했는데. 우리는 그 흔한 안녕. 한 마디 조차 건네지 않았다. 도대체 뭐였을까. 보고싶었어. 그 다섯 글자에 넌 도대체 어떤 감정을 눌러 담았던걸까. 그 다섯 글자에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긴 할까. 23살의 너에게 난, 18살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난. "깔끔하게 딱 일주일 본다. 왜, 미국에서 왔잖아 걔. 그럼 좀 쉬울 것 같지 않냐?" "야 또 막상 그렇지도 않아. 정선배 얘기 들어보니까 철벽을 그냥 장난 아니라던데? 한 번 먹어보려다가 그 누구야 황.. 아, 아무튼 누가 또 오고 막 그래서 흐지부지됐대." "미친. 그 선배도 징해. 아 근데 진짜 예쁘긴 존나 예쁘던데. 몸매도 그냥 끝장나지 않냐?" "씨발 너네 지금.." "나와 황민현." "..김종현" "나오라고." "오랜만이네, 하핫." "그러게. 그 하핫은 여전하네." "잘 지냈고?" "다들 물어보네. 내 안부를." "예의지. 이렇게 마주 앉은 것도 오랜만인데." "그래서 뭐야. 나한테 할 말 있는 거 아니야?" "딱히. 그냥 너 그대로 두면 한 대 칠 것 같길래." "넌 아무렇지도 않냐? 그런 말 들으면." "그런 말도 말인데, 저런 거 보는게 더 화나지 않냐 넌?" 김종현의 말에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네가 눈에 들어왔고, 네 팔을 붙잡고 핸드폰을 들이밀고 있는 남자는. 아까 그 남자애였다. "뭐하냐. 안 나가고." 김종현은 나를 보며 다 안다는 듯 씩 웃어보였고 엠티날 저녁처럼 팔을 붙잡힌채로 곤란하다는 표정을 보이던 민지를 고갯짓으로 가르켰다. "영민이형 통해서 연락할게. 조만간." "그래." "어휴. 저 바보들은 변한 게 없냐." 너, 나, 우리. "아, 성함도 모르는데 번호는 좀.." "아이 왜 그래요. 차차 알아가는거지. 저 되게 괜찮은 사람인데, 진짜에요." "얘 진짜 괜찮은 애에요. 얼굴도 잘생겼잖아요. 민지씨랑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안 꺼지냐 너네." "뭐야 너. 너도 관심있어? 그럼 줄서 매너있게." "야 아까 그, 걔잖아. 가자 그냥." 황민현의 굳은 표정을 본 남자들은 욕을 지껄이더니 사라졌고, 황민현은 여전히 날 굳은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넌 왜 그러냐 진짜. 왜 그렇게 사람을 피 말리게 해." "..어?" "쟤네가 뒤에서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지 알아? 왜 너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그런 소리를 듣고 다녀. 어?" "야, 나 지금 너가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갑자기 알 수 없는 말로 몰아치는 너에 당황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일단 지금 일은 고맙고. 내가 너 계속 신경 쓰이게 하는 것 같아서 나도 불편하네. 끝까지 너한테 난 그런 존재일거야. 고맙고 미안해 민현아." 네 떨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아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인지하지도 못한 채 뒤돌아 뛰었다. - 하핫 민현이랑 여주는 언제 행복해질까요 곧입니다 곧! 신알신,댓글 항상 감사드려요! [암호닉] 미녀 킹갓제네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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