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루틴노마드 - 우리 이제
노잼 주의
내용 산으로 감 주의
황제 흥신소
EP . 10
띠링 띠링,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비비적 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늦게 자서 그런가, 일어나는데도 슬슬 감겨오는 눈꺼풀에 고개를 두 어번 휘젓고서 욕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세수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찬물로 세수를 하니까 그나마 나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어제 왜 못 본 드라마를 정주행해서는 오늘 아침 잠이 부족하게 만들어. 하품을 하고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데리러 갈게.' 사장님의 간결한 문자가 하나 띠링 와 있었다.
"시간 많은데 화장이나 하고 갈까."
그래, 오늘은 세 번째 데이트 날이었다. 첫 번째는 사무실, 두 번째는 봉사여서 그랬을까 제대로 치덕 치덕 화장을 안 하고 갔었기 때문에 오늘은 마지막이기도 하니까~ 하는 마음에 화장대에 앉았다. 화장대에는 그 소개팅 날 이후로 처음 앉는 것 같다. 솔직히 내가 화장 할 일이 뭐가 있어…. 입맛을 다시며 스킨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디서 데이트 할까? 오늘은 사장님이 가고 싶은 곳 가자고 했는데 비밀이란다.
"맛있는 거 먹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데이트 장소보다는 점심 식사 메뉴가 더 기대 되는 건 비밀이다.
황제 흥신소
: 여기가 흥신소인지… 헉, 벌써 세 번째 데이트라고?
"아, 진짜 어제 드라마 정주행 하는 게 아니었는데."
사장님의 나오라는 문자를 받고서 신발을 신으며 후회했다. 아무리 친구가 재미 있다고 꼬드겨도 조금만 참을 걸. 왜 호기심을 이기지 못 하고 본 건지. 물론 재미 있기는 했다. 그 남주 배우, 내 마음 속에 저장. 드라마를 볼 때 마다 누구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누구였더라. 음, 고민하며 집을 나섰다.
"사장님!"
"어, 안녕."
"안녕하세요."
"화장 했어?"
사장님의 말에 짧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왜요, 제가 화장 한 것에 대해 불만이라도 있으세요?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손사래를 치며 웃는 사장님이다. 예뻐서 그래, 예뻐서. 윽, 솔직히 저렇게 웃으면서 말 하면 반칙이다. 진짜 레드 카드 줘야 해. 항상 심장 떨리는 건 왜 나냐고! 콩닥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고서는 조수석에 올라탔다. 이제 그런 말 들어도 아무렇지 않거든요. 거짓말이 다분한 내 말에 사장님이 핸들을 잡고서 내 쪽을 바라보고 물었다.
"진짜?"
"네."
"진짜로 아무렇지 않아?"
"…왜 자꾸 물어보세요."
시발, 그 배우가 누구 닮았나 했더니만 사장님을 아주 꼭 닮았다. 괜히 어제 본 드라마가 눈 앞으로 휙휙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말을 더듬거리며 묻자, 사장님이 어깨를 으쓱하고서는 말했다. 나 원래 두 번씩 물어보는데. 허, 참. 웃기다. 자기가 언제부터 그랬다고. 내가 슬쩍 흘기며 안 그러는데요. 라고 답하자, 사장님이 씁, 하는 소리를 내었다.
"방금부터 그래."
"그게 뭐야, 완전 억지…."
"그래서, 응? 진짜 아무렇지 않아?"
거짓말쟁이다. 두 번 물어본다면서 세 번째 묻는 거다. 괘씸해 아무 말 없이 꿀 먹은 벙어리 마냥 고개만 창 밖으로 홱 돌리자, 뭐가 그리 웃긴지 작게 웃은 사장님이 '부끄러워 하기는.' 이라고 말하며 차를 출발시켰다. 으, 오늘도 사장님 페이스에 밀려버렸다.
"오늘은 어디 가요?"
"만화 좋아해?"
"네? 네, 좋아하는데요…."
갑자기 뜬금없이 만화는 왜 물어보는걸까.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좋아하는데요, 라고 말꼬리를 흘리자, 사장님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가만보면 사장님은 참 주어 빼먹고 말 하는 거 잘 한다. 그러니까 내가 사장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지.
"사장님 저랑 수수께기 하시는 것도 아니고, 뭐가 다행인지는 말 해주시죠."
문제 내고 맞추기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안전벨트를 꼭 쥐며 묻자, 사장님이 내 쪽을 잠깐 힐끗 바라보고서는 웃음기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만화 카페 가려고."
아, 만화 카페요. 만화 카, 네? 만화 카페요?
단어만 들어봤지 제대로 가서 만화를 본 적은 없었기에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사장님이 그런 내 모습에 대수롭지 않게 응, 왜? 라고 물어왔다. 아, 아녜요. 언뜻 언뜻 SNS에서 요즈음 만화카페에서 데이트를 하는 커플이 많다고 들었는데… 또 괜히 콩콩 뛰려고 준비 체조 중인 심장을 달래고서는 고개를 저었다. 데이트는 맞는데, 커플은 아니잖아. 머리로는 그러는데 왜 자꾸 심장이 콩콩거리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황제 흥신소
"사장님, 사장님. 여기 왠지 제가 생각한 분위기랑은 달라요."
"대체 무슨 분위기를 생각하셨는데요?"
나는 조금 더 개방적이고… 개방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림막 하나 치니까 그냥 폐쇄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차 외에 이렇게 좁은 공간에 다른 사람이랑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괜히 꼴깍 꼴깍 넘어가는 침이다. '침 그만 삼키고 만화나 보세요.' 사장님의 웃음기 다분히 담긴 말에 고개를 폭풍으로 끄덕이며 가져 온 만화책을 펼쳤다. 시발, 이미 본 편을 가지고 오면 어떡해, 등신아. 괜히 힐끔, 사장님 눈치만 봤다.
아니, 내가 책을 다시 가지러 갈건데 왜 사장님 눈치를 봐? 그냥 만화만 보러 온 거 잖아. 왜 괜히 긴장하고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생각하고 있자, 만화를 보다 내 쪽을 힐끔 쳐다본 사장님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네? 네? 아뇨,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어디 불편해?"
"아뇨. 완전 멀쩡해요."
걱정스럽다는 투로 말 하는 사장님에게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서는 다시 덮었던 책을 펼쳤다. 그래, 뭐 다시 보자! 원래 만화는 본 거 또 보면서 떡밥 같은 거 발견하고 그런거지. 물론 내가 이걸 다섯 번 넘게 돌려봐서 대사 까지도 외운 부분이 있지만, 뭐 어때! 한 장 한 장 심오한 표정을 하고서는 바라봤다.
"…."
사장님 쪽을 힐끗 바라보자, 이미 사장님은 만화에 푹 빠진 지 오래인 것 같았다.
"…."
"…."
어색하다, 어색해. 조용한 상황 때문일까, 몸이 아침에 잠을 덜 잔 걸 지금 자려는 것 같았다. 산소가 부족한 건지, 지루한 건지 작게 하품을 하고서는 책을 바라봤다. '한 번 더!' 주인공이 말 하는 게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게 꼭 눈꺼풀이 감겼다가 떠졌다가 하는 것 같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딱 잠자기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너 지금 사장님 앞에서 추하게 자는 꼴을 보이고 싶은 거야? 사장님을 바라봤다.
"절대 그럴 수 없다…."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황제 흥신소
몸을 뒤척였다. 베개가 너무 딱딱해… 까지 생각을 하다가 사고 회로가 일순간 정지되었다. 베개가 딱딱해? 왜 딱딱해? 아니, 잠깐만 지금 여기 어디야, 여기 만화 카페 아니야? 휘몰아치는 생각들에 황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잘 잤어?"
사장님이 제 다리를 통통 치며 내게 물었다. 시발… 내가 저 다리를 베고… 자면 안 된다, 그러면 안 된다 생각을 하면 뭐해. 지키지를 못 하는데. 울상을 짓고서는 동공을 이리저리 회전시켰다. 사장님 제가요 자려고 한 게 아니라…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횡설 수설 하는 내 모습에, 사장님이 작은 테이블에 턱을 괴고서는 웃었다.
"아직도 졸려?"
눈을 깜빡거렸다. 몽롱한 정신이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안 졸려요! 사장님이 그런 내 대답을 듣더니 밖을 향해 고개짓 해보였다. 그럼 나갈까? 분명 두 시간 잡고 온 건데 나는 그럼 두 시간을 처 잔거냐…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앞서 나가는 사장님의 양 귀가 빨갰다. 더웠나? 헉, 혹시 내 머리가 존나 무거웠던 거 아니야?
"사장님, 저 무거웠죠."
"안 무거웠어."
"그런데 왜 귀가 빨개요… 괜히 미안해지게."
"나 귀 빨개?"
사장님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사장님이 아, 무거운 거 진짜 아니야, 진짜. 라고 말하며 먼저 후다닥 나가버렸다. 뭐야, 존나 왜 저래. 뭐, 내 머리가 무거운 게 아니라고 하니까 다행이기는 하지만…. 고개를 갸웃하며 사장님을 따라 나섰다
* 사장님의 귀가 빨간 이유를 파헤쳐보자 *
한참을 좋아하는 만화책에 시선을 뺏겨있다가 겨우 되찾았다. 언제 봐도 이 만화는 정말 명작인 것 같단 말이지. 마지막 주인공의 말에 감명을 받은 얼굴을 하고서 여주를 바라봤다. 바라봤는데… 지금 자는 건지, 나한테 꾸벅 꾸벅 인사를 하는 건지. 만화 좋아한다고 옛날에 그래서 여기 데리고 온 건데, 이러기 있기냐. 허탈한 웃음을 짓고서는 불편해 보이는 자세에 슬쩍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으응…."
나는 진짜로, 진짜로 저 쿠션에 머리를 대주려고 한 건데… 내 다리에 머리를 대며 낑낑거리는 여주를 바라보며 숨을 멈췄다. 심장이 쿵쿵 뛰는 게 도저히 멈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았다.
"김여주."
"…으응."
"여주야."
여주가 몸을 뒤척이다가 곧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이름만 불렀는데도 이렇게 떨리면 나보고 어떻게 행동을 하라는 거야.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곤히 잠을 자고 있는 김여주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거야. 내 맘도 모르고 편히 잠을 자는 김여주가 괘씸해 심호흡을 한번 후하, 하고서는…
"…."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내 다리 대여료라고 자신을 달래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아까보다 더 빨리 쿵쿵거리는 게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 어떡해."
괜히 또 열이 오르는 것 같은 얼굴을 양 손으로 붙잡고서는 실실 웃었다. 도둑 뽀뽀기는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해.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로 갈 수록 내용 산으로 간다 진짜. 여쥬의 대답은 세 번째 데이트에서도 못 들었다! 아직 세 번째 데이트 안 끝났으니까.......! 글삭 = 작가가 너무 민망하고 화가나서 글을 삭제함
오랜만에 왔다고 바로 초록글 올려주는 울 도짜님들 빠이어...
암호닉은 언제나 받습니다!!
♡ 암호닉 신청해주신 쿄쿄님, 황제펭귄님, 충성충성님, 0217님, 황갈량님, 봉봉님, 균킹님, 황도님, 뉴리미님, 랕둥이님, 브룩님, 임금님, 홍홍님, 아가베시럽님, 짝소부님, 빈럽님, 옹스더님, 0713님, 1232님, 털없조 알파카님, 유팜님, 슬님, 멍귤님, 황제뿡뿡이님, 무기력님, 미망님, 돌멩이님, 르래님, 강낭콩님, 수파루파님, 급식체님, 뿌님, 갓제흥신소님, 황제의신하님, 슬님, 샘봄님, 부깅이님, 순이님, 걀량님, 몬님, 줄리님, 자연스롭겡님, 정수기님, 각꿍님, 앵두님, 영광굴비님, 몬님, 09님, 푸딩님, 예에에님, 미녀님, 체리님, 밍밍♥님, 탱구님, 챠미님, 미녀나충성이야님, 인절미님, 민현아 어디야님, 애플사과님, 황제길따라님, 체리님, 일오님, 러버님, 쟈몽님, 황제민현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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