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을 과팅에서 만나는 게 어딨어
BREAK TIME
ⓒ전팅
하 성 운 시 점
1.
카톡방이 생겼다. 대화 내용을 보아하니 과팅인 것 같은데 황민현은 내가 그렇게 거절했던 자리에 멋대로 날 초대했다.
황민현 얘가 우리 과 요정ㅋㅋㅋㅋㅋㅋ
은지 ㅋㅋㅋㅋㅋㅋ왜 요정?
옹성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아영 왜왜?
황민현 ㅋㅋㅋㅋㅋㅋㅋ만나서 보면 알거야
홍아영 귀여워서 그런가
은지 분위기 보니까 칭찬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자리는 질색을 하던 나였지만, 뭔가 느낌이 좋았다. 자꾸 전 여자친구를 찾아대는 나한테 지쳐서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친구들의 성의도 있고 하니 자리에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쟤들 과가 성이름이랑 같은 과인 점이었다.
2.
"야... 나 뭔가 기분이 쎄해."
먼저 도착해서 앉아서 여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뭔가가 머리 뒷쪽이 쎄한게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쎄하긴 뭐가 쎄해. 넌 걍 제일 마음에 드는 애 소지품 골라. 우리가 너 배려한거다."
"고오맙다."
옹성우의 어깨를 툭 치고 담배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저녁이라 그런가 코가 쎄했다. 담배를 피는 와중에 편의점 가던 지성이 형을 만나서 몇 마디를 나눴다. 그러고 있는데 형 뒤로 지나가는 여자 두명을 발견했다. 평소 눈썰미가 좀 좋던 나는 한 번에 단톡방에 있던 그 은지라는 애를 알아봤다. 근데 그 옆은 내가 잘못보고 있는건지,
"....성이름?"
"어?"
꽤나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 어색했다. 대화 중이던 형은 나에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니라고 했다. 형은 싱겁다며 나중에 한 번 술이나 먹자하고 자리를 떠났고 나는 그 말이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알겠다고 했다. 심장이 뛰었다. 확실하지도 않은 성이름일까 싶은 추측만으로도 그랬다. 아직 성이름이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후... 설마 아니겠지."
가게 문 앞에서 긴장되서 땀이 나는 손을 닦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점차 심장이 가라앉았고 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야 하성운 뭐하다가 왔냐."
"아 미안 담배피는데 지성이형 만나서 얘기 좀 한다고."
옹성우와 얘기를 하면서도 벽에 가려진 쪽만 봤다. 점점 더 들어가면서 벽이 가리지 않을 때 쯤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한 여자애가 보였다.
"니 늦었으니까 이차 니가 쏴라."
"뭐야 여기 끝내고 이차 또 간다고?"
"당연하지. 야 뉴페이스랑 인사해라."
옆에 앉은 은지라는 애가 부추기고 그 여자애는 뜸을 들이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어올렸다.
"미친."
성이름 이었다.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진 것 같았다. 성이름이는 붉어진 얼굴로 날 노려봤다. 나도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 알았겠냐.
3.
어색하게 성이름 눈치만 보면서 앉아있었는데 옹성우가 소지품 선택을 할 폼을 잡았다. 난 그냥 핸드폰을 꺼내려고 쥐고 있었는데 계속 고민하는 듯 한 성이름이 보였다. 그러다가 나온 성이름이의 소지품은 의도치 않게 웃게 만들었다.
"풉."
실수했다 싶긴 했지만, 웃겼다. 그냥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20살 되서 성년의 날 때 사줬던 것 같은데 저걸 아직까지 들고있네.
"아 굉장히 익숙한 향수네... 내가 썼던 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정말요? 저 그거 선물받은 건데, 냄새가 너무 짜증나서... 가지실래요? 누가 저런 걸 선물로 주는지 참... 너무 센스가 없죠?"
"... 그래요? 난 괜찮은 것 같은데?"
성이름과 오랜만에 대화하는 게 반갑기도 했지만 슬슬 나도 속에서 열이 올랐다. 사줬을 때는 그렇게 좋아하더니 뭐래?
"아니요 냄새도 맡기 싫어서 깨박살 내고 싶어요."
근데 나는 안다. 성이름이는 부끄러울 때 마다 말을 더 거칠게 한다는 걸.
4.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았다. 자존심 챙긴다고 연락도 안했었던 나는 어디가고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으며 성이름을 데려다 줄 타이밍만 보는 내가 살짝 우습기도 했다.
"아... 혹시 170 안되세요...? 제가 일부러 말 한건 아닌데...미안해라.."
가끔 성이름이 아픈 구석을 건드릴 때마다 소주가 간절하긴 했지만 참았다. 시간이 흐르고 옹성우는 일부러 그러는 건지 직접적으로 성이름이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내가 소지품 고르는 애랑 팍팍 밀어주겠다며?
"난 이름이 맘에들어."
"나도 성우같은 남자 완전 괜찮지~"
중간에 껴서 이 꼴을 보자니 속이 탔다. 성이름이 나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건 당연히 아니지만 내 앞에서 다른 남자가 좋다고 하는 모습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치하지만,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아줌마 저 성운이에요.]
성이름도 왠지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헤어진 걸 말했어도 이건 아줌마가 충분히 친구로서의 충고로 받아들 수 있을만한 내용이었다.
이름이엄마 어 성운이 오랜만이네 왜?
[하... 지나가다가 봤는데 이름이가 아직까지 술을 마시고 있더라고요....]
약간의 거짓말을 섞은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냥 보내버렸다. 보내고나서 약간의 후회를 하고 있는 와중에 누가봐도 다급해보이는 성이름이 가게를 뛰쳐나왔다.
"성이름."
자존심이 밥먹여주나, 좋으면 좋은대로 다가가면 되는거지.
"데려다줄까?"
몇몇 분들이 원하셨던 성운이 시점을 들고왔어요. 아예 과거는 성운이 시점으로도 이름이 시점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가끔의 썰 뺴고는요 ㅎㅎ
요즘 감기때문에 엄청 고생중인 한 사람으로서 정말정말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ㅠㅠ 잘 떨어져 나가지도 않네요. ㅠㅠ 감사합니다.
[암호닉] 꼭 이렇게 신청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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