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한잔 하자고~"
"또 무슨일인데 꼬장이세요~"
"꼬장이라니... 말이 너무 심한거아니냐 정국아?"
"그정도?"
실없는 농담이나 하면서 우리 둘은 캠퍼스를 나란히 걷고있다. 우리를 모르는 누군가가 우리를 본다면 커플이라고 오해하겠지? 쓸데없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설렜다.
"아니. 술먹자니까? 싫냐? 이 새끼 자꾸 말돌리네."
"아 먹어. 먹자!"
나는 이제 너랑 술을 마시는게 싫은데. 아니 싫은게 아니라 불안해. 내가 혹시 취해서 너에게 내 마음이라도 말할까봐.
"예~ 오늘 수업 끝나자마자 마시는거여~"
너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서는 술술 노래를 한다.
"술이 그렇게 좋냐?"
"그럼! 술은 단짝이여 단짝. 너같은 거라고. 최고란거지."
의미없이 던진 너의 그 장난에 내마음은 요동친다. 잔잔하던 물에 돌을 던진 듯. 그렇게.
"내가 최고야?"
"그럼 우리 전정국이가 최고지."
"..."
"너만큼 날 잘챙기는 사람이 없어. 다 나 개라고 피하잖아."
그래. 너에겐 딱 그만큼일거다. 내가. 괜히 심통나는 마음에 너를 두고 휘적휘적 강의실로 걸어가니 네가 뒤에서 야 같이가 하며 뛰어온다.
"너도 나 개라고 싫어하냐~"
내가 어떻게 너를 싫어하겠니. 이렇게 예쁜 너를.
수업이 끝나고 또 신나서 어디서 마시지? 어디로 갈까? 하며 오두방정을 떠는 너를 데리고 늘 가던 술집으로 향했다.
"아 나 여기 오고 싶었는데. 역시 전정국 너는 나를 너무 잘 알고있어."
"너 매일 여기 오잖아."
또 실없는 소리. 너와 내가 늘 오던 술집에 와서 늘 앉던자리에 앉아 늘 시키던 안주를 시켰다. 몇마디를 주고 받는 새에 시킨 술과 안주가 나오고 너는 일단 한잔 하고 시작하자며 잔을 채운다. 잔이 채워지는 만큼 네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너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마치 블러처리를 한듯 흐리게 보였다.
"야. 전정국. 요즘 고민있냐?"
"어?"
"예전에는 무슨 장난치면 롸? 하면서 이상한 아저씨 표정도 짓고 어? 막 그랬으면서 요즘은 그렇지도 않고 뭐 장난만 치면 깜짝 놀라지를 않나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지를 않나 변했어."
이걸 눈치가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싶은 타이밍에 네 입술 옆에 묻은 양념이 보여 말이나 돌려보자 하고 거기나 닦아~ 하니 엉뚱한 곳을 닦는다.
"아니 거기 말고."
"...에이씨. 닦아줘."
답답하단 듯. 취기가 올라 벌게진 얼굴을 나에게 들이밀며 닦아달라는 것에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손을 뻗어 입가를 닦아주는데 이 찰나에 심장이 터져 나가는 줄 알았다.
"다 닦았어?"
너와 나의 입술이 맞닿았다.
순식간이었다. 가만히 멈춰있는 나를 향해 묻곤 대답을 하지 않는 내가 못마땅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네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너의 얼굴을 잡고 입술을 맞췄다. 너는 가뜩이나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나를 봤다. 입술이 떨어지고 어버버 하는 네가 보였다. 술에 잔뜩 취했나보다 미쳤다 전정국.
"뭐야? 취했어? 취한거야 전정국?"
"..."
"와 나 전정국 취한거 처음봐. 개신기. 너 주사가 이러냐?"
울컥. 취기로 몰아가는 통에 화가났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끊었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너는 정말 나를 친구로 보고 있었나보다. 하는 마음에 속이 상했다. 이제 어떻게 봐야하나 싶다가도 어차피 취한애로 아는데 뭐가 문제인가 싶기도 했다. 1분만에 기분이 정말 60번은 바뀌는 것 같았다. 울컥하다가 화도나다가 슬프기도하다가...
"야. 화났냐?"
딱 화가나서 그래 다 무슨상관이냐 싶을 때 네가 나왔다. 생각으론 다 X까 싶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물었던 담배부터 땅에 지져껐다.
"담배 어렵게 끊어놓고는..."
"....미안."
"야."
"어."
"나 좋아해?"
"나 좋아해?!"
짖궂은 계집애... 원망스러운 마음에 눈동자만 또르륵 굴리니 네가 더 큰 소리로 말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와중에도 너는 히죽거리며 대답해!한다. 하여튼 사이코 기질은 어디 안간다.
"어! 그래! 좋아한다! 이 눈치 더럽게 없는 계집애야! 아오... 됐냐..."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고 순간 내 눈을 맞춰오는 네 눈이 반짝 빛났다. 그리고 네가 가까이 다가와 입술을 맞췄다. 사람들이 더욱 환호성을 지르고 나는 네 허리를 잡았다. 너와 나의 진한 첫키스다.
아, 네게 취한다.
+) 추석맞이 망글입니다요ㅎㅎ
아 엄청 달달한 정국이가 막 끌려다니는 그런 글을 쓰고싶었는데 말이졍....ㅎㅎ
하유....제 필력으론 과한욕심이었던 것 같습니당...ㅎㅎ
휴......
정구가...미안해....
그래도... 예쁘게 봐주시구!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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