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꿈 00.
by. 8월의메리
늦여름의 넌, 그 어느때보다 황홀했다.
항상 탈색머리에 검정색 피어싱을 하던 네가, 검은색 머리로 염색을 하고
'누나 나 더 멋있어졌죠?'라며 웃으면서 말을 거는 네게, '고등학생이 당연한거 아니니'라며 반박을 했다. 멋쩍은 듯한 네 웃음이 좋아서 일부러 그런건 모르겠지.
그렇게 평소처럼 앞집 옆집 누나 동생 사이로 어릴적부터 지내온 우리가
말랑말랑한 관계가 되었을 쯤.
뜨거운 용암이 흐르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하는 8월의 모래사장은 그 어떤것도 충분히 태울 수 있는 날씨였다.
그 해의 어느 날,
헉헉거리는 숨소리를 뒤로한 채 '잠깐 나랑 어디 좀 같이가요, 누나' 라는 소리만 내뱉고
휘적휘적 바람에 날리는 교복은 상관없다는 듯이
너는 바다를 향해 숨소리까지 죽이며 무작정 걸었었지.
" ...."
".하.."
"..."
".. 헉헉.... 이민형..?"
".."
아지랑이 피는 아스팔트를 지나 모래 사장까지 영문도 모른 채 따라걷고 있자니 너무 힘이 든 나머지 결국 못참고
너를 불러세운다.
" 이민형 !!!"
그제서야 돌아보는 너,
서걱서걱. 한 발씩 발을 내딛을 때마다 들려오는 산뜻하게 느껴지는 모래 소리는
아무 말 없이 걸었던 그 때의 우리를,
지금의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아, 죄송해요 누나..."
힘들어보였음에도 아무렇지 않은척 눈을 마주하는 너의 표정에 힘껏 소리쳤던 내 자신이 오히려 당황해져
화가 누그러진다.
"뭐야.... 그렇게 무작정 걸어가면 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잖아."
툴툴거리는 나를 보며 넌 옅은 미소를 지었다.
'털썩'
걷는 것을 포기했는지, 아니면 원래 목적지에 도착을 했는 것인지
자리에 앉은 너는 감정 없는 손길과 함께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한 줌 모래를 만지며 다시 시선을 나에게 두곤 옅은 미소를 짓는 네가,
이상했다.
"여기에 제가 누나를 위해 숨겨둔게 있었는데...."
"..뭐?"
"그래서 오자고 한 거에요.. 선물 주려고.. 놀라게 해줄려고 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그리고 여기 이 넓은 모래사장에서 다시 어떻게 찾아."
"아, 오바. 그러게요... 왜 그생각을 못했지..."
갸우뚱 거리는 널 보며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풋 너 뭐하냐 "
킬킬거리며 괜히 민형이가 꼼지락거리던 파내던 모래굴을 툭 하고 손으로 망가뜨려 본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평소와 다름없이 장난치듯이.
그러자 모든 동작을 멈추곤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너는
눈이 금방이라도 울어버릴것 같았다.
이상했다. 너의 행동이.
그때의 난 너가 무슨 내용으로 날 아프게 할지는 몰랐지만
결국,
슬픔이란 본능이 파도처럼 커다랗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엄습해왔다.
" 민형아, ... 할 말, 있어?"
"..."
"너 오늘 이상해 진짜. 갑자기 집에서 이렇게 아무말없이......"
"누나"
"....응.. 민형아,"
"...요"
무척이나 뜸을 들이는 듯한 너가 답답했다.
안좋은 예감이 든 나는 일부러 재촉했다. 재촉하면 너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평소처럼 씨익 웃어줄것 같았다.
"뭐라구? 괜찮아. 말해봐.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쯤은 느껴지네. 연륜이 이런곳에서 나오는건가? 아, 세월이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신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괜히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노력을 하는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짓는 너를 모른척 해야 했다.
너의 입에서
" 저, 유학가요 .캐나다로."
란 말이 나오기 전 난 무방비 상태였으니.
넌 이 섬을 떠나 다른 도시도 아닌 저 멀리 캐나다로 유학 간다는 소식을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야기했을 때
지금 밟고 있는 모래가, 뜨거움이, 너무 나도 짜증이 났다는 걸 넌 평생 모르길 바래.
"여주누나.."
순간적으로 말없이 너를 보던 나에게
넌 씁쓸함을 머금은 눈동자와 함께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어.
괜히, 그냥 모든 것이 짜증이 났어. 강하게 나를 쬐어오는 햇빛도, 짭짤한 바다냄새도,
강렬한 빛 때문에 볼 수 없었던 너의 슬픈 눈빛도.
그러다 문득, 바람때문에 흩날린 나의 긴 머리가 나의 눈을 가려주었기에
다른 감정은 너에게 전달되지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괜히 웃으며 부럽다고만 답했다.
짜증이 묻어난 내 목소리가 너에게 닿을까, 혹시나,
혹시나 너를 향했던 나의 마음이 이젠 멀어져야 하는 너에게 부담이 될까,
아니.
사실 어차피 완전해질 수 없던 나의 감정에 대해 괜히 부끄러워지기 싫었던 어렸던 나의 마음은,
나는 감당할 수 없었기에.
그때 넌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입술을 달싹이며
멍하니, 그리고 다른 대답을 듣고 싶다는 표정을 본 건 내 착각이었을까.
그렇게 말이 없어진 채 파도 소리만 우리를 감싸는 고요한 그곳에서,
한참을 뚫어져라 서로를 쳐다보았을 때
넌 무슨생각을 했니.
우린 찬란하고 찬란했던 청춘이, 뜨거운 햇빛 아래 빛을 내뿜는 모래사장이, 보석처럼 찰랑이던 에메랄드 빛 바다가
그리고 우리 둘만이 세상에 존재함을 속삭이는듯한 바람결이.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임을 깨닫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죄일꺼야.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더웠던 나의 여름이, 힘차게 타오르던 그 어떤 감정이 그 해의 여름이 끝났다는 걸
그래서.
그래서 너와 난 이어질 수 없는거야.
00. Epilogu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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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 처음 글을 써서 많이 부족하고 허접하지만 ㅠ
열심히 써볼게요 !
장르는 학원물이 아니에요 ㅎ
과거랑 미래가 약간씩 교차될거같아요
그럼 궁금한점 있으시면 댓글달아주세요 답변 드릴게요~
모두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