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는 눈빛사이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빛에 꽉 안겨있어서였을까, 비추는 노을 때문이었을까 .
소년과 소녀의 뺨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있었다. 참다못한 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흠흠…. 저기…혹시 여기가 어디야?”
“……”
“ 아….너 혹시 한국말 못알아들어?”
“…….”
소년은 천천히 눈을 깜빡거릴 뿐이었다.
당황한 소녀는 잠시 생각하고는 제법 능숙한 이탈리아어로 물었다.
“어…음…..Mi dispiace, m…ma dove.. è questo? (죄송하지만 여기가 어디에요?)”
당황한 소녀의 얼굴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소년의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굳게 닫혀있던 소년의 입술이 벌어지던 순간
“풋!…크흡….큭크크크….”
밝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놀란 소년의 눈이 다시금 커지자
“Así que (그게 그러니까) …. 푸흡! 아하하하”
소녀의 웃음소리도 커졌다.
안그래도 동그란눈이 땡그랗게 변하는걸 보고있자니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문은 모르지만 밝아진 소녀의 표정에 마음이 놓인 소년도 이내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나 한국말 할줄알아.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웃음기어린 표정으로 입을땐 소년이 느릿느릿 말했다
“민형이야, 이민형.” 기억해주길 바라는, 니가 지어준 그 이름을.
“역시 한국사람일줄 알았어~ 민형? 이름 예쁘다. 나는 성이름 이야!”
한참을 웃고나니 긴장이 풀렷는지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니가 맞구나 성이름 . 정말 너로구나.
나를 기억하지는 못하는듯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아픈 기억이니 아예 잊는것이 더나을수도 .
너를 찾았으니 그걸로 됐다. 이제 집으로 갈수있다.
"반가워 이름 . 아까 이탈리아어 하던데 이탈리아에서 왔어?"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 민형이 물었다.
"응. 로마에서 살아. 너는 어디서 왔어?"
"나는....."
"너는......?"
두개의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가 대답을 재촉했다.
"나는 바다를 떠돌면서 살았어. 근데 이제 집에 가려고." 끝내 푸스스 웃어버린 민형이 돗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리스. 내가살던 그리스로 갈꺼야. 그리고 다시는 바다로 돌아오지 않으려고."
풀렸던 표정은 어느세 결심으로 단단해져 있었다.
"혹시 실례가 되지않는다면, Non mi iscriverai nel mio ultimo viaggio, Girlie? (나의 마지막 항해에 함께해 주시겟습니까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