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안녕, 흑백이던 나의 삶의 구원자.
[ 뉴이스트 / 렌 / 최민기 ]
안 나 라 수 마 나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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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웹툰 ‘안나라수마나라’를 모티브로 쓰여진 글입니다. 들었어? 5반에 걔... 나 걔랑 같은 초등학교 나왔잖아. 내 친구한테 들은 건데 걔네 집 원래 ...였대. 어쩐지. 평소에도 뭔가 음침하더라니... 내일이면 학교는 웅성거릴 것이다. 학교의 위신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선생들은 아이들의 입을 막으려 부단히도 노력할 것이다. 그래도 가벼운 입들 사이로 나의 존재는 추측과 소문으로 부풀려지고 뒤덮일 것이다. 하지만 그도 잠시, 나에 대한 기억 역시 기억 저편 어딘가로 사라질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사람이란 원래 이기적인 존재이니. 그렇다. 나는 오늘 죽는다. 가을이구나. 죽음과 생의 경계에서 든 생각은 어이없게도 계절감에 관한 생각이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그 동안 계절이 바뀌는지도 몰랐나보다. 너무 지치고 괴로워서. 밤의 강물은 깊고 어두웠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 낮에 강물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참, 예뻤는데. 흔히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주마등 같이 스치는 기억들을 마주한다고 하던가. 그 동안의 기억들이 얼핏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괴롭고 힘든 기억 뿐이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내겐 그 정도의 미련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물을 마주하고 나서도 일말의 공포감이나 후회는 들지 않았다. 피식, 실소가 나왔다. 나는 정말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아니었나보다. 심지어 나 자신에게조차도. 3년 전에, 제일 힘들어 했던 게 뭐였는지 기억나? 기억, 잘 안나지? 다 그런거지 뭐.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에 문구가 비쳤다. 그러게. 그렇게 생각 안났으면 좋았을텐데.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덮어버린 기억은 사람을 갉아먹는다. 그렇게 갉아 먹어서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자살방지문구라는 글귀마저, 그 자리에 선 사람들을 비웃고 있었다. 아, 이제 답지않은 감상은 끝내자. 피곤해... 난간 위에 손을 올렸다. 하나. 그리고 발을 올리고, 둘. 그리고 셋,에 손을 뗀 순간, 누군가 뒤에서 나를 끌어 안았다. 당신, 시선의 끝에는, 마술을 믿습니까? 네가 빙긋이 웃으면서 서 있었다. 생과 사의 경계 그 순간에 마주한 너의 웃음은 역설적이게도 참 빛이 났다.많이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제시 둥글게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피드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