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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물갈이가 이렇게 끝이 났네여* |
[블락비/피코] 안녕,병신아
10
" 쌤! 수학 문제집 추천좀 해주세요"
공부도 안할거면서 수작은.
수업 중간 약간의 쉬는 텀에 빳빳히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경이를 생각 없이 쳐다보다가, 횡하니 비어있는 반대편 책상위를 두어번 쓸었다. 맨들맨들한 감촉에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딱딱한 나무질감.
책상끄트머리에 샤프로 끄적여놓은 가벼운 대화들을 눈으로 읽어보다가 지렁이가 기어가는 글씨들에 살풋이 웃었다. 이젠 그냥 글씨만 봐도 지훈의 낮은 음성이 머릿속에 웅웅거리며 울리는게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샤프꼭지를 엄지로 꾹꾹 누르니 적당한 크기로 나와있는 얇은 흑연심. 아무것도 쓰여지지않은 공책 뒷장을 펴서 반듯한 글씨로 의미없는 모음과자음들을 나열해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최진리를 좋아하는것같아.. 맞나?}
{지훈= 그냥 친한친구}
{친한 친구끼리 키스도 해? 박경이랑 한다고 생각하면.. }
우웩이다, 진심으로 . 구역질이 날뻔했다. 오이놈과 키스라니. 혼자만의 상상이였다지만 밀려오는 민망함에 큼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근데 왜? 왜 지훈이는 괜찮았던걸까. 그걸 떠나서 왜 기분이 좋았던거지? 아아-모르겠다 너무 복잡해.
인상을 구기며 신경질적으로 낙서위에 찍찍 아무렇게나 사방으로 선들을 그려넣었다. 글씨가 덮어져서 나 이외에는 그 아무도 볼 수 없게끔.
예전의 지호라면 수업시간에 도저히 용납 할 수 없는 행동들이 었지만 어찌된것이 공부에 의욕이 없어진 느낌이다.
버릇처럼 손톱도 잘근잘근깨물었고, 다리도 달달 떨렸다. 5분 남았다. 이제 조금만..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수업이 끝날 시간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굉장히 위급한 일이라도 생긴것처럼 5초에한번씩 왼손에 찬 손목시계를 쳐다보던 지호가 순간 느껴지는 한심함에 얼굴을 위아래로 쓸었다.
믿었던 자신에 대한 혼란. 여태까지 여자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언젠가부터 지훈이 친구이상으로 느껴지는, 오묘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감정선.
' 아,걔? 존나 아파서 못나왔댄다. 감기래. "
별거아니란 듯 찬열이 말했다.
트레이드마크인 곱슬머리를 흔들며 실실 웃는 얼굴은 장난끼가 가득 묻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다. 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심장이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듯한 그리 좋지만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석유처럼 찐득찐득거리는 마음은 싹다 타버린것 같았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랬다.
지훈과는 친구사이라고 딱 선을 그어놨으니, 전혀 찔릴 것이 없었음에도 왜, 걱정되냐? 라는 물음에 우물쭈물 대답을 제대로 못한것도 후회가 됬다.
긴장해서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생각해보니 그자리에 서서 꼼짝도 못하고 있으니까 눈치 빠른 준홍이 노란병아리모양 포스트잇에 지훈의 주소를 적어 손바닥에 붙여줬었던 것도 같다.
제발.. 기도와도 같은 중얼거림이 허공으로 흩어진 순간 교복바지 뒷주머니에 꼬깃꼬깃한 종이 쪼가리가 지호의 손에 잡혔다.
*
하..하,학생입니다- 아주 형식적이고 단아한 목소리가 중간중간 짧게 끊어져 나왔다. 어느한 부분이 감전된것 마냥 덜덜 떨리는 걸보니, 아무래도 버스카드 인식기가 고장이 난 모양이었다.
지호는 평소에 이런 사소한 것들을 신경쓰는 인간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오늘따라 예민한 신경 때문인지 개미만큼 작은 소리도 자동차 경적 소리만큼 세배는 더 크게 귓속을 울렸다.
창밖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풍경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호등을 지나가는 사람, 전광판이 켜진 노래방, 빼빼마른 나무 몇그루. 평소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별거 아닌 것들.
지호는 학교에서 지훈 때문에 공부를 한자도 못했고, 가야할까 말아야할까 점점 커져가는 내적갈등의 심화에 결국 자신의 집방향과 완전히 반대쪽에서 버스를 잡아야했다. 미쳤다, 안된다 하면서도 지훈이 얼마나 아플지 너무너무 걱정이 되서 견딜 수 가 없었다.
이대로 집에 가다가는 공부도 제대로 않될것 같았고, 잠은 한숨도 잘 수 없을것 같았다.
지훈과 입맞춤을 하기전 약간 감기기운이 돌아서 약을 먹고 있었는데, 그게 설마 자신때문에 옮겨서 학교를 못나왔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벌써부터 커지는 미안함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번 운다던데 지훈때문에 울어본게 두번이니 이번만큼은 참아봐야 겠다는 생각에덜컹덜컹 움직이는 버스안에서 죽을 담은 쇼핑백 끈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꼭 주었다.
[논현동 샤론아파트 16층 1604호]
출입구가 열림과 동시에 차가운바람이 지호의 뺨을 할퀴었다. 노란색 종이에는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지훈의 집주소가 쓰여져 있었고,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이팅! 이라며 준홍이 직접쓴듯한 문구도 포함 되어있었다. 지호는 아파트 주소를 몇번이나 보고 외운뒤 종이를 곱게 접어 패딩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지훈의 아파트는 의외로 버스정류장 기까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몇걸음 가지도 않은것 같은데 벌써 도착 지점에 다와간다. 그럴수록 걸음은 빨라져야 정상이건만, 지호의 발걸음은 더 축축 처지고 느려졌다.
한번 와봤던 곳이지만 처음왔을 때도 이렇게 낯설지는 않았던것 같은데왠지모르게 그런 느낌이 심하다. 엘레베이터에 올라 타자마자 재빨리 16층을 누르고 거울로 얼굴을 살폈다. 울음을 참느라 열심히 비벼대서 발갛게 되어버린 눈가와 오늘따라 더 못생겨보이는 얼굴.
긴장을 푸려고 입안에 공기를 빵빵하게 부풀렸다가 내뱉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 영원히 열릴것 같지 않던 차가운 철문이 스르르 열렸고, 누군가와 어깨가 부딫혔다.
" 아, 씹.. "
지호의 숙인 시선 끝에서 누군가의 슬리퍼가 보였다. 그 옆에는 꽤 묵직해보이는 초록색 쓰레기봉투가 덜렁덜렁 공중에 살짝 떠있었다. 잠깐의 정적 끝에 지호가 사과를 할 요량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고, 상대도 상당히 귀찮고 무기력한 표정을 짓고 지호를 쳐다봤다.
엇비슷한키, 남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건들건들하게 서있는 폼새를 보아하니 이건 분명히 지호가 그토록 걱정하고 있던 사람이이었다. 놀란건 놀란거지만 편한 추리닝복 차림에 지훈이 그렇게까지 아파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 부터가 먼저 들었다.
안심한 지호의 얼굴을 헛것이라도 본것마냥 하염없이 쳐다보던 지훈도 놀랐는지 잡고있던 봉투를 바닥에 떨궜다. 모자의 챙때문에 그 잘생긴 얼굴은 어둡게 그늘이 져있었다. 눈이 가늘게 뜨여져서 확인이라도 하려는 모양인지 지훈이 지호의 팔을 덥석 잡았다.
" 지, 지호야. 여기까지는 왠일이야? "
" 니가 많이 아프다길래, 아무래도 걱정이 되서.. 근데 별로 아파보이지 않는것같네, 정말 다행이다."
이거 먹어, 죽이야. 지호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쇼핑백을 지훈에게 건내줬다. 그제서야 지훈이 상황을 눈치채고 곧 죽어갈 사람처럼 연신 기침을 해댔다. 콜록 콜록, 아 근데 병문안 왔다며 그냥가게? 서운함이 가득 담긴 지훈의 말마디에 눈치라고는 더럽게 없는 지호가 웃음기를 머금으며 응! 하고 대답한다.
이대로 보내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에 엘리베이터에서 지호를 꺼내고 한쪽 손으로 벽을 짚으며 시한부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서 쿨럭 거리기 시작했다.
"쿨럭, 너무.. 아파서 .. 간호해..줄 ..사람 ..콜록...아무도 없어..집에..."
글자가 뚝뚝 끊겨서 나오는게 아까 봤던 버스인식기보다 더한것같았다. 그제서야 지호의 얼굴에 걱정이 서려졌고, 숨쉴 틈도 없이 기침을 하던 지훈이 이때다 싶었는지 현관문 도어락을 열고서 집안으로 지호를 끌어당겼다.
이왕 병문안 온거니까, 나 좀 간호해주고가. 맥아리 없는 닭처럼 힘없이 웅얼 거렸더니 지호가 망설임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지훈에게 한줄기 희망이 보였다. 이제 좌우명도 바뀌었다. 백번찍어 안넘어오는 나무 없다로
작가님의 말 ㅎ |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ㅎㅎ 물갈이가 끝났네여 언제또 암호닉 모집할지 몰라여 ~룰루~신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까지 이러고있네요 ㅋㅋㅋ잠이안와 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모티는 브금 안나오나여? 제폰이그래서여 ㅋㅋㅋㅋㅋ 베레기라 그래여 이해해여 ㅎ
흡 ㅠ.ㅠ |
아 그리고 깨달은거 |
제가 혹시몰라서 한번 다른 필명으로 써봤거든요?ㅋㅋㅋㅋ 아근데 ㅋㅋㅋㅋ 이게뭐람 ㅋㅋㅋ 댓글이 이거에 삼분에 일도 안되는거 있져 ㅋㅋㅋ 진짜 이게 거품인가 생각했다니까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포기하지않아 그필명으로도 연재하겠어 ..좀 상실감이 들긴하지만 ㅋㅋㅋㅋ 안병이 초반에 너무 이상할정도로 제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대박을 쳐서 ㅋㅋㅋㅋㅋㅋ 뭐 ㅋ 쿨하게 ㅋ 아근데 진짜 아직도 이게 왜 중박을 쳤는지 이해가 안가네옄ㅋㅋㅋㅋㅋㅋ
왜지?,,,, 왜 같은 사람이 필명만 바꿨을뿐인데...다를까여....의문임...
필명 안알려줄꼬얌 뿌잉뿌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