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어머니는 돌아오실까?
그럼. 약속했잖아. 꼭 돌아오실 거야.
그런데, 형. 왜 나는 그 날 어머니가 우리에게 한 말이 마지막 인사 같을까.
이민형, 그리고 이동혁. 두 형제는 똑같은 어머니에 똑같은 핏줄을 반 나누어 가진 형제였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머니의 성격은 반쯤 빼다 박았음이 틀림없었다. 영악함과 순수함. 그 사이 어딘가를 가로지르는 또 다른 무언가.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삶을 산 이들은, 잘못이라는 걸 알지 못했고, 죄책감 또한 가져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이들의 어머니를 쏙 빼닮은 것이 정말 맞을지도.
일개 천사 나부랭이에 불과했던 두 사람의 어머니는 자신과 같은 하급 천사를 사랑했고, 지옥의 군단을 이끄는 지옥의 군단장에게 사랑을 받았다. 한 살 형인 민형은 천사와 천사 사이에서 태어난 별 볼 일 없는 아이였고, 동생인 동혁은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악마 중에서도 그리 낮지 않은 계급을 자랑하는 상급 악마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
영악한 그 천사는 자신이 천계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다. 물론, 자신의 뱃속에서 나온 두 아이도 그저 천사와 천사 사이에서 나온 평범한 천사라고 생각하게 했지.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얼마 가지 않았다.
민형이 처음 뱃속에서 나와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주변 천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벌리고 찬사를 날렸다. 이 아이는 대천사가 될 운명이에요. 새까맣게 물든 흑빛 눈동자와 백옥같이 새하얀 피부. 곧게 앙다문 입술까지. 어디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아이였다. 천사는 기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천사의 뱃속에는 또 다른 생명 하나가 자라나고 있었다.
...세상에!
여자가 악마와 밀회를 했다! 천사의 자궁에서 사탄이 나왔어!
죽음을 몰고 태어난 아이다. 어서 죽이지 않으면 천계는 끝이 나고 말 거야.
두 번째 아이는 말 그대로 사탄의 모습을 하고 태어났다. 천사의 아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쪽이 시뻘건 핏물 색으로 물든 적빛 눈동자를 가지고. 모든 이가 그 갓 태어난 핏덩이와 천사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비난했다. 죽여라! 죽여라! 양쪽 다 깡그리 불태워라! 더러운 핏줄!
하지만 천사와 사탄의 아이는 죽지 않았다. 전지전능하시고 고귀하며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넓은 마음씨를 가진 대천사께서 아량을 베풀어주셨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아이들이 충분히 자랐을 때 귀양보내고, 아이는 우리와 똑같이 대하라.
두 형제는 그 이후로 바깥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 민형은 몰라도 동혁은 그러했다. 악마를 뜻하는 붉은 머리색과 반쪽 눈은 적빛을 띠는 강렬한 눈동자. 저 자신의 처지가 참을 수 없이 슬프고 초라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형이 있으니까. 외롭지 않아, 외롭지 않아...... 외로워.......
형제가 각각 열여섯, 열다섯이 되었을 때, 그들의 어머니는 천계 어느 구석탱이로 귀양 보내졌다. 평생 그곳에서 썩어 잘못을 반성하라는 대천사의 거부할 수 없는 명이었다.
엄마 없어도 밥 잘 챙겨 먹을 수 있지? 민형이가 동혁이 잘 챙겨주고... 사랑해, 우리 아들. 엄마 곧 올게. 금방 다녀올게. 사랑해, 사랑한다...
이것이 두 형제가 제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그 날 이후, 그 작은 집 안에는 떠들썩한 소리 하나 흘러나오지 않았고, 쥐새끼 하나 굴러다니지 않았다. 오직 기댈 곳이라고는 등받이가 되어주는 서로뿐. 동혁이 느리게 눈을 감았다. 어리숙한 짙은 눈망울이 힘없이 떨렸다. 그리고는 다시 느리게 천장을 바라보았다.
“형.”
“응.”
“나 이제 알았어. 어머니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거야.”
“아니야.”
“아니, 맞아. 애초부터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형이라면 몰라도. 나는 악마의 자식이니, 내 운명은 악마의 운명인 거야.”
“동혁아.”
동혁의 침묵을 끝으로 형제는 서로에게 등을 돌렸다. 아니, 동혁의 일방적인 거부였다. 시간이 지나서 두 형제가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된 건 두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최후의 승부처, 그 앞이었다.
“...이동혁.”
“미개한 천사 주제에 잘도 사탄의 이름을 그 입에 담는군. 깨끗하다고 자부하는 그 주둥아리에서 더러운 이름이 나오는 걸 들으니 기분 꽤 새로운걸.”
“...어딜 감히 위대한 대천사의 앞에서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있지. 일개 군단장 주제에.”
“우리는 당신의 권위를 인정하지 못하는 혁명군이니, 내가 당신에게 고개를 조아릴 필요는 없지.”
어렸던 두 형제는, 각각 대천사와 군단장이 되어, 같은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날개를 가진 두 사람은 가장 윗자리에서 자신들의 부하를 이끌고 명예롭고 자랑스런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천사와 악마의 싸움이 시작되는 총성이 강하게 울렸다.
'ㄱ'
제가 너무나도 조아하는 삼각관곈대요
뭐 그렇다고요...............
따흑 제목이 디어 마이 테레사인 이유는,
여주 세례명이 테레사이기 때문입니다....
아 발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