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her::07
아, 그건…. 우물쭈물하는 지훈을 보던 지호가 입술을 쭉 내밀고 캔을 쥐고 있던 손을 빼냈다. 따뜻했던 손이 없어지고 시원한 캔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멍이 든 볼에 캔을 몇 번 굴린 지훈이 테이블위에 캔을 올려놓았다. 뾰루퉁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지호에게 해명을 하려는 순간 테이블위에 올려놨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액정 위에 지혜의 이름이 뜨고 지호와 지훈이 휴대폰을 바라봤다. 받아야 되나, 지호의 눈치를 살피던 지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몸을 의자등받이에 기댄 지호가 휴대폰을 지훈에게 건넸다. 뭐해, 전화 안 받고.
“ 어… 고마워. 여보세요. ”
‘ 지훈아! ’
밝은 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학원 끝났는데 데리러 올 수 있어? 학원 밑에 또 걔네들 와있어서…. 알았어, 지금 학원 근처에 있는 편의점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응, 얼른 와. 전화를 끊고 멀뚱히 저를 바라보고 있는 지호를 바라봤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지훈을 보고 테이블위에 놓인 막대를 들고 일어나 쓰레기통에 넣고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멍하니 지호의 뒷모습을 보던 지훈이 같이가! 하며 뛰어가 지호의 어깨를 붙잡았다.
" 더워, 어깨 잡지마. "
어깨에 올려친 팔을 쳐낸 지호가 걸음을 옮기자 지호의 눈치를 본 지훈이 뒤를 쫓았다. 조울증 있나…? 지호의 어깨를 손가락을 툭툭 건드리니 인상을 구긴 지호가 뒤를 돌아봤다.
" 왜. 이번엔 또 뭐야. "
" 이거, 마셔. "
급하게 챙겨온 지호가 사줬던 캔을 따 지호에게 내미니 캔을 바라보던 지호가 고마워, 하며 음료수를 마셨다. 음료수를 마시며 걷는 지호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지호의 보폭에 맞춰 길을 걷던 지훈이 학원 앞 신호등에서 걸음을 멈춘 지호를 따라 멈췄다. 길 건너편을 보고 있던 지호가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봤다.
" 왜 멈춰? "
" 니가 멈췄잖아. "
나 집에 갈 거야. 넌 니 여자친구 데리러 가야지. 퉁명스럽게 얘기하는 지호를 본 지훈이 인상을 썼다. 지호도 지지않으려는 듯 인상을 구기고 지훈을 쳐다본 뒤 고개를 돌려 앞을 쳐다봤다. 그런 지호를 노려본 지훈이 신호가 바뀌고 길을 건너려는 지호의 손목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주저앉은 지호를 가만히 보고 있던 지훈이 으으… 하며 앓는 소리를 내는 지호를 보고 왜 그러냐며 따라 앉았다. 지훈이 잡고 있던 제 손목을 거칠게 빼낸 지호가 잡혔던 손목을 반대쪽 손으로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이유를 몰라 그저 지호를 바라보던 지훈이 전화가 오는 제 휴대폰을 꺼냈다. 지혜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지훈아 어디야? 나 지금 학원 앞에 있는 신호등인데, 상황이 좀… 그래서 못 올라갈 거 같아. 알았어, 내가 내려갈게. 응.
전화를 끊고 여전히 제 손을 붙잡으며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은 지호를 보고 뒷머리를 헤집었다. 시발, 왜 이러는 거야. 이유를 몰라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지훈이 혀로 입술을 축이고 학원 옆에 있는 골목을 바라봤다. 지호와 오래있지 않았으니 아직 제 친구들이 골목길에 있을게 분명했다. 지금이라도 가서 아무나 데려올까? 아, 근데 걔네는 우지호랑 안 친하잖아. 지혜 오면, 부탁해야겠다. 적어도 거절하진 않겠지. 아랫입술을 깨물고 학원 문을 바라봤다. 계단을 내려온 지혜가 지훈을 발견하고 밝게 웃으며 뛰어오다 주저앉은 지호를 보고 걸음을 늦췄다.
" 우지호 아니야? 얘 왜이래? "
아, 그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지훈이 말끝을 흐리자 지혜가 지훈의 옆에 서 무릎을 굽혔다. 저를 보고 인상을 쓴 지혜의 꼭 또 싸웠지? 하며 저에게 속상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괜히 지혜의 시선을 피한 지훈이 고개를 든 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지훈에게 잡혔던 손목을 꽉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 지호가 저에게 괜찮냐며 물어보는 지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신호를 기다리는 지호가 지훈과 지혜를 쳐다봤다. 지훈에게 팔짱을 끼고 앞을 보며 저를 힐끔 쳐다보는 지혜와 잔뜩 화난 표정으로 신호등을 바라보는 지훈을 보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신호가 바뀌자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넌 지호가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지호가 들어간 골목길어귀에 서서 지호를 바라본 지훈이 여전히 저한테 붙잡혔던 손목을 꽉 잡으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작아 보인다고 느꼈다. 얼른 가자, 하는 지혜의 말에 어…어. 하며 길을 가려다 다시 지호를 쳐다봤다.
제가 잡았던 손목은 왼쪽 손목이었다.
-
교실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일찍 와서 그런가. 항상 늦게 오는 지훈이 봐오던 교실은 학생들로 가득 찬 교실이었는데 아무도 없는 교실을 보니 낯선 느낌이었다. 빈 가방을 책상에 걸어놓은 지훈이 책상 위에 두 팔을 베고 누웠다. 자고 일어나면 우지호가 있겠지.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다. 평소에 저답지 않게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감겨오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쉬는 시간이었는지 주위가 시끄러웠다. 뒤를 돌아 지호의 자리를 바라본 지훈이 빈자리에 공부를 하던 제 짝의 어깨를 툭툭 쳤다.
왜… 왜 그래?
우지호.
어?
우지호 안 왔어?
응. 병결이라는데….
아, 시발.
지훈의 눈치를 살피던 짝을 보고 인상을 쓴 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뒷자리 책상에 부딪혀 큰 소리를 내는 의자소리에 시끄럽던 교실이 조용해졌다. 교실 밖으로 나간 지훈이 주차장 구석에 가 담배를 태울 생각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계단을 올라가던 태운을 보고 걸음을 멈추자 제 앞에 태운이 서 있었다. 큰 키에 제가 한 계단 위에 있었음에도 눈높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대충 숙여 인사한 지훈이 저를 보고 인상을 쓴 태운을 보고 똑같이 인상을 썼다.
" 표지훈. "
" 네. "
너 우지호 알지.
제 태도에 대해 뭐라 할 거라고 생각했던 지훈이 의외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지훈을 쳐다봤다. 그런 지훈을 본 태운이 한쪽 입 꼬리를 올리고 입을 열었다. 우지호랑 친하게 지내지마. 선배가 상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관둬. 뭘 관두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우지호, 니가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애 아니야. 내 말 안 들으면 너 후회할걸.
뭐, 니가 싫다면 할 수 없는 일이고. 지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태운이 계단을 올라갔다. 고개를 돌려 계단을 올라가는 태운의 뒷모습을 봤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애…. 시발, 그건 또 뭐야.
77ㅑ |
1
화요일에 올린다고 해놓고 목요일에 올렸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로그인이 튕겼어요... 계속 새로고침해서 로그인 되면 글잡 누르고 글쓰기를 누르니까 로그인을 다시 하라고 해서 30분동안 씨름했다 화나서 때려쳤어요 내가 그렇게 싫더냐!!!!!!왜 로그인을 못해!!!!!!!
....앞으로는 약속 잘지킬게여...
2
우지호 조울증
3
앞으로는일찍 오겠씁니다 기다리게해서 죄송해요ㅠㅠㅠㅠ 사랑해요...S2
피코섹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