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로맨스
W. Risque
티격태격 로맨스, 고딩편!
자고로 연애는 티격태격해야 제맛이래요.
도대체 누가요?
얘네가요!
02. '페어플레이' 가 꼭 경기에서만 쓰이라는 법은 없다
성규가 옥상으로 불려갔단 그 날 이후로,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우현이 뜬금없는 친구 선언을 한 날 부터- 우현은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지도, 중간에 밖으로 빠져 나가지도 않았고, 학교는 적어도 8시 30분까지 와서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느껴지던 독한 담배 냄새는 어느새 달콤한 딸기향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죽하면 그의 친구인 호원이 '남우현 취향이 딸기향일 줄은 몰랐는데.' 라며 이죽거렸을까. 우현이 수업 시간에 책을 피고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들은 그가 교실에 제대로 앉아있는 것조차 놀라운 듯했다. 물론 나도 남우현의 급격한 변화에 놀랐지만. 남우현은 수업 시간에 공부를 하지 않는 대신에-
"……."
"……."
나와 가끔 이렇게 눈이 마주치곤 했다. 사실 가끔이 아니라, 꽤 자주. 내가 나를 쳐다보는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항상 남우현이 있었다, 하지만 남우현은 내 눈을 피하지 않았고, 마침내 눈을 먼저 돌리는 사람은 늘 나였다. 모두들 남우현의 이상한 변화에 감탄하고 놀랐지만, 나는 겉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백 번 천 번 놀랐지만. 그리고 나는 요즘, 옆 반에서 게속 나를 찾아오는 김명수에게 신경 쓰기 바빴다. 김명수와 처음 말을 했던 계기도 남우현이었다. 남우현이 나를 옥상으로 데려 오라고 해서- 그래, 거기서 끝일 줄 알았는데…. 김명수는 하루가 멀다하고 수학 문제집, 과학 문제집 등 과목을 바꿔가며 문제집이나 자습서를 들고 와서 나한테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건 어떻게 푸는 거야? 왜 이 문제 답이 4번이야? 중요 문제 좀 집어주라. 등 내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놈이었다. 매우 귀찮은 일에다가 신경이 쓰였지만 그냥 돌려보내자니, 공부 좀 하려는데 무시하는 재수없는 놈이 될 것 같고, 가르쳐주자니 이 자식은 기초가 없는 것 같았다. 그냥 아무 문제나 무턱대고 들이대는 느낌이었다. 하아….
"이거 너 문제집 맞아?"
"…왜?"
"그야 이거는 …,"
최상위 문제들만 모아둔 문제집이니까. 나도 안 푸는 문제집인데다, 저런 문제들은 시험에 나오지도 않아서 괜히 시간 낭비라 패스하는데…김명수가 풀리가 없다. 문제집 안 쪽을 펼치자 나오는 책 주인의 이름. 역시 제 것이 아니다. 한숨을 푹 쉬며 김명수를 쳐다보자 움찔 하며 고개를 숙인다. 만약 얘가 강아지였다면, 귀와 꼬리가 축 처져있었을 것이다. 일진 새끼들이라더니 온통 싱거운 녀석들 뿐이다. 꽤나 순한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김명수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고선 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제서야 김명수는 실실거리며 제 교실로 돌아갔다. 일진은 개뿔, 애다 애. 나와 김명수가 그럴 때마다 뒤에서는 뒷통수가 뚫릴만큼 째려보는 남우현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건 무시하면 됐다. …아마도?
그 녀석들과 밥을 먹고, 틈틈이 옥상에도 올라가고- 물론 나는 그 위에서도 문제집을 놓지 못했다, 서로 말도 하면서 친해지고, 녀석들이 싸움을 하고 올 때마다 구급 상자를 들고 나타나 소독을 해주는 것 내 몫이 되었다. 또한 이 자식들이 그렇게 나쁜 애들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저 조금 삐뚤어진 멍멍이들, 속은 순둥이같은 놈들.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한 달은 금방 갔고, 우리 학교는 체육대회를 준비를 하기 바빴다. 체육이라면 끔찍히도 싫어하는 나라서, 그늘이 진 스탠드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을 생각이었다.
"우리 반 주종목은 어떤 걸로 정할래?"
"계주!!!!!!!!"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
"체육대회의 꽃은 계주지!!!!!!!!!!!!!"
반장인 성규가 칠판 앞에 서서 경기 종목과 우리 반만의 응원 구호나 티셔츠를 정하자고 말을 늘어놓자, 교실이 금방 시끌벅적해졌다. 시끄러운 것을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닌 성규는 인상을 찡그리며 분필로 교탁을 톡톡 두드렸다. 그것도 분필이 부러질까 아주 약하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질러봤자 금세 시끄러워질 아이들이었다. 성규는 굳이 내가 말릴 필요는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칠판에 삐딱하게 기대어 섰다.
"좀 닥치자."
우현의 싸늘한 목소리에 시끄럽던 아이들이 한 번에 조용해졌다. 성규는 갑작스런 고요함에 오-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이들은 서로 우현의 눈치를 보며 헛기침을 하거나 아니면 성규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내었다. 왜? 남우현은 김성규에게 껌뻑 죽으니까. 하지만 성규는 이 때다- 하며 아이들에게 체육대회의 규칙 및 주의 사항들을 읊어나갔다. 남우현이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우현이 친구 선언을 한 날 부터, 우현은 성규에게 말을 걸고 장난을 치고, 그리고 하교도 같이 하자며 매일 졸라댔다. 물론 반절을 씹혔지만. 그렇지만 우현은 끈질기게도- 귀찮은 것은 질색 팔색이라며 거부하는 성규에게 불쌍한 강아지 표정을 지으며 낑낑댔다. 이게 어딜 봐서 양아치 남우현이야. 성규가 한숨을 쉬며 알겠다는 대답을 하면 그제서야 다시 표정이 밝아지면서 쫑알쫑알 말을 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반 아이들을 대하는 우현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랐다. 그 동안 너무 익숙하게 생각해왔나보다. 성규는 우현이 무섭긴 무섭구나- 하며 칠판에 투표할 종목들을 적어나갔다.
"자, 이제 투표를 할 건데…."
그 때, 앞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며 명수가 들어왔다. 성규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고, 우현은 인상을 찌푸렸으며 여자애들은 꺅꺅거리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남의 교실에 들어와서 성규의 자리에 앉은 명수는 참으로 배짱이 두둑했다. 아무리 자습 시간이라 선생님이 안 계셔도 그렇지…뭐야 이 또라이는. 성규는 헛웃음을 지으며 명수에게 말했다.
"뭐야 너?"
"우리 쌤이 없던데."
"그래서?"
"너 보러 왔지."
어, 그러냐. 성규는 무심하게 뒤를 돌아서 대회 종목들을 마저 적었다. 김명수의 말을 더 들었다가는 동물과 대화를 하는 기분일 것 같았다. 으으, 투표하는 거 귀찮은데…. 성규는 분필을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종목들을 부르면 손을 들라고 했다. 투표 결과에 따르지 않으면 전교 회장의 권력으로 체육대회에서 추방할 거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기면서 말이다. 나 대신 제대로 세어 줄 놈은 단 한 명도 없겠지. 으휴…한숨을 푹 내쉰 성규가 투표를 시작했다.
"왜 왔냐?"
"너 보러."
"좆까."
말했잖아, 김성규 보러 왔다니까? 나도 고자되기는 싫거덩- 미소짓는 명수의 확답을 듣자 우현이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시시껄렁한 농담일 줄 알았는데 진심인건가? 우현은 오늘따라 명수의 웃는 얼굴이 보기 싫다고 생각했다. 김명수도 김성규를 나와 같은 감정으로 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아니 뭐 정확한 건 아니지만. 다른 새끼들도 아니고 제일 친한 김명수라 때릴 수도 없고.
"남우현."
"뭐."
"페어플레이 하는거다."
알겠지? 라고 말하며 우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는 명수였다. 우현은 명수의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페어플레이라…그래, 꼭 운동할 때만 페어플레이를 하는 건 아니니까. 재밌겠다.
사담 |
ㅇ..ㅏㄴ녕하thㅔ여? 벌써 2편을 들고 왔어요'ㅅ'...ㅠㅠ반겨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어제 댓글이 좀 달려서 꽤나 행복했답니다. 저한텐 댓글은 큰 응원이 된다고요ㅎㅅㅎ 현성엘 얘네들...어떻게 될까요. 후 바로 3편이 쓰고 싶네요ㅠㅠㅠㅠㅠㅠㅠ 3편은 제 홈에는 미리 올려둘 예정임네당!!! 응원과 댓글 감사히 받겠서용*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