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안녕하세요!” ‘아 어 안녕.’ 학생회의실로 들어오자마자 정세운에게 밝게 인사하는 여자애는 1학년 신입생이다. 첫 학생회의때 정세운을 보자마자 반했다며 저렇게 꼬박꼬박 인사한다. 참 밝다. 조금은 요란한 목소리처럼 들린다. 내가 꼬인건가? 그런 인사를 받아주는 정세운은 무표정으로 항상 받아준다. 내가 봐도 참 뻘쭘할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여자애는 그마저도 좋다고 실실 웃는다. 풋풋하네.. 혼자 서서 멍때리고 있자 정세운은 서서 뭐하냐며 내 팔을 잡아 이끌어 자신의 옆자리에 앉힌다. 힘없이 끌려온 나는 잠시 여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왠지 나를 못마땅하게 보는 눈치였다. 그런 눈빛에 나는 옆에 있는 정세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런 눈빛에 정세운은 ‘왜’ 라며 무뚝뚝하게 내뱉었지만 나는 그냥 고개를 도리도리 지었다. 만약 여자친구가 그랬다면 넌 그냥 내뱉는 형식이 아닌 물음표가 들어간 형식이였을까. 한시간동안 멍때리며 회의를 마쳤다. 오늘따라 우울하다. 왜이러지? 요즘따라 기분 참 이상하다. 평소대로 똑같이 흘러가고 옆에 있는 정세운은 늘 똑같은데 나만 변한것 같다. 원래라면 시끄러울 나인데 아무말없이 교실로 향하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건지 눈치 빠른 정세운이 걸음을 늦추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어?” “..어? 아니.” “항상 실실 웃고 다니는 애가 왜그러냐.” “..난 뭐 맨날 웃어야되냐.” ‘응. 성이름이는 그게 더 잘 어울려. 지금 분위기 잡는거 완전 별로다.’ 정세운의 말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풀어줄려고 애쓰네 정세운. 이런거에 어색하게 대하는건 언제 고칠 예정이니? “별 일 없으니ㄲ..” “세운 선배!!” 아 씹, 깜짝아. 정세운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인상을 살짝 쓰고 돌아보니 ..역시 그 여자애다. 정세운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살짝 흠칫 떨더니 이내 차분하게 표정을 유지하더니 ‘왜?’ 여자에게 물었다. “선배 제가 좋은 문제집 얻었는데 드릴려구요!” “아 괜찮은데.” “받아주세요- 제가 선배 드릴려고 부탁한건데~” “미안 나 필요없어.” 딱 잘라 거절하는 정세운에 여자애는 침울하게 표정이 변했다. 입 대빨 튀어나왔네. 역시 정세운의 철벽은 변함이 없다. 전에도 다른 여자애들이 조금만 관심있다는 행동을 하면 칼같이 쳐내는 정세운이였다. 피식 웃는 내 모습을 언제 본건지 나를 곧 째려보는 여자애였다. 허, 뭐 그렇게 보면 어쩔건데. 여자애를 뒤로하고 나에게 가자며 말하는 정세운에 나는 끄덕이며 그 자리를 떠났다. 아 기분 좋아졌다. 실실 웃는 나를 본 정세운은 또 뭐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냐며 피식 웃는다. 글쎄? 나도 잘 몰라 그건. 그냥 모르는 척 할래 아직은. 야자를 끝내고 오늘도 어김없이 나와 정세운은 같이 하교한다. 휴대폰을 보고 있던 정세운은 시선을 거두고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부모님이 너네집에서 술한잔 하신다고 너 우리집으로 가래.” “뭐야 내일 주말이라고 신나셨네..” 늘 평소에 있던 일이라 투덜대며 정세운의 집으로 향했다. 정세운의 집은 항상 들락날락 거려서 우리집만큼 편했다. 아줌마도 항상 날 격하게 반겨주셔서 더 좋았고. 정작 정세운은 그런 우리를 한심하게 봤다. 같이 들어간 정세운의 집은 따뜻한 공기와 아무도 없는 적막함이 반겨왔다. 아 피곤해, 피곤함이 몰려와 곧장 정세운의 방에 들어와 누웠다. 그런 나의 행동에 정세운은 익숙한듯이 씻고 온다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도 씻고 싶었지만 몸이 축 늘어져 움직이기 귀찮았다. 몰라 정세운 나오면 씻든 뭘해야지. 다 씻은건지 머리가 물기에 젖은체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나온 정세운이였다. “야 물기 다 떨어져. 얼른 머리 말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말라.” 가끔 저럴때 보면 남자애 같은 행동을 하는 정세운에 역시 완벽해도 저런건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 평소엔 나한테 맨날 잔소리만 하면서. 여전히 자신의 침대에 엎어져있는 나를 보며 말을 거는 정세운이다. “대체 여긴 누구방이야.” “내 방은 당연히 내방. 네 방은 곧 내방.” “뻔뻔하다?” “불만 있냐.” ‘어 완전.’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인상을 구기는 정세운에 의문을 가졌다. 뭐야 저 표정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정세운에 당황해 잠깐 몸을 일으켜 가만히 있자 침대에 걸터앉아 나에게 훅 얼굴을 들이댄다. 가까이 오니 강한 비누향과 함께 시야에 정세운의 얼굴만 보였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의 모습에 살짝 인상을 풀더니 입을 여는 정세운이었다. “넌 진짜 여전하다.” “..뭐가” “겁도 없이 남자방에 이렇게 누워있고.” “...” “그정도로 내가 편하고 아무 감정도 없나봐 넌.” “무슨 말이야?” “..눈치도 여전히 없고” 몸을 일으켜 헝클어진 나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정리해주며 마주하는 정세운의 눈동자와 대화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왔다. 평소엔 느낄 수 없었던 다른 느낌의 뜀박질에 익숙치 않아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정세운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눈치좀 채라. 내가 너 좋아한다는거” 미친듯이 쿵쾅거리던 심장은 정세운의 마지막 말에 곧 폭주했다. 읽고 댓글 달아주세운❤️ 티켓팅 망한거 같아여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