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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임 전체글ll조회 1158l 1






 깜박이는 조명들은 뜨고있는 눈을 향해 강렬하게도 공격을 퍼부어댔다. 2층 아래에 있는 스테이지에서는 남자들만 잔뜩 몸을 부벼대고 있고, 그 사이에 키스를 하거나 유사 성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익숙한 풍경을 벗삼아 와인잔에 담긴 술을 한 입 들이킨 우현은 놓여있는 안주를 손으로 집어 먹었다. 그저 이렇게 쳐다봐도 여기가 어떤 공간인지는 예삿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냥 파악할 수 있었다. 여자가 단 한명도 없는 공간, 난간에서 춤추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 마저, 큰 접시에 술을 운반하는 웨이터 마저 남자인 이 공간. 우현은 여전히 쇼파에 엉덩이를 붙인 채 남은 와인을 들이켰다. 쓰다못해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는 음료임에도 망설임 없이 목구멍에 밀어넣는 모습에 앞에 있던 성열이 혀를 차며 우현에게 타박하듯 말을 건넸다.

  " ..너가 여기 술 다 쳐먹었어, 술고래 새끼야.. "
  " 너가 내 스트레스를 알아?, 하긴.. 어린 새끼가 뭘 알아. "
  " 겨우 두 살 차이 주제에, 이거 확 학교 애들한테 다 불어버려.. "

성열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냅두고, 우현은 바로 앞에 있는 와인병을 집어들었다. 붉은빛 와인병을 손에 들어 양 옆으로 흔드니 익숙하게 들려야 할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벌써 다 먹었네, 우현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한참이나 앉아있던 쇼파에서 엉덩이를 떼어냈다. 핸드폰을 쳐다보던 성열이 고개를 들어 우현을 쳐다보았다. 불만스러운 말투가 공간을 울렸다.

  " 벌써 가게? "
  " 다 마셨어, 오늘 할 기분도 아냐 "
  " 잡아온 사람도 없으면서 "
  " 간다, 내일 연락해 "

짧게 성열에게 손을 흔든 우현이 곧 몸을 돌려 출구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발자욱 걸었을때, 바로 옆을 지나치는 기둥 근처에서 진한 키스 소리가 귀를 자극해왔다. 우현은 곧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보았고, 약간 큰 덩치를 한 남자가 다른 어려보이는 남자를 몰아붙이는게 눈에 띄였다. 눈을 감은 채 어깨를 휘감아 안고 키스를 받아내는 모습은, 마치 억지로 키스를 하는 듯 보였다. 의외지만 또 다른 자극이 와닿았다. 어린애를 상대로 잘도 하는구만. 약간은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면서도 굉장히 자극적인 그 장면에 우현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게 아저씨 본능인가 싶기도 하여 눈을 내릴까 하면서도, 생각과 다르게 여전히. 눈은 그대로였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한번 침을 넘기고 곧 시선을 떼려는데, 어린티가 나는 남자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아직도 입은 그대로였으면서, 시선이 와닿는게 느껴지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강하게 입을 빨고는 있으면서, 시선은 그대로 두는것이 의아하여 기싸움을 하듯 노려보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우현은 곧 시선을 거뒀다. 어린애가 키스를 하든 말든, 밀어붙이는 새끼가 잡혀가든,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뚜벅거리는 걸음소리가 바 안을 울리고, 출구에 다다른 우현은 곧 밖으로 몸을 빼냈다.

마지막으로 생각에 남은건, 단지 어린애가 발랑 까져서는, 하는 투덜거림 뿐이었다.









1. 2학년 13반 전학생


담임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처음 맡고서도 우현은 일상적인 딴 짓을 그만두지 않았다. 생활기록부를 확인하여 결제서류에 올려야 하는 기한이 오늘이 마감인데도 불구하고, 나름 스포츠 패션 브랜드에 뜻을 두고 있는 지라 한참 그 웹 쇼핑몰을 들여다 보았다. 이틀 전, 신상으로 나온 운동화를 3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결제했음에도 이놈의 브랜드는 무슨 돈벌레가 붙어있는지 또 다른 예쁘장한 상품을 62만원에 출시했더랬다. 보통 예전에는 20만원이면 이쁜것들을 마구 건질 수 있었지만, 요즘 인기를 얻어서인지 하루종일 가격은 치솟고 있었다. 그럼에도 결제할 생각을 하고 있는 우현은 정말로 호구였다.

  " 또 운동화 봐? "

스물여덟 동갑, 이 학교에 처음 들어와 만난 선생님에 나이도 같아 금방 친해진 동우가 우현의 모니터를 보더니 물었다. 우현이 동우를 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머리를 책상에 박고 한숨을 내쉬었다. 돈이 모자라.. 하는 쓸데없는 중얼거림과 함께.

  " 허구헌날 나오는 신상마다 사대니까 그러지, 임마 "
  " 아니, 예전에는 20만원이면 그냥 살 수 있던 디자인 퀄리티인데. 이름값이야 뭐야. "
  " 그럼 안 사면 되지, 돈 있어? "
  " ...야간에 아르바이트라도 뛰어야 하나 "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서류나 올려라, 동우의 잔소리를 끝으로 우현의 모니터에서는 곧 운동화 쇼핑몰이 자취를 감췄다. 하루종일 아이들 관리에 좀 있으면 중간고사라 시험 문제도 내야하는 판에 완전히 돌 지경이었다. 선생님의 업무가 별거 아니라던 사람들은 다 나가죽어야 한다. 별것도 아닌걸로 사람을 속여. 그래서 선생님이 되고싶다고 기도하고, 고시촌에서 썩었구만. 결과로 썩는건 마찬가지 였으면서.

  " 남선생, 오늘 책상 위에 뭐 없었냐? " 

고작 운동화에게 집착한다며 철 없다는 잔소리를 해댈때는 언제고, 동우는 잔뜩 장난기가 가득찬 표정으로 우현에게 물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닌데, 오늘 딱히 중요한 행사도 없을텐데, 의문점을 가진 채 우현은 단순하게 없었는데? 하고 답했다.

  " 너 결제서류 아래 살펴봐라, 너네반에 오늘 전학생 온덴다 "
  " 아, 씨, 귀찮게.. 왜 하필 우리야, 우리반에 저번에도 한 명 왔었는데, "
  " 발령이 그쪽으로 나는데 어째, 20살이라던데. 그 애. "
  " 전학생이? 2년이나 기었어? "
  " 근데, 나 사진 어쩌다 봤는데, 엄청 불량아 같이 생기진 않았어, 오히려 모범생 쪽이라고 해야되나? "

근데 뭣 하러 2년이나 기어. 우현이 잔뜩 상기되어 불만스러운 말투로 결제서류 아래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전출 확인서. 다섯글자가 큼지막하게 종이 머릿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여러가지 인적사항들이 서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2011년 첫 학기 부터 2012년 말까지 전부 학생 기록이 없는걸 봐서는 2013년때 고 1을 담당한 듯 싶었다. 19살 때 고 1이라니, 얼마나 자존심 상했을까, 성적란을 보아하니 1등급 중반즈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꽤나 공부를 못하는 편도 아니었고, 상장도 여럿 받은걸 봐서는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막상 출석 일수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도대체 몇일을 빠진거야. 유급되지 않을정도로만 간당간당하게 학교를 나오는걸 봐서는 예삿 애가 아니어 보이기도 하고, 사람의 인상은 얼굴에서 결정된다고들 하니 우현은 곧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가장 익숙한 얼굴이 우현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 어떠냐? 그치? 내말이 맞지, 성적도 괜찮지 않아? "
  " 어, 어.. 그러네, 나 학생 부모님께, 상담 전화 좀.. "

사진을 보고 나서 아찔할 정도로 정신이 나간 우현은 급하게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그 얼굴은 분명하게, 어제 게이바에서 본 어린티가 나는 남자아이였다.

이름은, 성규, 김성규였다.



  ㅡ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분명하게 막아야 할 일이었다. 남우현이 게이라는 걸 아는건 이 세상에 이성열 밖에 없어야 했다. 지금 곧 도착한다는 부모의 연락을 받고 우현은 1인용 쇼파에 앉아 다리를 약간 벌린 채 팔꿈치를 허벅지에 두고, 딱 누가 봐도 '나 초조해요' 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손톱을 이빨로 잘근히 깨물며 하는 생각들은 불안감을 순식간에 증폭시켰다. 혹시라도 얼굴을 마주치고 게이라면서 날뛰면 어떡하지? 그럴땐 곤란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게이라니 누가봐도 짜증날 상황이잖아!.. 검정 구두가 여러번 바닥을 내리치고, 다리떠는 소리가 고조될 즈음, 상담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곧 하이힐이 지면에 닿는 소리가 들리고, 우현은 고개를 들어 문 쪽에 시선을 모았다. 만약 그 애라면, 정말로 그 애라면.. 제발 아니길..

불안감 가득한 우현의 시선이 떨리고, 곧 부모님이 먼저 얼굴을 드러냈다. 퍼 같은 목도리로 제 어깨를 두르고 있는 첫 인상은 꽤나 부자 같았다. 우현은 재빨리 벌떡 일어나 먼저 악수를 청하고,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우현의 악수를 기분 좋게 받아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학생의 얼굴이 상담실 안으로 들어오고, 우현은 시선을 재빨리 돌렸다. 눈이 작고 꼬리가 올라간 인상, 조금 빨간 입술. 약간 하얀빛을 띄는 얼굴. 그때와 다른게 있다면 달아올랐던 얼굴빛이 지금은 조금 차가워 보인다는 것 뿐이었다. 아우, 씨발. 이럴수가. 진심 엿된거 아냐. 우현은 애써 모르는 척 정중한 말투로 둘을 자신의 바로 앞 쇼파에 앉혔다.

  " 어서 앉으세요, 성규도 앉아. "
  " 먼저 상담 요청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년도는 이래저래 걱정이 많아서요 "
  " 아니에요, 담임 될 사람으로서 당연한거죠, 커피 한잔 드릴까요? "
  " 괜찮아요, 성규, 인사 해 "

마치 8살 어린애를 기르는 것 마냥 여자는 성규라는 아이에게 명령조로 임했다. 작은 눈으로 우현을 째리던 성규는 엄마의 말을 거역하지는 않는 듯 까딱 고개만을 숙였다. 곧 우현은 어색한 웃음을 남발했다. 그리고 여전히 성규는 우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분명 뭔가 알고있다는 눈빛이었다. 아, 이대로 교직생활 마감하나.

  " 2011년부터 지병이 생겨서, 2년동안 입원해 있느라 애가 좀 나이가 많아도 잘 부탁드려요 "
  " 예, 내, 내일부터, 2학년 13반으로 오면 되고, 친구들과 잘 적응할 수 있게 제가 잘 추스를테니 걱정 마세요 "
  "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해요. "
  " 아닙니다. 아, 한번 성규랑 얘기를 해봐도 될까요? "
  " 예, 전 이만..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

여자는 꽤나 예의가 바른 편이었다. 우현이 생각했던 첫 인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말투와 행동, 우현은 또 한번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 어쩌면, 성규라는 아이도 인상과 다르게 착하고 예의바른 애 일지도 몰랐다. 우현은 애타는 속을 감춘 채 기분좋은 미소를 장착하고 여자가 나간 바로 다음, 부드러운 말투로 성규에게 물었다.

  " 성규야, 담임선생님 남우현이야, 반가워 "
  " ..... "
  " 악수 안 해줄거야? "
  " 나는, "
  " ...? "
  " 게이 손 만지는 버릇 없어 "

아. 진심으로 좆됐다.
성규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의 시선, 열기, 키스, 전부를. 우현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곧 모른척 하기로 하고는 제 예의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 무슨소리야, 선생님은 잘 모르겠네, 그리고 존댓말 써야지 "
  " 그때 내가 키스하는거 왜 봤어? "
  " ..... "
  " 나같은 어린애가 취향이야?, 아니면 나랑 키스하던 아저씨? "

애써 했던 모른척을 전부 짓밟아 버리듯, 그 때의 상황을 전부 상세하게 드러내며 말하는 모습에 우현이 머리를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 이런애가 전학을 왔어, 미치겠네. 검정빛 앞머리가 손에 의해 구겨지고, 깊은 한숨 두 번 정도가 상담실을 가득 채웠다. 냉정한 눈빛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우현은 여전히 골치아픈 듯 눈을 찡그린 채 였다.

  " 난 게이랑 말도 섞기 싫어, 지금 선생님이랑 있는 이 상황도 짜증나, 왜 이딴 학교로 전학오게 한거야? 짜증나게, "
  " ...그러는 넌, "
  " ....? "
  " 그러는 너도 게이 아냐? 우리 처음 본 곳 게이바잖아, 넌 남자랑 키스했고 "
  " 지금 선생님이랑 같은 취급 해? "

작은 눈이 찡그려 지고, 검정 머리가 흔들린 후, 성규는 곧 쇼파에 붙였던 어깨를 떼며 우현에게 기분 나쁘다는 말투로 물었다. 이제 볼 것 없었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맞서는건 기왕이면 가장 피하고 싶던 방법중에 하나였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어찌보면 키스하는 장면을 들킨건 매우 민망한 장면이라 먼저 말을 꺼내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성규는 기분나쁜 표정을 그대로 두며 여전히 처음보다는 약간 언성이 높은 말투로 따지듯이 우현에게 쏘아붙였다.

  " 그런 끔찍한 생각 하지마, 나는 일종의 실험을 하는거고, 선생님하고는 완전히 목적이 달라. "
  " 목적은 섹스 아냐? "
  " 물론 끝은 그거지만, 어쨌든 하는 이유가 달라, 난 게이 아냐. "
  " 남자랑 하면 게이지, 그게 뭐야, 넌 결혼은 여자랑 하고 섹스는 남자랑 해? "
  " 그래, 그리고 연애도 여자랑 할거야. "
  " 말이 돼? "

계속되는 말싸움에 곧잘 대담한 척 하면서도 적나라한 단어들이 부끄럽긴 했는지 성규는 곧 붉은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약간 숙이며 중얼거리듯이 답했다.

  " 몰라, 어쨌든.. 같은 취급 하지 마. "
  " 너 자꾸 반말하지마, 나 29이야 "
  " 몰라, 나 간다. 내일 조회시간에 소개 이딴거 시키면 죽일거야 "

성규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여전히 감추고 싶었는지 고개를 숙인 채 조금은 재빠른 몸짓으로 상담실을 빠져나갔다. 새로 샀는지 깔끔한 마이가 휘날리고, 곧 상담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강하게 울렸다.

그 아이와의 첫 만남은 게이바였고, 나는 호모였으며, 내 제자가 된 그는 호모포비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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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후!! 첫 만남부터 약간 삐걱거리다니!!! 썽규 말투 넘 귀여워요허어어어어어우ㅜㅜㅜㅜㅜㅜ
10년 전
니임
귀엽다니! 성규는 언제나 귀엽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2
어머어머 초초초초내타임입니다요ㅜㅜㅜㅜㅜㅜㅜ복학생규라니!!!! 아니근데왜아저씨랑 키스를하고잇엇죠ㅜㅜ?게이가아니람서..ㅜㅜㅜ??
10년 전
독자3
아니 호모포비아라면서 키스는 왜..와이..파이.. 남우현 헬게이트 입성ㅠㅡㅠ 다음편 읽으러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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