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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 無

 

 

 

어두웠다. 너무 어두워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민호는 간신히 촛불과 성냥을 찾아 불을 킨 뒤, 은촛대 위에 올려놓았다. 성경책을 성모마리아상 앞에 놓고서 무릎을 꿇고 주기도문을 외웠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그 것을 꾹꾹 누르고서 주기도문을 외웠다. 악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만 같았다.

촛농이 흘러내려 은촛대 위에 떨어졌다. 하얀색의 촛농은 마치 어제의 일을 연상시키는 것만 같았다. 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든 그 기억을 잊으려 노력했다.

차가운 공기에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몸을 감쌀 것이라도 있나 찾아보았으나 흔한 거적때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성경책을 꼭 안았다.

어제의 그 일을 생각하면 끔찍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 남자를 찾아 찢어 죽여 버리고 싶었다. 거기다가 기독교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동성애라니… 민호는 자기 자신이 치욕스러워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민호는 평소 잘 펴지 않았던 페이지를 폈다. 그리고 두 손 모으고 말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

 

넓은 교회 안에서 민호의 목소리만이 맴돌 뿐이었다. 나는 너희에게… 민호는 한 번 더 그 구절을 외우려 입을 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이 터졌다. 눈물을 닦아내며 성경책을 똑바로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성경책은 잘 보이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 끼익,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찬바람이 촛불을 꺼트렸다. 민호는 다시 두 손을 모은 뒤 눈을 감았다. 그리고선 계속해서 외웠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거기까지 외웠을 때, 문이 닫히며 끔찍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원수를 사랑해?”

 

숨이 멎어가는 느낌이었다. 민호는 눈을 뜨고 성냥을 찾았다. 달빛이 밝았지만 흐릿한 시야를 잡아주기에는 부족했다. 뚜벅뚜벅, 걸음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민호는 성냥을 찾던 행동을 멈추고 십자가에 매달려있는 예수상을 보았다. 그리고 성모마리아 상도 보았다. 그들은 너무나도 온화하게 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만, 그만 오세요.”

“어째서?”

“신성한 교회에요. 당신 때문에 더렵혀질 수는 없어요.”

“예수가 사랑한데, 나를. 그리고 너를. 그러면 된 거 아니야? 용서한다는데. 모든 걸 용서 한다는데…”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변해갔다. 남자는 멈추지 않고 민호에게 다가왔다. 남자가 한 발짝 다가올 때마다 민호는 움찔움찔 떨었다. 차라리 이곳에서 혀를 깨물고 죽는다면. 하나님은 날 받아 주실까. 날 내치지 않으실까…

남자가 민호를 안았다. 귓불을 살짝 핥았다. 그리고 말했다. 너는 구원받지 못해. 그리고 나 또한 구원받지 못하지. 민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예수상 만을 빤히 쳐다보았다. 예수는 자신에게 보여주던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지 않았다. 그저 경멸스럽다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민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남자는 성냥을 찾아 촛불에 불을 붙이니 주위가 전보다는 밝아졌다. 남자는 낄낄 웃으며 민호의 품에 있는 성경을 가져가 펼쳤다. 한참을 뒤적거리던 남자가 한 구절을 읽었다.

 

“레위기 20장 13절. 누구든지 여인과 교합하듯 남자와 교합하면 둘 다 가증한 이를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

 

모든 것이 망가졌다. 민호는 절망과 원망이 휩싸인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기억해둬.”

 

남자가 민호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너와 난. 죄지은 자들이야. 구원받지 못할 죄를 지은 자들.”

 

결국에 민호에게 남은 것은 ‘구원받지 못할 죄’와 ‘믿음’ 그리고 ‘지옥’ 뿐이었다.

 

 

-

 

미안, 흑역사 지우다 중딩때 쓰던거 무한 발견이라서..

좀 건들여야 할 거 같지만 나름 괜찮아서 걍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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